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제조업의 오늘

스웨덴은 제조업이 산업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제조업 강국으로서 제조업 및 제조업 관련 서비스가 GDP의 20%, 총수출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풍부한 삼림자원으로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 제지∙펄프산업의 발전을 이뤘고, 북부지방에 매장된 철과 각종 광물자원을 원동력으로 철강산업이 발달했다. 1960년대 이후 산업 고도화로 기계산업 등 중공업이 발달하면서 2차산업과 3차산업의 비중이 확대됐고, 그동안 서비스업 증가와 함께 하락하던 제조업 비중이 최근 들어서는 지속가능 사회,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 배가로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 E-mobility, 충전설비 구축, 풍력발전, 그린 스틸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웨덴은 인구 1000만 명으로 내수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산업화 초기부터 수출주도형 국가로 성장, 일찍부터 스웨덴 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했다. 자동차(Volvo, Scania), 철강(SKF, Sandvik, SSAB), 전자(Electrolux), 제약(Astra Zeneca), 가구(IKEA), 패션(H&M), 통신(Ericsson), 펄프·제지(SCA), 기계(ABB, Atlas Copco, Alfa Laval), 의료장비(Gambro, Getinge), 방산(Saab) 등 여러 산업분야에 다수의 글로벌기업을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로 스타트업인 Northvolt사(전기차 배터리 제조)가 유니콘을 넘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그린철강(SSAB), E-mobility(Volvo, Scania의 전기차) 부문에서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할 수 있었던 주요인으로 스웨덴 정부의 스마트 인더스트리 정책(제조업)과 스타트업 육성정책(서비스업)을 들 수 있다.

스마트 Industri 4.0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스웨덴 정부가 발표한 신산업정책으로 제조업의 전략적 연구.혁신 플랫폼인 ‘Produktion 2030’을 설정하고 산학연 협력을 통한 생산혁신으로 DT(Data Technology)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혁신기술을 접목한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제조업의 디지털화, ICT 융복합(AI, SW+빅데이터 IoT), 소재 경량화, 친환경 기술 등 혁신기술의 연구·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있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스웨덴 혁신청(Vinnova)을 주축으로 투자펀드 및 지원자금 조성을 통해 기술창업도 지원 중이다.  

최근 스웨덴 제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전면적 부품 공급난과 에너지 비용 상승을 겪으며 지속가능성에 더욱 주목하게 됐다. 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 정책과 발맞춰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전기요금 급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재와 기술의 효율화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줄여가고 있으며, 친환경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와 함께 북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E-mobility 관련 제품과 기술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스웨덴 제조업의 트렌드 변화는 최근 스웨덴 연쇄핑에서 열린 Elmia Subcontractor 전시회(2022년 11월 15~17일)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엘미아 산업 전시회(Elmia Subcontractor)’는 북유럽 최대 규모의 산업 전시회로, 세계 각국에서 부품 공급, OEM에 집중하는 여러 협력업체들이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고 자신들만의 기술을 선보이는 행사다. 그동안 팬데믹으로 연기되고 축소 진행됐던 이래 오랜만에 대규모 행사로 돌아온 Elmia Subcontractor는 올해 총참가기업수 820개, 방문자수 1만663명, 참가국 23개국으로 집계됐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현재 스웨덴 제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지속가능성에 집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100% 전기로 운행하는 보트X Shore는 선박분야에서 높은 전기효율을 보여주는 제품을 전시했으며, NEVS사(Saab 승용차 후신)가 소개한 미래형 전기차는 단순 전기 차량에 멈추지 않고 교통체증과 사고 위험성 등을 대폭 줄인 차량 공유 시스템의 모델을 소개하기도 했다.

<NEVS 차량과 발표 모습>

[자료: KOTRA 스톡홀름 무역관 자체 촬영]

또한 스웨덴 도로교통청의 지원을 받아 현재 룬드지역에서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ELONROAD사는 도로 자체에 충전 시스템을 내장해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이 자동으로 상시 충전되도록 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마트 산업과 디지털 전환, 그리고 미래기술에 대한 트렌드를 반영, InnoDex, Tech Arena라는 별도의 공간을 두어 각종 신기술과 신소재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이곳에 자리 잡은 주요 업체들은 대부분 AI와 빅데이터, 디지털 전환을 키워드로 해 완벽하게 자동화된 공정과 유통 시스템 관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스마트 카메라를 적용해 재고 관리 및 회계를 간소화하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창고관리 솔루션(Norditech),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원격으로 기계 설치 및 수리 등 복잡한 업무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지식 전달 솔루션(XMReality) 등이 주목받았다.

스웨덴은 GDP의 3.49%(2020 기준, OECD)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하는 국가로 높은 R&D 투자와 활발한 산학협력으로 유명하다. 리서치 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서는, 인구 1000만 명을 가진 스웨덴이 현재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을 여럿 배출하고, 혁신 기술을 탄생시키는 창의적 기술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우수한 산학 협력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스톡홀름, 웁살라, 말뫼 등 스웨덴의 주요 도시와 지역 권역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이언스 파크(Science Park)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의 주요 대학, 기업들과 협력해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에게 창업 지원과 운영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를 제공한다. 따라서 좋은 기술이 있지만 자금이 없어서 생산시설이 없어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사이언스 파크의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시사점

스웨덴의 잠재력으로 기술 집약적인 제조업, 높은 혁신지수 및 대학에서의 활발한 기술 스타트업 창업을 들 수 있다. 스웨덴은 ICT와 자동차, 철강, 펄프제지, 의료장비, 제약, 기계장비, 가전, 포장재, 방산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유럽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Start-up 허브로서 실리콘밸리에 이어 국민 1인당 유니콘 수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기초과학 발달을 토대로 응용과학의 연구 활성화가 창업으로 연계되는 등 대학에서의 기술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하고, 직무발명 시 특허권의 대학 귀속이 아닌 발명자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며, 대학교수의 산업체 겸직과 파견 근무를 허용해줌으로써 역동적이면서도 유기적 협업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2022 Elmia Subcontractor는 각종 기계 및 원자재 공급 업체의 현황과 중요한 화두를 한눈에 살펴볼 좋은 기회였다. Elmia의 전시 담당자 벵트 요한손 씨는 KOTRA 스톡홀름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에서도 한국 제조업의 높은 기술력은 유명하다”며, “팬데믹이 지나간 지금 한국 기업들의 방문 및 참가를 강하게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특히 ‘IT와 디지털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한국의 명성이 높은 만큼 관련 업계의 우수한 기술을 만나보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우리 기업 역시 현재 스웨덴 및 유럽 지역에서의 주요 산업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필요한 기술과 인증 요건 등을 갖추어 진출 가능성을 모색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 Elmia Subcontractor 전시회, 세미나 참석 및 업체 면담, Vinnova, 스웨덴 정부 홈페이지, KOTRA 스톡홀름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