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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레이시아가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 외부전문가 기고
  • 말레이시아
  • 쿠알라룸푸르무역관 안효찬
  • 2022-11-28
  • 출처 : KOTRA

중진국 함정에 빠진 말레이시아, 제조업 경쟁력 강화 필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노동정책 개편 필요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안문제연구원 교수




말레이시아 최근 동향


말레이시아의 총선이 1119일 열렸다. 말레이시아는 영국식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연방국가이자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다수의 종족과 그에 따른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정당이 난립하여 어느 단일 정당도 정권을 장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오랫동안 말레이시아의 정권을 담당한 BN(Barisan Nasional, 국민전선) 정부도 말레이계의 대표정당인 UMNO가 다수의 정당과 연립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UMNO 주도의 BN연합, 영원한 수상후보자로 불리는 안와르 이브라임의 PKR 주도의 진보적 색채가 강한 PH연대(Pakatan Harapan, 희망연대), 그리고 2018년 희망연대에 참여했다 마하티르 정권에서 이탈하여 정권을 붕괴시킨 후 수상직에 있었던 무히딘 야신이 주도하는 보수적이고 말레이계 중심의 PK연대(Perikatan Nasional, 국민연대), 그리고 사바와 사라와크를 기반으로 한 정당이 참여했다. 마하티르는 97세의 노익장으로 다시 선거에 나서면서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했다.


선거결과는 PH83, PK73, BN30석을 얻었고 기타 군소정당이 나머지를 차지하면서 정치적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마하티르의 출마와 낙선은 당연히 화제가 되었다. 마하티르는 UMNO를 기반으로 1981년부터 말레이시아를 이끌기 시작하여 2003년에 정계에서 은퇴했는데 그가 이끈 22년 기간 동안은 말레이시아가 본격적으로 공업화를 시작하여 자원 중심의 수출국에서 반도체 및 전자산업 중심의 수출국가로 변신한 기간이었다. 은퇴 후에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지 않던 그는 후임 수상들의 정책을 마땅치 않게 생각했고, 급기야는 201892세에 PH에 참여하여 선거에 나섰다. PH의 승리로 그는 자신을 포함하여 60년 동안 말레이시아 정권을 담당했던 UMNO의 정치지배를 끝냈다. 그러나 PH 정권은 동맹 안에 분열로 2년을 채 지내지 못하고 붕괴했고 마하티르도 수상직에서 사임했다. 말레이시아의 휴양지로 잘 알려진 랑카위 지역구에서 출마한 97세의 마하티르는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득표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인들은 그의 퇴장을 요구한 셈이다.

 

말레이시아 경제도 코로나에서 벗어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20002/4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및 전기 대비 모두 15%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 결과 2020년 성장률은 5.7%였다. 2021년에는 다소 회복하여 3.1%를 기록했는데 3/4분기 이후 본격적인 회복에 따른 것이었다. 2022년 들어서 회복세는 더 빨라졌다. 1/4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과 전기 대비 성장률 모두 상승했는데 이후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2/4분기와 3/4분기 모두 3.5% 1.9%로 모두 계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20213분기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인데 이는 그 이전의 마이너스 성장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경호조로 인해 말레이시아의 2022년 경제성장률은 7%에 육박하여 동남아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2년 경기 회복은 민간소비지출의 증가에 상당 부분 힘입고 있다. 민간소비지출은 2021GDP에서 58.8%에 이르고 있는데 계속 경제성장률보다 높았고, GDP15.6%인 민간투자 역시 개선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GDP69.1%를 차지하는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은 2022년 계속 호조를 보이며 성장세가 가속되고 있다. 세계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2/4분기 물가상승률은 2.8%이었는데 3/4분기에는 4.5%로 대폭 상승했으나 그래도 세계 수준에서는 낮은 편이고, 더욱이 세계적으로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4분기의 높은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동기에 있었던 전기요금 할인의 기저 효과도 반영되었다.

 

<말레이시아 분기별 성장률 추이>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1be4122e.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32pixel, 세로 322pixel

[자료: 말레이시아 통계청]

 

상품 수출 역시 호조를 보여 9월 말 누계로 30.3% 증가했다. 공산품의 수출은 27.0% 증가했고, 국제가격 상승에 힘입어 1차 산품 부문의 수출은 57.0%가 증가했다. 총수출의 약 37%를 차지하는 전기전자 부문의 수출은 35.4% 증가했는데, 특히 국제공급망 붕괴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은 반도체 부문의 수출이 41.6%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팜오일, 원유, 천연가스 모두 국제가격 상승으로 수출이 급증했는데 팜오일은 산유국이라는 말레이시아의 이름을 무색하게 자원분야의 최대의 수출부문이 되었고, 202245.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액은 팜오일 수출에 미치지 못하지만 원유와 천연가스(LNG)의 수출도 각각 68.7% 81.5%로 급증했다.

