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기차 시대에 이어 전기식 잔디깎이(lawn mower)시대로의 전환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올해 1월 1일부터 잔디깎이와 예초기 등 19㎾ 이하 소형 가솔린 엔진 장비 판매 금지 법안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탄소 감축 일환으로 본격적인 규제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탈탄소 움직임이 다른 주로 확산될 경우, 전기식 잔디깎이나 예초기, 낙엽 블로워(leaf blower) 등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에 따르면, 실제로 소형 가솔린 엔진 장비의 대기오염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CARB는 소형 가솔린 엔진 장비와 자동차의 대기오염 배출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가솔린으로 작동하는 잔디깎이를 1시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대기오염 배출량은 승용차(신차 경차 기준)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약 300마일(약 482km) 주행할 때의 대기오염 배출량과 같았다. 가솔린으로 작동하는 낙엽 블로워를 1시간 사용할 때는 자동차가 1100마일(약 1770km·LA에서 덴버 구간) 주행할 때와 비슷했다.

<대기오염 수준 비교>

[자료: 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

증가하는 잔디·정원 관리 시장 수요

미국의 잔디와 정원 관련 시장(잔디깎이 등 기계류 포함) 규모는 2029년까지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잔디와 정원 관련 시장 규모는 약 268억 달러였지만, 2024년 520억60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29년에는 728억6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잔디&정원 관련 수익과 전망>

(단위: US$ 십억)

[자료: Statista]

전기식 잔디깎이(lawn mower) 시장 규모 및 구동 방식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와테크(WhaTech) 따르면, 미국의 전기식 잔디깎이 시장은 2024년 172억1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6.3%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4년 말까지 317억1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와테크는 세계 시장 가치의 약 31.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전기식 잔디깎이의 구동 방식은 세 가지로 나뉜다.

(Ride-on) 기존 가솔린 엔진 구동 잔디깎이와 동일하게 사용자가 기계 위에 앉아서 잔디를 깎을 수 있는 차량이다. 전력 충전을 통해 구동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면적이 넓은 곳의 잔디를 깎을 때 주로 사용되며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들은 EGO와 그린웍스(Greenworks) 등이다. 와테크는 2034년 말까지 미국에서 라이드온(ride-on) 전기식 잔디깎이의 매출은 192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연평균 6.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Walk-behind) 기존 가솔린 엔진 구동 잔디깎이와 동일하지만, 배터리가 탑재돼 있으며 전력 충전을 통해 작동된다. 소음이 거의 없으며 경사면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라이드온 좌식 잔디깎이 기계와 마찬가지로 EGO와 그린웍스 등의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Robotic) 로봇 청소기와 비슷한 기술을 적용시킨 자율주행 잔디깎이 로봇으로, 전기식으로 구동된다.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쉽게 작동시킬 수 있다. 성능과 소음 면에서도 발전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킹 스테이션(충전 장소)에 충전만 되면 언제든지 출동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로봇 잔디깎이가 잔디를 더욱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의견을 모은다. 잔디를 깎을 정원의 테두리에 센서가 감지할 수 있는 와이어를 심어두면, 로봇 잔디깎이에 설치된 센서가 정해진 구역을 감지해 잔디를 깎는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물체를 감지하면 멈추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2021년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에게 대규모 투자를 받아 상업용 자율주행 로봇 예초기를 출시했던 사이스 로보틱스(Scythe Robotics)는 테슬라의 북미 충전 표준(NACS)을 채택하고 사옥을 넓히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로봇 잔디깎이’에 설치되는 센서와 프로텍션 기능>

[자료: MowRo]

소음, 매연 없이 고성능 강조

기존 가솔린 엔진 구동 잔디깎이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크래프츠맨(Craftsman)과 블랙앤데커(Black&Decker)였다. 반면 전기식 잔디깎이 브랜드로는 EGO, 그린웍스(Greenworks), 혼다(Honda), SKIL, 토로(Toro)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EGO는 코드 없이 사용하는 전기식 잔디깎이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제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IT기술정보 매체 CNET이 가격, 효율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 전기식 잔디깎이 제품은 다음과 같다.

<CNET 선정 전기식 잔디깎이 BEST 3>

[자료: CNET, 각 사 홈페이지]

시사점

미국에서도 강화되고 있는 탈탄소화 기조에 따라 산업 생태계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소위 '굴뚝 산업'으로 불렸던 자동차 업계가 클린에너지를 강조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잔디깎이 등 조경 관련 업계도 본격적인 전기 구동 시대가 도래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즈 에디터 해리 소이어스(Harry Sawyers)는 최근 그의 기사를 통해 전기식 잔디깎이 기계를 이용한 소감을 공유하며 "유년시절부터 30년간 잔디를 깎아왔지만, E사의 전기 구동식 제품으로 바꾼 뒤 모든 면에서 더 좋아졌다. 소음 없이 조용하고, 유지 보수를 할 필요가 없으며 무엇보다 배기가스 배출이 없기에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식 잔디깎이를 생산하는 E사의 고객경험 디렉터 B 씨는 지난 21일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구매를 후회하는 사람은 있어도 잔디깎이를 전기식으로 바꾼 뒤 후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자동차와 달리 잔디깎이나 블로워는 사용하는 내내 사용자가 온전히 매연과 소음을 감내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시간의 자동차 OEM인 F사의 전기차 엔지니어 K 씨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보다 가솔린 구동 가드닝 기기나 이동식 제너레이터(발전기) 등의 전기 전환 시대가 더욱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빠르게 전기식 시대로 진화하는 미국 잔디깎이 시장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구상하는 한국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센서부터 배터리, 휠, 볼트, 소모 파트 등 각종 부품들의 수출 기회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자료: 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CARB), Statista, carboncredits.com, IBIS World, Robotics and Automation News, Amazon.com, bestproductsreviews.com 및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