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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 우리 수출 기업의 대응책은?
  • 경제·무역
  • 일본
  • 도쿄무역관 하세가와요시유키
  • 2022-07-07
  • 출처 : KOTRA

최근 원화 대비 엔화 약세로 원고·엔저 현상 뚜렷

과거 엔고 불황에 대한 일본 기업의 대응 사례 소개

최근 원화 대비 엔화 약세 현상 뚜렷


최근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0엔 수준까지 하락하며 엔화가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22년 3 16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 금리를 0.25%로 인상하며 제로 금리 정책을 종료한 바 있다. 미국이 금융 긴축을 서두를 것이라는 견해와 함께 미국 금리가 상승하며, 미·일 양국 간 금리 격차 전망 속에 엔화 매도 및 달러화 매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뉴욕 외환시장 사진>

[자료: Exite 뉴스]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도 1300원에 육박하는 등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 방지를 목적으로 연이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미국 달러화 이외의 주요국 통화에 대해서도 원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주요국 통화 중에서 유독 이질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통화가 있는데, 바로 일본 엔화다. 5년 전(2017 4 18)과 비교했을 때 한국 원화 대비 주요국 통화는 대부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엔화는 오히려 7.3% 떨어졌다. 즉 양국 통화 간에는 원고·엔저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년 전과 비교하면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16.9%나 상승해 여타 주요 통화와의 현저한 격차를 보였다. 그동안 엔화는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며 전쟁이나 자연재해 발생 등 경기 불확실성이 증가한 시기에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가치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현재의 미일 간 금리 격차,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유지 기조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당분간 외환 시장에서 원고·엔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원화 대비 주요국 환율 추이(21일 이동평균선)>

(2016년 말 ~ 2017 4 18. 2017 4 18일을 100으로 두고 지표화)

주: 1) CNY 중국 위안. CHF: 스위스 프랑

2) 일본 엔화(적색 그래프)의 최근 하향 추세가 두드러짐.

[자료: 한국은행 데이터에 기반해 KOTRA 도쿄 무역관이 작성]

 

<한국 원화 대비 주요국 통화의 최근 환율 가치 변동 추이>

(단위: %)


주: 1) CNY 중국 위안. CHF: 스위스 프랑

2) 2022 4 18일 기준으로 주요국 통화 가치 변화를 표시. 그 해 4 18일 데이터가 없는 경우(휴장)에는 전일 등 이전 최근 수치를 채택

3) 플러스가 환율 상승(원저), 마이너스가 환율 하락(원고). 2년 전 대비로 약 17%나 엔저·원고가 진행됨.

[자료: 한국은행 데이터에 기반해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일본 기업의 엔고 대응 사례 


이처럼 원고·엔저가 현저한 상황에서는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 감소의 우려가 예상된다. 2011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로 '6중고(높은 법인세율, FTA 협정 체결 지연, 높은 전기세, 경직된 노동규제, 엄격한 환경규제, 엔고)'라는 표현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그중에는 '엔고'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2010년대 초 당시 일본 기업들은 '엔고'라는 환경 속에서 어떠한 대책을 취했을까? 당시 일본 주요 기업의 엔고 대응 전략은 크게 <균형 추구형>,<역이용형>,<버티기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일본 주요 기업의 엔고 대응책 세 가지 유형>

균형 추구형

역이용형

버티기형

① 환예약이나 환계합을 활용한 외화 자산 균형 추구

⑤ 엔고를 활용해 M&A 추진

⑧ 비용 삭감(인건비, 거래처/사입처 변경), 가격 인상

TOYOTA, SUBARU, IHI

다케다 약품공업소프트뱅크, SUNTORY

NSK(노무비용 삭감), DANDEN(판관비 삭감), EPSON(해외 가격 인상 검토)

② 장기환예약을 통한 사입비용 평준화

⑥ 해외생산 확대로 외화 하락 활용

⑨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엔 베이스 거래

니토리 홀딩스, 패스트 리테일링(유니클로), ANA

NISSAN, TOSHIBA

FANUC, ISUZU

③ 외환 베이스 채권/채무 관리로 상쇄

⑦ 해외 원재료 조달 늘려 엔고 활용

 