 

<표1: 말레이시아의 주요품목별 수출 추이>

(단위: 억 링깃, %)

 

2019

2020

2021

2022.1/4

2022.2/4

2022.3/4

2022.9.누계

증가율

 공산품

8,406

8,495

10,684

2,916

3,299

3,540

9,755

27.0

 전기전자

3,731

3,863

4,560

1,374

1,455

1,556

4,385

35.4

 - 반도체

2,217

2,391

2,814

883

949

1,019

2,851

41.6

 화학제품

575

507

707

197

203

200

600

18.3

 석유제품

715

619

962

230

415

564

1,209

74.1

 팜오일가공품

233

210

327

100

117

106

323

41.6

 1차산품

1,175

1,019

1.306

409

506

518

1,433

57.0

 팜오일

391

456

646

188

235

217

640

45.8

 LNG

425

299

382

133

156

189

478

81.5

 총수출

9,906

9,838

12,410

3,449

3,941

4,197

11,587

30.3

[자료: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말레이시아 경제의 과거와 현재

 

말레이시아의 성장과정

 

말레이시아는 1950년대 말에 영국에서 자치권을 획득했고 1960년대 초에 공식적으로 연방국가로 출범했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중국계 인구가 다수를 차지했던 싱가포르가 연방에서 이탈했다. 식민시절의 말레이시아 경제는 석유, 고무, 주석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1965년 말레이반도의 총수출에서 천연고무가 44.1%, 주석이 27.9%를 차지하고 있었다. 1967년에도 고무가 GDP15.0%를 차지했는데, 제조업 전체가 GDP11.6%였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 경제가 얼마나 1차 산품에 의존하고 있었는가를 알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의 이탈 이후 공업화를 위해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 페낭을 중심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시작했다.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말레이시아는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했는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다국적기업 중심의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산업과 국내 자원을 기반으로 한 가공산업이 말레이시아 경제의 근간이 되었고 이 구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슬람 주도 국가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긴 했으나 내수가 경제를 견인할 정도는 아니어서 수출은 계속 중요한 역할을 했고 수출의 부침에 따라 경기가 좌우되는 대외개방적 경제체제가 고착되었다. 1980년대 초중반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고 자원가격까지 하락하게 되자 말레이시아는 큰 타격을 입었는데 1985년에는 마이너스 1%라는 후퇴를 경험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기업의 투자에 도움을 받았다. 일본기업의 투자 증가로 말레이시아는 본격적으로 수출주도형 공업화의 길을 따랐는데 서구의 반도체 기업 외에 일본의 마쓰시타(파나소닉)은 말레이시아 전자산업을 상징하는 기업이 되기도 했다.

 

다음의 <그림 2>는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의 성장률을 1980년 이후부터 2019년까지 표시한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로 영향을 받은 시기였기 때문에 분석에서 제외했다. 한국은 고소득국이고, 중국은 말레이시아와 같은 중소득국이지만 말레이시아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분석기간 중 1980년대와 1990년대 전반이 고도성장 시기였다. 외환위기 직후 일시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성장잠재력이 하락하면서 성장률은 계속 둔화되었다. 1970년대 말에 경제를 개방한 중국은 1980년대에는 경제성과가 급변했고, 천안문 사태에 대한 서방세계의 엠바고의 부정적 효과가 진정된 1990년대 이후 한국과 말레이시아보다 계속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 중국의 성장률은 2010년 이후 성장률이 10% 이하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1980년대 전반 경기침체 겪었으나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기업의 투자가 급증하면서 경제적 활력을 찾았다. 일본기업은 이미 1960년대에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출했는데 플라자합의 이후 다시 한번 우회수출을 목적으로 말레이시아에 투자를 확대했다. 그 결과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에 말레이시아는 수출에 힘입어 8년 연속 8% 이상의 성장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수출의 증가보다도 수입 증가율이 더 높았고 말레이시아 역시 경상수지 적자로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에 영향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는 위기에서 회복한 이후에도 대략 5%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함으로써 한국의 성장률보다는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말레이시아의 고도성장기에 달성한 성장률은 한국이나 중국이 고도성장기에 달성한 10% 이상의 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경제성장률이 생산요소의 증가와 생산성 향상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및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림 2: 한국중국, 말레이시아의 성장률 추이>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12ec5bbe.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09pixel, 세로 349pixel

