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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녹색바람, 영국 에너지안보 계획 발표
- 경제·무역
- 영국
- 런던무역관 남현경
- 2023-04-19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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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너지 자립 및 안보를 위해 2023년 2월 에너지안보 및 넷제로부 신설
2023년 3월 30일 발표한 에너지 안보계획을 통해 영국의 탄소중립 실천 의지 재천명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 여론
2023년 3월 30일 영국 에너지안보 및 넷제로부(Department for Energy Security and Net Zero)는 ‘에너지안보 계획(Powering up Britain: Energy Security Plan)’을 발표했다. 에너지안보 및 넷제로부는 에너지 자립과 함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2023년 2월 신설된 부처로 기존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에서 분할해 나온 조직이다. 이번 발표된 계획은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들과 더불어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 및 에너지 자립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영국은 2030년 후반까지 자국 생산가능 전력을 2배로 증가시키고, 해상풍력, 태양광 등 청정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광물 확보를 위해 국가간 공조를 높일 예정이다.
에너지 자립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노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은 2020년 11월 ‘녹색산업혁명을 위한 10대 중점계획’으로 시작해 2020년 12월 ‘에너지백서 2020(Energy White Paper)’, 2021년 10월 ‘2050 넷제로 전략보고서(Net Zero Strategy)’, 2022년 4월 ‘에너지안보 전략(Energy Security Strategy)’ 등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일련의 계획들을 발표해왔다. 에너지백서와 넷제로 전략보고서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접근방식을 구체화했다면, 에너지안보 전략은 청정에너지 생산을 위한 주요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금번 발표한 에너지안보 계획은 지금까지 발표한 탄소중립 이행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기존 제시된 액션플랜을 구체화했다.
에너지안보 계획에서 정부는 에너지 자립이 에너지 자급자족을 의미하지 않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나, 러-우 사태로 인한 에너지 요금 급등과 같은 자국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안전장치 확보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두터운 신뢰관계가 구축된 국가와의 교역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수입을 지속할 예정이라 밝혔다.
에너지안보 계획 상세보기
① 기존 화석연료의 안정적인 수급 강화
영국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이다. 계획대로라면 2050년 이후 가스와 오일 등 기존 화석연료 에너지의 사용은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탄소중립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화석연료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청정에너지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는 2021년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책임지는 ‘미래 시스템 운영기구(Future System Operator, FSO)’를 신설하겠다 밝힌 바 있다. 이 기구는 2024년 출범되며 에너지 전환 중 화석연료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수급될 수 있도록 국내 생산 및 수입을 관리할 예정이다. 화석연료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2023년 가을 발표된다.
② 에너지 효율화 및 청정 난방
영국 정부는 기존 ‘ECO+(Energy Company Obligation Plus)’라 불리던 에너지 효율화 계획을 ‘영국 단열 계획(Great British Insulation Scheme)’으로 재정비하고, 에너지 효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 밝혔다. 또한 2025년까지 시행 예정이던 보일러 업그레이드 제도(Boiler Upgrade Scheme)를 2028년까지 연장해 더 많은 가구에 히트펌프가 설치되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보일러 업그레이드 제도는 각 가정에 기존 보일러 대비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히트펌프 설치를 지원하는 제도로, 히트펌프 설치시 최대 6천 파운드까지 제공한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산업군에 저탄소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산업 에너지 전환기금(Industrial Energy Transformation Fund) 또한 확대돼 5억 파운드까지 지원이 가능해졌다.
③ 신규 원전 건설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에너지 자립을 위해 원자력 발전이 불가피한 가운데, 영국 정부는 새로운 원전 프로젝트 건설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영국은 현재 5개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새롭게 힝클리 포인트C, 사이즈웰C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다만, 운영중인 원전 5곳 중 4곳이 노후화돼 2030년 작동중지 예정이기 때문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총 6-7개의 원전이 추가로 필요하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의 책임감 있는 추진을 위해 2022년 11월 ‘영국원자력청(Great British Nuclear, GBN)’을 설립하겠다 밝혔다. 영국원자력청은 신규 원전 건설 및 SMR 기술 상용화를 통한 에너지 생산량 제고 및 영국 내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목표으로 한다. 관련하여 2023년 4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선발을 위한 1차 경쟁입찰을 앞두고 있고 이어서 2차는 2023년 여름에 발표될 예정이다.
④ 재생에너지
영국은 해상풍력을 주요 인프라로 선정하고 해상풍력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부유식 해상풍력제조투자계획(Floating Offshore Wind Manufacturing Investment Scheme)’을 발표했다. 본 계획을 통해 정부는 항구 인프라 투자에 최대 1억 6천만 파운드 투자를 약속했다. 영국은 해상풍력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데, 이 투자로 심해 해상풍력 에너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태양광 정부-산업 테스크포스’를 신설해 2035년까지 70GW 전력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로드맵도 수립할 예정이다.