파나소닉, 소니

HITACHI, Nikon

 

④ 신속한 달러 베이스 자금 조달

 

※ 이 밖에도 외환 옵션, 외환 스왑, 시기조정(Leads and lags) 등의 환율 대응법이 존재

NEC, NTN

 

주: 상기 내용은 각 사가 해당 대책을 실시한 바 있다는 사실의 제시일 뿐, 현재 각 사의 환율 대응 정책을 의미하지는 않음. 각 사는 다양한 대책을 복합적으로 강구해 대응하고 있으며, 상기 내용은 해당 대책의 일부 사례에 지나지 않음.

[자료: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균형 추구형>은 환예약(Exchange Contract: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장래 발생될 외국환시세를 은행과 고객(또는 다른 은행) 간에 미리 확약해 두는 일)나 환계합(Exchange Marry: 수출 대금 외화를 수입 대금 외화로 활용해 환율변동을 상쇄등을 통해    유량(Flow)과 저량(Stock) 양 측면에서 동시에 외화 균형을 추구하는 유형이다위의 표 중에서는 ①~④가 이에 해당한다예를 들어 일본 최대 가구 소매 업체인 니토리 홀딩스의 니토리 아키호 회장은 향후 1~2년 환율 전망에 따라 환예약(달러화 선물)을 단행한 바 있다전 세계에 약 1,300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소니(SONY) 그룹은 해외 거래처가 많은 무역상사 등에서 주요 사용하는 환계합을 통해 필요한 외화 자금을 그룹 내에서 융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자금 과부족을 조정했다소니 그룹의 환계합 시스템에 대응하는 통화의 종류는 무려 38개에 이르며 흔치 않은 신흥국 통화도 취급한다베어링 제조회사 NTN 벌어들인 외화로 수입대금을 결제하는 일명 '내추럴 헷지(Natural Hedge)' 방식의 외환 관리기법을 사용했다. NTN은 이 기법을 활용해 외화 보유 자산을 넉넉히 확보함으로써 외화 채무와 외화 자산이 항상 균형을 이루도록 조정해 환차손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역이용형>은 자국 통화의 가치가 오른 것을 역으로 이용해 해외 시장에서의 투자, M&A, 구매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유형을 말한다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 M&A(인수·합병)인 일본 제약 대기업 다케타 제약의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아 인수(2019년 완료)를 비롯해 일본 소프트뱅크의 영국 반도체 설계사 ARM 인수(2016년 완료), 식음료 대기업 산토리의 미국 최대 증류주 회사 BEAM 인수(2014년 완료등 일본 대기업들의 대형 M&A가 잇따랐던 것도 이 무렵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같은 시기 닛산이나 혼다의 해외생산 비중이 80%를 돌파하는 등 해외 생산 확대가 진행됐다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 부문에서도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가 활발히 이루어지게 됐다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내수 시장 위축으로 위기감을 갖고 있던 일본 기업들은 엔고를 기회로 활용해 기존에 진출이 어려웠던 신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버티기형>은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 내용 재고사입·판매처 변경 및 분산생산설비 및 인원규모 감축 등 기업활동을 전반적으로 재고함으로써 비용 삭감에 매진하는 대응 전략이다산업기계 제조기업 화낙(FANUC)의 경우,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엔고 대응의 최종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엔화 베이스 수출 거래를 통해 환율 리스크를 거래처에서 전가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대형 트럭 제조사 이스즈(ISUZU)도 신흥국 대상 트럭 수출을 엔화 베이스 거래로 진행했다. 화낙이나 이스즈와 같은 상장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유사한 대책을 강구하거나 그밖의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 엔고에 적극 대응했다.


<일본 중소기업의 엔고 대응책 및 견해>

[태양전지 부품 제조사해외 거점의 고객정보 수집 강화가격 기반 교섭에 그치지 않고 기술/지원 등의 제안 영업을 강화

[정밀 부품 제조사납기 단축·서비스 강화에 주력납기 단축을 위해 공장 가동시간 연장서비스 강화는 방문 가공 실시 등을 통해 대응

[공구 수입 판매사] 거래처를 대상으로 과거 엔저 시기에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점을 들어 엔고 시기에 가격 인하하지 않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함.