[자료: 세계은행]

 

말레이시아 경제의 구조적 특성

 

최근 말레이시아 GDP에서 민간소비지출이 경제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지만, 수출은 말레이시아의 고도성장 시기를 이끈 가장 중요한 견인요소였다. 1960-70년대에 말레이시아는 인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수가 경제를 선도하기 어려웠고 식민시기에 결정된 플랜테이션 중심의 1차 산품이 경제를 이끌고 있었다. 특히 고무와 주석의 수출이 경제를 이끌고 있었다. 수출의존도는 1970년대 말에도 이미 GDP50% 이상에 이르렀지만 1980년대 1차 산품 수출 가격이 하락하면서 40% 중반으로 하락했다. 이후 플라자합의로 일본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말레이시아가 수출 주도 공업화로 본격적으로 전환하면서 수출의존도는 급격히 상승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의 수출의존도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급상승해 외환위기 직후 100%를 넘어섰다. 2000년대 이후 수출의존도는 감소하여 2021년 현재는 약 70% 수준으로 하락했다. 수출의존도의 감소는 상품 수출이 GDP의 증가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민간소비지출이 증가하지만, 한국이나 중국보다 수출의존도의 감소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은 말레이시아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상품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수출에서 공산품의 비중은 85% 수준이며, 전기전자제품은 201134%에서 202039.3%로 증가했고 2021년에는 자원가격 상승으로 인해 36.7%로 다소 하락했다.


<그림 3: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의 수출의존도(상품수출/GDP) 추이>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143c0001.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51pixel, 세로 325pixel

[자료: 세계은행]

 

전기전자제품 중에서는 반도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여 2011년 전체 수출의 15.3%에서 202122.7%까지 증가했다. 반도체는 말레이시아 제조업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서 주로 후공정을 중심으로 노동집약적인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말레이시아와 주요국의 반도체 수출금액을 표시한 것이 다음 <그림 4>이다. 반도체 제품의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을 제외하면 비교대상국 중에서 말레이시아의 수출규모가 가장 적다. 중국과 대만의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고, 한국과 싱가포르의 수출규모가 비슷해졌지만, 싱가포르의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미국, 일본, 대만의 Chip4 동맹을 제안하고 있다. 아들 4개국은 메모리반도체, 개발 역량, 반도체 장비, 파운드리에서 각각 독점적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가 비교우위를 보였던 조립 및 테스트 등 후공정의 경우 중국과 베트남 등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림 4: 주요국의 반도체 수출 추이>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4dd00004.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08pixel, 세로 308pixel

[자료: ITC]

 

한편 말레이시아와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경상수지도 적자였다. 이는 당연히 외환위기의 원인이었고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말레이시아는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정착시켰다. 무역수지의 변동 역사는 환율의 변동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림 5>에서 볼 수 있듯이 외환위기 이전의 말레이시아 링깃화(MYR)의 대미달러 환율은 2.5링깃(MYR) 수준이었고 위기 직전에는 경기호조를 반영하여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위기 이후 링깃화(MYR) 가치가 폭락하자 말레이시아는 포트폴리오 투자의 유출입을 통제하고, 20052/4분기까지 환율을 1달러당 3.8링깃(MYR)으로 하는 고정환율제를 시행했다. 이후 변동환율제로 전환하자 링깃화(MYR)는 2014년경까지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약세로 전환되었다. 링깃화(MYR) 가치는 20002/4분기 대비 20204/4분기에는 거의 10%가 하락했다.

 

<그림 5: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분기별 대미달러 환율(평균기준)>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2e040001.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74pixel, 세로 346pixel

[자료: IMF]

 

우호적인 국제환경에 힘입어 신규투자가 동남아시아로 유입되었고 말레이시아도 다국적기업의 중요한 신규 투자지였다. 국내에 이미 진출했던 다국적기업도 수출의 증가와 함께 수익률이 향상되자 투자를 늘렸다. 태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직전 말레이시아의 총고정자본 형성의 GDP 비율, 즉 투자율은 40%를 상회했다. 그러나 동남아 외환위기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한때 40% 이상에 이르렀던 투자율은 외환위기 이후 급락해 20%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 및 중국과 비교해 보면 말레이시아의 투자율 변동이 얼마나 극적인지 알 수 있다(<그림 6> 참조). 말레이시아와는 달리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의 투자율은 외환위기 이후에도 계속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투자율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급증하여 거의 45%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낮은 투자율과 중국의 높은 투자율은 매우 이질적이다. 투자는 투자수익률이나 미래의 기대수익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양국의 기업이나 잠재적 투자자의 기대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낮은 투자율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외환유동성 안정의 기초가 되지만 동시에 낮은 경제적 역동성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림 6: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의 투자율(총고정자본형성/GDP) 추이>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143c3c19.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80pixel, 세로 288pixel

