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산업용 로봇 시장의 잠재력

올해 베트남은 7월부터 최저임금이 6% 인상될 예정이다. 2022년 여름 6% 인상에 이어 2년 만에 또 다시 동일한 최저임금 상승률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베트남에서는 최저임금뿐 아니라, 평균임금도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은 풍부한 노동력을 자랑하지만, 첨단 제조산업에 투입될 수 있는 숙련노동자는 부족하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강점으로 하는 베트남이지만, 미래에도 이러한 강점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베트남, 2024년 7월부터 최저임금 6% 인상 예정(하노이무역관) [바로가기]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 시장은 제조업의 자동화 증가와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에 관한 관심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tatista에 따르면, 2024년에는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산업별 산업용 로봇 채택률(adoption rate)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 다른 산업에 비해 전기·전자 산업에 로봇 기술이 더 많이 적용되고 있으며 2024년 베트남의 전기·전자 산업 부문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전체 3억 달러 중 2억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2028년 산업 부문별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매출액 기준)>

(단위: US$ 백만)

주: 2023~2028년은 전망치(*)

[자료: Statista]

아세안(ASEAN) 역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더라도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 시장 잠재력은 풍부하다. 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은 싱가포르의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를 추월한 2018년 이후에 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돼 아세안 주요국과의 격차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기준, 약 3억 달러에 달하는 베트남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와 달리 싱가포르는 1억7331만 달러, 인도네시아는 8810만 달러, 말레이시아는 6904만 달러 등으로 베트남에 비해 매출이 적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2016~2028년 ASEAN 주요 국가별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매출액 기준)>

(단위: US$ 백만)

주: 2023~2028년은 전망치(*)

[자료: Statista]

베트남 노동력의 한계, 산업용 로봇에는 기회?

한편, 베트남의 제조·가공업은 베트남 GDP의 약 23~24%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하며 베트남의 고성장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조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노동시장에서는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것이 오히려 산업용 로봇 분야에 있어서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노동 생산성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 비해 여전히 뒤처져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베트남의 노동 생산성은 189개국 중 124위를 기록했다. 한편, 약 130만 명의 노동자가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의 전자·전기산업에서 이들은 대부분 공급망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후방산업, 즉 기초적인 가공 및 조립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주당 48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어 초과 근무 시간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력은 풍부하나 그들이 제공하는 노동의 질이 낮고, 처우가 상당히 열악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베트남 노동 시장의 특성은 산업용 로봇 산업에는 기회로 인식될 수 있다. 물론 향후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은 재교육, 사회 보장 등과 연결이 되기에 정부와 시장 양측에서 모두 필요할 것이다.

주요 정책 방향

2018년 3월 22일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발표한 ‘2030년까지의 국가 산업 개발 정책 방향 및 2045년까지의 비전’에 관한 결의안 제23-NQ/TW호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도입과 제조 공정의 자동화를 강조했다.

이어 2020년 12월 30일에 발표된 ‘우선순위의 첨단기술과 첨단기술 제품(high-tech products) 목록’에 관한 결정문 제38/2020/QD-TTg호에서도 베트남은 여러 ‘자동화’ 관련 기술 및 제품을 선정하며 자동화를 강조하고 있다. 해당 목록을 분석해보면, 투자 및 개발을 위한 99개의 우선순위 첨단기술 중 자동화 분야의 기술은 약 20개가 포함됐고, 투자 및 개발이 우선시되는 107개의 첨단기술 제품 목록에는 약 30개의 자동화 제품이 선정됐다.

마지막으로 ‘2030년까지의 과학, 기술 및 혁신 발전 전략’에 관한 결정문 제569/2022/QD-TTg호에서는 로봇 제조산업을 주요 기반 산업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로봇 산업 발전에 중점을 둘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의 경쟁

현재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 시장에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다. 자동화 및 정밀기계·정밀부품 분야로 유명한 일본, 독일, 스위스 등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베트남 산업용 로봇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KOTRA 하노이 무역관 종합]

일부 베트남 현지 기업도 로봇산업에 진출하거나 입지를 넓히고 있다. 토시(Tosy)는 베트남 최초로 로봇을 제작한 기업으로 해외에도 잘 알려져 있다. 토시는 2009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 로봇 박람회(iREX 2009)에서 로봇 팔, 스카라(SCARA, Selective Compliance Assembly Robot Arm) 로봇, 병렬 로봇을 선보였다. 토시가 개발한 로봇 팔은 납땜, 페인트칠, 조립, 상자 및 화물 운반대를 옮길 수 있는 상호작용형 자동 장치이며 스카라 로봇과 병렬 로봇은 픽앤플레이스(pick-and-place)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이다.

