베트남 권력 서열 1위 별세

<응우옌 푸 쫑 총서기장의 서거를 다룬 현지 주요 일간지>

[자료: 하노이 무역관 직접 촬영]

2024년 7월 19일 오후 1시 38분. 응우옌 푸 쫑(Nguyen Phu Trong) 공산당 총서기장이 노환과 중병으로 ‘108 군 중앙병원(하노이)’에서 별세했다. 7월 25일에서 26일, 이틀간의 국장(國葬) 후 26일 오후 3시 하노이에 위치한 마이직(Mai Dich) 묘지에 안장됐다. 지난 한 주간 베트남의 정치 1번지인 하노이에서는 슬픔에 빠진 하노이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대목이다.

<고(故) 응우옌 푸 쫑 총서기장 주요 이력>

[자료: VnExpress, 하노이 무역관 재구성]

2011년, 2016년, 2021년. 베트남 공산당은 총서기장 연임을 2회까지만 허용하고 있으나, 고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은 총서기장을 3연임해 베트남 건국 이후 역대 최장수 총서기장이었다. 또한,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 이후 권력 서열 1위인 총서기장과 서열 2위인 국가주석을 겸직한 지도자는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이 유일하다. 재임 중에는 대외적으로는 베트남의 균형 외교 노선인 ‘대나무 외교(Bamboo Diplomacy)’ 원칙을 확립하고, 대내적으로는 ‘불타는 용광로(Blazing Furnace)’라 불리우는 반부패 운동을 주도하며 대중들의 지지를 얻었다.

권력 서열 2위, 3위, 5위는 사임

권력 서열 1위의 서거 외에도 2024년 베트남에는 주목할 만한 정치 현상이 많았다.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두 달 동안 베트남에서는 국가 권력 서열 5위 내의 인물 중 3명이 사임했다. 정확한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베트남의 부패 척결 캠페인인 한창인 상황에서 3명 모두 부정부패와 연루된 것으로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추측하고 있다.

<2024년 사임한 베트남의 최고위급 정치 인사 3인>

[자료: VnExpress, Tuoi Tre News, 하노이 무역관 종합]

시작은 지난 3월 20일 사임한 권력 서열 2위 보 반 트엉(Vo Van Thuong) 전(前) 국가주석의 갑작스러운 사임이었다. 1년 전인 2023년 3월 2일, 최연소 정치국원에 이어 최연소 국가주석에 오르며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당 규정 위반을 사유로 1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5월 2일에는 서열 4위인 브엉 딘 후에(Vuong Dinh Hue) 전 국회의장의 사임이 국회에서 승인됐다. 역시 사유는 당 규정 위반이었나, 사임 직전 그의 보좌관인 팜 타이 하(Pham Thai Ha) 국회사무처 차장이 비리 사건에 연루돼 체포된 것과 직결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보 반 트엉 및 브엉 딘 후에에 이어 5월 16일에는 서열 5위인 쯔엉 티 마이(Truong Thi Mai) 공산당 조직부장도 사임했다. 차기 지도자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던 그녀는 18명의 정치국원 중 유일한 여성 정치국원이었다.

▶ 참고: 2023년 3월, 베트남 신임 국가주석 취임(하노이 무역관) [바로가기]

베트남의 정치 체제 및 구조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베트남의 정치 체제 및 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공화제 국가이며, 공산당이 유일 정당인 국가다. ‘도이머이(Đổi mới, 쇄신)’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개혁·개방 정책이후 공산당 유일 정당 체제를 유지하며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해 경제 발전을 도모했으나, 여전히 베트남은 공산국가다.

<베트남의 주요 정치 인사 선출 방식>

[자료: 하노이 무역관]

이러한 일당제를 뒷받침하는 것은 중앙집행위원회와 중앙집행위원에서 선출된 국가 지도자격 주요 보직 4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지도체제이다. 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순의 서열로 구성된 이 집단지도체제는 흔히 ‘4개의 기둥(Four Pillars)’에 비유된다.

<2024년 7월 현재 기준 베트남의 ‘4개의 기둥’>

[자료: 하노이 무역관]

공산당 총서기장은 공산당 당수에 상응하는 직책으로서 당 조직을 총괄 운영한다. 서열 2위인 국가주석은 대내외적으로 베트남을 대표한다. 총리는 정부 수반으로서 중앙정부 및 각급 지방인민위원회를 지도하며, 국회의장은 국회의 대표로서 입법부의 수장이다. 현재 베트남은 총서기장의 서거로 권력 서열 1위 자리가 공석이며, 이를 지난 5월 새로 부임한 또 럼 국가주석이 권한 대행을 맡고 있다. 쩐 타인 먼 국회의장 또한 또 럼 주석과 함께 5월에 국회의장에 임명돼 취임 2개월째를 맞고 있다.