[자료: 세계은행] 

 

중진국 함정에 빠진 말레이시아

 

전통적인 경제발전이론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기술을 수입하거나 모방하여 경제성장을 할 수 있고, 선진국은 수확체감의 법칙으로 성장률이 둔화되어 결국 선진국과 개도국의 1인당 소득은 수렴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에서 개발도상국들이 중소득국에서 고소득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계속 중소득 그룹에 머무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이러한 현상을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이라고 하는데 보통 두 가지 측면으로 파악한다. 그 하나는 1인당 소득이 중소득국 수준 즉 2021년 기준으로 하면 13,205달러 이하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 즉 절대적 수준의 중진국 함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의 1인당 소득에 대비해 상대적인 소득 수준이 장기간 일정한 범위 내에 머물고 있다면 역시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은행이 정리한 바에 의하면 1960년 중소득국에 속한 101개국 중 2008년까지 고소득국이 된 국가는 13개국에 불과했는데 적도 기니, 그리스, 홍콩, 아일랜드, 이스라엘, 일본, 모리셔스, 포르투갈, 푸에르토리코, 한국, 싱가포르, 스페인, 대만 등이었다. 이 중 인구가 2000만 명 이상인 국가는 일본, 한국, 대만, 스페인에 불과하다. 일본이 이미 2차 대전 이전에 강대국이었고 스페인 역시 한때 세계사를 호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2차 대전 이후 중소득국에서 고소득국으로 발전한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다.

 

<그림 7: 미국 소득대비 각국의 1인당 소득 비교>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4dd00003.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76pixel, 세로 445pixel

: PPP 불변 가격 기준

[자료: World Bank(2012)]

 

다음의 <그림 8>1991년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주요국의 1인당 GNI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은 고소득국이며 나머지는 모두 중소득국이다. 1991년 한국의 1인당 GNI7570달러, 말레이시아의 1인당 소득이 2560달러, 그리고 중국의 1인당 GNI350달러에 불과했다. 2021년 한국의 1인당 GNI3만4980달러, 말레이시아의 그것은 1만930달러, 그리고 중국은 1만1890달러가 되었다. 중국의 소득은 34배 증가했고 한국의 소득은 4.6배 증가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소득은 이 기간에 4.3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말레이시아의 20211인당 GNI는 선진국(고소득국) 수준에 한 참 미달하고 있다. 중국의 1인당 GNI2020년 말레이시아의 1인당 GNI와 거의 같아졌고 2021년에는 말레이시아의 GNI를 능가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2-3년 내에 중국은 1인당 소득 기준으로 고소득국의 문턱을 넘을 기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의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에 진입한 것은 2012년이었으나 10년 동안 명목가격으로 1000달러를 늘리지 못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전형적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는 국가가 된 셈이다. 상대적으로 평가할 때도 말레이시아가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진다. 말레이시아의 1인당 GNI를 미국 1인당 GNI와 비교했을 때 말레이시아는 미국의 201320%에 이르렀으나 이후 오히려 감소하여 2021년에는 15.5%로 낮아졌다. 1인당 PPP GNI의 경우 말레이시아의 1인당 GNI2010년 미국의 40.5% 수준에서 202140.8%11년 동안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8: 주요국의 1인당 GNI 추이 비교]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4dd02711.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77pixel, 세로 378pixel

: 소득은 명목기준아며, 축의 표시는 로그(log) 눈금임.

[자료: 세계은행]

 

중진국 함정 문제는 특히 중소득국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던 국가들의 우려사항이다. 말레이시아 외에도 심지어 중국도 중진국 함정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중소득국이 중진국 함정에 직면하는가. 중소득국의 성장률 둔화는 루이스의 전환점(Lewis turnpoint)과 깊은 관계가 있다. 루이스는 농촌에 한계생산성이 매우 낮거나 마이너스인 풍부한 노동력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이들이 도시의 제조업에서 일할 수 있다면 농촌에서 받는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농촌에서 제조업으로 인구 이동이 고갈될 때까지 제조업 부문은 임금을 인상 없이 이윤을 재투자함으로써 자본의 한계생산성을 올릴 수 있고 경제는 성장한다. 따라서 중소득국이 되어 어느 시점에서 농촌인구의 공급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는다면 임금이 상승하게 되고 경쟁력이 하락하게 된다. 이와 같은 루이스의 전환점은 임금인상과 개발도상국의 성장 둔화를 설명하는 것이고 결국 말레이시아의 성장둔화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중소득국에서 고소득국으로 성장한 한국과 대만의 경우 루이스의 전환점 이후에 기술진보를 통해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중진국 함정을 극복을 위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

