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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 인력난 심화…트럼프 2기 행정부, 해법은 무엇인가
- 경제·무역
- 미국
- 시카고무역관 이영주
- 2025-12-10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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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설비는 늘지만 인력은 부족…기업들은 하이브리드 생산체계로 전환 중
트럼프 2기, ‘이민 기반 제조 인력 확대’ 정책 논의 본격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역에서는 숙련된 제조 인력의 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대규모 설비 투자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현지에서 숙련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공장 가동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트럼프 정부가 강조해온 “미국인 우선 고용” 기조와 달리, 최근에는 숙련 외국인 인력을 제한적으로 확대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자동차연구센터(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 CAR)가 배터리 관련 산업 종사자 1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숙련된 현지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청정에너지 산업에서의 블루칼라* 직종에 해당하는 ‘그린칼라**’ 기술 인력이 가장 부족한 직군으로 지적됐다.
*블루칼라(Blue-collar): 제조·건설·설비 운영 등 현장에서 직접 생산 활동을 수행하는 기술·기능직 근로자
**그린칼라(Green-collar): 청정에너지·배터리·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에서 일하는 기술·기능직 근로자. 기존 블루칼라 역할을 기반으로 하지만, 친환경 공정·신기술 관련 역량이 요구됨
대규모 제조업 투자 확대…인력 수요 급증
2025년 8월과 9월, 미국에서는 대규모 제조업 투자 발표가 잇달아 나왔다. 우선 애플(Apple)은 켄터키주 해로드즈버그의에 위치한 코닝 공장에 25억 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 아이폰·애플워치용 커버 글라스를 생산하는 핵심 시설로 전환하고, 신규 혁신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이 투자로 공장 인력은 약 50%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애플은 ‘아메리칸 제조업 프로그램(American Manufacturing Program)’을 확대해 텍사스,·애리조나,·뉴욕,·캘리포니아,·노스캐롤라이나 등 공급망 핵심 거점에 반도체∙웨이퍼∙패키징 장비 생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휴스턴에는 25만 제곱피트 규모의 서버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애플은 숙련 인력 양성 투자를 위해 올 해 8월 디트로이트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제조 및 인공지능에 대한 워크숍을 제공하는 “애플 제조 교육센터(Apple Manufacturing Academy)”도 설립했다.
GE 어플라이언스(GE Appliances)는 향후 5년간 30억 달러를 투자해 켄터키·앨라배마·조지아·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 등 11개 공장을 현대화할 계획이다.
이 투자로 약 1000개 일자리가 창출되고, 중국으로 이전했던 세탁기 생산도 미국으로 복귀한다. GE는 자동화·금형·업스킬링 교육에 집중 투자하고 지역 학교 및 견습 프로그램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의약·바이오 분야에서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존슨앤드존슨(J&J)은 노스캐롤라이나에 20억 달러를 투입해 바이오의약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약 120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애브비(AbbVie) 역시 일리노이주에 1억9500만 달러를 투자해 API(의약품 원료)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제조업 투자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숙련된 노동력 확보가 대규모 프로젝트들의 공통적인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제조업 인력 부족, 2025년 들어 구조적 문제로 부상
미 노동부(Department of Labor)에 따르면 제조업 구인율은 2025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8월 기준 3.1%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패키징, 기계·용접 등 숙련 기술직의 인력 수요가 가장 두드러진다. 미국 남부(조지아·앨라배마·테네시)와 중서부(오하이오·인디애나) 등에 위치한 대규모 제조시설에서는 지원자가 오지 않아 채용 공고가 수개월간 유지되는 현상이 지속되며, 일부 공장은 외국인 기술인력 비자 지연 등의 이유로 생산라인 가동률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인력난은 노동비용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 인건비지수는 2024년 1분기 158에서 2025년 2분기 165로 상승했다. 이는 제조업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복리후생 등 총 보상비용이 1년 반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는 의미로, 숙련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제조업 고용 규모는 2025년 초 1276만 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5~8월 들어 1,272만 명까지 감소했다. 제조업 활동은 확대되는 반면 인력을 제때 채우지 못해 총고용이 줄어드는 구조적 병목이 나타난 것이다. 더불어, 2025년 들어 강화된 현장 이민 단속은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일시적인 인력 공백을 더욱 심화시켰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는 미국 제조업 인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메뉴팩터링네트 등 현지 언론에서는 “미국 제조업의 가장 큰 병목은 설비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제조업 인건비지수(2024 Q1~2025 Q2) 및 제조업 고용 추이(2025.1~8)>


