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정용 냉동고 판매량 38% 증가 -

- 터키 정부 백색가전 원부자재 국산화 위해 국내산업 장려 -

터키의 효자산업 백색가전

현대인의 실생활 주거환경에 냉장고와 세탁기는 필수다. 자취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이나 직장인, 신혼부부 등 비교적 예산이 한정적인 사람들도 두가지 품목은 필수로 구비한다. 인구 8,300만의 탄탄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터키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이외에도, 식기세척기, 가정용 냉동고, 오븐, 건조기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터키 백색가전협회에 따르면 '20년 기준 세계 가전제품 생산량 2위인 터키는 ‘20년 한 해 동안 2천9백만 대의 백색가전을 생산하였다. Arçelik(아르첼릭), Vestel(베스텔) 등의 국산 브랜드가 터키 내 시장 점유율 1-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BSH, Dyson(다이슨), Haier Europe(하이얼 유럽) 등 수입 가전 브랜드의 생산 및 판매 법인이 다수 진출해있다. 한국기업의 경우, LG는 Arçelik과 함께 이스탄불 동부에 위치한 Gebze(게브제) 지역에서 에어컨을 생산하고 있고, 삼성은 자사의 공장은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일부 보급형 TV모델에 한하여 터키에서 현지 업체를 통해 조립 생산 중이다.

터키 내 백색가전 생산공장 위치

자료원 : 터키산업개발은행(TSKB)

’16-’20 터키 백색가전 생산량

(단위 : 대)

자료원 : 터키 백색가전산업협회(TURKBESD)

문화적 차이가 만들어 낸 가정용 냉동고 수요

한국시장에는 조금 낯설 수 있는 제품이 가정용 냉동고다. 터키의 주부들은 계절마다 나오는 제철채소를 사용해 요리하는 것을 선호하며, 비닐하우스 재배된 농산물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시각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터키의 주부들은 각 계절마다 제철 채소를 대량 구매하여 손질 후 냉동고에 저장했다가 꺼내서 요리하곤 한다. 또한,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98%에 이르는 터키는 1년에 한 번 희생절(Kurban Bayramı)에 소 또는 양을 잡아 가난한 이웃들, 친척, 친구, 가족들과 나누어 먹는다. 도축한 고기의 양이 꽤 많은 편이기 때문에 남은 고기는 냉동고에 넣어두고 오랜 기간 먹는다. 따라서 4인 이상이 되는 터키 가정집을 방문하면 가정용 냉동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터키는 ‘16년부터 꾸준히 1백만 대 이상 냉동고를 생산해왔으며,  ‘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냉동고 수요가 급증하며 생산량도 150만대를 초과하였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초기 통행금지령 등이 시행될 당시 사재기를 통해 생필품과 식료품을 과잉비축하는 현상이 일어나며 수요 및 생산량도 증가했다고 한다.  

한편, 지난해 판매가 증가한 제품은 냉동고 뿐만이 아니다. 전체적인 백색가전 내수 판매량을 전년과 비교했을 때 16.5% 증가했다. 터키 백색가전산업협회 협회장 Can Dinçer(잔 딘체르)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소비가 자연스럽게 가전과 관련되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16-’20 터키 백색가전 내수 판매량

(단위 : 대)

자료원 : 터키 백색가전산업협회(TURKBESD)

생산량의 75%는 수출

터키 백색가전산업협회에 따르면 터키의 백색가전 수출 규모는 연평균 45억 달러로, '20년 기준 세계 백색가전 수출 7위를 기록했다. 터키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몇 안되는 산업 중 하나인 백색가전은 전체 생산량의 75%를 수출하고 있으며, 그 수출량은 '20년 기준 약 2천2백만 대에 이른다. 해외시장에 주로 판매하는 제품은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 순이며 세탁기는 매년 5백만 대 이상, 나머지 제품들은 4백만 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터키의 주요 수출시장은 유럽이다. 터키의 백색가전은 EU 표준 적합성, 브랜드 인지도, 무난한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꾸준히 유럽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대 수출국은 영국(17%), 프랑스(10%), 독일(9%), 폴란드(7%), 스페인(6%)만 보아도 전체 수출량의 50% 이상이 유럽으로 가고 있다.