 

202211월 총선에서 불명예스럽게 은퇴하게 된 마하티르 전수상은 1981년에서 2003년까지 22년 동안 수상으로 재임하면서 전형적인 개발독재 시대를 이끌었다. 그의 집권시기에 말레이시아는 빠르게 성장했는데, 그는 한마디로 말레이시아인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준 정치가로 인정받았다. 집권 후반기에는 외환위기에 직면하기는 했으나 그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여 말레이시아를 1차 자원 중심의 경제에서 공업국으로 전환시켰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문제, 즉 종족 갈등, 지역 간 이슬람 신앙의 정도 차이를 포함한 종교 갈등, 유교적 근면으로 무장한 동북아 국가와 스트레스를 싫어하고 유유자적 생활, 즉 캄풍 라이프(Kampung life)에 익숙한 말레이인과의 차이에 대해서도 이해를 했다.

 

말레이계 인구가 다수인 말레이시아는 1969년 종족 간 갈등으로 유발된 폭력사태 이후 종족 간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말레이계 우대정책인 부미푸트라정책을 시행했는데 마하티르는 이 정책을 계승했다. 정치적 기반이 안정되고 플라자합의 이후 다국적기업의 투자로 경제상황이 개선되자 마하티르 정부는 제 6차 경제개발 계획에서 비전 2020(Wawasan 2020)을 제시했다. 마하티르 수상은 19912282020년까지 선진국이 된다는 비전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2020년까지 당시 선진국으로 분류된 19개국 수준으로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지만 그가 정의한 선진국은 정치적, 사회적, 정신적, 심리적, 문화적으로 모든 차원에서 완전히 발전된 국가였다. 그는 또 말레이시아가 국가 통합과 사회 통합, 경제, 사회 정의, 정치적 안정, 정부 시스템, 삶의 질, 사회적 및 영적 가치, 국가적 자부심과 자신감 측면에서 완전히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전 202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말레이시아는 비전 2020의 노래까지 만들어 전파하는 등 거의 국민의 정신개조운동이라고 할 정도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마하티르가 2003년 은퇴하기 전까지 비전 2020은 국가의 모토가 되었다. 비전 2020의 목표가 달성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2018년 마하티르는 정부의 부패와 권력 남용을 비판하면서 92세의 나이에 정계에 복귀했다. 그는 야당 인사로 변신해 한때 자신의 권력기반이었던 UMNO 정권을 무너뜨리고 수상직에 복귀했다. 그리고 그는 2019년 새로운 계획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말레이시아가 모든 말레이시아인들이 수준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하고 말레이시아를 아시아의 허브로 만든다는 공동번영비전 2030(Shared Prosperity Vision 2030: SPV 2030)이었다. SPV 2030은 말레이시아를 선진국으로 발전시킨다는 비전 2020의 연장선에 있었다.

 

SPV 2030은 첫째, 모두를 위한 발전, 둘째, 부와 소득 불평등의 해소, 셋째는 통일되고 번영되어 존엄을 가진 국가(nation building)를 만들어 아시아의 경제적 중심이 된다는 3개의 목표를 갖고 있다. SPV 2030은 말레이시아 경제가 아직 국제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 1차 산품 비중이 높고, 산업부문에서는 저기술의 낮은 부가가치 부문이 많으며,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아 성장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 결과 소득그룹별로 그리고 종족 및 지역별로 불평등이 확대된다. 실제로 소득그룹 상위 20%와 하위 40%의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중국인과 말레이인(부미푸트라)의 소득과 인도인과 부미푸트라 간의 소득의 격차가 크고, 전문직에서 부미푸트라의 비중이 오히려 감소 중이며, 부미푸트라 중소기업의 평균 부가가치는 비부미푸트라의 그것보다 작고, 부미푸트라의 실제 소득기여율도 28%에 불과하다. 또한 부패와 권력남용이 경제성장과 분배를 제약하고 있고, 독점 및 폭리(profiteering)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SPV 20302030년 명목가격으로 3조4000억 링깃(MYR)의 GDP 생산을 목표로 한다.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의 GDP 기여분을 50%로 늘리고, 부미푸트라 기업의 GDP 기여를 20%로 늘린다. 적당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부미푸트라의 평균 월소득을 5800링깃(MYR)이상으로 올리도록 하며, 종족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미푸트라와 중국계의 월평균 임금비율을 20160.88: 1의 수준에서 동등한 1:1 수준으로 맞추도록 하며, 1인당 금융자산도 2019년 현재 부미푸트라와 중국인의 비율 0.5:10.6:1로 하고 2016년 가구 소득 차이 0.74:11:1로 맞출 계획이다.

