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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마케팅 문화
  • 외부전문가 기고
  • 일본
  • 후쿠오카무역관 고충성
  • 2018-09-05
  • 출처 : KOTRA

이동준 후쿠오카한국교육원 행정실장




일본의 3대 도시는 어디일까. 출신 지역이 서로 다른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재미있는 대화를 들을 수 있다. 하나는 도쿄, 그 다음은 오사카, 여기까지는 크게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세 번째 도시에 자신의 도시를 말하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반발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핀잔도 덤으로 들을 수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 인근에 야경이 예쁜 산이 있어 케이블카를 타고 자주 올라가는데, 그 곳에는 ‘신일본 3대 야경’(新日本三大夜景)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어느 날은 궁금한 나머지 그곳의 직원에게 다른 두 군데는 어디냐고 물었는데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직원이 아무도 없었다.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었던 것이다. 

 

'신일본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사라쿠라야마(皿倉山)에서 내려다 본 야경


자료원: KOTRA 후쿠오카 무역관 


다른 예도 있다.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한 라면집은 입구에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地球上で2番目にうまい店)이라고 쓰여 있다. 얼마 전 오사카에 다녀왔는데 오사카 시내의 한 푸드 트럭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맛있다는’ 메론빵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까 이번에는 ‘일본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꼬치구이를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이것 역시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인데,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멘 집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메론빵 아이스크림 가게는,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꼬치구이를 파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장담하건대 가게 주인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좌)'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다'는 라멘집   (우)세계에서 두 번째 맛있다는 메론빵 아이스크림집

자료원: KOTRA 후쿠오카무역관
 

왜 일본 최고가 아닌지, 왜 세계 최고가 아닌지, 왜 지구상 최고가 아니라 두 번째인지, 아니면 셋 중에 하나인지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마케팅 전략일 수 있다. 이런 마케팅이 일본에 있는 이유는, 남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일본인 특유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일본 가정에서는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 것’과 ‘남 앞에 나서지 말 것’을 가르친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가 바탕에 깔려 이 같은 마케팅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일본 히로시마의 관광명소인 미야지마(宮島)에 가면, 그곳의 명물인 모미지만쥬(もみじ饅頭, 단풍 모양의 카스테라에 단팥이 들어있는 과자로, 일본에서 매우 인지도가 높은 간식임)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창립한 지 50년은 족히 넘는 가게들인데도, 한국이라면 흔히 있을 법한 ‘원조(元祖)’라는 문구를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진짜 원조’인 타카츠도(高津堂, 1906년 개업)의 간판에서만 보일까 말까한 글씨로 ‘원조’가 새겨져 있었다. 몇 해 전 한국의 장충동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많은 족발집들이 한 집 건너 ‘원조’임을 주장하고 있었다. 한국에 비해 일본의 마케팅 방식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인 것 같다.  


(좌) 일본 미야지마의 모미지만쥬 가게        (우) 한국 장충동 족발집 간판들      

자료원: KOTRA 후쿠오카무역관 


각설하고, 지극히 일본적이다 할 수 있는 ‘세상에서 두번째’ 마케팅 전략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지는 의문이 앞선다. 특히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으로는 좋지 않은 전략으로 보인다. 당장 나 같아도 두 번째로 맛있다고 한다면 제일 맛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볼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 있어 일본의 약점으로 ‘마케팅’이 종종 꼽히곤 한다. 제품이나 콘텐츠는 훌륭하데 이를 바이어나 소비자의 손을 뻗게 만드는 호소력 측면이 부족하다는 지적일 것이다. 한국에도 ‘겸손은 미덕’이라는 말이 있고, 사회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분명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다른 것 같다. 적어도 내 물건은 최고다라는 자부심을 손님에게 내보이며 파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간에 이러한 양상은 일본에서 엄연히 일반화되어 있고, 일본인들은 이러한 마케팅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한국에서는 흔히 이루어지는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마케팅 방식이 공략 대상(업종, 지역, 타깃 소비층 등)에 따라서는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기업이 일본 시장을 개척하고, 현지화를 추진할 시에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일 것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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