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제조업체 사업 초기 경영사례

고신석

지난 2013년 5월, 회사를 설립해 A사 생산법인(이상 모기업)의 협력회사로 등록하고 직원 80명과 함께 모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부품의 임가공 생산을 시작했다. 사업 1차년도에는 투자 최적화, 조직 안정화에 집중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마련하고 2차 년도에는 생산 및 품질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추구해 가격경쟁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 현재는 직원이 150명까지 늘어났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폴란드에 진출하는 중소 제조업체가 투자 시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업 시작에서부터 안정화를 이루는 과정까지의 투자 최적화 및 조직 안정화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투자 최적화

 중소업체에서 초기에 중요한 것은 투자의 최적화, 즉 과잉이나 불필요한 투자를 막고 환경에 최적화된 최소투자가 관건이다. 또한 초기에는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투자를 미루고 비용이 조금 더 든다 할지라도 장비나 공구를 임대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경험을 토대로 효율적인 투자와 비효율적인 투자를 살펴보겠다.

납품용 운반대차

단순히 납품용으로만 운반대차를 투자하지 않고 생산단계에서부터 출하까지의 일관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운반대차를 디자인하고 투자를 했다. 이를 위해 제품 스펙에 따라 대차 사이즈를 결정한 후 메이커와 접촉해 장기재고를 파악했으며, 비록 동일한 사이즈는 아니지만 유사한 사이즈를 찾아 정상가보다 20%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했다. 단순히 구입가 20% 절감이 아닌 생산단계에서부터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 10%가 추가됨으로써 총 30%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토털 프로세스와 최소의 비용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소형부품 적치용 RACK

모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업체에 유휴 RACK 보유 여부를 확인한 후 두 업체로부터 신규 구입가보다 50%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했다. 총 30개의 RACK이 필요했으나 2개의 RACK을 연결해 3개로 만들고 부족한 선반만 추가로 구입해 총 20개 RACK으로 30개의 RACK을 만들 수 있었고 그 결과 구입가의 50%와 구입수량 30%를 절감해 총 65% 투자절감효과를 보았다. 여기서 배울 점은 주위에서 버리는 것을 잘 찾아보면 내가 필요한 것도 많다는 점이다.

컴퓨터 및 옷장 구입

부도업체 및 사업축소업체에 접촉해 신규 구입가 500달러 컴퓨터를 200달러에 50대를 구입했는데 총 1만5000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 종업원용 옷장 70개를 사업축소업체로부터 유휴재고를 40% 가격에 구입한 후 약간의 비용을 들여 수리해 사용했는데 결과적으로 50%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 때 종업원 및 변호사 등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활용했던 것이 도움이 컸다.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나의 파트너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장 사무실 건축

비효율적인 경우도 있었다. 사무직원이라도 현장 생산업무와 관련된 직원은 현장에 배치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사업초기에 서둘러서 현장 사무실 100㎡을 건축했는데 생산을 시작하고 보니 위치가 잘못 선정돼 물류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결국에는 철거하고 다른 장소로 이전했다. 다행히 고정식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자재는 재사용했지만 재공사에 따른 인건비, 추가 자재비는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위치가 고정되는 건축은 서두르지 말고, 프로세스 안정 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테이프 컷팅기 구매

생산에 필요한 테이프 컷팅기를 구매를 앞두고 어떤 Type으로 투자할까 고민하다가 유사한 타입의 제품 두 가지로 압축했는데 단가가 300달러와 700달러로 가격차가 컸다. 총 15개를 투자하려니 투자액도 만만치 않아 저렴한 제품으로 결정하고 1차로 10개를 구입했는데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10개 중 6개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수작업으로 테이프를 커팅하기에 이르렀다. 결국에는 불량품으로 드러난 6개와 잔여수량은 700달러 제품으로 구입하게 됐다. '싼 게 비지떡이다'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투자결정을 해야겠다.

2. 조직 안정화

 중소업체에서 사업을 신속하게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의 안정화가 중요한 일이다. 현재 3가지 조직운영 원칙을 가지고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데, 이는 생산 및 품질안정화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했다.

첫째, 조직책임자를 맡을 수 있는 업무 전문가를 확보하라.

제조업에서 제일 중요한 관리 포인트는 품질관리이다. 생산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품질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과 관리 경험자는 채용하기가 쉬운 편이나 품질관리 경험을 가진 유능한 직원은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라는 걸 인식해야겠다. 초기에 A사 및 A사의 협력회사 품질관리 경력자 중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을 찾았으며, C사에 근무하는 직원을 C사 법인장에 세 차례나 요청해 데려올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사업초기에 신속하게 품질관리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었으며, 생산 프로세스도 초기에 안정시킬 수 있었다.

둘째, 조직책임자를 신뢰하고 밀어줘라.

사업초기라 함은 모든 게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갓 결혼한 부부가 환경이 달라지면서 자주 싸우듯이 회사에서도 초기에는 조직 간, 사람 간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한다. 우리의 경우 생산팀장은 A사에서, 품질팀장은 C사에서, 물류팀장은 D사에서, 관리팀장은 E사에서 근무했던 사람으로 구성했으니 육해공군이 합쳐진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잘하는 것을 보여주려는지 아니면 상대를 깎아 내리려는지 틈만 나면 상대 팀의 업무결과를 트집잡고 심지어 물류팀장이 왕따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런 와중에도 한번 결정한 책임자를 끝까지 신뢰하고 힘을 실어주었다. 결과적으로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부서 간 화합이 잘 됐고, 현재 물류팀장은 밤늦게까지 맡은 책임을 확실히 수행하고 있다.

셋째, 조직 간 견제와 균형을 갖추어라.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기에 정확한 수량의 자재를 공급하는 것인데, 자재업무를 생산팀에 소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물류팀에 소속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다 조직 간 견제 원칙에 따라 물류팀에 배치했다. 그러던 중 생산팀장이 자신감을 보이며 해당업무의 이관과 그에 대한 급여 인상을 요청해왔다. 그의 의견을 존중해 3개월간 시행했으나 큰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재고관리가 되지 않아 원상회복했다.

폴란드에서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이 업무를 더 맡을 테니 급여를 올려 달라.”는 식의 요청이 많았던 것 같다. 경우에 따라 팀장급 직원이 갑자기 퇴사할 때가 있더라도 급하다거나 원가 절감을 이유로 조직책임자의 겸직을 고려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자칫하면 회사 전체가 그 팀장 한 사람에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임시로라도 꼭 필요한 경우는 부팀장급 한 명을 보강하고 겸직을 시키는 것이 좋다. 향후 해당 팀장이 문제가 되더라도 책임자를 육성시키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성공적인 경영을 위한 제언

 짧은 내용이나마 소규모 제조업체가 사업초기에 필요한 관리 포인트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책임자 그리고 체계적인 실행이라고 생각하며 중소기업이 투자하는 해외법인은 본사의 체계적인 지원이 원활하지 못하므로 법인을 운영하는 책임자의 역할이 100%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사업 품목에 따라 일하는 방법은 달라지겠지만 각 내용에 담겨있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 각 기업의 여건에 맞게 실행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을 확신한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