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으로 8월 말부터 현지 자동차 생산 활동 위축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전력난으로 생산 비용 부담이 가중된 스페인 완성차 제조기업들은 최근 더욱 심화된 반도체 수급 문제로 안정적인 생산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스페인 내 완성차 제조 활동은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금년 초 상당 부분 위축된 바 있으나 5월을 기점으로 크게 반등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름 휴가 시즌 이후 최근 반도체 공급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8월 말부터 불규칙한 생산 활동이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PSA와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합병으로 이뤄진 스텔란티스(Stellantis) 그룹의 경우 8월 말부터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사라고사 공장과 비고 공장의 산발적인 생산 가동 중단이 반복되고 있다. 사라고사 공장의 경우 8월 30일부터 9월 4일 밤 10시까지 계획했던 생산 활동이 중단됐고 9월 12, 16, 17일 생산 일정도 취소됐다. 비고 공장 또한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생산 활동이 멈추었으며, 9월 10, 11일 계획도 취소됐다.

한편, 스페인 북부 나바라 지역에 공장을 운영 중인 폴크스바겐도 9월 5일과 9일 생산 일정이 취소됐으며,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역에 공장을 보유한 포드사도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그 밖에 폭스바겐 그룹 소속인 세아트(SEAT)사는 연말까지 임시고용해제제도(ERTE)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ERTE란 사측이 경제적 또는 수요적 이유 등으로 단기 구조 조정(근로계약 일시 중단 또는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스페인 정부는 해당 고용인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기업에는 사회보장세를 할인한다. 현지 언론에서는 세아트 측에서 ERTE를 신청할 시 3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하거나 기존에 계획됐던 주말 근무를 취소하는 방식의 근무 시간 축소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스페인 내 월별 자동차 생산량 급등락 반복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스페인의 자동차 생산량은 반도체 수급난으로 2021년 전년대비 7.5% 감소한 210만 대에 머물렀다. 이러한 현상은 2022년 초반에도 이어져, 월별 생산량이 2월 19만 대에서 4월 17만 대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5월을 기점으로 생산 규모가 다시 회복돼 6월에는 연중 최고점인 23만 대까지 회복된 바 있다. 아직 7월 이후 자동차 생산 관련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최근 실적 파악은 불가하다. 그러나 아라곤 지역 자동차 제조 클러스터 담당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8월 중반까지만 해도 생산량이 크게 늘어 주말 초과 근무까지 해야했으나 8월 말부터 반도체 수급 문제가 발생해 제조 활동이 위축됐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할 경우 올해 9월부터 스페인 내 자동차 생산량이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2022년 스페인 월별 자동차 생산량>

(단위: 대)

[자료: ANFAC(스페인 자동차제조협회)]

전망 및 시사점

아라곤 지역 자동차 제조 클러스터 담당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최근 현지 완성차 제조기업의 반도체 수급 문제는 주 단위로 급변하고 있어 사실상 연말까지 현지 자동차 제조업계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지 완성차 제조 공장의 불규칙한 생산활동은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1, 2, 3순위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부분의 스페인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들은 금년 말까지 ERTE 제도를 사용할 수 있어 영업실적이 유의미하게 감소할 시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에 부품을 납품하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현지 기존 거래선 담당자와 수시로 컨택해 생산활동 계획을 사전에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ANFAC(스페인자동차제조협회), 아라곤 자동차 클러스터 인터뷰, 현지 언론 종합 등 KOTRA 마드리드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