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베트남 쩐홍하 부총리가 탄소시장 시범 사업을 승인(결정문 232/QD-TTg)함에 따라 탄소시장 이행 로드맵과 실행계획이 발표됐다.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 및 탄소 크레딧 거래 시스템을 개발해 파리 협정과 국가결정기여(NDC) 상 감축목표를 준수하고 국내 탄소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베트남의 탄소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풍부한 삼림자원을 바탕으로 탄소 크레딧을 확보할 여지가 크며 정부의 탄소중립(Net-Zero) 및 친환경 산업 발전 의지가 높은 만큼, 점차 구체화되는 베트남의 탄소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트남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베트남은 2022년 국가결정기여(NDC) 업데이트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BAU(Business As Usual) 대비 43.5%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중 15.8%는 자국 노력으로, 나머지 27.7%는 국제 지원을 통해 달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주요 재정적 수단으로 베트남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12월, 베트남 정부는 국제 파트너 그룹(IPG)과 공정한 에너지 전환 파트너쉽(JETP)을 체결해 155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 지원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 감축을 중심으로 추진되며 전력 부문의 구조 전환 가속화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 탄소시장 구축을 위한 로드맵 및 실행계획

탄소시장 구축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로, 베트남 정부는 이를 통해 개인, 기업,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재무부가 발표한 탄소시장 이행 로드맵에서는 구체적인 절차와 추진 일정을 제시하며, 국내외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베트남 탄소시장 내 상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우선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Greenhouse Gas Emission Quatas)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이행해야 하는 기업 혹은 시설이 법률에 따라 배출가능한 할당량을 의미한다. 이 할당량은 총리가 발행해 기업 및 시설들에 무상 할당 또는 경매하는 방식으로 거래된다. 둘째로, 인증 탄소 크레딧(Certified Carbon Credits)은 국내외 프로젝트 등에서 생성·인증된 탄소 크레딧을 말하며 청정개발체제(CDM), 공동크레딧 매커니즘(JCM), 파리 협정 제6조 매커니즘에 따른 크레딧을 포함한다. 이 크래딧은 탄소시장에서 개인, 기업, 기관 간 거래될 수 있다.

거래 시스템의 운영 주체도 명확해졌다. 베트남 국내 탄소거래 서비스는 하노이 증권거래소가 구축해 제공할 예정이며, 배출 할당량 및 탄소 크레딧의 인증은 천연자원환경부가, 거래에 따른 지불 처리는 상업은행이 담당한다. 관리 전반이 국가 등록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면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래는 베트남이 설정한 단계별 탄소시장 이행 로드맵이다.

<탄소시장 이행 로드맵>

[자료: Decision 232/QD-TTg]

베트남 탄소 크레딧 확보 현황

베트남에서 탄소 크레딧을 확보한 사례로는 우선 전기차 스타트업인 셀렉스모터스(Selex Motors)가 대표적이다. 셀렉스모터스는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와 협력해 전기 오토바이 기업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제 기준에 맞춰 탄소 크레딧을 등록했다. 2024년 12월에 검증 절차를 마쳐, 2025년부터 5년간 19만 7000톤의 이산화탄소 감축분에 상당하는 탄소 크레딧 판매가 가능하다. 또한 빈그룹 산하 전기차 충전소 기업인 비그린(V-Green)은 대만의 eTreego와 협력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시장에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녹색 전환 및 탄소 크레딧 인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Gold Standard 탄소 크레딧 등록을 마친 셀렉스모터스>

[자료: SELEX MOTORS]

한편 Gold Standard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는 72개 그룹이 탄소 크레딧 판매를 위한 등록을 마쳤으며, 이 중 약 40개가 인증까지 완료했다. 인증된 프로젝트는 주로 풍력이나 바이오가스 분야에 집중돼 있다.

베트남의 탄소 크레딧의 잠재적인 분야로는 산림 자원의 활용이 꼽힌다. 베트남은 국토의 약 42%가 삼림으로 덮여 있어 이를 활용해 수백만 개의 탄소 크레딧을 확보할 수 있다. 현지 매체 VnExpress에 따르면, 2023년 베트남은 세계은행에 톤당 5$의 가격으로 1030만 개의 탄소 크레딧을 성공적으로 판매해, 총 515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탄소 크레딧의 대부분은 베트남 중북부 지역에서 생성된 것이다.

<베트남 산림>

[자료: VnEconomy]

탄소시장 발전의 리스크, 도전과제

야심찬 목표와 추진 일정을 설정했지만, 베트남의 탄소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으며, 친환경 산업도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기업들이 탄소 크레딧을 구매해야 할지 판매해야 할지조차 판단하기 쉽지 않다. 또한 탄소시장은 참여자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liquidity) 부족과 가격 변동성(price uncertainty)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며, 정책 변동성, 법적 강제력 부족, 시행 지연 등으로 인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위험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VIR(Vietnam Investment Review) 등 현지 언론은 베트남 정부가 기업들이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등록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그린워싱(green-washing)과 감축량 부풀리기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인증된 크레딧만 거래될 수 있도록 엄격한 관리 체계 구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탄소시장의 성공 여부는 시장 성숙도, 법적·제도적 정비 수준, 명확한 운영 기준, 그리고 충분한 참여자 확보 여부에 달려 있고, 베트남도 이러한 요소를 제대로 갖춰야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공급망 참여 및 탄소 감축 요구가 강화됨에 따라 베트남 탄소시장의 발전은 현지 기업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RE100,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환경 규제의 영향권에 놓인 기업들은 베트남 탄소시장의 변화와 운영 추이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탄소시장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까지 제도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관련 기업들은 정부 정책 변화와 조직 개편, 법적 프레임워크 개정이 경영환경과 대응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료: 결정문(232/QD-TTg), UNFCCC, Vietnam NDC 2022, Selex Motors 등 기업 웹사이트, VnEconomy 등 현지 언론, KOTRA 하노이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