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민(혜영)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오후 2시 30분,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다. 행인들은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지나가고 동네 카페 주인은 가게 앞 줄을 선 사람들 때문에 영업에 방해될까 다소 신경질적인 얼굴로 주위를 유심히 살핀다. 도대체 사람들은 이 더운 날 무슨 일로 100미터나 되는 줄을 서며 기다리는 것일까?

< 주 프랑스 한국 문화원 앞 대기 줄>

[자료: 기고자 보유자료]

바로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건물 앞 풍경이다. 문화원은 2021년 문화원 개원 최초로 매핑 전시를 개최하며 프랑스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IT강국이라고 이미 알려진 한국이지만 한국의 미디어 기술력과 문화 예술을 접목한 행사는 그리 많지 않았던 가운데, 이러한 매핑 전시는 프랑스인들의 관심을 끄는데 충분히 매력적인 프로젝트였다.

게다가 처음으로 진행하는 문화원 오디토리움 내 매핑 프로젝트에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었다. 해당 전시는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유네스코 사무국 문화 다양성 협약 부서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여 유네스코 본부에서 7월 6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된 융복합 실감 콘텐츠 전시 ‘한국: 입체적 상상’의 연계전으로 문화원서 7월 21일부터 여름 한달간 진행하여 보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감상토록 한 것이다. 이미 한국 및 세계적으로 명성을 알리고 있는 공간 기반 디지털 디자인회사인 d’strict(디스트릭트)의 <Wave>, <Aurora>,<Starry beach> 및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작가의 <Beyond The Scene> 작품을 상영하여 연일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매핑 전시와 더불어 영화 <기생충> VR(구범석감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여 관객들에게 실감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경험을 선사했다.

<입체적 상상 전시 매핑 사진 : d’strict <wave> >

[자료: 기고자 보유자료]

장막 뒤에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BTS의 안무 매핑, 웅장하게 느껴지는 파도 영상,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영상 앞에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들과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활약이 커지며 동 전시는 프랑스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로써 코로나19 확산 및 여름 바캉스 시즌이라는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원 개원 이래 단기간 가장 많은 방문객을 유치(한달만에 만여 명 이상), SNS 13만 5,000뷰를 기록하는 등 미디어아트 첫 사업으로 쾌거를 거두었다. 또한 프랑스 주요 언론에서도 자발적으로 동 행사를 취재, 르피가로(Le figaro)지는 “또 다른 문화적 예외의 나라 한국, 프랑스에 오다.”, 프랑스 앵포(France Info)는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환상적인 새로운 프로젝션 매핑으로 시간을 초월하는 여행을 제공” 제목의 심층 기사를 게재하며, “놓치지 말아야할 전시”라는 평을 내놓았다.

문화원은 이러한 첫 전시의 성공에 힘입어 작년 한 해 동안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매핑 전시를 진행했다. 미디어 아트 매핑과 공연을 접목한 다프네 르세르장 미디어 작가의 <Concert For 2 Kor(e)as> 공연,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 일환 외벽 파사드 매핑, 이와 연계한 미디어아트 그룹 태싯그룹의 “모르스 쿵쿵(Morse ㅋung ㅋung)”, 현대 무용가 안은미 프로젝트 매핑 전시, 재불 소나무 작가협회 전시 일환 장광범 작가의 <Reflet> 매핑 및 소나무 협회 작가들의 전시작품 외벽 중정 매핑 전시 등을 진행하며 ▲ 새로운 형태의 전시 분야 확장 ▲ 아티스트 예술창작 기회 제공 ▲ 프랑스 현지 문화예술기관 협업 확대 ▲ 국내 아티스트 유럽 진출을 꾀했다.

작년 미디어아트 사업의 대대적 성공으로 그 파급력을 몸소 확인한 바, 올해는 해외문화홍보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2면 프로젝션 매핑에서 4면 매핑으로 확대 설치해 더욱 실감나는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첫 전시가 바로 2020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연등회”를 테마로 한 매핑 전시(6월 30일~9월 9일)다. 이 전시는 문화원에서 5월 24일부터 9월 16일까지 대한불교조계종 및 연등회 보존위원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연등회” 전시 일환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국내 미디어아트 그룹인 다베로아트(davvero art)가 연등회를 주제로 한 매핑 영상 제작을 맡아 프로젝션 맵핑을 비롯해, 영상과 연동돼 움직이는 키네틱 조명, 관객의 직접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들어가 참여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문화원 오디로티움에서 선보이고 있다.

<입체적 상상 전시 매핑 사진: d’strict <wave>>

[자료: 기고자 보유 자료]

매핑 전시와 더불어 올해 처음으로 메타버스에서 즐기는 연등회 전시도 진행한다. 메타버스 플랫폼(Klubs)을 활용한 NFT 작품 전시 및 온라인 부대행사(연등행렬)를 진행하여 프랑스 젊은 층을 집중 공략, 온 오프라인 방문객을 확대할 목적도 있지만 국내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NFT 미술시장 및 아티스트들을 프랑스에서 소개하고 프랑스 NFT 미술작가들과의 협업 전시(총 31명)를 통해 전 세계 예술계의 주목을 받는 NFT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작가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Klubs 연등회 가상 갤러리>

[자료: 고자 보유자료]

시각예술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창의적인 콘텐츠로 승부 하는 콧대높은 프랑스에서 한국의 미디어 콘텐츠가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이 생겼지만, 앞으로 기술력에 뒷받침되는 수준 높은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돼 프랑스인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우수한 예술 콘텐츠 및 아티트스트를 발굴하여 한국이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선두로 이끌어 가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한류의 저력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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