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전기차는 경량의 저속 배터리 구동 전기차다. 기존 자동차보다 크기가 작아 복잡한 도심 이동에 적합하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 덕분에 예산이 부족한 고객도 부담 없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새로운 소형 전기차로 신기록을 세운 빈패스트

최근 베트남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빈패스트(VinFast)가 8월부터 새로운 소형 전기차 모델 VF3를 고객들에게 인도하기 시작했다. VF3는 빈패스트가 올해 5월 출시한 소형 전기차 모델로, 출시 이후 3일 만에 2만7000건 이상의 주문을 받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지 언론에서는 빈패스트의 소형 전기차인 VF3가 베트남의 ‘국민 자동차’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빈패스트 VF3>

[자료: 빈패스트]

VF3는 전국 빈패스트 쇼룸과 공식 딜러사 등 오프라인 방식에 더해 공식 웹사이트와 쇼피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예약 주문을 받았다. 실제로 접수된 주문 2만7649건 중 절반 이상이 온라인으로 이뤄졌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빈패스트가 쇼피, 페이스북, 틱톡 등에서 인플루언서 홍보 마케팅을 펼치며 라이브 방송으로도 주문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문한 고객 중 일부가 운전면허가 없거나 진성 구매자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예약 시 입금하는 보증금이 환불이 불가하므로 주문 취소 건수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라이브 방송 2시간 반 동안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특히나 단기간에 2만7000여 건의 예약 주문을 받음으로써 빈패스트가 이번 VF3 판매를 통해 톡톡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는 평이 많다.

빈패스트는 8월 1일부터 계약금을 입금한 고객들에게 차량을 인도하고 있다. 만약 올해 말까지 최소 2만 대 이상의 VF3를 고객에게 인도된다면 빈패스트의 VF3가 2024년에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모델이 될 수도 있어 여러 방면에서 신기록을 세우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작년 베트남에서 가장 잘 팔렸던 미쓰비시 엑스팬더(Xpander)의 경우 2만 대에 못 미치게 판매됐다. 

<2023년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모델 TOP 10>

(단위: 대)

*주: 빈패스트의 예상 판매 대수는 2024년 기준

[자료: 베트남 자동차생산자협회(VAMA), 현대탄콩]

베트남 소형 전기차 시장 현황 및 경쟁 동향

베트남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25.8% 성장해 2032년에는 2022년 대비 8배 가까이 급증한 6만500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부터 2032년까지 베트남의 전기차 예상 판매량>

(단위: 천 대)

[자료: Statista]

베트남의 소형 전기차 시장은 시중에 판매되는 모델 자체가 많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통계가 없다. 빈패스트의 VF3 출시 이전에는 중국 우링의 홍광(Hongguang) 모델이 2023년 중반부터 판매되고 있다. 우링 홍광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 성공해 수출되고 있는 소형 전기차로, 베트남 흥옌성의 TMT 모터스 공장에서 제조 및 조립되고 있는데 2020년 7월부터 2023년 말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형 전기차로 유명하다. 다만 우링 홍광은 작년에 베트남에서 591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목표였던 5525대의 10% 가량에 불과해 베트남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 전기차가 베트남 시장에서 고전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충전소 인프라 부족을 꼽는다. 독일 폭스바겐에서 다년간 근무한 자동차 전문가 응우옌민동 씨는 KOTRA 하노이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충전소는 전기차 산업의 중추이며 전기차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근본적인 요소"라고 전했다. 소형 전기차는 특히 일반 내연 자동차나 중·대형 자동차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데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충전소가 부족하면 고객들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베트남 내의 공공 충전소 시스템은 빈패스트가 구축한 시설이 대부분으로 빈패스트는 전국에 15만 개 이상의 충전 포트를 갖춘 3000개 이상의 충전소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전기차 브랜드마다 플러그 표준이 다르고 호환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 외국 전기차들이 이 충전소를 함께 사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러한 인프라 문제에 더해 일반적인 전기차는 높은 가격 등의 문제가 있다 보니 베트남에 빈패스트 외 전기차 기업들은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빈패스트의 전기차 충전소>

[자료: 빈패스트]

소형 전기차 시장의 잠재 고객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안에서 소형 전기차는 특정 고객군에 어필하며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노이와 호찌민시 등 베트남의 주요 도시는 도로가 좁고 교통량이 많은데 혼잡한 거리를 기동하고 좁은 공간에서 주차 공간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형 전기차가 유용할 수 있다.

소형 전기차가 일반적으로 기존 가솔린 차량이나 대형 전기차보다 가격이 저렴한 부분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기조 속에서 이미 등록세 면제, 특별소비세 감면 등의 정책적 혜택을 받고 있는데 빈패스트는 특히 예산의 제약이 있는 젊은 고객이나 세컨카를 구매하고자 하는 가족 등에게 소형 전기차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소형 전기차에 주목하는 고객은 택시나 차량호출 등 서비스 차량 업체들이다. 현재 베트남의 택시 및 차량호출 업체들은 주로 기아 모닝과 현대 그랜드 i10을 사용하고 있는데 기아 모닝은 2014~2018년, 현대 그랜드 i10은 2019~2021년에 베스트 셀링카 상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VF3 출시 후 렛츠고(Let’s Go) 택시 브랜드를 운영하는 안빈JSC(An Binh JSC)는 최근 600대의 VF3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며 이 차들은 도심의 저가 택시 서비스에 투입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사점 및 전망

빈패스트의 VF3이 큰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됐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베트남의 전기차 시장과 산업이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10년간 연 25%씩 증가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빈패스트가 시장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낮은 현지화율이나 주요 부품의 수입 의존도 문제, 미비한 충전 네트워크 등 베트남의 전기차 산업은 아직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우리 기업이 핵심 부품이나 배터리 조달, 범용 충전소 개발 투자 등 현지에서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새로운 협력 및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 Tang Thi Thanh Lam

자료: 빈패스트, Statista, VAMA, 현대탄콩, Vietnam Insider, KOTRA 하노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