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구리, 철, 납, 아연 등의 광물 수출 금지령 시행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2024년 6월 1일부로 수출 금지령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제련소 가동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아 올해 말까지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구리 자원 현황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구리가 풍부한 국가 중 하나로, 주요 광산 지역으로는 그라스베르그(Grasberg)와 바투 히자우(Batu Hijau)가 있다.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구리 매장량은 약 2400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2.4%에 해당한다. 인도네시아는 주로 구리 정광 형태로 수출하고 있다. 주요 구리 생산 기업으로는 프리포트 인도네시아(PT Freeport Indonesia)와 암만 미네랄 인터내셔널(PT Amman Mineral Nusa Tenggara)이 있다. 이들 기업은 각각 그라스베르그와 바투 히자우 광산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별 구리 매장량>

(단위: 백만 톤)

[자료: Statista]

 

2023년 인도네시아의 구리 원광 및 정광 수출액(HS code 2603 기준)은 83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 중국, 한국 등이다. 2023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약 44만 톤의 구리 원광과 정광을 수출했다. 최근 5년간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 국가는 다음과 같다.

 

<인도네시아 구리(HS code 2603) 수출액>

(단위: US$ 백만)

국가/연도	2019	2020	2021	2022	2023
일본	180	610	1,536	2,283	1,886
중국	599	696	963	1,773	1,862
한국	163	299	725	1,638	1,259
인도	64	270	439	872	931
스페인	62	79	270	403	641
총 수출액	1,280	2,412	5,386	9,243	8,326

[자료: Global Trade Atlas]

인도네시아 광물 수출 규제 배경

 

인도네시아는 자원 부국으로서의 이점을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다운스트림 산업의 발전을 추진하고자 2020년 니켈 원광 수출 금지를 시행했다. 당시 니켈 원광 수출 금지 결정에 대해 인도네시아 광산 업계와 언론은 자국 내 제련소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정책 시행 이후 한국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니켈 제련 및 정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해소됐다.

 

인도네시아 투자부에 따르면, 2023년 금속 부문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약 117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중 약 60%는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유입됐다. 니켈 원광 수출 금지를 시행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023년 금속 부문에 대한 투자액은 약 3.3배 증가했다.

 

또한,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졌다. 미국 포드는 니켈 처리 시설 설립을 위해 4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우리나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및 전기차 공장을 건설했다. 포스코 홀딩스도 4.1억 달러를 투자하여 니켈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5년 금속 부문 외국인직접투자 금액>

(단위: US$ 억)

[자료: 인도네시아 투자부]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정책이 성공을 거두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3년 6월 보크사이트 수출 금지를 시행했다. 원래 구리 정광, 철, 납, 아연 등의 광물도 보크사이트와 함께 2023년 6월에 수출 금지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에너지 광물 자원부는 자국 내 제련소 부족 등의 이유로 이들 광물의 수출 금지를 2024년 5월까지 연기했다.

 

최근 수출 허가 연장 결정

 

2024년 5월 29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 에너지광물자원부 규정 제6호를 발표하며 구리, 철, 납, 아연 등의 광물 수출 허가를 2024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규정은 2024년 6월 1일부터 시행됐다.

 

2024년 5월 30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 정부 규정 제25호를 발표했다. 이 새로운 규정은 광물 및 석탄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정됐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작업 계획 및 예산 (Recana Kerja dan Anggaran Biaya, 이하 RKAB)의 정의

2. 국영 기업 자회사가 소유한 광업사업허가권(Izin Usaha Pertambangan, 이하 IUP) 또는 특별광업사업허가권(Izin Usaha Pertambangan Khusus, 이하 IUPK)의 연장

3. 금속 광물 가공 및 정제 시설과 석탄 개발 및 활용과 관련된 생산 활동의 기준

4. 종교 단체가 소유한 사업체에 우선적으로 광역특별산업지역(Wilayah Izin Usaha Pertambangan Khusus, 이하 WIUPK)의 관리를 제공하여 지역 사회 복지를 개선하는 것

5. 계약/협정 운영의 연장으로서의 IUPK 연장 기준

여기서 말하는 광업사업허가권(IUP) 란, 큰 규모의 상업위주 광업지역인 광업사업지역(Wilayah Usaha Pertambangan, 이하 WUP)에서 광산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허가이며, 특별광업사업허가권(IUPK)란, 국가 전략을 위한 주 가용 채굴 매장량 지역인 국가전략을 위한 예비 사업 지역(Wilayah Pencadangan Negara, 이하 WPN)에서 광산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는 허가이다. 두 규정의 일부 내용을 정리하자면 아래 표와 같다.

