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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프랑스 사회에서의 정교분리 원칙
  • 외부전문가 기고
  • 프랑스
  • 파리무역관 김희경
  • 2014-12-15
  • 출처 : KOTRA

 

프랑스 사회에서의 정교분리 원칙

 

Philippe GRANJON PSA Peugeot Citroën사 Project Manager

 

 

 

 

연말이 되니 프랑스에서는 뉴스나 신문에서 ‘법원이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크리스마스 트리 혹은 예수 탄생 장면을 재현하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금지했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프랑스의 정교 분리 문화와 관련해서 이런 소식을 접한 외국인은 무척 충격을 받곤 한다. 사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종교와 상관없이 생활의 일부분으로 이런 것을 접해온 프랑스인에게도 법원의 결정은 놀라운 소식일 수 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정교 분리 원칙을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는 많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만큼 이 원칙을 강조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이 생겨나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의 정교 분리 원칙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 원칙이 프랑스 역사 속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자리 잡았는지 알지 못한다면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로마제국이 붕괴된 후 지금의 프랑스 영토에는 게르만족이 자리를 잡고 국가 형태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 국가로부터 프랑스 왕국이 기원했다고 볼 수 있는데 프랑스 왕국 수립에서 가톨릭교의 역할은 지대했었다.

 

프랑스의 클로비스왕의 세례는 프랑스 왕국과 가톨릭 교회와의 결합을 의미하며 당시 유럽 대륙의 변화 속에서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가톨릭 교회의 전략적인 움직임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역사 속에서도 클로비스왕의 세례식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실로 후대에 기록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프랑스 왕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나가기 위해 샤를르마뉴를 지지했고 그를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에 앉히면서 교회의 영속을 다지려 했었다.

 

가톨릭 교회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게르만 왕국을 이용하던 시기는 곧 지나게 됐고 왕국의 힘이 커짐에 따라 교회와 왕국의 권력관계가 뒤집히게 됐다. 샤를르마뉴의 제국 서쪽은 프랑스 왕국이 됐고 프랑스 왕국의 왕은 종교의 권위를 이용해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 프랑스 왕국의 루이 9세는 성(聖, saint) 루이가 되며 프랑스 왕권에 정당성을 확고히 했고, 필립 4세는 교황청을 바티칸에서 아비뇽으로 옮겨 교회의 권력을 자신의 발 밑에 두기까지 했다.

 

절대왕정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하며 왕권 신수설이 등장했다. 왕에게 복종하는 것은 거의 종교적인 의무와 동일시 됐고 이는 프랑스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온 프랑스 혁명이 발발할 때까지 점차 강화됐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발발부터 1871년 제2제정의 몰락까지 왕정과 공화정이 번갈아가며 프랑스 역사에 등장했고 이 시기는 프랑스 역사에서 무척 혼란스러웠던 시기로 기록된다.

 

혁명 초기에 권력을 잡았던 혁명주의자는 프랑스에서 교회의 영향력을 없애기 위한 시도를 했고 가톨릭을 대신해 절대존재를 숭배하는 개념을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종교가 일상생활에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지방 사람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가톨릭교 세력이 왕당파를 지지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나폴레옹은 좀 더 현대적인 방식을 취했다. 그는 스스로를 황제로 칭하면서 그 어떤 종교적인 뉘앙스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가톨릭교회와 정교협약(Concordat)을 맺어 국가 권력과 교회 사이의 관계를 정의했다.

 

보불전쟁 패배 후 제2 제정이 무너진 후 수립된 제3공화국은 왕정복고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것에 주력했지만 왕정을 지지하는 세력의 영향력은 아직까지 매우 컸고 이들은 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새로 수립된 공화국으로서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는 국가 정치에 교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에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05년 ‘국가와 종교 분리에 대한 법’이 통과됐다. 법률에 이러한 명칭을 부여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프랑스인의 종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가톨릭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이 법률이 적용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법률이 비록 정교분리주의를 입법화한 법률이지만 ‘정교분리’ 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정교분리의 세 가지 원칙은 국가의 중립성, 종교의 자유, 종교의 다양성이다. 정교분리는 프랑스가 종교를 거부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법률 자체도 국회에서 선출된 사제가 통과시킨 법률이며, 보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종교생활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세기 초 정교분리 원칙을 둘러싼 논쟁이 가장 활발했던 쪽은 공교육 분야였다. 종교 교육을 기본으로 한 사교육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교색이 완전히 배제된 교육의 범위를 넓히고자 했고, 이를 위해 공교육의 무료화, 의무화가 추진됐다.

 

그러나 법에서 그 원칙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정교분리 원칙을 살펴보면 이것은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와 국가 간에 맺은 타협안 정도로 봐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프랑스의 대부분의 휴일은 종교 휴일, 특히 가톨릭 휴일을 따르고 있지 않은가.(만성절이나 성모승천축일 등)

 

80년대 후반부터 정계에서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다.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종교의 자유와 공공장소에서의 중립성 사이의 균형에 관한 문제이다.

 

많은 사회학자는 이러한 변화는 프랑스 사회가 점차 경직돼 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고 이야기한다. 프랑스 내에서 이슬람교의 세력이 확장되고 있고 가톨릭 신자의 대부분이 종교생활에 점점 더 소극적이 돼가고 있으며, 정체성 문제가 급증하고 있고 극우파 세력이 확장되고 있는 것 등이 이를 설명해준다.

 

중도파 정부는 극우 세력의 확장을 막는다는 의미로 공공서비스 종사자에게뿐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까지 확대해 ‘명백한 종교적 표현’을 금지한 바 있다. 공공서비스 종사자의 경우 공공성(public) 개념에서 볼 때 종교적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법적으로 합당하다고 볼 수 있지만 서비스 이용자에게까지 이를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단적으로 학교에서 히잡을 쓰고 있기를 희망하는 여학생에 대한 논란이 여기에 해당된다. 법률 수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할 수 있다. 이런 논란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를 이용한 극우파의 득세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극우파는 이 법을 이용해서 공공장소에서 복장, 기도, 라마단 등 이슬람 종교색을 표현하는 것을 금지시키려고 하고 있다. 결국 정교분리에 대한 논의는 극단적으로 흘러가게 됐고 모든 종교 표현에 대해서 점점 톨레랑스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종교생활을 보장하고 서로 다른 종교가 조화롭게 생활하는 원칙을 표방하고 있는 정교분리 원칙은 그 본연의 의미를 잃고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구성원간의 갈등의 원인이 돼버렸다.

 

외국에서 본다면 프랑스 국민끼리 이런 논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고 공공장소에서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특히 영미권 사람에게는 관용정신이 부족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사건을 둘러싼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실제 상황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모든 프랑스인은 자유롭게 종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종교를 나타내는 복장을 할 수 있다. 종교가 없는 프랑스인도 비록 종교적인 전통일지라도 어린 시절부터 개인적인 추억과 기억을 쌓아온 전통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도 강조해야 한다.

 

(philippe.granjon@gmail.com)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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