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기자전거 시장

프랑스인들의 자전거 이용률은 주변 유럽 국가에 비해 낮은 편으로 조사됐다. 시장 조사 기관 Statista에 따르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답변한 사람들의 비율이 네덜란드는 53%, 독일은 34%인데 반해, 프랑스에서는 20%에 그쳤다. 이용자 비율은 비교적 낮지만, 이 수치가 최근 프랑스에서 자전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나온 결과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프랑스 내 자전거 시장의 성장은 일반 자전거 판매 대수의 증가보다는 전기자전거(VAE), 뒷좌석에 어린이를 태울 수 있는 다인승 롱테일 자전거, 화물 자전거 등의 인기 덕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기준, 프랑스 퍼스널 모빌리티 판매량>

(단위: 천 대)

[자료: Statista]

2006년부터 2023년까지 프랑스의 전기자전거 판매량 추이를 보면, 2011년 3만7000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이 2022년에는 73만8000대까지 판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2023년에는 처음으로 판매량이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전기자전거(평균 1967유로)의 특성상 가계 구매력 저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자전거 정비 시장은 2023년 지난해 대비 19% 성장했고, 2019년 대비해서는 116%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6~2023년 프랑스 전기자전거 판매량 추이>

(단위: 천 대)

[자료: Statista]

전기자전거의 이러한 성장의 뒤에는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을 장려하는 프랑스 정부의 지원책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두 가지 유형의 전기자전거 구매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첫 번째는 구매 지원에 속하는 생태 보너스(Bonus Ecologique)로, 자전거의 종류와 가계 소득 수준에 따라 최대 2000유로까지 지원한다. 두 번째는 전환 보너스(Prime a la conversion)로, 기존에 소유한 내연 기관차를 폐차하고 전기자전거(중고 포함)를 구입하는 경우 최대 1500~3000유로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25년 1월 기준, 프랑스 전기자전거 구매 지원금 현황>

[자료: 프랑스 정부 공식 포털]

법인용 전기자전거 도입 인기

전기자전거가 인기를 끌면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출퇴근용 전기자전거를 제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지방에 위치한 맥주 제조 기업 K 사는 연간 약 75대의 전기자전거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요소가 되고, 직원들 입장에서는 유류 가격 상승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전거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 시키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교통부는 한 보고서에서 자전거를 타는 직원은 병가를 내는 비율이 15% 낮다고 발표했고, 프랑스 산업 연맹(Medef)은 자전거를 타는 직원의 생산성이 6~9% 높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2018년 모빌리티 법이 도입된 이후, 직원들에게 회사 자전거를 제공하는 기업은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실제 자전거 임대료의 최대 25%를 법인세에서 공제받는다. 또한, 법인 자전거는 현물 급여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추가 고용주 부담금이나 직원에 대한 소득세도 발생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 차원의 자전거 도입을 위한 비즈니스도 성장 중이다. 탄뎀(Tandem)의 비즈니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탄뎀은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기업에 법인용 자전거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인 차량을 전기자전거로 대체해 직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용주는 대여 비용의 약 70%를 지불하고, 나머지는 직원이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모델에 따라 다양하지만 직원 1인당 매월 약 20~30유로 수준을 지불한다. 평균 3년의 리스 기간이 끝나면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기회가 직원에게 제공된다.

탄뎀사의 공동 창업자인 제르파니옹(Jerphanion) 씨는 경제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접이식 자전거, 패밀리 자전거 등 다양한 모델을 제공한다고 설명하며, 설립된 지 3년 만에 1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2027년까지 2100만 유로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을 만큼, 프랑스 내에서 기업의 법인 자전거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산업의 대표적인 프랑스 기업으로 젠라이드(Zenride)도 있다. 젠라이드는 2018년 창업된 스타트업으로,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고용주가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전기자전거 리스 시스템을 개발했다. 자전거와 장비를 기업에 공급하고, 유지 보수 및 수리를 관리하며, 보험도 제공한다. 2023년 지난해 대비 120%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2024년 50개 이상의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설립 6년 만에 프랑스에서 500개 고객사를 돌파해, 현재 약 6000대의 법인 자전거를 유통하고 있다.

<스타트업 Tandem이 기업에 제공하는 전기자전거>

[자료: Tandem 홈페이지]

프랑스의 법인용 자전거 대여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나 매우 세분화 돼 있으며, 대다수가 소규모 기업인 상황이다. 현재 프랑스의 법인 자전거 수는 약 2만~2만5000대 사이인 데 반해, 벨기에의 경우 70만5000대, 독일의 경우 200만 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 의견 및 시사점

사회적, 환경적 요인과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프랑스의 자전거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와 전기자전거뿐 아니라 전기자전거 리스 서비스, 자전거 부품 및 액세서리, 자전거 수리 서비스 등의 다양한 산업이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에서 자전거 수리 서비스 매장을 운영하는 H 씨는 KOTRA 파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수리로 맡겨지는 자전거 수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저가 제품이나 중고 제품을 사서 수리를 하려는 고객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주변 유럽 국가에 비해 아직 전기자전거가 활발히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고, 자전거는 ‘각종 부품들의 퍼즐’이라고 불리는 만큼, 경쟁력을 갖춰 각종 부품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프랑스 정부 공식 포털, Statista, union sport cycle, 일간지 Les echos, Le monde, Le figaro, KOTRA 파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