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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체, 가동 중단 원전을 업싸이클링하다…미국 원전 해체 산업
- 트렌드
- 미국
- 워싱턴DC무역관 장석일
- 2025-07-30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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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체는 단순 철거가 아닌 혁신, 불모지에서 새로운 산업부지로 진화시키는 과정
방사능은 제거하고 그 안의 가치를 사들이는 '디커미셔닝 산업'은 단순 위험 제거 산업이 아닌 자산을 회수하는 행위
원전 해체는 종결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시작
지난 6월 26일,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을 의결했다. 한국 원전산업 역사상 첫 '완전 해체' 사례로 기록될 이 프로젝트는 12년간 약 1조713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단순 폐쇄를 넘어 방사능 제거, 부지 정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따르면 영구 정지된 원전 214기 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미국 20기 등 총 25기에 불과한 상황, 원전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해체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수천 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디커미셔닝 시장을 선점하려는 각국의 물밑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미국에선 원전 해체 전문 기업 Holtec이 주식 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해체(decommissioning) 시장 개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원전 디커미셔닝 시장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써 향후 수십 년간 지속적 수요가 예상된다. 디커미셔닝(decommissioning)이란 원자로 등 원자력 시설의 가동 정지 후 진행되는 완전 해체 및 방사능 제거, 부지 정화 과정을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 약 440기의 원전 중 약 200기가 2050년까지 해체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라 해체 수요가 수십 년간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42기의 상업 원전이 영구 정지됐으며, 2024년 IAEA 보고서에 의하면 이 중 22기가 해체 진행 중에 있다. 시장조사 기관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 디커미셔닝 시장은 해도 2021년 17억 달러에서 2030년 27억 달러까지 연평균 5.3%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 같은 원전 해체 수요 확대에 따라 방사선 폐기물 처리, 안전 및 환경 모니터링, 관련 인력 및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전망이다.
<미국 내 원자력 발전소 해체 현황>
[자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 NRC)]
미 원전 해체 산업, 과거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원전 해체 산업의 기원은 펜실베이니아 주의 “Shippingport” 원전으로, 이곳은 1957년부터 최초 상업 운전 후 1962년 가동 중단, 1965년부터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원자로 압력용기 및 주요 구조물은 1960년대부터 1980년에 걸쳐 안전하게 제거됐으며, 1990년대 초에 완전 해체가 완료됐다. 해당 원전 해체 사례는, 첫 사례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산 및 일정 관리 면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Shippingport 원자력 발전소>
[자료: 미 원자력학회(ANS)]
미 원자력史에서 잊힐 수 없는 그 이름, 쓰리마일 아일랜드도 미 원전 해체산업의 역사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79년 Three Mile Island (TMI-2) 사고로 부분 붕괴된 원자로는 1985년 연료 제거 작업이 시작됐고, 1993년부터 안전 저장(SAFSTOR) 방식으로 99% 이상 핵연료가 제거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SAFSTOR이란 원전 해체의 방식 중 하나로, 원전을 수십 년간 안전하게 유지한 후, 방사선이 자연적으로 감쇄되는 것에 따라 해체 작업을 시작하는 절차를 말한다. 그 외에도 즉시 해체(DECON), 차폐 격리(ENTOMB)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DECON과 ENTOMB은 각각 발전소 가동 종료 후 즉시 해체하는 절차와 원자로 등을 콘크리트 등으로 완전히 밀봉하고 폐쇄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Shippingport와 TMI-2 사례는 단순 폐쇄를 넘어 방사성 폐기물 관리, 부지 복원, 규제 및 기술 표준을 확립함으로써 미국 디커미셔닝 시장의 초석을 마련함과 동시에, 해당 분야는 민간 기업과 규제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고도화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원전 해체 전략>
전략
설명
장점
단점
DECON
(즉시해체)
원자로 영구 정지 후 시설 내 모든 방사성 물질을 즉각 제거, 처분
ㆍ 빠른 부지 복원에 따른 부지 재활용 가능
ㆍ관리 비용 단축
ㆍ 방사선량이 높을수록 피폭 등으로 인해 기술및 안전 관련 비용이 증가
SAFSTOR
(안전 저장)
원자로 정지 후 시설을 안전한 상태로 관리해 방사능의 감쇠를 기다린 후,
해체 철거 또는 제염 처리
ㆍ방사선량 감소로 피폭 위험 및 해체 비용 감소
ㆍ기술적 부담 감소
ㆍ장기 모니터링에 따른 관련 비용 발생
ㆍ부지 활용 지연
ENTOMB
(차폐 격리)
