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사회적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니즈가 세분화되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닛케이 트렌디가 매년 발표하는 ‘히트 예측’은 일본 소비자의 요구와 변화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닛케이 트렌디는 일본경제신문 닛케이가 발행하는 트렌드 전문 월간지로, 매년 11월경 올해의 히트 상품 30과 내년의 히트 예측 100을 발표한다. 올해 11월에 발표한 ‘2025 히트 예측’을 살펴보며 일본 소비 트렌드를 미리 확인했다.

일본 소비 트렌드를 나타내는 5가지 키워드

일본 소비 트렌드는 기술의 발전과 생활방식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선택의 복잡성을 줄이는 AI 기반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정보 처리 서비스는 현대인의 일상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있으며, 생활 속 사소한 불편을 해소하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코로나 이후 대면 소통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며 가정과 직장 외의 ‘제3의 장소’가 새로운 교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편리함과 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 심리도 부각되면서, 단순한 효율성을 넘어 제대로 된 품질과 경험을 제공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모빌리티 혁명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이동 수단과 차량공유 서비스가 더해지며, 일본 소비시장은 기술과 환경, 사람 간의 연결성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1) 뇌 지원

선택의 연속인 현대 사회에서 범람하는 정보를 대신 처리해 주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AI의 진전과 더불어 목걸이, 안경, 이어폰형 등 일상에서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AI 디바이스가 등장했다. 2025년 발매 예정인 샤프의 ‘AI 스마트 링크’는 AI가 카메라나 마이크로 주위 상황을 실시간 파악해 사용자에게 맛집 추천, 가전기기 제어 등 적절한 맞춤형 제안을 한다. 또한 정기 구독 중인 자료를 일괄 관리하고 묶음 할인을 적용해 주는 Bango(영국)의 서비스도 등장했다.

2) ‘부족’ 문제 해결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생활 속 ‘부족’을 메꾸는 서비스가 인기이다. 아지노모토는 도시락용 냉동식품인 ‘오벤또PON(おべんとPON)’을 발매했다. 소비자는 돈가스 등 반찬이 들어있는 상품을 봉지째 전자레인지로 가열한 다음 도시락통에 부어 식사를 간편히 준비할 수 있다. 해당 상품은 세로로 길쭉한 형태로 포장돼 냉동실 안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한편, Piraku PORTER는 도쿄 지하철역 짐 보관소에 넣은 짐을 당일 지정 호텔까지 운반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짐 없이 가볍게 여행할 수 있게 해주고, 대중교통 혼잡 문제도 해결한다.

3) 제3의 장소

코로나 이후 대면 소통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가정, 직장이 아닌 ‘제3의 장소’가 소통의 장으로 떠오른다. 마인드 스포츠인 포커는 세계적인 유행과 함께 일본에서도 플레이 인구가 약 240만 명에 달하며 도심을 중심으로 전용 시설이 느는 추세이다. 규칙이 쉽고 초면인 사람과도 대전하며 깊게 교류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아이와 부모를 위한 공간도 인기이다. 복합 건물 내에 아이를 위한 스포츠나 각종 체험활동과 부모를 위한 카페나 필라테스 교실 등이 갖춰지면서 여기가 새로운 육아 교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4) 편하면서도 제대로(유루쓰라, ゆるつら)

최근 수년간 소비자를 편리하게 해주는 상품이 유행했으나 반대로 ‘편하면서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원하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편하면서도 효율을 원하는 소비자의 상반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제 느낌의 냉동식품이나 먹으면서 단식할 수 있는 영양식품 등의 히트가 예상된다. 예를 들면, 선스타(SUNSTAR)는 단식에 최적화된 영양 비율을 갖춘 에너지바 ’FASTING BAR’를 발매하고 해당 상품을 편의점에 입점할 계획이다.

5) 모빌리티 혁명

배기가스 규제 강화 등 교통법 개정에 따라 전기 이륜차가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1월 생산이 중단되는 50cc 이하 스쿠터의 대체재로 Yadea(중국) 등 해외 브랜드의 저렴한 제품이 수입되고 있다. 또한 2024년 4월 시작된 일본판 차량공유(라이드셰어)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계기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2025 일본에서 히트할 상품·서비스

닛케이 트렌디는 매년 상품과 서비스를 평가해 히트 예측 랭킹을 발표한다. 이 랭킹은 일본 소비 시장의 흐름과 미래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닛케이 트렌디는 상품과 서비스를 평가할 때 판매 동향, 신규성(참신성), 영향력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한다. 판매 동향은 매출과 시장 점유율의 성장 가능성과 지속성을 평가하며, 신규성은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독창성을 판단한다. 영향력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유행을 이끌고 생활양식이나 상식에 변화를 일으키는 사회적 파급력을 기준으로 삼는다.

