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정 미국 변호사(무역법, 상법, 해상법 전문), ACI Law Group 

pa@acilawgroup.com

최근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가 확대됐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경우 미국의 무역정책이 어떻게 변화할까? 특히 트럼프가 미디어에서 주장하는 10%(일반 보편 관세)-60 %(대중국관세)-100%(특정 지역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 관세정책이 정말 실행될까? 이러한 관세정책에 대한 질문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지대하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는 미국 국민들과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관세로 세수를 증진한다고 그의 정책을 내세우지만 경제계는 우려하고 있다.

① 전 무역대표부 대표 로버트 라이타이저의 귀환 : 공짜 무역은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6년 후보 시절의 공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당시 그의 무역 공약의 대부분은 대중 무역제재였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당시 미국 내 중국에 대한 반감 및 위기의식에 힘입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1기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제301조 , 무역확장법 제232조 등을 사용했다. 로버트 라이타이저(Robert Lighthizer)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이해한다면,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로버트 라이타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자료: 위키피디아]

그는 미국 중서부 지역(러스트 벨트) 출신의 변호사였으며, 미 공화당이 좋아했던 밥 돌(Bob Dole) 상원의원의 무역정책 보좌관을 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후 레이건 정부에서 USTR의 부무역대표를 수행했고, 이후 대형 로펌에서 미국 철강회사를 대리하여 반덤핑 소송을 주로 맡았던 통상 변호사였다. 이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확정되자 마자 트럼프는 그를 마라라고 별장으로 불러 미국 무역대표부를 맡아 달라 요청했다. 트럼프는 그에게 중국에 대한 조치를 주문했다. 그의 미국무역대표부의 선임에 대한 상원의원의 승인여부 투표는 찬성 82, 반대 14 로 거의 초당적으로 통과되었으며, 민주·공화 양당으로 인정을 받아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2022년 11월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재출마를 선언한 이래 그는 다시 라이타이저 장관에게 미국 무역정책에게 관한 지혜를 구했다. 그후 라이타이저 장관은 그의 무역기조가 담긴 『공짜 무역은 없다(No Trade Is Free)』라는 책을 2023년 출간했는데, 만약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이 책의 내용이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는 미국 속담을 빗댄 제목의 이 책은 현재 트럼프 2기를 준비하는 단체들에게 배포되어 무역정책의 기반으로 사용되고 있다.

<로버트 라이타이저의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의 표지>

[자료: Amazon.com]

이 책의 내용의 핵심은 그간의 미국의 무역 정책은 미국에 불공평했으며, 이러한 정책이 미국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한, 미국 입장에서 공정한 무역정책, 보호무역, 고관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 책에는 한국에 관한 내용도 5 페이지 반 정도 나오는 데 주로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의 수정이 필요하며 그동안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을 통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한미 FTA 에 따라 미국은 한국산 픽업 트럭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2018년 한미 FTA 재협상에서 라이트하이저가 이러한 픽업 트럭 관세를 2041년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한국산 픽업 트럭과의 경쟁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 그의 업적으로서 언급한 것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나아가 저자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이 무역에 있어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중 무역 정책이 미국 중산층을 살리는 제일 중요한 정책이며, 이를 위해 미국은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를 뜻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력하게 말하고 있다. 저자는 어차피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지만, 현 바이든 정부의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중점을 둔 ‘좁은 마당에 높은 담장(small-yard, high-fence)’ 정책보다는 더욱 광범위한 디커플링을 통해 미국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②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이 현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와 관계없이 보수 정권이 재집권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를 보면 자유무역의 의미를 더 이상 순진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헤리티지 재단은 전 세계 최고 싱크탱크 중의 하나이고 보수가치를 주장하는 단체로 1973년에 닉슨 대통령 때 만들어져 레이건 대통령 집권기에 꽃을 피웠다. 이후 조지 부시 대통령 당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도 이론을 만들어 준 기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실 처음 트럼프가 등장했을 때는 트럼프가 보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았지만 당선이 되고 난 후에는 트럼프 정권과 함께 하게 되었다. 현재 헤리티지 재단이 트럼프의 행정부의 재집권 준비를 조력하고 있으며, 이전 1기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더욱 확실하고 고차원적인 정책들이 펼쳐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프로젝트 2025는 미국의 현재 WTO체제하 무역 정책이 불공정하며, 미국의 부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워싱턴 D.C에 소재한 헤리티지 재단 본부>

[자료: 위키피디아]

③ 보편적 기본관세 도입 시 가져올 변화

트럼프 전대통령이 이번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무역정책에서 말하는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란, 전 세계로부터 모든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10% 관세율을 추가 적용하되, 일부 핵심 필수 품목 대상관세는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FTA가 수립되어 있는 한국, 멕시코, 캐나다에 대해서도 적용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지만 대미 무역 흑자가 크거나, 환율조작 시도, 불공정 무역 관행 국가에는 기본 10%에 더하여 징벌적 추가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나라는 당연히 중국이라고 볼 수 있고 트럼프는 언론을 통해 중국에 6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무역법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WTO 등에서 제소는 가능하지만 WTO의 분쟁조정 기능 자체가 무력화되어 있고 미국 법원도 무역행정조치에 대한 사법부 개입 여지를 협소하게 판단하고 있어 이러한 대통령의 개입은 무역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에 대해 60%의 보복 관세가 부과된다면 무역량이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돼 미국 경제는 매우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관세는 수입자, 즉 미국에 있는 회사들이 부담하고 있는데, 고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이는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이미 오랫동안 고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아 왔다.

하지만 다가오는 대선의 승자가 바이든이든지, 트럼프든지 관계없이 무역에 임하는 기업들은 수입하는 상품의 원산지를 알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생산기지의 변화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세관이 중국산 원산지 상품에 대해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수입하는 회사들이 수출 회사로부터 중국산이 아닌 것으로 알고 구매를 했지만 나중에 중국산으로 판정이 되어 수입회사가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수입회사들은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PO 또는 계약서에 원산지에 대한 책임을 수출자가 가지도록 하도록 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