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작으로 일본 전국에 태양광 패널 설치 의무화 검토 

2022년 12월 도쿄는 일본 지자체 중 최초로 단독주택을 포함한 모든 신축 건물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2025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도입 배경은 가정 부문에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줄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도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발맞춰 2030년까지 도쿄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0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가정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쿄는 2021년 도시내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이 2000년에 비해 10.4% 줄었다고 발표했다. 산업·업무 부문에서 6.1% 줄었고, 운수 부문에서는 50%나 감소했다. 반면 가정 부문은 34.8% 증가했다. 이는 도시 인구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다른 지역에서 도쿄로 전입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으며, 2022년에는 도쿄 인구가 14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이유로 인구가 밀집한 도쿄에서 가정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필수 과제로 남았다. 이에 도쿄는 2050년까지 기존 주택의 70%를 재건축하고, 모든 신축 건물 주택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가정에서 친환경 전력의 생산은 늘리고, 송전 설비 비용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쿄도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한 정책 슬로건>

*전력을 '줄인다(H, へらす)', '만든다(T, つくる)', '모은다(T, ためる)

[자료: 도쿄도청 홈페이지]

도쿄가 단독주택을 포함해 신축 건물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한 뒤,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는 도쿄의 결정 직후 2023년부터 제도 도입을 검토해 2025년 4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 비슷하게 사가미하라시는 2027년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지바현 마츠도시와 나가노현은 올해부터 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수도권을 중심으로 태양광 패널 설치 의무화에 대한 검토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자국 내 채굴 가능한 화석 연료가 제한적이어서, 연료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대유행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갑작스런 공급 중단을 막기 위해서 일본 내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축소 문제에 직면한 지방에서는 재생에너지 도입이 더욱 시급하다. 이러한 배경 아래 태양광 패널 설치 의무화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교토부, 군마현,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등에서는 태양광 패널 설치 의무화를 이미 시행하고 있었으나, 이 제도의 대상은 주로 대규모 건축물이었고 주택은 그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2030년 이후 태양광 폐패널 대량 발생 예정… 처리 방안 미리 수립해야 

한편 2030년에는 태양광 폐패널 즉, 사용 후 패널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1980년부터 1996년까지 저금리 융자를 제공하는 '솔라 시스템 보급 촉진 융자 제도'와 2012년부터 시행된 '고정가격 매입(FIT) 제도'를 통해 주택용 태양광 패널의 대량 도입을 지원해 왔다. 태양광 발전이 재생에너지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2020년 기준으로 일본(72GW)의 태양광 패널 도입량은 중국(253GW), 미국(95GW)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다. 

태양광 패널 보급 확산에 따라 태양광 폐패널의 처리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폐패널 처리 문제는 태양광 발전을 빠르게 도입한 일본에서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는 비단 일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공통 과제기도 하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대체로 20~30년 정도다. 태양광 패널 수명 주기에 따르면 2012년 이후 FIT제도를 통해 대량 도입된 일본의 태양광 패널은 2030년대 중후반에 폐기될 예정이다.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기할 태양광 패널의 양은 2035년에서 2037년 사이에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규모는 연간 약 17만~28만 t(톤)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5년도 산업 폐기물 최종 처분량의 1.7~ 2.7%에 해당하는 양이다.

<태양광 폐패널 배출량 예측 ①>

(단위: t)

[자료: 국립연구개발법인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 (NEDO)]

<태양광 폐패널 배출량 예측 ②>

[자료: 국립연구개발법인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 (NEDO)]

폐패널 처리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폐패널에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어 무작정 폐기할 경우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태양광 패널이 특수 소재를 사용해 견고하게 제작되기 때문에 처리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폐패널의 안전한 처리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유해 물질에 대한 정보가 패널 관련 업체 간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폐패널 대부분이 산업 폐기물로 매립되거나 불법적으로 버려지고 방치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생애주기는 제조, 설치, 해체, 폐기 등 최소 네 단계를 포함하며, 모든 단계는 여러 업체가 관여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해외에서 수입된 패널까지 유통되면서 관련 업체 간의 정보 공유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편, 태양광 폐패널을 적절히 처리하면 은, 희소금속, 유리 등의 소재를 회수할 수 있다. 일본 환경성은 이러한 폐패널의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희소금속과 같은 산업 중요자원은 생산국이 제한돼 있으며 광맥의 감소에 따른 공급망 단절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자국 내 자원 확보를 위한 대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 폐패널의 재활용은 경제 안정과 보장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태양광 패널 재활용 관련 제도 정비 현황