[제어반 제조사] 엔고를 활용해 사무소 PC 등 비품 구입. 신규 사업 추진 및 해외시장 진출의 기회로 활용

[정밀 부품 제조사] (이미 해외 진출한 상태현지 법인 자본금 충당은 엔고 조건이 유리

[중소기업단체/협회 이사] 제품 차별화를 통한 제품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함.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일본의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영문 사이트를 개설하면 북미·유럽권 바이어 개척에 유리할 것으로 보임.

[자료: 보도자료 및 각 사 홈페이지 토대로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최근 엔화 약세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반응과 대처


한편 최근 급격한 엔화 약세 대한 일본 기업들의 반응은 어떨까? 엔저로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면 수출이 증가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은 엔저를 썩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엔저로 인한 수입 가격 상승에 더해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곡물 등의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일본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엔저와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은 가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경제동우회 사쿠라다 켄고 대표간사는 지난 3 정례 기자회견에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내수형 기업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수준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없다', '(엔저는 수출 기업에는 메리트가 크지만수출 기업들만으로 일본 경제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엔저 해악론'을 펼쳤.


그렇다면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엔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일본 제국 데이터뱅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함>으로 응답한 비율이 30%대로 1위를 차지했다(복수 응답, 이하 동일). 이어서 <연료비 등의 비용 절약>(24.2%), <고정비용 삭감>(17.4%), <사입처 사입 방식 변경>(8.9%), <기존 사입 가격의 변경>(7.5%)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엔저에 따른 제품 사입 비용 상승분의 판매 가격으로의 전가 사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국내생산 환경 측면에서의 6중고의 변화>

 [자료: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엔저에 대한 일본 기업의 대응책(복수 응답.)>

 (단위: %)

[자료: 일본 제국 데이터뱅크]

 

시사점


본고에서는 달러 강세·원화 약세  상대적인 원화 강세·엔화 약세의 측면에서의 대응을 요구받고 있는 한국 수출기업이 참고할 만한 선례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과거 일본 기업들의 엔고 대응과 현재 일본 기업들의 엔저 대응을 살펴보았다.


일본 수출 기업은 엔고 불황기에 기업 자금의 외화 균형을 추구함으로써 환율 변동의 영향을 억제하는 <균형 추구형>, 엔고를 해외 투자 및 해외 기업 인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역이용형>, 철저한 비용 삭감과 제품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있는 제 개발 내부적·자체적 노력을 통해 대응하는 <버티기형> 다양한 대책을 동원했다. 일본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같은 강력한 엔고 대응책을 추진하지는 못했으나 각자의 기업 규모와 환경에 맞는 환율 변동 대책을 강구해왔다. 최근 원고·엔저 상황을 맞이한 우리 수출 기업도 일본 기업의 대응 사례를 참고해 자사에 맞는 최적의 환율 변동 대응 전략과 포트폴리오 구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엔저해악론으로 일본 경제계가 온통 비관론에만 빠져 있는가 하면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 도이츠 증권 등에서 활약한 있는 투자전략가 무샤 료지는 엔저 해악론에 대한 반대론을 전개하고 있다. 상세한 발언 내용 직접 인용까지는 하지 않겠으나 요지를 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엔저로 인해 과거에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전했던 일본 기업이 자국으로 복귀하는 리쇼어링( 중국 공급망 재구축 노력도 가미)과 수입품을 대체할 국산품 수요 발생 등으로 일본 국내의 투자·생산·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면 엔저를 바탕으로 한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 등의 엔저 혜택을 누리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은 "강세장은 비관적 분위기에서 태어나 의심과 함께 성장하고 낙관 속에서 무르익은 뒤 풍요에 취했을 때 끝난다."고 말했다. 엔저 해악론에만 빠져 생각을 멈추기보다 엔저 상황 속에서도 일본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원고·엔저 환경하에 난관에 부딪친 우리 수출 기업들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한국은행, 일본 제국 데이터 뱅크, 각 사 홈페이지, Exite NEWS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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