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부터 독일에서는 'EURO 2024(유로 2024·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다. 대회는 7월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유로 2024는 UEFA(유럽 축구 연맹)에서 개최하는 유럽 대륙 국가 간 대항전으로 4년마다 지역을 옮겨가며 개최한다. FIFA에서 주관하는 월드컵의 유럽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17번째로 개최된 대회이며, 독일 통일 이후 처음으로 독일 전역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유로 2024는 유럽 내 24개 국가가 조별 예선을 거치고, 16강부터 결승까지 진출해 우승 팀을 가린다. 유럽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제 대회다. 

<유로 2024 대회 로고>

[자료 : UEFA 홈페이지]

통계사이트 스포츠프로미디어(SportsPro Media)는 독일과 스코틀랜드의 개막전을 전 세계 3200만 명이 동시 시청했다고 밝혔다. 또 평균 600만 명이 경기를 시청하고 있으며, 대회가 끝나는 7월 15일까지 누적 시청자 수는 약 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대회인 '유로 2020'는 약 5억2500만 명이 시청했고, 이 중 3억 명은 결승전까지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 2020 결승전은 단일 경기 기준으로 두 번째로 많이 본 경기다. 가장 많은 시청자를 기록한 경기는 2023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으로 약 7억 명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전 세계 이목을 끄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 국가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독일 현지 매체에서도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최근 침체에 빠진 독일 경제가 유로 2024로 반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알아봤다.

독일 2024년 1분기 경제 현황 및 2024년 전망

독일의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년 분기 대비 0.2% 증가했다. 지난해 –0.3%를 기록했던 경제 성장률이 다시 플러스 전환을 한 것이다. 루트 브란트 독일 통계청장은 “수출과 투자가 개선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식료품, 의류 등 일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소비자 지출은 아직 감소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부진했던 건설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며 2.7%로 크게 증가했고, 상품 수출이 증가해 전체 수출도 지난 분기 대비 1.1% 증가했다. 다만 1분기 가계 최종 소비 지출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이처럼 독일은 과도한 관료주의, 부진한 제조업 등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에너지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공급망 병목 현상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경제 성장이 주춤한 상황이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 독일의 여러 정부, 연구소, 경제 기구 등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0.2%~0.3%로 전망된다.

<독일 2024년 경제 성장률 예상치>

[자료 : 각 정부 기관 및 연구소 홈페이지, 무역관 편집]

올해 3월 독일 연방경제부는 독일의 5대 경제연구소(뮌헨(München) Ifo, DIW 베를린(Berlin), IfW 킬(Kiel), RWI 에센(Essen), IWH 할레(Halle))와 함께 공동경제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공동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독일 경제연구소는 경제적 및 구조적 요인으로 2024년 경제 성장률이 0.1%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가을 경제연구소는 올해 독일 경제가 1.3%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독일의 경제도 밝다고 보기는 힘들다. 독일 정부도 기존 예측치인 1.3%를 0.2%로 대폭 낮췄다. 과연 이러한 경제 위기 속에서 전 세계 5억 명이 시청하는 유로 2024가 경제 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유로 2024가 독일 경제에 미칠 영향

유로 2024는 베를린을 포함해 함부르크,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전역 10개 도시에서 열린다. 경기장 평균 수용 인원이 4만~7만 명 정도 되며, 유럽에 거주하는 축구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충분한 유인이 된다.

<독일에서 개최되는 도시 및 경기장>

[출처 : UEFA 공식 홈페이지 및 무역관 편집]

실제 티켓은 판매 사이트 서버 다운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사전 신청을 받아 랜덤으로 선정된 사람에게만 판매됐다. UEFA에 따르면 대회 시작 전까지 약 230만 장이 판매됐는데, 약 1억 명이 사전 신청을 했다. 여기에 현장 판매를 위해 남겨둔 티켓까지 합치면 대략 50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만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 덕에 독일 경제연구소 뮌헨 ifo는 유로 2024에 방문하는 팬들로 독일 경제에 약 10억 유로의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석에 따르면 대회 기간 약 210만 명의 외국 관광객이 독일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독일 숙박업 매출 증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볼프 연구원은 “2006년 독일에서 개최한 월드컵 당시에도 평소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25% 증가했다“며 ”유로 2024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며, 이에 서비스 수출 지수가 1.3%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유로 2024를 보러 오는 해외 축구 팬들의 매출 기여로 2분기 독일 경제 생산은 약 0.1%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관광협회(DTV) 노르베르트 쿤츠 전무이사는 "대형 스포츠 행사나 해외 가수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2024년은 독일 관광의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축구에 빠질 수 없는 맥주도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 독일 맥주 협회(DBB) 홀거 아이헬레 대표는 "대형 축구 이벤트 기간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맥주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 독일이 개최한 2026년 월드컵 때도 대회 전후로 맥주 판매량이 약 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23년은 전년 동기 대비 국내 맥주 판매량이 4.5% 감소한 84억L를 기록했는데, 유로 2024는 이러한 감소세 속에서 희소식이다“라고 말했다.