<닛케이 트렌디 2025 히트 예측 랭킹 10위>

[자료: 닛케이 트렌디]

이러한 기준으로 발표된 2025년 히트 예측 랭킹은 AI와 혁신적인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포함됐다. 1위를 차지한 ‘AI 스마트 링크’는 목걸이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AI를 통해 사용자 일상을 지원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2위에 오른 ‘SubHub’는 구독형 서비스 관리를 간소화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한 시스템이다. 3위로 선정된 ‘라이트 애니메이션’은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화하는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효율성을 강조했다.

생활 속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들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도시락PON’은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냉동 도시락 제품으로 간편함을 강조했으며, ‘FASTING BAR’는 단식에 최적화된 영양 비율로 건강과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한다. 또한, 신용카드를 이용한 교통 요금 결제 시스템, 교류의 장으로 주목받는 마인드 스포츠 포커, 구세대와 신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리메이크 게임 ‘드래곤 퀘스트 III’, 전기 이륜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혁명, 실시간 텍스트 통화 앱인 ‘Jiffcy’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먹는 한국 화장품’, ‘K-세차용품’이 순위에 등장

일본 소비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식품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몸속부터 건강을 채워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의미를 담은 '이너뷰티'와 관련된 제품들은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함유한 식음료나 건강 보조 식품을 의미한다. 콜라겐, 글루타치온, 히알루론산, 비타민 등을 포함해 미백, 피로 해소, 부기 관리 등의 효과를 제공한다. 한국의 '먹는 화장품' 제품들은 2024년 가을부터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푸드올로지의 '콜레올로지 컷팅 젤리'는 11월부터 일본 전역의 드럭스토어에서 판매될 계획이다. 이 제품은 이미 일본의 Z세대가 애용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Qoo10)에서 건강식품 분야 랭킹 5위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이너뷰티 제품 예시>

[자료: 각 기업 웹사이트]

2023년 기준, 일본 이너뷰티 시장에서 HS Code 2106.90(기타 식품조제물)에 해당하는 제품의 최대 수입국은 한국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해당 품목에 대해 한국으로부터 1억5087만 달러 규모의 제품을 수입했으며, 이는 전체 수입 시장에서 약 20%의 점유율을 차지한 수치다. 한국에 이어 미국, 중국, 태국 등이 주요 수입국으로 뒤를 이었다. 

<일본 이너뷰티 제품 수입 동향 (HS Code 2106.90 기준)>

(단위: US$ 천, %)

[자료: Global Trade Atlas(2024.11.18.)]

2025 히트 예측 랭킹에서 ‘먹는 한국 화장품’이 13위에 이어 ‘K-세차용품’이 21위를 차지했다. 닛케이 트렌디는 한국을 황사의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세차용품 전문점과 서비스가 발달한 ‘세차 선진국’으로 평가했다. 한국산 세차용품은 화사한 향의 카 샴푸, 윤기 나는 마무리를 제공하는 코팅제 등 품질과 독창성을 갖춘 제품으로 일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GFK Japa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월 1회 이상 세차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2%로, 5년 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일본에서도 셀프 세차가 점차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K-세차용품의 일본 시장 진출 확대는 향후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세차용품 예시>

[자료: 각 기업 웹사이트]

시사점

닛케이 트렌디 편집부의 S 씨는 ‘제5회 라이프스타일 Week 간사이’ 세미나 후 KOTRA 오사카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2024년은 예년보다 길고 더운 여름의 영향으로 다양한 무더위 대비 상품이 출시되며 소비재 전 분야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는 세계적인 문제로, 특히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은 만큼 내년에도 관련 대응 상품과 서비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가오는 2025년에도 최신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K-뷰티로 시작된 한국산 제품의 인기가 이너뷰티와 같은 식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는 한국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자료: 닛케이 트렌디, 각 기업 웹사이트, Global Trade Atlas, KOTRA 오사카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