원자로 등을 방사성 물질 완전 제거 대신 콘크리트로 시설을 밀봉, 폐
ㆍ단기 안전 확보
ㆍ해체에 따른 비용이나 피폭 가능성 감소
ㆍ오염된 시설물이 계속 잔류
[자료: 워싱턴 D.C. 무역관 정리(한수원, 코리아사이언스 등 자료 종합)]
미국 원전 해체 시장의 흐름을 움직이는 키(KEY) 플레이어들
Westinghouse는 명실상부 미국 원전 해체 시장에 있어서도 선도 주자다. 30년 이상의 다양한 원자로 해체 경험이 있으며 폐기물 운송 솔루션 및 장비 설계와 운영 등 해체에 필요한 전 과정에 대한 전문성을 겸비한 미국의 원전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이들은 현재 ‘원스톱 종합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양한 원전 해체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그 영향력과 신뢰성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쓰리마일 2호기 해체 프로젝트 수행을 하고 있는 EnergySolutions도 주목해야 할 업체다. License Transfer, Decommissioning General Contractor, Asset Transfer 세 가지 해체 모델을 모두 제공하는 유일한 업체이자 최근 미 해군과의 계약까지 체결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Holtec은 현재 원전 해체 시장의 게임 체인저 기업으로 원전 해체뿐만 아니라 재가동ㆍ신설까지 섭렵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원래 해체를 목적으로 구입했던 미시간 주의 Palisades 원전을 재가동시키기로 결정했으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원전 재가동 사례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아울러 해당 기업은 현재 해체 진행 중인 Oyster Creek 원전 부지에 SMR을 신규 건설하는 계획을 수립한 적도 있어서 ‘플랜트 업싸이클’ 동향 파악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기업 중 하나다.
<현재 Holtec이 해체 진행 중인 Oyster Creek 원전>
[자료: Holtec International]
누가 해체의 버튼을 쥐고 있나, 미국이 원전을 다루는 법
미국의 원전 해체 정책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미 에너지부(DOE)를 중심축으로, 안전한 해체와 부지 복원을 법적으로 엄격히 관리한다. NRC는 앞서 언급한 즉시 해체(DECON)·안전저장(SAFSTOR)·차폐 격리(ENTOMB) 등 세 가지 해체 전략을 공식 인정하고, 해체 완료 시점을 원전 영구 정지 후 60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DOE는 방사능 노출을 최소화하고, 공공 환경 보호 정책(CERCLA 등)을 준수해 방사성·화학적 오염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DOE는 절차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현장 조사 등을 검토·승인 하는 역할도 수행 중이다.
기관의 역할 외에도 핵폐기물 관리 정책(Nuclear Waste Policy Act) 등, 고·중·저준위 폐기물의 운반, 저장, 최종 처분에 대한 법적 틀도 마련돼 있다. 해당 폐기물의 처리를 위한 예산·기금 확보도 정책적으로 규정돼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원전 해체에 대한 포괄적인 정책·법적 규제 구조는 단순한 설비 해체를 넘어, 폐기물 관리·환경 복원·공공신뢰 회복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모범적 모델’로 작동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 고리 1호기 해체 시에도 이러한 미국의 규제 모델은 중요한 벤치마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 피폭 위험을 줄여라, 미국 원전 해체 시장 내 ‘기술 전쟁’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NRC)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2기의 원전이 해체 중이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방사능에 오염된 원자로 내부를 어떻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해체할 것인가다. 원전 해체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사람 대신 위험을 감수하는 로봇 기술의 상용화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작업자들이 두꺼운 납복을 입고 위험 지역에 직접 들어가 절단·운반·정화 작업을 수행했다면, 현재는 로봇과 원격 기술이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자율주행 로봇, 다축 매니퓰레이터 암 (manipulator arm), 3D 스캐닝 및 방사선 감시 센서 등의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들은 단순 반복 작업뿐만 아니라 정교한 절단, 위험 폐기물 분류, 구조물의 안정성 분석까지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예시로 Diakont 사의 원격 크롤러 (crawler)는 고방사능 환경에서 원자로 내부를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동 분석해 작업을 수행한다. 국제원자력기구 관계자는 “원전 해체를 하는 과정에 있어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기에, 로봇 기술과 같은 최첨단 기술과의 콜라보가 중요하다”라며 강조했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도 로봇 기반 해체 서비스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MI Insights에 따르면 원자력 관련 작업 로봇 시장은 2023년 약 16억 달러에서 2032년 5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은 이 시장의 중심지로, 전체 수요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원전 해체 전문 기업 Holtec, EnergySolutions나, 로봇 기업인 Boston Dynamics 등은 자사의 원격 시스템을 실전에 배치하며 시범 사업에서 상업 모델로 전환 중이다.