’16-’20 터키 백색가전 수출량

(단위 : 대)

자료원 : 터키 백색가전산업협회(TURKBESD)

세계 백색가전 시장의 흐름에 따른 터키 시장의 움직임

터키 백색가전협회는 세계 백색가전 시장이 ’24년까지 연평균 2.9% 성장하여 2,85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19-’24 CAGR). 이러한 세계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터키 백색가전협회는 산업의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지난 ‘21년 2월 발표된 백색가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근미래에 백색가전 또한 하이테크놀로지를 탑재하여 새로운 스마트 기기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터키의 관련 산업자들도 변화하는 산업의 흐름에 동참하고 공정 과정의 변화를 추구해야한다고 전하고 있다.

실례로 Vestel사는 지난 ‘21년 2월, 백색가전 부문 3개년 투자계획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규모는 1억6천만 유로 규모이며, 투자처는 Vestel사의 백색가전 생산공장이 밀집한 Manisa(마니사)주의 Vestel City다. 상기 투자 계획에 따르면 주요 6개 생산품목을 필두로 가전 전반에 대한 투자가 진행될 계획이며 2023년 말까지 현 생산시설의 52%까지 가동량을 늘릴 예정이다.

중국에 본사를 두고있는 하이얼사는 지난 2019년 Eskişehir(에스키셰히르) 산업단지에 건조기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2021년 3월 첫주 생산에 돌입했다. 이어서 올해 2월 터키 언론을 통해 Eskişehir주에 두번째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생산품목은 동일하게 건조기지만 기존에는 일반 건조기를 생산한 반면, 신규 건설하는 공장에서는 스마트 가전을 생산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4천만 유로이며, 첫 해에는 연간 1백만 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Haier Europe 터키 법인장 Ali Karasu(알리 카라수)는 2023년까지 스마트 홈 커넥션을 위해 Eskişehir 산업단지 내 인공지능과 IoT 연구개발을 위한 혁신센터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터키 상무부는 동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지난 2020년부터 백색가전 부품 제품개발 프로젝트(2020-2022)를 시행했다. 프로젝트 수혜 대상은 백색가전 부품 제조 기업이며, 수출 증진을 목적으로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의 수요 분석과 교육, 해외 무역사절단 등을 지원한다. 프로젝트 지원 예산은 100만 리라(약 1억5천만 원) 규모이다.

관세 및 특별소비세

한국 원산 제품의 경우 한-터키 FTA 덕분에 기본 수입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백색가전에 대하여 2021년 기준 6.7%의 특별소비세를 부과 중이다. 참고로 터키 정부는 비정기적으로 특별소비세 할인을 시행하여 시장의 활성화를 장려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9년에는 리라 가치 하락으로 인해 터키 경제가 침체되며 시장이 불황을 겪자, 백색가전 내수 판매 장려를 위해 터키 정부는 ‘19년 상반기 동안 백색가전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를 6.7%→0%로 감면한 바 있다.

시사점

백색가전제품은 터키의 핵심산업으로 대표적인 수출효자 품목이다. 그러나 백색가전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원부자재는 외국으로부터의 수입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유지가 용이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주요 수출대상국이 유럽 및 중동 국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품질경쟁력도 갖추어야할 중요 요소이다.

해서 단기적으로 우리기업들은 완제품의 품질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원부자재 및 생산설비 수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보드류, 각종 메탈시트, 케이블 및 연결부품, 자동화 기기 및 부품, 사출 금형 등은 가격도 중요하지만 한국제품이 품질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이다.

한편 터키 정부에서는 주요산업인 백색가전의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입비중이 높은 원부자재 및 생산설비분야를 대상으로 국산화 및 산업 공정의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중에 있으며 이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수입비중이 높은 원부자재 및 생산설비 분야에 대한 터키 내 생산법인 진출도 검토할 만하다. 이러한 원부자재 생산기업들이 진출한다면 현지 가전제품 생산업체들로부터 큰 관심 및 구매수요가 다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독 생산법인 진출이 곤란할 경우 현지기업과의 기술제휴 또는 합작투자진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지기업과의 파트너쉽을 통한 진출 비중도 높은 편이다.  
 

자료원 : 터키 백색가전산업협회(TURKBESD), 터키 백색가전 부품산업협회(BEYSAD), ESO(에스키셰히르 상공회의소), DUNYA, 터키산업개발은행(TSKB), Tariff-tr.com, 이스탄불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