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원 러시아 고등경제대학 박사(ruut.choi@gmail.com)

개요

지난 2022년 3월 5일 미국 비자(VISA)와 마스터 카드(MasterCard), 일본 JCB 등 국제브랜드 카드사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금융제재 조치로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6월부터 한국에서도 사용 가능했던 러시아 결제 시스템 미르(MIR)와 실질적으로 해외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중국 유니온페이(UnionPay) 시스템만이 남았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서방언론에서 주장하는 카드 결제 시스템 중단은 러시아 은행에서 발행된 카드로 해외에서 결제, 자동화기기를 통한 인출 등이 불가능하지만 러시아 내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 10일 중앙은행 대변인실에 따르면 ‘국제 결제 시스템 비자 와 마스터카드는 러시아에서 철수했다’며, ‘러시아 현지에서 사용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추가 제재로 Apple Pay와 Google Pay (Android Pay)로 등록 및 사용이 불가능하며, 해외기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사용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발표 후 며칠간 비자, 마스터카드 시스템 체크카드 및 신용카드 신청이 급증했다고 보도가 있었지만, 해외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한 뒤 그 숫자는 줄어들었다.

미르(MIR) 카드 현황

러시아 연방 중앙은행에 따르면 2020년 MIR 카드 발행 수가 29%, 2021년 32.3%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였다. 또한 사용 빈도 수는 2020년 23%, 2021년 25%로 점유율 또한 높아지고 있었다. 이는 다양한 할인, 캐시 백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 8월, 러시아 최대 인터넷 쇼핑몰 Wildberries에서 MIR 카드로 결제 시 2% 할인을, 11월에는 이를 조정해 1%로 낮추어 제공함으로써 비자 와 마스터카드 수수료가 공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대형 쇼핑몰을 비롯해 개인사업자는 MIR 카드 시스템으로 결제받는 것이 결제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음을 알려 사용자가 늘어난 요소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또한 2021년 9월 1일부터 2022년 1월까지 MIR 카드 시스템으로 모스크바 대중교통 이용 시 20루블 (당시 환율 약 300원) 할인 받을 수 있었으며 현재 10루블(현재 환율 약 100원) 정도 할인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일반 모스크바 시민들에게는 이러한 할인이 크게 체감되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 JCB 사용

<JCB와 미르 제휴카드 모습>

[자료: Yandex]

2015년 초 일본 카드 결제시스템 JCB는 큰 꿈을 가지고 러시아에 진출했다. 이미 2014년 경제제재를 받은 가스프롬방크에서 2016년 6월부터 Mir-JCB 제휴 카드를 발급하며 운영하면서 점점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었다. 그해 Alfa-Bank, Svyaz-Bank, Almazergienbank 등 다양한 은행에서 발급이 가능했으며, 2018년에는 Rosselkhozbank, Sberbank, Russian Standard, Bank "Saint-Petersburg”, UniCredit Bank 등 다양했지만 실질적으로 VISA나 MasterCard와 경쟁하기는 힘든 구조였다. 결제가 안 되는 단말기가 많아 사용자 수는 극히 일부였다. 따라서 Gazprombank에서 발급한 Mir-JCB 카드 수요는 상당했으며 필자 주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러시아 국민들은 유럽이나 미국으로 여행 또는 출장 시 JCB 카드 시스템으로 발행된 신용카드가 호환되지 않아 불편함을 호소하던 고객들이 많았다. 또한 취급한 은행 대부분 이번 경제제재에 포함되었거나 앞으로 포함될 은행이 많음으로 JCB 철수가 꼭 ‘서방 제재에 동참’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참고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5일 VISA, MasterCard가 영업 중단을 선포한 이후 8일까지 JCB 카드 신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중국 유니온페이, 유일한 대책?

2002년 만들어진 유니온페이는 러시아에 2008년 진출했다. 유니온페이 첫 협력은행은 'Eurofinance Mosnarbank'라는 작은 은행이었다. 사실 이 은행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서방제재를 받는 베네수엘라였으며 비자 및 마스터카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러한 도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MTS-bank 연해주 계열사와 Bank of China에서 발행하여 시베리아 및 연해주 주민들이 중국 위안으로 결제할 때 사용하였으며 환율 우대를 적용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 소개된 초창기 유니온페이  카드모습>

[자료: Yandex]

실질적으로 유니온페이에 러시아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4년 첫 대러시아 서방 제재가 시작돼서부터이며 마찬가지로 러시아를 SWIFT에서 차단한다 예고했었다. 2022년 유니온페이는 180개 나라에서 사용 가능하며 세계 2,200만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결제 수단으로 성장했다. 러시아 국영 카드 결제 시스템(NSPC)은 지난 6일 공식적으로 UnionPay 카드 발급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3월 18일 현재 Rosselkhozbank, Gazprombank, Pochta Bank, Promsvyazbank, 'Saint Petersburg' Bank, 'VBRR' Bank, Primsotsbank, Zenit Bank, Bank "Vostochny", "Primorye" bank에서 MIR-UnionPay 제휴 카드를 신청하여 발급받을 수 있지만 신청자가 몰려 대략 7-8일 정도 대기해야 하며 발급 수수료 또한 5000-1만 루블 정도로 형성되어 있다. Sberbank, Tinkoff Bank, Rosbank, Raiffeisen Bank, Credit Bank of Moscow, Alfa Bank는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지 전문가 의견

모스크바 고등경제대 은행연구소장 바실리 솔로드코브는 유니온페이가 VISA나 MasterCard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민 다수는 유니온페이 카드를 중국에서 사용하지 않고 제3의 국가에서 결제하기 위해 신청하였는데 이는 결제 시 이중 환전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여 큰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안이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냐며 인터뷰를 마쳤다. 다수 전문가는 또한 VISA나 MasterCard와 같이 유니온페이는 민원안내 콜센터가 많지 않은 점과 발급 시 유효기간을 3년 이상으로 설정하지 못하는 점이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았다.

향후 전망

러시아에 제일 큰 두려움은 사실 따로 있다. 최근 보도된 현지 기사에 따르면 유니온페이 또한 서방으로부터 압박을 못 이겨 러시아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년간 쌓아온 러-중 관계로 인해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다른면에서 봤을 때, 중국이 러시아 시장과 세계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분명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자료:

러시아 중앙은행 (https://www.cbr.ru),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 (https://www.tpprf.ru), 러시아 카드 결제시스템 'MIR' (https://mironline.ru), 현지언론사 (https://www.banki.ru, https://secretmag.ru, https://www.dp.ru, https://www.ixbt.com, https://fomag.ru/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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