<체르노빌 4호 원전 현장에 투입된 “Dog Robot”>
[자료: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스턴 다이내믹스]
가상 시뮬레이션 시스템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트윈은 고열·고방사능 원자로 내부를 정밀하게 3차원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고, 로봇의 동선을 미리 예지·분석해 실제 작업 시간과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Holtec은 디지털 트윈과 로봇 기술을 융합한 작업 과정을 통해 작업 시간을 30%나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에너지 관련 솔루션 제공 기업 J 사에 근무하는 W 씨는 KOTRA 워싱턴DC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부지를 새로운 안전한 부지로 바꾸기 위해선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경험 외에도 혁신적인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려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IAEA는 2022년부터 원전 해체 현장에 신기술을 접목, 실증하는 국제 이니셔티브를 운영 중으로 2025년에 결과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2023년 해체가 완료된 Zion 원자력 발전소>
[자료: 미 원자력규제위원회(US NRC)]
끝 아닌 새로운 시작, 해체 그 이후의 활용도 생각할 때
붕괴된 원자로 위를 덮어씌운 거대한 납과 콘크리트 구조물. 체르노빌의 여파일까, 한 때 '차폐 격리'만이 원자력 발전소의 종착지였던 것처럼 받아들여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일부 부지 외에는 제한 없는 재활용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미국 원전 해체 산업은 이제 단순히 ‘위험을 제거하는 산업’에서 ‘자산을 되살리는 산업’으로 개념과 형태가 바뀌고 있다. 해체가 더 이상 오염된 설비를 제거하는 행위만이 아닌 오염된 부지를 ‘재생 가능한 자산’으로 바꾼다는, 인식의 전환을 맞이한 것이다. 현재 미국 내 일부 해체 완료 부지는 태양광 단지, 수소 생산 기지, 데이터 센터 부지 등으로 재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동향은 ‘재편과 재투자’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원전 해체 시장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단순히 ‘해체’라는 과정만을 볼 게 아니라 해체 이후의 공간 전략, 산업 전환, 지역 관리 체계 등까지 미래를 고려해서 예산과 계획을 확대 및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향후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유럽 등도 미국처럼 단순히 해체 후 부지 안전성 확보에 그치지 않고, 해체 이후 해당 부지의 활용방법 – SMR, 신재생 에너지,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스마트 산업단지 등– 을 선도적으로 구상해 보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 Holtec 사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데이터 센터 수요 폭증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다시 한번 각광을 받고 있지만, 대형 원전 건설을 많은 기업들이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버지니아주의 산하 카운티의 경제개발국 관계자는 "연방정부의 데이터 센터-SMR 연계 모델 장려에도 불구, 실질적으로 집값 등으로 인한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으로 실현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원자력 발전소의 성공적인 해체 경험과 재활용 사례들이 쌓이고 그것이 공유된다면, 신규 원전 건립을 가로막는 수많은 허들 중 하나는 제거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도래한 원자력 르네상스, 그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원전 해체 산업의 발전을 기원한다.
자료: 홀텍 인터내셔널, IAEA, US NRC, ANS, NEI, KOTRA 워싱턴 DC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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