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공급 과잉 시대이다. 2021년 한 해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셧다운, 물류위기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부족 사태가 일어났던 것와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한편, 최근 유통사들은 쌓이는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스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월마트(Walmart), 타겟(Target), 아마존(Amazon), 홈디포(Home Depot) 등 미국 리테일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유통사들이 쌓아둔 재고 처리를 위해 제조 및 공급업체에 주문 철회를 통보하고 가격 인상을 제지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10월 월마트 대표인 Doug McMillon은 샘스클럽(월마트 계열사인 멤버십 전용 체인 소매점) 공급업체들과의 미팅에서 더 이상의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며 주문 역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겟 역시 일부 제품의 경우 올해 안에 더 이상의 주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매체인 Retail Dive에 따르면, 실제로 월마트는 이러한 소극적인 주문활동 및 할인확대를 통해 2022년 2분기부터 3분기까지 초과 재고 33%를 줄여 재고 증가율이 개선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10억 달러 상당의 초과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속한 처리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큰 연말 세일 및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2021~2022년 대형소매점 재고율 추이>

(단위: %)

[자료: FactSet]

예측 실패에 따른 공급과잉

과거 유통사들은 Buy on time(필요시 구매) 시스템을 구축해 철저히 재고를 관리해왔다. 그러나 2021년 공급망 대란으로 배송 기간이 불규칙해지면서 재고관리가 어려워졌다. 이에 부족을 두려워한 유통사들은 추가 주문을 늘리고 배송 지연을 고려해 평소보다 일찍 주문을 넣었다. 그러나 유통사들의 예측과는 다르게 제품마다 원부자재 부족 혹은 제조 리드타임이 불규칙하며 어떤 제품은 예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고 또 어떤 제품은 너무 늦게 도착하며 창고에 재고가 쌓이게 되었다.

백화점 Kohl’s는 작년 겨울 판매했어야 할 겨울재킷이 배송이 늦어져 올해 여름에 도착하면서 창고 안에 쌓여 있다가 드디어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졌다. 의류 소매업체인 나이키는 재고 처리를 위해 계속해서 대대적 할인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재고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Kohl’s, Nike의 재고 보유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0%, 44.0% 증가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니즈가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치솟는 물가로 인해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대체품을 선택하고 일반 상품에 대한 소비 비중을 줄이는 반면, 식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났다. 이렇듯 유통사들의 예측 실패는 공급과잉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미국 통계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유통사 재고가 5500억 달러를 초과할 전망이다.

<2017~2022년 미국 유통사 재고량 변화 추이, 자동차 제외>

(단위: 10억 달러)

[자료: US Census Bureau]

유통사 압박 가중에 따른 제조업 위축

이러한 대형 유통사들의 압박이 가중되면서 제조업체는 계속해서 오르는 원부자재 가격과 이미 생산된 재고의 부담을 떠안게 돼 제조업의 위축 및 무역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홈디포에 조경 자재와 바닥재를 납품하는 제조기업 Scotts Miracle-Gro Co.와 Mohawk Industries Inc.는 최근 주문이 취소되면서 매출이 크게 하락해 수백 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공장과 물류센터 일부를 자동화해 고용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Newell Brands Inc.는 연말연시 쇼핑 시즌을 앞두고 임시직원까지 고용해 추가 생산하였으나 월마트와 타겟이 주문을 철회하면서 생산한 재고를 모두 떠안게 되었다. Newell Brands의 CEO인 Ravi Saligram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작년 동기 대비 자사는 약 5억 달러 가치의 재고를 더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9월부터 연속 2차례 매출 예상액 및 이익을 하향 조정했다. Ravi는 “재고를 보관할 수 있는 추가 창고를 알아보고 있다. 기업은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보관했다가 내년에 다시 판매하는 이른바 ‘Pack-and-hold’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nstitute of Supply Management, 이하 ISM)에서 발표한 9월 PMI(Purchasing Management Index, 이하 PMI)에 따르면, 신규주문 지수는 전월 대비 4.2%p 하락한 47.1을 기록했고 재고 추이를 볼 수 있는 제조업 재고 지수와 유통사가 보유한 재고 지수 모두 각각 2.4%p, 2.7%p 증가했다.

특히 주문량 감소가 두드러지는 품목은 의류, 가구, 생활소비재, 전자제품이다. 가구 제조업체는 “거의 모든 제조업체가 리드타임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고객사들은 더 이상 재고를 보유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으며, 생활소비재 업체는 “주문량이 줄어 매출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직원 수를 줄이고 기업 유지가 가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음료의 경우, 유통기한이 있어 판매가 되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재입고가 필요하지만 비식품 혹은 일반 상품은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 신규 주문량이 더욱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8~9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추이>

(단위: %p)

[자료: ISM]

대형유통사와 제조업체 간의 윈윈(Win-win)전략

대형유통사와 제조업체는 최대한 회사의 이윤을 줄이지 않고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윈윈전략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월마트는 제조업체들과 협력해 판촉전을 확대해 신제품을 선보이고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화장지, 종이컵 등을 제조하는 Kimberly-Clark와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Newell은 최근 월마트와 협력을 통해 판촉전 열어 판매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비자를 유치하고 판매를 늘리고 있다. 신제품 홍보를 과거보다 서두르고 트래픽이 많은 지역의 매장 혹은 웹사이트에서 제품에 대한 한시적 광고 또는 할인 마케팅 지원을 늘리는 등 제품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패키징 사이즈를 최소화해 부피를 줄이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대형 유통사는 더 적은 창고 공간에 더 많은 재고를 보관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에 패키징 사이즈를 줄일 것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장난감 제조업체 Super Impulse는 소매업체인 바이어로부터 매장과 창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규 주문하는 제품에 대해 모두 패키징 크기를 줄이길 원한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사점

월스트릿저널에 따르면, 공급망 분석가와 유통사 경영진들은 이미 유통사가 보유한 재고량이 너무 많아 주문 철수 효과가 내년 중반이나 말까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통사는 다가오는 연말 쇼핑 대목에 맞춰 재고 처리를 위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할인만이 답은 아니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체는 유통사로부터 가격 인상을 제지받거나 할인된 가격 요청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계속되는 주문 철회로 인해 제조업 위축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생활소비재를 제조해 미국 대형유통사에 납품하는 한 우리 기업에 따르면 최근 원부자재 가격 상승, 환율변동, 미국 철도를 포함한 물류 파업 위기 고조 등으로 인해 원가 책정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더불어, 바이어로부터 최근 가격 인상에 대한 제지가 더해지고 있어 기업은 원가를 다시 책정하기 위해 50원 단위로 나누어 계산하고 있으며 2022년 10월 기준 연말 이익을 하향 조정했다. 해당 기업은 현재 유럽에서 일부 원부자재를 수입하고 있으나 이러한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저렴한 원부자재 납품처를 물색 중이다. 

우리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따른 영향을 사전에 인지하고 현지와 윈윈할 수 있는 전략과 마케팅 방안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자료: Wall Street Journal, US Census Bureau, ISM, Retail Dive, Fact Set, 그 외 KOTRA 시카고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