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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러시아의 비우호국 투자자 제재 – 법인설립 허가주의 도입에 관하여
- 외부전문가 기고
- 러시아연방
- 모스크바무역관
- 2026-04-17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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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호국 투자자의 영리법인 설립 시 사실상 정부허가 요구
불명확한 절차로 실무상 변수·리스크 존재… 대안 검토 필요
이승진 외국변호사(러시아), KL법률사무소
1. 들어가며
러-우 사태 및 대러시아 제재와 관련하여, 러시아는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을 이른바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비우호국 국적민 및 법인에 대하여 다방면으로 불이익을 주는 고강도 제재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우호국 기업이 러시아 내 자산을 처분함에 있어 러시아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강제하는데, 이때 시장가치 대비 6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하게 하고, 나아가 매각대금의 35%를 이른바 “철수세(exit tax)” 명목으로 납부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자산매각의 경제적 효용을 상실시키고 있다. 그 결과, 사실상 러시아에 큰 액수의 유보금이 묶인 기업만이 자산매각의 실익을 따질 수 있는 실정이다.
한편, 러시아의 비우호국 제재는 비단 시장철수의 경우에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시장진입의 경우에도 문제될 수 있다는 점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단연코 외국인 투자자가 러시아 시장진출 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법인설립(특히 LLC)을 통한 직접투자일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비우호국 제재 정책에 의하면, 비우호국 투자자에 의한 러시아 유한회사(LLC) 및 주식회사(이하 통칭하여 ‘영리법인’이라 한다) 설립은 더 이상 등록제가 아닌, 정부의 설립허가를 요하는 허가제로 정비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본 기고문에서는 한국 등 비우호국 투자자의 러시아 영리법인 설립 시 정부허가 취득 의무를 중심으로, 그 법적 근거와 실무상 함의를 살펴본다.
2. 러시아 비우호국 투자자의 영리법인 설립 시 정부허가 취득 의무의 법적 근거
러시아의 비우호국 제재 정책은, 특별경제조치법 등 특별법의 위임에 따라 러시아 대통령에게 수여된 막강한 권한을 근거로 발령된 대통령령에 의한다. 이러한 대통령령은 여러 개가 존재하나, 본 기고문에서는 논의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2개만 다루어 본다.
1) 러시아 법률체계상 대통령령의 위치
우선, 러시아에서 대통령령이 가지는 의미와 효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에서 대통령령은, 러시아 전역에 대하여 의무적 집행되는 법규명령으로서(러시아 헌법 제90조 제2항), 헌법 및 연방법 다음의 효력을 가지는 강력한 법원(法源)이다. 또한, 대통령령은 행정입법의 형식을 빌리므로, 매우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발령된다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2) 러시아 대통령령 제618호
러-우 사태와 관련하여 발령된 여러 대통령령 가운데, 러시아 대통령령 제618호의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해당 대통령령은, 비우호국 관련자가 러시아 LLC 지분에 대한 권리(즉, 사원권*)의 설정, 변경 또는 소멸을 불러일으키는 법률행위를 정부허가 취득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원권이란, 사원(주주)이 사단(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와 의무를 뜻하는데, 의결권, 배당청구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비우호국인의 LLC 지분에 대한 권리를 설정하는 법률행위 역시 정부허가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대통령령 제618호(2022. 9. 8.)
(..)
1. 러시아, 러시아 법인 및 자연인에 대하여 비우호적 행위를 가하는 비우호국과 관련된 외국인
(비우호국이 해당 외국인의 본국이거나, 설립등록지, 영업중심지 또는 주된 수익발생지인 경우 등)
또는 설립등록지 또는 영업중심지와 무관하게 해당 외국인의 통제 하에 있는 자(이하 총칭하여
“비우호국인”이라 한다)와 러시아 거주자 간의 법률행위, 비우호국인과 비우호국인 상호 간의 법률행위 및 비우호국인과 비우호국인이 아닌 외국인 간의 법률행위에 있어서,
유한회사(신용기관 및 비은행 금융기관은 제외한다)의 지분에 대한 점유권, 사용권 및/또는 처분권의
설정, 변경 또는 소멸을 직/간접적으로 초래하는 법률행위, 또는 해당 유한책임회사의 경영 및/또는
영업 활동의 조건을 정할 수 있는 그 밖의 권리의 설정, 변경 또는 소멸을 초래하는 법률행위에
대하여는 특별한 절차를 적용한다.