IDEA는 3축 로봇, 6축 로봇, 분류 로봇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일본에 산업용 로봇을 수출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수량이 많지 않다. IDEA의 재정 능력은 로봇을 대량 생산하기에는 부족하기에 현재 소량 주문 생산만 진행하고 있다.

<NextRobotics의 자율주행로봇 Next AMR>

[자료: FPT]

2022년에는 넥스트 로보틱스(Next Robotics)가 자율주행로봇 넥스트에이엠알(NextAMR)을 선보였다. Next Robotics는 베트남의 주요 IT 기업인 FPT 소프트웨어(FPT Software)의 자회사이다. NextAMR은 공장 내에서 레일 없이도 자동으로 길을 찾아 원활하게 이동하고 사람이나 다른 장애물을 피하며, 지도의 변경 사항을 계속 업데이트하여 최신 정보를 유지한다. 또한, 이 로봇은 최대 1톤 무게의 물품을 운반할 수 있다.

<산업용 로봇 분야 베트남 기업>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KOTRA 하노이 무역관 종합]

산업용 로봇에 대한 현지 기업들의 반응

현재 베트남에서 산업용 로봇은 주로 기술 역량 및 재정력이 뒷받침되는 FDI 기업과 일부 베트남 기업에서 적용되고 있다. 베트남 노동사회연구원(Institute of Labor and Social Affairs)과 맨파워그룹(Manpower Group) 베트남이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FDI 기업의 32%가 높은 수준(high) 또는 매우 높은 수준(very high)으로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3%는 중간 수준으로 적용하고 나머지 5% 만이 낮은 수준(low) 이하로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에서 FDI 기업 중 94%는 2021~2023년(설문 시점 기준 향후 3년 내)에 생산 활동에 신기술 및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이 있었으며 적용 계획이 없는 FDI 기업은 6%에 불과했다.

<2021~2023년 FDI 기업의 신기술 및 자동화 솔루션 적용 계획>

[자료: Institute of Labor and Social Affairs, Manpower Group]

한편, 베트남에 진출한 일본 로봇 기업의 로봇기술 책임자는 인터뷰를 통해 “제조공장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베트남에서 산업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대만, 한국,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 반도체 제조 공장에 투자 진출하고 있어 자동화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가까운 미래에 2~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 제조 공장에서의 로봇 활용 사례

<빈패스트 자동차 공장에 설치된 ABB의 로봇>

[자료: VTC News]

빈패스트(VinFast) 자동차 공장과 자동차 보조장치 공장에는 주요 산업용 로봇 제조기업의 로봇이 다수 설치돼 있다. ABB(스위스)는 하이퐁(Hai Phong)에 소재한 빈패스트 공장의 차체 용접 작업장에 1000대 이상의 로봇을 공급했다. 하띤(Ha Tinh)에 위치한 VinES(빈패스트의 이차전지 자회사) 배터리 제조 공장은 KUKA(독일)와 ABB의 로봇을 사용하여 80% 이상의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달성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다른 자동차 기업의 용접 작업장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타코(Thaco)의 타코 마쓰다(Mazda) 공장에서는 용접 조립 라인이 전자동으로 작동하는 가와사키(Kawasaki)의 로봇 87대로 구성돼 있다.

시사점 및 진출 유망 분야

베트남은 아직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 강점인 나라다. 그러나 임금이 매년 급격하게 상승 중이며,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 중장기 관점에서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한 정책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KOTRA 하노이 무역관은 ‘2024 베트남 진출전략’에서 산업용 로봇을 수출유망품목으로 선정하고, 본 기사를 통해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 보았다.

▶ 2024 베트남 진출전략(하노이 무역관) [바로가기]

한국의 로봇 관련 기업들은 베트남 진출 또는 진출 예정인 글로벌 제조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시장 진출 기회를 도모할 수 있다. 주로 일본 기업이 활약하고 있는 전자·전기 산업 및 자동차 산업용 로봇시장 외에 식품산업, 제약산업 등 자동화 수요가 새롭게 생기는 산업을 틈새시장으로서 노리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베트남 제조공장들은 특정 라인별 산업용 로봇보다는 패키지 형태의 통합된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베트남 제조공장에 종합적인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의 제조산업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작성자: Tang Thi Thanh Lam

자료: Statista, FPT, Institute of Labor and Social Affairs, ManpowerGroup Vietnam, VTC News, 클립아트코리아, KOTRA 하노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