▶ 참고: 베트남 개황(2023.6)(외교부) [바로가기]

▶ 참고: 2024 베트남 진출전략(하노이 무역관) [바로가기]

<2024년 임기를 시작한 베트남의 최고위급 정치 인사 2인>

[자료: VnExpress, 하노이 무역관 종합]

‘불타는 용광로’의 명암

올해 베트남의 용광로는 유난히 불타올랐다. 현지 언론 및 외신들은 이례적인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을 ‘불타는 용광로’의 정치적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2021년부터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부패 척결 운동이 최고위급 정치 지도자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현재까지도 그야말로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올 3~5월 두 달간 사임한 최고위급 정치인 3명 모두 부정부패 및 비리와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는 언론 및 전문가의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지난 2023년 10월, ‘2030년까지의 부패 및 부정행위 예방 및 통제에 관한 국가 전략 결의안(No. 168/NQ-CP)’을 발표하는 등 반부패 운동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의 이러한 움직임은 부정부패 이미지가 강한 베트남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실제 통계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2012년 ‘중앙 반부패 지도위원회’ 설립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전방위적인 반부패 활동을 확산한 결과, 베트남은 2009년 이후 총 3067건의 부패 사건을 적발했으며, 이와 관련해 7,383명을 기소(유죄 판결 5605명, 고위직 처벌 1141명)했다. 이는 2023년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 반부패전략 결산 및 유엔 부패방지협약 이행 계획 보고서(2023)’에서 언급된 수치이다. 또한,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2023년 발표한 2022년 기준 부패인식지수(CPI) 조사에서 베트남은 42점을 획득해 전년에 비해 10계단 상승한 세계 77위를 차지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부정부패 척결은 우리 진출 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응우옌 쑤언 푹 전 국가주석>

주: 보 반 트엉의 전임인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전 국가주석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부하 공직자들의 부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23년 1월 돌연 사임했다.

[자료: VnEconomy]

하지만 베트남의 이러한 반부패 운동의 역기능이 이례적인 정치적 사건들을 통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정치 현상들을 통해 외신 및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패 척결 캠페인이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국가주석 자리에서 물러난 보 반 트엉 전 주석은 역설적으로 반부패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었으며, 5월 하차한 브엉 딘 후에 전 의장은 차기 총서기장으로 유력시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베트남이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었던 강점인 ‘정치적 안정성’이 정쟁의 도구로 변질된 부패 척결 운동으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의 반부패 캠페인의 또 다른 단면은 베트남 공직사회의 소극 행정 문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체포 및 기소되는 모습을 목격한 베트남의 공무원들이 징계를 피하기 위해 본인의 신변 안전 확보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주로 자국민보다는 외국인들이 입게 된다.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의 민원 처리, 상담 등은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즉, 베트남의 주요 정치 지도자의 교체 이슈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이에 두려움을 느껴 경직된 실무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처리 태도가 우리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

정치는 정치일 뿐, 회복 중인 베트남 경제

다행스럽게도 현재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전례 없는 정치적 사건들이 적어도 경제 지표상으로는 베트남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치민 무역관에서(하단 링크 첨부)에서 다룬 바와 같이, 베트남은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6.42% 성장하며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의 교역규모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3685억을 기록하며 전년에 비해 14.5%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FDI(외국인직접투자)도 지난해에 이어 호조를 이어가며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152억 달러를 유치했다는 것이다. 투자유치액의 대부분은 신규 투자라는 점에서 현재 정국으로 인해 해외 기업들이 다소간 불안감을 느낄 수는 있겠으나, 투자 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참고: 2024년 상반기 베트남 경제동향(호치민무역관) [바로가기]

<2024년 베트남 상반기 주요 경제 지표 월별 추이>

(단위: %, 억 달러)

주: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자료: 베트남 통계총국, 베트남 관세총국, 하노이 무역관 재구성]

전망 및 시사점

<독특한 모양으로 유명한 베트남의 ‘못꼿사원’ 모습>

[자료: Thanh Nien News]

최근 베트남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치적 사건들로 인해 베트남의 정치적 안정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 결정을 한 베트남 진출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베트남의 정치 체제는 ‘못꼿사원(Chùa Một Cột, ’한 기둥 사원‘이라는 의미)’이 아니다. 단 한 개의 기둥이 권력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가 아니라, 네 개의 기둥이 정치권력을 나누어 가지고 있는 셈이며, 이를 정치국 및 서기국 30여 명과 200명의 중앙집행위원회이 뒷받침하고 있다. 베트남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인 ‘정치적 안정성’이 다소 불안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올 상반기 기준 베트남 경제는 정치적 불안과 관계 없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현지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해 향후 대응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의 국장 준비를 위해 꾸려진 35인의 장례위원회 명단은 베트남의 현재 권력, 어쩌면 미래 권력과 연관된 주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여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례 위원회 명단 35인>

[자료: VnExpress, 하노이 무역관 재구성]

KOTRA 하노이 무역관은 베트남 진출에 관심이 있거나 진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현지의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다낭 무역관 및 호치민 무역관과 함께 KOTRA 해외시장뉴스(클릭)에서 베트남 시장과 관련된 해외시장뉴스뿐만 아니라, 단신 속보뉴스, 국가정보, 진출전략, 출장자료, 무역관뉴스레터 등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베트남 대한민국대사관 및 베트남에 진출한 다른 공공기관의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현지 정보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이를 통해 베트남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VnExpress, Tuoi Tre News, NBC News, VnEconomy, 베트남 통계총국, 베트남 관세총국, Thanh Niên, KOTRA 하노이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