 

<정부규정과 에너지광물자원부 규정 요약표>

2024년 정부규정 제 25호	2024년 에너지광물자원부 규정 제 6호
발표일: 2024년 5월 30일 시행일: 2024년 5월 30일	발표일: 2024년 5월 29일 시행일: 2024년 6월 1일
1. 특별광업사업허가권(IUPK)의 연장   (제 195조 A&B) 특수 광업 라이선스 연장을 위한 고려 사항은 아래와 같다. (1) 인도네시아 기업이 지분의 최소 51% 소유 (2) 국영 기업이 소유한 지분을 10% 추가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함 (3) 연장 기간은 광산에서 채굴 가능한 매장량에 따라 부여됨 (4) 기업은 인도네시아 내에 광물 자원의 채굴에서 최종 제품 생산까지의 모든 단계를 포함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함 (5) 가공 및 제련 시설을 운영할 수 있을만한 매장량을 확인해야 함 (6) 신규 투자에 대한 계획(commitment) 제출 (7) 국가 수익 고려	1. 적용 범위   (제 2조) 이 규정은 구리, 철, 납, 아연 등 금속 광물의 생산 활동이 가능한 단계에 있는 광업 라이선스(IUP) 보유자 또는특수 광업 라이선스 보유자(IUPK) 보유자가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금속 광물 정제 시설의 건설 완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 이 규정은 이러한 시설들이 시험 가동단계(commissioning Stage)에 진입한 경우 적용된다.
2. 광업특별산업지역(WIUPK)   (제 83조A) 종교단체 소유 기업에 광업특별산업지역(WIUPK) 운영 우선권 부여. 개정 목적은 지역사회 복지 증진   종교단체 소유 기업의 운영 우선권은 에너지 광물자원부 장관의 승인 없이는 다른 기업에 이전 될 수 없다.	2. 수출 허가 연장   (제 3, 4조) 2024년 5월 말까지 시험 가동 단계(Commissioning Stage)에 진입한 기업들은 “정광” 및 “양극 슬러지”를 2024년 12월 31일까지 수출 할 수 있다.   (제 5조) 단, 수출 허가를 득하기 위해서는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료: 2024년 정부규정 제 25호 및 에너지광물자원부규정 제 6호]

 

광물 수출 승인 취득 요건

 

2024년 에너지광물자원부 규정 제6호에 따르면, 수출 허가 연장이 적용되는 제품 유형은 정광과 양극 슬러지이다. 수출을 위해서는 무역부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광을 수출하려면 기업의 정제 시설이 2024년 5월 31일까지 시험 가동 단계(Commissioning Stage)에 도달해야 한다. 이러한 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광 수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기업은 해당 규정에 따라 최소한의 국내 수요를 먼저 충족해야 한다. 양극 슬러지를 수출하려면 특별광업사업허가권(IUPK)을 보유하거나 산업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기업이 추가 정제 시설을 건설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과 더불어 에너지광물자원부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추천서를 받는 과정은 최소 14일이 소요되며,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다.

 

<추천서를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 목록>

필요 서류	세부 내용
계획서	2024년 12월 31일까지 정제 시설 건설을 완료한다는 계획서
검증보고서	정제시설이 2024년 5월 31일까지 시험 가동단계에 진입했음을 명시하는 검증기관의 보고서
활동계획서 및 예산	-
매장량 보고서	-

[자료: 2024년 에너지광물자원부 규정 제 6호]

 

수출세 규정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 재무부 규정 제38호를 발표했다. 이 규정은 2024년 6월 3일부터 적용되며, 수출세를 규정하고 있다. 구리 정광에는 7.5%의 수출세가 부과된다. 철, 납, 아연 정광의 경우, 재무부 규정을 충족하면 5%의 수출세가 부과된다.

 

시사점

 

금번 인도네시아 정부의 조치는 우리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최근 구리 수입 통계를 살펴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로부터 가장 많은 구리 원광 및 정광을 수입했으며, 수입액은 약 13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체 구리 수입액의 22.4%이다. 2019년 인도네시아로부터 수입한 구리 수입액이 1.9억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5년 사이 수입액이 6.7배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산 구리 원광 및 정광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의 결정으로 올해 연말까지 계속해서 구리 정광을 수입할 수 있게 됐다.

 

<한국 구리(HS code 2603) 수입액>

(단위: US$ 백만)

국가/연도	2019	2020	2021	2022	2023
인도네시아	195	230	793	1,477	1,304
칠레	1,163	1,235	931	1,121	1,100
호주	510	910	1,328	1,295	978
페루	539	913	1,288	638	684
캐나다	504	453	775	680	577
총 수입액	3,447	4,249	6,017	6,578	5,826

[자료: Global Trade Atlas]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의 다운스트림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인도네시아 내 정제 및 제련 시설이 완비되면 구리 정광의 수출은 내년부터 금지될 수 있다. 올해 2월 당선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도 현 조코위 정부의 다운스트림 육성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표방한 바 있어, 향후에도 인도네시아의 광물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자료: Statista, Global Trade Atlas, 에너지광물부 규정, 현지 언론(Jakarta Post), KOTRA 자카르타 무역관 자료 종합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