미국 제조업 인건비지수
(Employment cost index (ECI) – manufacturing)
제조업 고용률
(Employment in manufacturing)
[자료: Deloitte analysis of data from BLS, US Census Bureau, 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숙련 기술 인력 부족, 차세대 제조 경쟁력의 핵심 리스크
비영리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 CSIS)는 미국이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숙련 기술 인력(Skilled Technical Workforce, STW)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때 숙련 기술 인력은 4년제 학위가 없더라도, 로봇공학·메카트로닉스·데이터 기반 제조 등에서 고숙련 역량을 갖춘 기술 인력을 의미한다. 현재 숙련 기술 인력은 미국 노동력의 약 11.9%~23.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산업협회(SIA)는 2030년까지 필요 반도체 인력의 58%가 미충원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딜로이트(Deloitte)는 또한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2033년까지 약 2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공석으로 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숙련된 기술 인력 부족 문제가 미국의 제조업 부흥 및 기술 패권 유지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신정부, 제조업 리쇼어링 위해 ‘선별적 이민 인력 활용’ 논의
트럼프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이민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제조업 인력난 심화 이후 ‘숙련 외국인 기술자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책적 전환의 핵심 방향은 다음과 같다.
① 특정 기술직 비자(Tiered Skilled Visa) 신설 검토
반도체 공정기술자, 배터리 셀 엔지니어, 기계·금형 전문가 등 전략 제조업 기술직군을 별도 비자 트랙으로 분류해 단·중기 인력 수급을 보완하는 방안이다.
② "미국인 교육 후 본국 복귀(Come To US, Train Americans, Go Home)" 방식
반도체·배터리 등 대규모 제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비자 심사·배정 절차를 간소화해 공급망 인력 부족을 완화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시사점
미국 제조업의 숙련 기술 인력 부족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단순 인력 충원만으로는 생산 차질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노동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스마트 제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Deloitte)는 미국 제조업의 인력 부족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스마트 제조 기술 투자가 2026년까지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딜로이트가 2025년에 제조업 임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가 개선 예산*의 20% 이상을 스마트 제조 이니셔티브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투자 분야는 자동화 하드웨어, 데이터 분석, 센서,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반 기술에 집중되고 있다.
*개선 예산(improvement budget): 기업이 설비·공정·품질 등 생산 운영 효율 향상을 위해 편성하는 연간 투자 예산
다만 완전 자동화로의 즉각적 전환은 기술적∙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제품 구성의 다양성, 공정 교체 빈도, 설비 전면 재설계 필요성 등으로 자동화 비용이 매우 높고,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사람의 손과 촉각이 수행하는 섬세한 작업을 로봇이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는 한계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제조업계는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생산 모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화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공정을 담당하고, 사람은 복잡하고 상황 대응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KOTRA 시카고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도 한 현지 제조업체(A사)은 “완전 자동화는 중견급 이하 기업에게 비용 부담이 커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람과 로봇이 함께 공정을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합적으로 미국 제조업의 인력난은 향후 생산전략·설비투자·공정기술 방향까지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인력 확보와 자동화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통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Deloitte analysis of data from BLS, US Census Bureau, 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Department of Labor, White House, Fox News, KOTRA 시카고 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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