 

<2: 공동번영 2030의 주요 목표>

항목

기준 시점

2030

 GDP

1조5000억 링깃(2019)

3조4000억 링깃

 중소기업 및 마이크로 GDP기여율

38.3%(2018)

50%

 부미푸트라 기업 GDP 기여율

 

20%

 소득 하위 40% 그룹 가구

 

5,800링깃 이상(소비지출 기준)

 종족별 월평균임금

 (중위값 기준)

0.88:1(부미푸트라대 중국계)

0.82:1(중국계 대 인도계)

(2016년 기준)

1:1:1

(모든 종족 동일)

 

 종족별 가구 월평균소득

 (중위값기준)

0.74:1(부미푸트라 대 중국계)

0.81:1(인도계 대 중국계)

0.9:1:1

 1인당 금융자산 비율

0.5:1(부미프트라 대 중국계)

0.6:1(부미프트라 대 중국계)

 노동소득 분배율

35.7%(2018)

48%

[자료: Shared Propseity Plan]

 

SPV 20301인당 소득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지만 명목 소득 3.4조 링깃(MYR)은 2030년 인구와 현재의 환율을 가정해 보면 1인당 소득은 10만 링깃(MYR)이 넘어야 하고, 이는 2030년 명목가격으로 2만 달러 이상이 되어야 한다. 즉 말레이시아는 현재의 1만 달러에 불과한 소득을 10년 내 2만 달러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쉽게 달성될 것 같지는 않다. 말레이시아 1인당 소득이 지난 10여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SPV 2030은 마하티르 정권이 붕괴하면서 다시 관심에서 멀어졌다. 마하티르 정권 직후 등장한 두 번의 정권은 더 보수적이었고 마하티르가 강조한 부패와 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계속 비판을 받았다.

 

비전 2020이 등장할 때 경제성장은 단선적인 것으로 이해되었다.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통한 수출주도형 성장은 소득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었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었다 동시에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세계 전자산업 분업구조의 변화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는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으며 그 노력은 SPV 2030에 담겨 있다. 비록 SPV가 중진국 함정을 거론하지는 않지만 2030년의 목표 GDP 규모를 달성한다면 중진국 함정은 자연스럽게 극복되는 것이었다.

 

제조업의 구조고도화 필요

 

말레이시아가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적 차원에서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의 제조업 경쟁력 약화는 중진국 함정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수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수출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말레이시아 통화가치를 올릴 수 있고 대외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 <그림 9>에서 보듯이 말레이시아의 제조업 비중은 2004년 이후 급속히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과 고용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저소득국에서 중소득국으로 성장하면서 일정 기간 증가한다. 공급 측면에서 농업보다 생산성이 높은 부문인 제조업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이 더 증가하고 선진국이 되면 수요 측면에서 공산품의 수요보다 서비스의 수요가 더 빨리 증가한다. 그 결과 제조업 비중은 서비스 산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점점 감소하게 된다. 그런데 제조업 비중의 감소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이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미성숙탈공업화(premature deindustrialization)라고 하며 말레이시아는 그러한 미성숙탈공업화가 나타난 대표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미성숙탈공업화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 이러한 미성숙탈공업화를 역전시키는 것이 말레이시아의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그림 9: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의 GDP에서 제조업 생산 비중>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12ec0002.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81pixel, 세로 288pixel

[자료: 세계은행]

 

말레이시아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였고 도시인구 비율은 197235.1%에서 고도성장기인 199150.6%가 되었고, 1999년에는 도시인구 비율은 60%가 되었다. 임금상승을 막을 수 있는 농촌의 노동공급이 어렵게 되었던 것이다. 루이스의 전환점, 미성숙탈공업화, 외환위기 이후 투자율의 급감을 고려하면 말레이시아는 추가적인 경제성장은 제조업의 생산성의 향상에서 찾아야 했다. 사실 말레이시아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림 10>의 스마일 커브에서 말레이시아는 다국적기업의 조립생산기지 역할을 하면서 밸류체인에서 조립생산을 담당해 왔고 그 결과 말레이시아의 부가가치 창출능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오랫동안 말레이시아 정부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말레이시아가 담당하는 역할을 조립생산이 아닌 제품 디자인, 연구개발 부문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같은 가치사슬 부문에서도 스마일 커브를 상향 이동시킴으로써 같은 활동에서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나 투자 증대와 생산성 제고가 필요하다. 특히 혁신을 통한 생산성이 필요하지만 혁신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신에는 기업의 혁신마인드와 역량이 필요하고 노동력의 숙련도(skill) 수준을 올려야 한다.