2. 본 대통령령 제1항에서 정한 법률행위는 러시아 외국인투자통제 정부위원회의 허가에 의하여
이행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해당 허가에는 해당 법률행위의 이행에 관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
(…)
3) 러시아 대통령령 제737호
나아가, 러시아 대통령령 제737호는, LLC 지분에 관한 대통령령 제618호상 정부허가 대상 법률행위를, 주식회사 주식을 둘러싼 법률행위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확대하였다.
러시아 대통령령 제737호(2022. 10. 15.)
(..)
5. 러시아 대통령령 제618호(2022. 9. 8.)에서 정한 절차는, 주식회사(신용기관 및 비은행 금융기관은
제외한다)의 주식에 대한 점유권, 사용권 및/또는 처분권의 설정, 변경 또는 소멸을 직/간접적으로
초래하는 법률행위, 또는 해당 주식회사의 경영 및/또는 영업 활동의 조건을 정할 수 있는
그 밖의 권리의 설정, 변경 또는 소멸을 초래하는 법률행위에 적용된다. 또한, 이러한 법률행위는
비우호국인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경우뿐 아니라, 비우호국인과 비우호국인이 아닌 외국인 간에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
3. 위 일련의 대통령령을 둘러싼 유권해석 및 사법해석
위 일련의 대통령령과 관련하여, 실무계에서는 LLC 지분의 매각 또는 주식회사의 주식의 매각과 같은 법률행위의 경우, 정부허가가 당연히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유독 영리법인의 설립행위(합작법인 및 단독법인 설립의 경우를 모두 포섭)까지 정부허가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었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영리법인의 설립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등록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비영리법인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허가제를 취하고 있는데(한국도 마찬가지의 입법정책을 취하고 있다), 갑자기 위 일련의 대통령령이 발령됨에 따라, 비우호국인이 설립/발기인인라는 이유만으로 영리법인 설립에까지 (마치 비영리법인을 설립하는 경우처럼) 허가를 요하게 되면, 결국 기존 법인설립 제도에 균열을 일으키는 결과에 이르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 당국은 비우호국인에 의한 영리법인 설립행위 역시 그 실질에 있어 정부허가 취득 대상이 맞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하였고, 이러한 해석은 이후 사법해석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에 관하여 순차적으로 살펴본다.
1) 재무부 유권해석
러시아 재무부는 2023년경 비우호국인의 영리법인 설립행위 역시 정부허가 취득 의무의 발생원인이 된다는 유권해석을 하였다(Письмо Минфина России от 24 ноября 2023 года № 05-05-05/113005).
그 근거는 비우호국인의 영리법인 설립행위가 (법인설립등록과 동시에) 설립/발기인에게 해당 영리법인의 사원권을 설정해주는 사실상의 효과가 있어, 그 실질상 위 대통령령의 적용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이다.
2) 사법해석
(비록 1심 판결이지만 참고할만한 사례로서) 러시아 사법부 역시 유권해석과 동일한 태도에 서 있다(Решение Арбитражного суда Тульской области от 23 сентября 2024 г. по делу № А68-7096/2024).