일본 환경성은 2022년 5월부터 태양광 폐패널의 재활용 의무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건설재활용법을 개정해 태양광 패널을 대상 품목에 추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같은 해 7월에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수익 일부를 태양광 폐패널 처리 비용으로 사전 적립하도록 의무화했다. 2024년부터는 현행 고정가격매입(FIT/FIP) 제도 하에서 태양광 패널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검토가 진행 중이며, 이는 '제7회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설비의 폐기·재활용 기본방향에 관한 검토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태양광 패널에 함유된 유해 물질, 예를 들어 납, 비소, 카드뮴, 셀레늄 등에 대한 정보 등록을 의무화하려 하고 있다. 이는 적절한 폐기와 재활용 과정에서 필수적인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해당 제도는 2024년 이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관련 업체에는 사전에 이러한 내용을 고지할 예정이다. 태양광 패널에 특화된 새 법안을 제정하기 위한 검토는 올해 2024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따라서 향후 태양광 패널 관련 제도와 법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태양광 패널 폐기에 관한 제도 현황>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한·일 기술협업으로 태양광 패널 재활용 사업 진행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일본 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폐기처리 사업을 전개하는 사닉스는 2023년에 태양광 패널 재활용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올해 기술 실증을 목표로 사가현의 자사 공장에서 설비 도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전국에 있는 15개 공장을 활용해 태양광 패널 재활용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미츠비시케미컬 그룹의 신료(新菱)는 사용 후의 태양광 패널을 고온 처리해 유리와 금속 등의 소재를 저가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분쇄 처리 후 소재를 분리 회수하는 기존 방법에 비해 비용을 20~30% 절감할 수 있다. 신료는 2025년 이후 이 신기술을 활용한 재활용 거점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과 기술협력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 폐패널 재활용 장치를 개발해 판매하는 일본 기업 니이미솔라컴퍼니는 태양광 청소로봇을 개발한 한국 스타트업 리셋컴퍼니와의 기술협업을 통해 태양광 재활용률을 향상한 열분해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니이미솔라컴퍼니는 패널에서 분리된 보호 유리와 태양전지에 남아 있는 EVA(밀봉제), 백시트 등의 유기물질을 분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리셋컴퍼니는 패널에서 알루미늄 프레임과 보호 유리, 태양전지를 높은 정밀도로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니이미솔라컴퍼니에서 개발된 열분해 장치>

［자료: 닛케이신문］

두 기업의 사업 협업 구조는 다음과 같다. 먼저 리셋컴퍼니가 버려진 태양광 패널에서 알루미늄 프레임, 보호 유리, 태양전지를 분리한다. 이후 니이미솔라컴퍼니가 열분해 장치를 사용해 보호 유리와 태양전지에 남아 있는 재활용 가능한 유기물질을 높은 순도로 회수한다. 다시 리셋컴퍼니는 펄스레이저를 이용한 광환원 기술로 태양전지에 들어 있는 은(Ag) 등의 자원을 나노 크기로 추출한다. 최종적으로 니이미솔라컴퍼니는 분리된 보호 유리를 열분해해서 깨끗한 유리판을 제조하고, 이를 새로운 태양광 패널 제작에 다시 사용한다.

이렇게 두 기업은 고유의 기술을 결합해 태양광 폐패널에서 새로운 태양광 패널을 제조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같은 태양광 패널로 재활용하고, 재활용률은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런 기술협업은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리셋컴퍼니는 혁신적인 기술과 신속한 대응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서 니이미솔라컴퍼니와 협력하며 올해 내로 재활용 장비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재활용 공장 설립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에서는 일본 내에서 발생하는 태양광 폐패널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태양광 패널 구조>

[자료: 일간공업신문]

시사점

시장조사기관 리서치네스터(Research Nester)는 광맥에서 캐내는 희소금속 등의 자원 감소로 태양광 재활용의 경제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셋컴퍼니는 KOTRA 도쿄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태양광 시장은 한국보다 10배 이상 크고, 이에 따라 태양광 패널 재활용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매우 높다. 다만 일본에서는 태양광 폐패널이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허가받은 업체만 재활용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런 제도는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셋컴퍼니는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제도 정비가 신속히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폐패널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는 시장에서는 리셋컴퍼니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갖추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 분야에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리셋컴퍼니와 니이미솔라컴퍼니 협력 사례처럼 목적이 같은 기업들이 기술협업을 하면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기술보완적 협업은 일본 태양광 패널 재활용 업계 전체의 성과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도쿄도청, 국립연구개발법인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 (NEDO), 닛케이신문, 일간공업신문,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