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일본의 디지털화 지연이 실질 GDP 성장 정체 등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00년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미국, 영국, 일본의 2020년 실질 GDP는 각각 139.9, 124.1, 109.5로 일본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향후 모든 산업 현장에서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정부는 디지털화를 방해하는 아날로그 규제를 점검하고 철폐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DX 지연의 주범, 레거시 시스템

DX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수집·축적·처리하는 IT시스템이 환경변화, 경영·사업의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맞춰 비즈니스를 바꾸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DX 실현을 방해하는 주범은 ‘레거시 시스템*’이며,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약 80%가 여전히 레거시 시스템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업 관련 시스템에 가장 많이 남아 있고, 건축 토목 분야는 약 55%로 가장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 레거시 시스템(legacy system): 낡은 기술이나 방법론,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을 가리키는 말로, 경영 · 사업 전략 측면에서 고비용 구조의 원인이 되는 시스템을 의미

<업종별 레거시 시스템 비율>

(단위: ％)

[자료: 경제산업성]

또한 응답 기업의 약 70%가 이 레거시 시스템이 자사의 디지털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응답했다. 레거시 시스템이 DX의 걸림돌이 된다고 느끼는 이유로는 '문서가 정비돼 있지 않아 조사에 시간이 걸린다(49%)', '레거시 시스템과 데이터 연계가 어렵다(46%)', '다방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테스트에 시간이 걸린다(45%)' 등으로 조사됐다.

<‘레거시 시스템이 DX의 걸림돌이 된다고 느끼시나요?’ 문항에 대한 응답 비율>

(단위: %)

[자료: 경제산업성]

<레거시 시스템이 DX의 걸림돌이 된다고 느끼는 이유>

(단위: ％)

[자료: 일반사단법인 일본정보 시스템·유저 협회]

이러한 문제로 일본기업은 정보 시스템화 추진을 통한 경쟁력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복잡한 시스템으로 인해 기업 전체의 정보 관리 및 데이터 관리가 쉽지 않다는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데이터 및 정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스템과의 연계가 쉽지 않고, 이용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일본, 아날로그 규제 2024년까지 약 9000개 철폐 계획

일본 정부는 10월 27일 디지털 임시 행정 조사회에서 약 9125개에 달하는 아날로그 규제 조항의 99%(9029개 조항)를 2024년 통상 국회까지 개정할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6월에 결정한 약 4000건의 규제 철폐 대상 범위를 확대해 이번 10월에 약 9000건으로 변경했다.

기시다 총리는 “국민이 디지털화 효과를 실감하기 위해서 지자체에서 아날로그 규제 여부를 점검하고 재검토해 행정 서비스 등의 디지털화를 하는 것이 필수이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처를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아날로그 절차를 대신하는 디지털 기술을 육성하는 것도 목표로 한다. 주요 7개 항목의 규제를 개정해 활용 가능한 디지털 기술과의 대응 관계를 정리해 맵핑하고, 디지털 기술의 내용과 어느 기업이 해당 기술을 보유하는지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 카탈로그’를 작성한다. 이를 통해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기술 활용을 촉구할 계획이다.

<테크놀로지 맵의 활용>

[자료: 디지털청]

대표적인 일본의 아날로그 규제

일본의 대표적인 아날로그 규제 항목은 7가지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표적인 아날로그 규제 항목>

[자료: 디지털청, KOTRA 무역관 자체 정리]

<아날로그 규제 개정 예시>

[자료: 디지털 청, KOTRA 무역관 자체 정리]

일본 정부가 디지털화 추진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

일본 정부는 아날로그 규제 재검토를 통해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성장을 실현하고자 한다. 디지털 청은 중소기업의 AI 도입으로 11조 엔의 비용 및 행정 절차 비용의 약 20%를 절감(추계 1조3000억 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향후 인구감소에 따른 현장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여 소득을 증가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건설 현장의 ‘상주 및 전임 규제’를 철폐하고, 원격 감독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첨단기술을 현장에 도입해 사회 전체의 DX 가속화를 목표로 한다. 국토교통성이 시행하는 도로 점검을 위해 최신 디지털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는 등 전 부처에서 첨단기술을 도입하도록 촉구함으로써 일본 전체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

시사점

일본 정부는 6월에 약 4000개의 아날로그 규제 조항을 ‘25년 통상 국회까지 개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10월에 9000건에 달하는 조항으로 철폐 대상을 확대하고, 2024년 통상 국회까지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시기도 앞당겼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가 DX 가속화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 기업 등 생산성 향상, 경제성장 실현 등을 위한 디지털 기술에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므로 ICT·소프트웨어·디지털 기술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기업은 정부 및 기업 주도 오픈이노베이션, 협업 프로젝트, 공동 연구개발 기회를 모색하기 좋은 시점이라 생각된다.

자료 : 디지털청, 경제산업성, 일반사단법인 일본정보 시스템·유저 협회, 닛케이, KOTRA 오사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