 

<그림 10: 스마일 커브와 산업구조 고도화>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08480003.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67pixel, 세로 320pixel

[자료: 컴퓨터 업체 에이서(Acer) 창업자 스탠 시(Stan Shih)]

 

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정책

 

먼저 제조업에서 나타나는 저임금의 저주(wage curse)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임금은 생산성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생산성 향상의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20213월 현재 아시아 지역의 최저임금을 비교해보면 말레이시아의 최저임금은 월 262~286달러로 수도권 기준 최저임금을 고려할 때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에 비해 훨씬 적다. 대만 884달러, 한국 1582달러, 그리고 일본 2049달러에 비해서 말레이시아의 최저임금이 낮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1인당 소득이 더 적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비해서도 더 낮다는 사실은 다양한 의미를 제시한다. 말레이시아가 저임금을 유지하는 이유는 다국적기업의 요구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저임금 유지를 위해 숙련도가 낮은 외국인노동력을 활용해야 하고, 기업들은 저임금에 익숙해 기술개발이나 자동화 등 설비 투자에 대한 유인을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오히려 고숙련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 또한, 로봇의 도입 등 생산자동화 등에서도 말레이시아의 기업들이 적극적일 수 없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저임금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점차 인식하게 되었다. 먼저 SPV 2030에서는 저임금이 소득분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말레이시아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35.7%는 독일 51.5%, 영국 49.4%, 한국 45.7%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것이다. 나아가 경제전망 2023(Economic Outlook 2023)은 임금 저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The Need for escaping the Wage Curse)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노동분배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저임금보다 고임금이 가져오는 다양한 편익, 즉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생산성 상승, 그리고 소득분배 개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시각을 반영하여 말레이시아는 20225월 최저임금을 기존에 2년 동안 유지했던 1200링깃(MYR)에서 1500링깃(MYR)으로 25%를 인상했다. 그러나 2022년의 1500링깃(MYR)조차 임금은 330달러(202211월 환율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둘째, 외국인노동력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서 외국인노동력이 제조업 부문에 활동한 것은 말레이시아 경제가 1990년대 전반 완전경쟁을 달성하면서, 즉 루이스의 전환점이 시작된 이후이다. 루이스의 전환점 이후에는 새로운 생산방식, 즉 기술혁신이나 자동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하지만 다국적기업들은 보다 손 쉬운 길인 외국인 노동력의 수입을 정부에 요구하였고, 정부는 다국적기업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서 외국인 노동력의 고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조업체는 연간 1850링깃의 외국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면 외국인 고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제조업체가 말레이시아인과 외국인의 고용 비율을 80:20으로 맞추도록 했으나 기업들의 반대에 직면해 이를 2024년말까지 유예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외국인 노동력의 비율은 훨씬 높을 것이다.

 

다음의 <3>은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 제조업체의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평균급여를 보여주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월평균급여 수준은 492달러이며 중위급여가 419달러이다. 평균급여가 중위급여보다 많은 이유는 급여의 분포가 소수의 고임금 노동력과 다수의 저임금 노동력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2021년의 임금은 2014년 평균임금 453달러에 비해 10%도 상승하지 않았다. 2014년 대비 2019년 평균급여는 오히려 대폭 하락했다. 링깃화 환율이 2014년에는 더 강세였기 때문인데 중위급여 역시 331달러에 불과했다. 말레이시아와 유사한 1인당 소득 수준에 있는 중국의 임금은 202132% 정도 더 높으며, 중국 역시 평균급여에 비해 중위급여가 더 작다.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이 공존하면서 임금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국의 평균급여는 말레이시아의 평균급여에 비해 다소 적다. 역시 중위급여가 평균급여에 비해 낮으나 말레이시아와 같이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1인당 GNI에 대한 월 중위급여의 비율을 비교해 보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1인당 GNI 대비 중위급여는 3.8%에 불과하다. 연간 소득이 1인당 GNI45.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주위급여는 GNI 대비 9.0%m 베트남은 7.0%, 그리고 태국과 중국도 각각 5.4% 4.5%에 이른다. 2014년 대비 평균급여의 증가율은 말레이시아가 8.6%, 인도네시아가 42.3%, 태국 17.3%, 베트남 50.6%, 중국 61.5%이다. 2014년과 2021년의 각국의 통화가치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7년 동안 말레이시아의 달러 표시 평균급여가 8.6% 상승에 불과했다는 점은 말레이시아 경제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3: 일본 제조업체의 아세안 내 임금 추이>

