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현대인이 향긋한 모닝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 전 잠시 카페에 들러 사 오는 커피, 커피 메이커에서 내리는 커피, 혹은 인스턴트 커피 등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겠지만, 미국 가정 및 회사 환경에서 흔히 목격되는 풍경 중 하나는 간편한 커피 캡슐(Pod)을 넣고 버튼을 누르는 ‘싱글 서브(Single-serve)’ 커피 형태다. 이처럼 싱글 서브 커피 머신의 보급률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지는 커피 캡슐 쓰레기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오르내린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반가운 소식이 최근 미국 커피 시장에 전해졌다. 바로 ‘플라스틱 포장 없는’ 친환경적인 커피 캡슐이 등장한 것이다.

캡슐 커피 선두기업 큐리그(Keurig), 최근 ‘플라스틱 Free’ 캡슐 선보여

미국 내 싱글 서브, 즉 캡슐 커피 업계의 독보적인 선두기업 큐리그(Keurig)는 최근 ‘플라스틱 Free’ 커피 캡슐과 그에 맞는 전용 커피 추출 기기(Coffee brewing machine)의 성공적인 개발 소식을 발표했다. ‘K-라운즈(K-Rounds™)’라는 명칭의 이 새로운 커피 캡슐은 플라스틱 소재의 포장재 없이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며, K-라운즈 캡슐을 넣고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전용 시스템 ‘알타(Keurig Alta™)’도 함께 소개됐다.

<큐리그에서 새롭게 발표한 플라스틱 Free 커피 캡슐 ‘K-라운즈’ 및 전용 커피 추출 머신 ‘알타’>

[자료: Keurig 웹사이트(https://www.keurig.com/hub/lifestyle/k-rounds)]

작은 컵 모양의 플라스틱 패키징으로 대표되는 큐리그의 기존 커피 캡슐(K-Cup® pods)과 달리, K-라운즈 캡슐은 갈아서 압축된 프리미엄 원두를 식물 기반(Plant-based) 소재의 보호 코팅이 감싸고 있는 형태다. 이러한 식물 기반 보호 코팅 덕분에 원두의 맛과 풍미가 그대로 보존될 뿐만 아니라, 커피 추출 후의 K-라운즈 캡슐 잔여물에도 플라스틱 등의 타 성분이 없기에 여타의 커피 찌꺼기와 마찬가지로 퇴비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라운즈 캡슐의 상단부에는 원두 종류별로 각기 다른 추출 스타일 정보 코드가 표기돼, 전용 머신인 알타 시스템에서 커피 추출 시 코드를 판독해 각 원두 종류에 맞는 완벽한 맛, 향, 풍미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큐리그는 이 새로운 캡슐 개발에 앞서, 친환경 커피 캡슐 분야의 선발주자인 유럽 기업 델리카(Delica, 브랜드명 CoffeeB)와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2022년 이미 동그란 볼(Ball) 형태의 플라스틱 Free 커피 캡슐을 스위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지역에 선보인 델리카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큐리그는 해당 기술을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렇듯 델리카의 특정 기술에 큐리그의 연구개발 성과가 더해져 탄생한 K-라운즈 캡슐은 델리카의 커피 볼과는 다른 퍽(Puck) 모양으로, 원두별 추출 스타일 코드가 표기된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이처럼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인 K-라운즈는 환경 인식이 높은 다수의 소비자에게 어필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이 캡슐의 사용을 위해서는 새로운 알타 커피 추출 시스템 역시 필요해 신규 및 기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슈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과도기의 원만한 극복을 위해 알타 시스템은 기존의 플라스틱 캡슐까지도 추출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큐리그의 설명이다. 기존의 플라스틱 캡슐 또한 최근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게(Recyclable) 만들어지고 있으며, 큐리그는 올해 안에 자체 재활용 프로그램까지 선보일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큐리그의 기존 플라스틱 커피 캡슐 ‘K-컵’>

[자료: Keurig 웹사이트(https://www.keurig.com/)]

미국 커피 시장 현황은

글로벌 시장조사 및 통계 전문기관 Statista의 ‘미국 싱글 서브 커피 시장 보고서(Single-serve Coffee Market in the U.S., 2024년 3월 발간)’에 따르면, 미국 내 커피 소비량은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3~2014년에는 약 2381만 자루(60㎏ bags)가 소비된 것과 비교해 2022년에는 약 2633만 자루가 소비된 것으로 기록됐으며, 2024년에는 약 2730만 자루가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2024년 미국의 국내 커피 소비량 변화 추이 및 전망>

(단위: 백만 자루)

주: 자루당 60㎏ 기준, 2024년 수치는 예상치

[자료: Statista, Domestic consumption of coffee in the United States from 2013/14 to 2023/2024]

한편,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드립 커피 메이커(Drip coffee makers)가 가장 사랑받아 왔으며 여전히 가장 많은 미국인이 사용하는 커피 추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큐리그와 같은 싱글 서브 커피 머신의 인기가 드립 커피 메이커를 맹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미국 커피협회(National Coffee Association)가 1748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조사 대상 중 33%가 드립 커피 메이커를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큰 차이 없는 약 27%의 소비자가 싱글 서브 커피 머신을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Statista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2020년 팬데믹이 불러온 재택근무를 비롯한 실내 라이프 스타일의 증가를 꼽고 있다. 실내 생활이 증가하면서 많은 소비자가 집에서 모닝커피를 마셔야 했고, 커피 머신의 크기나 심미적인 면에서 싱글 서브 커피 머신이 상대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당시 많은 가정에 보급된 것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많은 소비자가 여전히 싱글 서브 커피 머신과 캡슐을 사용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미국 소비자의 커피 추출 형태별 비중>

[자료: Statista, Method of preparation among past-day coffee drinkers in the United States in 2023]

시사점

지난 1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한 연구팀의 발표 내용이 시장의 화두가 된 바 있다. 바로,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플라스틱 생수병에서 상당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검출된 플라스틱의 종류도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머리카락 두께의 1/50000 수준으로 작은 나노 플라스틱의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바다에 떠다니며 수중 생물을 괴롭히는 플라스틱 쓰레기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미세한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 또한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소비시장 및 업계의 움직임은 향후 더욱더 적극적이고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앞서 살펴본 플라스틱 Free 커피 캡슐과 같은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 역시 더 많은 분야로 확산될 듯하다.

미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분야에 종사 중인 L 매니저는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Z세대 소비자들로부터 다양한 ‘플라스틱 제로’ 제품에 대한 니즈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커피 관련 시장을 살펴보면 작게는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개인의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부터, 크게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커피 메이커나 커피 머신까지도 플라스틱 부품이 없는 제품을 찾는 움직임까지 포함된다고 덧붙인 L 매니저는 향후 더 다양한 분야에서 플라스틱 없는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발 더 나아가 쓰레기를 배출시키지 않는 ‘먹을 수 있는 음식 패키징(Edible packaging)’ 등 혁신적인 분야들 역시 떠오르는 만큼, 우리 기업을 포함한 관련 업계는 이와 같은 미국의 플라스틱 Free 열풍 및 연관 제품 시장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자료: Keurig, The Spoon, Retail Dive, Statista, Majesty Coffee, Pexels,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