청정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광물 확보다. 전기차는 기존 차량보다 6배 많은 광물이 필요하고, 육상풍력 발전설비는 가스화력 발전설비보다 9배 많은 광물이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2040년 세계적으로 핵심광물 수요는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영국 정부는 2022년 남아프리카, 캐나다, 카자흐스탄과 같은 국가들과 광물채굴 협력파트너십을 발표하는 등 핵심광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⑤ 전력망 효율화
에너지는 고압송전로(HVTL), 저압배전선(LVDL)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 이 과정을 ‘전력망(Grid)’이라 부른다. 영국 정부는 더 많은 청정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에너지 유통과정을 효율화시키고자 한다. 이번 계획은 3년 안에 송전 속도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가속시키는 작업에 착수하겠다 밝혔다. 2023년 6월까지 관련 기관은 정부에 가속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고 연내 액션플랜을 완성시킬 예정이다.
⑥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arbon Capture Usage and Storage, CCUS)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은 에너지 생산, 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제거의 핵심이다. 정부는 2023년 4월 예산안에서 이 기술에 최대 200억 파운드 투자를 발표하는 등 야심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정부는 CCUS 클러스터에 들어갈 8개의 프로젝트를 협상·검토 중이다. 클러스터에 포함된 프로젝트는 향후 더 늘어날 예정이며, 정부는 2020년대 중반까지 2곳, 2030년까지 추가 2곳의 CCUS 클러스터를 설립하고자 한다.
⑦ 수소 에너지(Hydrogen)
영국은 2030년까지 저탄소 수소를 10GW까지 생산코자 한다. 이는 런던 내 모든 전기시설을 1년내내 돌리고도 충분한 양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2년 2억 4천만 파운드 규모의 넷제로 수소기금(Net Zero Hydrogen Fund)를 발표했다. 그리고 2023년 3월 30일, 이 기금으로 운영될 프로젝트 경쟁입찰에 성공한 전해수소 생산 프로젝트 숏리스트가 공개됐다. 해당 기금의 두 번째 경쟁입찰은 2023년 봄 발표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수소 수송 및 저장 인프라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 신설에 노력하고 있다.
환경과 경제를 모두 잡다
발표된 에너지안보 계획은 단순 에너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영국이 탄소중립 산업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해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을 발굴하겠다는 야망도 내비친다는 점에서 전략적이다. 실제로 탄소중립 관련 산업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기후테크 투자규모가 이를 증명한다. 테크네이션에 따르면, 향후 영국 스타트업 유망분야는 딥테크와 더불어 기후테크로 2022년 29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유럽시장에서 프랑스와 공동 1위이자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에는 기후테크 분야에 40억 달러가 투자됐다. 투자규모뿐 아니라 그 성장세 또한 놀라운데, 2020년 대비 2021년 영국 내 기후테크 기술 기업은 60% 증가한 519개를 기록했다.
<2022년 기후테크 투자 현황>
(단위: 달러)
[자료: 테크네이션]
영국 지난 5년간 유럽 내 청정에너지 투자 상위 3개국 중 하나였으며, 2030년에 들어서는 저탄소 생산 및 서비스 분야에서 1조 파운드 상당의 시장 기회 및 4만 8천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안보 계획은 목표 달성에 충분한가
에너지안보 계획은 이미 발표된 에너지백서, 넷제로 전략보고서, 에너지안보 전략의 보완 사항 및 신규 추가 정책을 총망라한 보고서다. 해상풍력을 주요 인프라로 지정하고, 부유식 해상풍력 제조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으나, 추가된 내용이 관련 산업군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일각에서 비판여론이 일기도 했다.
그린피스 영국 기후대표 멜 에반스(Mel Evans)는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 장관은 영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말하지만, 그린테크 분야에서 영국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말하며 ‘해당 계획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Energy UK 최고경영자 엠마 핀치벡(Emma Pinchbeck)은 ‘정부의 단열계획이 장기적으로 시민들의 에너지 요금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지 불분명하다’며 이번 에너지안보 계획의 모호성을 꼬집었다. 이와 같은 비판에 그랜트 셉스(Grant shapps) 에너지안보 및 넷제로부 장관은 ‘영국은 탈탄소 정책에 있어 유럽 내 가장 선두권에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대비 10년 이상 진보해있다’며 일축했다.
시사점
정부의 강력한 탄소중립 실현 의지에 비해 이번 에너지안보 계획은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이번 계획에서 발표된 부유식 해상풍력 제조투자계획 및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투자는 영국 그린테크 산업을 확장시키고 더 많은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투자가들에 청신호로 작용해 더 많은 투자금을 유입시킬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023년 가을 한 차례 업데이트 된 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정된 안에서 더 자세한 정책과 지원 사항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GOV.uk, BBC, Sky News, Technation, KOTRA 런던무역관 자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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