(단위달러)

 

2014

2019

2021

1인당 GNI

평균급여

1인당 GNI

평균급여

중위급여

1인당 GNI

평균급여

중위급여

말레이시아

11,140

453

11,260

414

331

10,930

492

419

인도네시아

3,620

253

4,050

348

351

4,140

360

372

태국

5,760

369

7,250

446

390

7,260

433

393

베트남

2,380

176

3,280

236

216

3,560

265

248

중국

7,470

403

10,310

493

441

11,890

651

540

*주: 제조업체의 정규직원으로 경력 3년 정도의 생산직

[자료: JETRO]

 

셋째, 말레이시아의 고급인력 양성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슬람과 말레이 문화가 결합한 말레이계 국민들의 근검절약 정신은 중국계에 비해 못하다. 중국계 인구가 주로 비즈니스에 종사한다면 인도계 인구는 상대적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부를 축적하면서 이들과 말레이계 인구의 소득 및 부의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1970년대부터 말레이계의 소득과 부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면서 정부 연계기업을 설립하고 기금을 투자해 왔지만, 경제력 격차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말레이계 인구는 정부의 부미푸트라 정책에 수혜를 입으면서 정부와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는데 익숙해 있다.

 

마하티르는 말레이계의 이러한 특성에 대해 이미 오래전에 인식하고 동방정책(Look east) 등을 통해 동북아 지역에 유학생을 파견하는 등의 인력 양성에 노력해 왔다. 말레이시아 인력의 양성, 특히 고급 숙련기술 인력의 양성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양성한 인력이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의 고급인력은 인근 싱가포르로 이동한다. 국내에서 낮은 임금은 말레이시아의 반숙련 노동자의 싱가포르 취업을 유인한다. 말레이시아 산업체계 내에 외국인노동력의 공급은 전반적인 임금의 하방압력을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매일 출근하는 인력이 하루 30만 명에 이르기도 했는데, 말레이시아의 저임 노동시장을 외국인 노동력이 메꾸고 말레이시아인들이 싱가포르 저임 노동시장을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상이다. 덧붙이자면 말레이시아의 두뇌 유출, 특히 싱가포르로 유출은 링깃화의 가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싱가포르 달러 대비 링깃화가 약세라면 두뇌 유출의 유인은 더 커진다.

 

맺음말

 

말레이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1970년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를 이용해서 빠르게 성장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전반까지 수출 제조업 중심의 고도성장은 말레이시아를 세계의 생산기지의 하나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도 중소득국에서 고소득국으로 전환은 쉽지 않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는 고갈되고 있으며 중국, 베트남 등 새로운 제조 강국이 등장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말레이시아가 강세를 보였던 전기전자 산업 부문에서도 밸류체인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에 치중하고 있다. 천연자원의 혜택을 입어 무역수지가 흑자를 이루고 있으나 과거와 같이 수출과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던 시기는 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국가경쟁력이 살아나지 않고 있으며 부와 소득격차는 소극계층별, 종족별로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 분열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1월의 총선에서 나타난 분열현상은 말레이시아 정치가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말레이시아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때 말레이시아의 GDP 규모는 2015년 이후 말레이시아 연방에 속했다가 이탈한 작은 섬 싱가포르의 GDP보다 계속 작아졌고, 양국의 1인당 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인들은 싱가포르의 중저급 노동시장에 공급자로 등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계속 성장하고 고소득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부문의 구조 고도화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단순 조립형 부문에서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가치사슬 부문으로 중심을 이동하고 동시에 같은 활동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으로 이동해야 한다. 현재 말레이시아의 수출 경쟁력은 하락하여 총수출 규모는 베트남의 수출보다 적어졌고 최근 국제자원 가격의 상승으로 총수출이 증가했으나 지속적일 것인가는 의문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투자율의 감소이다. 외국인직접투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으나 고급기술이라기보다는 저임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의 투자가 유입되고, 외국인노동력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따라서 기업은 자본집약적이거나 기술집약적인 생산기술을 선택할 인센티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에야 저임금 구조가 경제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지만 다국적기업의 저임금 인력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기 때문에 단기에 고임금 국가로 전환하기도 어렵다. 전체적으로 임금 상승을 유도하여 다국적기업의 신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동시에 고급인력의 양성도 필요하다.



자료: 말레이시아 통계청, 세계은행,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Shared Propseity Plan, ITC, IMF, J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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