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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국영 암호화폐 '페트로'의 몰락과 시사점
  • 경제·무역
  • 콜롬비아
  • 보고타무역관 정건영
  • 2024-02-20
  • 출처 : KOTRA

발행 6년 만에 종식 맞이한 암호화폐 실패작으로 꼽혀

베네수엘라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페트로’가 발행된지 약 6년만에 종식을 선언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페트로는 2018년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발행한 암호화폐로 2024년 1월에 발행이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는데 이에 대한 원인과 시사점을 살펴본다.


페트로 도입 배경


페트로 도입의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베네수엘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제재이다. 베네수엘라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국의 법정 통화 볼리바르(Bolivar)의 지속적인 평가절하를 겪어왔다. 페트로가 도입되기 직전 해인 2017년에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438%를 기록하였고, 그 다음 해에는 무려 63,374%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된 정치사회적 불안정이 지속되자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약 77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고국을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베네수엘라 인플레이션 1985-2024>

(단위: %)

[출처: Statista, 2024.02.07]


이러한 역사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미국과의 갈등과 경제 제재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에 이르렀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이른바 핑크타이드(분홍색 물결, 중남미 지역에서 사회주의 정당이 다수 집권하는 현상)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제가 유지되었으나 2016년에 베네수엘라 석유의 수출 비중이 95%에 달하는 등   존하게 되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하락과 함께 2017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석유회사의 부채나 자산에 대한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발표하면서 자금 조달이 막히게 되었다.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석유를 수출하여 대금을 수취할 방도가 없고 부채를 상환할 방법이 어려워지자, 베네수엘라 정부가 우회 수단으로 페트로를 도입하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페트로 특징


1. 페트로는 석유 1배럴에 고정(peg)된 디지털 화폐이다. 즉 1 페트로 = 1 배럴이며 원유의 가격 변동에 따라 페트로의 가치도 바뀌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은 화폐로 평가받았다. 페트로가 최초로 시중에 풀린 2018년 2월에 원유는 배럴당 60달러였는데 약 2년 뒤 팬데믹으로 인해 현물이 18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변동성이 높은 페트로를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사용할 기관은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2. 페트로는 암호화폐의 RWA(Real World Asset)화 초기 시도로 꼽힌다. RWA는 실물자산에 고정(peg)되어 있는 화폐로 상기 언급한 1번 특징과 개념적으로는 같지만, 일반 사람들이 쉽게 투자하지 못하는 미술 작품, 에너지원 등을 특정 담보하에 토큰화하여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3. 페트로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아니다. 즉,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발행기관한 것이 아니며, 정부에서 별도로 신원인증을 위해 구축한 애국플랫폼(Plataforma de Patria) 내에 전자지갑을 만들어서 그곳에서만 페트로를 구입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페트로의 도입은 기존 화폐인 볼리바르 발행과 병행되었기에 CBDC의 주요 특징인 현금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과는 목적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페트로 몰락 원인


페트로 몰락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는 것이다. 석유 거래 제재 등을 우회하기 위해 도입한 방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지정한 애국플랫폼에서 휴짓조각보다 값어치가 낮은 볼리바르로만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서 접근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매번 예측 불가능한 내용을 고지하여 사용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킨 점도 몰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배럴에 고정되어 있던 페트로를 가치가 없는 볼리바르에 고정시킨다는 기습 발표를 하였는데 이때부터 페트로가 널리 유통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초로 페트로를 발표했을 때는 원유 배럴에 고정되어 있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으나, 결국 페트로가 볼리바르에 고정됨에 따라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는 원유를 RWA화한 토큰으로 국외 투자자를 유치하고자 했지만,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변덕으로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ICO(Initial Coin Offering, 초기 코인공개)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는데 보통 ICO를 진행 시, 어느 팀에 의해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가 백서에 명확히 적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페트로의 경우, 한 나라의 정부가 추진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ICO 단계에서 어떤 투자자들이 모집되었고, 얼마만큼의 투자액을 모금하였는지 일절 발표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페트로 토크노믹스>

(단위: 페트로)

시장 공급량

1차 사전 유통량

38,200,000

2차 사전 유통량

44,000,000

국가 보유량

17,800,000

총 발행량

100,000,000

[출처: 페트로 백서 기반 KOTRA 보고타무역관 자체 정리]


페트로가 실제로 기능하려면 총 발행량을 담보로 하는 1억 배럴을 발행 주체가 확보하고 언제든지 소유권을 신속하게 이전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실제로는 페트로 발행 이후 여러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우선 페트로를 자국 화폐인 볼리바르로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 대부분의 잠재 투자자들이 투자를 망설였고, 총 발행량의 담보가 되어야 하는 아타피리레(Atapirire) 지역의 배럴 생산이 중단되면서 페트로에 대한 신뢰가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페트로가 발행되고 나서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블록 탐색기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서버가 마비되어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페트로의 시사점


대부분의 언론이 페트로 프로젝트를 실험적이지만 실패에 그칠 것이라고 예견하였고 실제로 실패하였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베네수엘라 기업가는 베네수엘라에서 생활하는 동안 페트로를 사용할 일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비록 페트로가 정부의 부채 상환 등의 특수목적으로 발행되었다고 하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였기에, 정상적으로 작동한 적은 없었으며 발행 중단까지 6년이 걸린 것이 오히려 길었음을 강조했다. 익명의 또 다른 베네수엘라의 사업가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주체가 되어 암호화폐를 발행한 것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와 같은 특징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아울러 원유를 담보로 한 페트로는 신뢰가 부족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러를 채택하였고, 실제로 2018년 말부터 베네수엘라가 달러화 경제가 되었다고 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정부의 탈달러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달러화(De facto Dollarization)로 인해 경제가 달러 기반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유입되고 있는데 이는 페트로와 같은 우회 수단을 마련하여도 거시 경제의 흐름을 역행하기에는 부족함을 시사한다.



자료: Statista, 로이터, 페트로 백서, PDVSA, Plataforma Patria, Cointelegraph, Petro Explorador, SLATE, KOTRA 보고타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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