러시아 법원은 비우호국(우크라이나) 국적민이 러시아 정부허가를 미비한 채 100% 지분의 LLC를 설립한 사안에서, 러시아 검찰**이 피고(우크라이나 국적민)의 법인설립행위에 대하여 무효확인청구의 소 등을 제기한 것에 대하여
1) 대통령령 제618호를 근거삼아, 피고의 정부허가 취득 의무 불이행 사실을 확인하였고,
2) 나아가 피고의 LLC 설립행위 및 러시아 세무당국의 LLC 설립등록을 전부 당연무효로 판단하였으며,
3) 더 나아가 해당 LLC의 해산까지 명령한 바 있다.
**참고로, 러시아에서는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에게 법령위반의 법률행위(러시아 민법 제168조), 반사회적 법률행위(러시아 민법 제169조) 등에 대하여 무효확인의 소제기권 및 소송참가권을 인정한다(러시아 민사소송법 제45조, 상사소송법 제52조).
4. 영리법인 설립 실무의 문제점 및 리스크
1) 공증인의 비우호국인 법인설립 시 허가취득 의무에 대한 부지
러시아에서 영리법인의 설립은, 설립/발기인이 법인설립신청서에 서명하고 공증인 면전에서 이를 공증받은 후, 공증인이 기타 구비서류와 함께 이를 세무당국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실무상 공증인은 설립/발기인이 비우호국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제출서류의 형식적 요건만을 점검하고 세무당국에 제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세무당국 역시 형식적 등록요건 충족만을 검토하고 등록을 처리해준다(위 설명하였듯, 영리법인 설립은 일반적으로 등록제에 의한다).
그 결과, 설립/발기인이 비우호국인에 해당하여 정부허가 취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허가 없이 우선은 법인설립등록이 완료되어 법인격이 탄생하게 된다.
다만, 앞서 살펴본 유권해석 및 사법해석에 따르면, 비우호국인에게는 러시아 영리법인 설립 시 정부허가 취득 의무가 발생하며, 이를 불이행할 경우 법인설립행위의 무효확인 소송이나, 법인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를 제기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영리법인의 존속 자체가 문제되므로, 정상적인 사업수행이 곤란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2) 정부허가 절차의 불명확성 및 장기화 가능성
정부허가 취득 제도는 정부기관(외국인투자통제 정부위원회)과의 협의를 전제로 하며, 현재까지는 주로 자산매각과 관련된 사안에서 운용되어 왔다. 이에 따라 법인설립을 전제로 한 정부허가 사례는 매우 희소하다.
더욱이 최근 비우호국인의 신규 법인설립 사례 자체가 드문 편이이고, 관련 절차 역시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비우호국인의 법인설립에 관한 정부허가 절차는 명확히 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로 인해 심사 기준과 절차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어 최종적인 정부허가 취득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3) 패스트트랙 도입에 대한 당국의 미온적 태도
한편, 2024년 2월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 역시 비우호국인의 신규 법인설립 시 요구되는 정부허가 절차가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규제완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고 한다. (https://www.rbc.ru/economics/13/02/2024/65c9e0e99a79472654458f93)
그러나 현재까지 해당 논의가 구체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5. 대응방안 및 결론
현재 제재 상황 하에서 러시아 비즈니스 환경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러시아 시장진출을 모색하는 우리 기업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의 입장에서 사업구조상 법인 설립이 불가피한 경우,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정부허가를 취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비우호국인의 영리법인 설립 건에 대한 정부허가 취득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현지 법률자문사의 러시아 정부기관과의 소통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최종 법인설립에 소요되는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짊어지고 가야 한다.
한편, 법인 설립은 러시아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법인설립 외에도
1) 지점(branch) 설립,
2) 개인사업자 등록,
3) 현지 거래처와의 계약관계를 통한 영업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에 지점을 설립하는 경우, 이 역시 허가주의에 따라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별도의 설립인가(accreditation)를 받아야 한다. 다만 해당 지점개소 설립인가의 절차는 그 기준과 요건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법인설립시 요구되는 정부허가 절차에 비해 실무상 예측가능성이 높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기업이 러시아 시장 진출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법인설립 가능 여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부허가 취득 가능성과 사업구조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업구조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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