<함부르크 내 거리 응원>

[출처 : 함부르크시]

독일의 개최 도시 10곳은 UEFA와의 계약에 따라 거리 응원 및 팬 페스티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크푸르트는 마인 강변에서 열리는 거리 응원 행사에 약 3000만 유로를 지불한다. 도르트문트와 뮌헨은 각각 2400만 유로, 2000만 유로를 UEFA에 지불한다. 이에 독일 산업 협회(HDE)는 ”개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자연스레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며 ”8강, 4강에 진출할수록 팬들이 함께 경기를 관람하면서 음료와 음식을 소비하기 때문에 식료품 산업도 호황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호텔 및 레스토랑 협회(DEHOGA)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회가 열리는 도시의 호텔과 레스토랑은 대회 기간 약 2억5000만~3억 유로에 달하는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리 응원에 대한 비용보다도 수익이 훨씬 더 큰 것이다.

공식 글로벌 후원 기업으로 중국 기업 약진

이런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른바 스폰서 자격으로 후원한다. 경기장 안팎에 걸린 브랜드 로고로 각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며 홍보하는 것이다. 이번 유로 2024에는 총 13개 글로벌 기업이 대회 후원에 참여했다.

<유로 2024 공식 글로벌 후원사>

[출처 : UEFA 공식 홈페이지]

이번 공식 후원사로는 아디다스(독일 스포츠 의류), 알리익스프레스(중국 온라인쇼핑), 알리페이(중국 핀테크), AtoS(프랑스 IT기업), 베타노(독일 온라인 베팅 플랫폼), 부킹닷컴(네덜란드 여행 플랫폼), BYD(중국 전기차), 코카콜라(미국 음료), 하이센스(중국 가전제품), LiDL(독일 소매업체), 슈트라우스(독일 의류 안전장비), 카타르관광청(카타르 정부기관), VIVO(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참여했다.

이 중에서 중국 기업이 5개나 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알리익스프레스, 알리페이, BYD, 하이센스, VIVO가 이번 대회 후원사로 참여한 중국 기업이다. 이 기업들은 UEFA와 제휴해 새로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기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6년 유로 대회에서 가전업체 하이센스가 공식 스폰서를 한 후 해외 매출이 83% 증가했다. 이번에 하이센스는 비디오 영상을 분석해 심판의 판독을 돕는 공식 스크린 제공 업체로 선정됐다. 경기 도중 골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요한 순간에 득점 여부를 판독하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후원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로 2024 후원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적인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디지털 결제, 전자상거래,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해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한편, 글로벌 스포츠 시장조사기관인 스포트칼(Sportcal)에 따르면 유로 2024는 팬데믹19 이후 개최된 2020년 대회(실제 개최는 2021년)에 비해 해외 마케팅 부문 매출이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글로벌 후원 기업들도 이러한 매출 상승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사점

독일 경제는 지난해 –0.3%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침체된 제조업 및 인플레이션, 공급망 병목현상 등 대내외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다. 언론에서는 독일을 ‘유럽의 병자’라는 수식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경제는 올해 1분기에 다시 플러스 성장을 한 것을 기점으로 2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6월 독일 소비자신뢰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완화에 따라 소득 기대치가 개선돼 구매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기업 분위기도 개선되고 있다. 독일 경제 연구소 Ifo가 발표한 지난 5월 기업환경지수는 연초 대비 4.8% 상승했다. 이는 다섯 달 연속 상승한 수치로, 조사에 참여한 약 9000개 기업이 올해 하반기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유럽인들, 나아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끄는 유로 2024는 독일의 소비 심리를 더욱 제고하고, 내수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UEFA 홈페이지, ARD, ZDF, BBC, Reuters, 독일 통계청, ifo 경제 연구소, 함부르크 무역관 자료 종합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