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FTA 비준의 주요 내용과 기대효과

2024년 9월, 필리핀 상원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면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FTA 비준으로 필리핀은 농산물 수출, 특히 바나나와 가공 파인애플의 한국 수출을 확대할 기회를 얻게 되었으며, 한국산 산업 및 기술 제품에 대한 접근성도 대폭 개선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로 필리핀은 96.5%의 한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한국은 필리핀산 제품 중 94.8%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러한 관세 혜택으로 양국 간 무역 및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국회는 2024년 11월 본회의를 통해 한-필리핀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며 발효를 위한 국내 절차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올해 말까지 FTA가 발효되면 양국 간 무역과 투자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의 FTA 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협정 발효 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15년간 0.01%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이 1억 6000만 달러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동차 수출액이 연평균 1340만 달러 증가하며 제조업에서의 경제적 이익이 클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수출 증가 및 자동차 산업 혜택

이번 협정으로 필리핀의 대표적 농산물인 바나나와 가공 파인애플의 한국에 대한 수출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바나나에 대한 30%의 관세는 5년 내에 단계적으로 철폐되며, 가공 파인애플에 부과되던 36%의 관세도 7년 내에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이는 필리핀 농업 부문 활성화를 제고시킬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한국이 필리핀의 세 번째로 큰 바나나 수출 시장인 점을 고려할 때 농업 수출업체들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으로의 바나나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1억 6,454만 달러에 달하며, 이번 협정으로 필리핀 농업 수출품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도 별 필리핀 바나나 수출 상위 10개국 수입액 및 증감율 (HS CODE : 0803 기준)>

(단위: 천 US$, %)

[자료: Global Trade Atlas, 2024.11.22. 기준]

또한 한국산 자동차 및 전기차 산업도 큰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한국산 차량에 부과되던 수입 관세는 이번 FTA로 인해 철폐될 예정이며, 이는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필리핀 시장에서 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차량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세도 5년 이내에 철폐될 예정이므로, 필리핀의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한국산 전기차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 對 한국 자동차 수입 시 적용 관세율 (HS CODE : 8703.21.21 – 사륜 자동차 기준)>

[자료: Philippine Tariff Commission, 2024년 11월 22일]

한편, 현재 필리핀의 對한국 수입 관세는 4륜 구동 승용차(HS Code: 8703.21.21)에 기준으로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 30%,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AKFTA)에 따라 필리핀은 한국산 4륜 구동 승용차에 5%의 관세를 적용하며, 2024년 4월 1일부터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는 3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인프라 개선과 투자 유치 필요성

필리핀 상공회의소(Philippine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 이하 PCCI)는 이번 FTA가 제공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필리핀 내 인프라와 규제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필리핀 정부는 한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기차 산업 및 농업 가공 부문에서 약 2,000억 페소의 투자 유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필리핀은 해당 분야에서의 성장을 위해 기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더 나은 사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對필리핀 해외직접투자 통계>

(단위: 건, 개, 백만 달러)

[자료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통계, 2024.11.22.]

이와 함께, 지역 산업의 기술력 향상도 동반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과의 FTA로 인해 필리핀의 제조업 및 기술 산업이 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이는 필리핀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농산물 및 산업 정책에 대한 우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필리핀 농산물 수출 증가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IBON Foundation의 한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FTA가 국가 산업화 전략과 연계되지 않을 경우 정책적으로 여러 도전 과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필리핀 정부가 보다 광범위한 국가 산업 정책을 채택해 지역 경제와 산업을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점

한-필리핀 FTA 비준은 양국 간 무역과 투자 관계를 크게 강화할 기회로 평가된다. 필리핀은 농산물 수출, 특히 바나나와 가공 파인애플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으며, 한국은 자동차 및 전기차 산업 등 제조업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관세 철폐로 필리핀산 농산물과 한국산 산업 제품 간 무역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며, 이러한 경제적 효과는 양국의 전반적인 경제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FTA 발효로 한국 자동차 산업은 필리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필리핀의 자동차 및 전기차 수요 증가와 더불어 관세 철폐는 한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을 확대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세 철폐는 필리핀 내 친환경 차량 시장 성장에 기여하며,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필리핀 농업 생산 감소와 중소 농업계 혜택 불균형 같은 부작용을 관리하고, 규제 환경 및 인프라 개선을 통해 FTA의 장기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자료 : 필리핀 상공회의소(PCCI), 필리핀 자유농업연합(PIFF), Philippines News Agency, Global Trade Atlas, Philippine Tariff Commission, 한국수출입은행 및 KOTRA 마닐라무역관 자료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