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로 위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노란색 스쿨버스(학교 통학 버스)의 역사는 1886년부터 시작된다. 인디애나주의 Wayne Works(현, Wayne Corporation)가 먼 거리를 걸어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마차가 바로 그 시작이었다. 이후 스쿨버스 디자인은 기술의 발전과 안전에 대한 보안들이 더해지며 진화했다. 1939년, 맨해튼 대학교에서 주최한 첫 번째 공식 회의를 통해 44가지 안전 표준을 제정했는데, 그중 하나인 “광택의 노란색”은 현재까지도 미국 전역 스쿨버스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1939년, 미국 인디애나주 Carpenter-Dodge 스쿨버스>

[자료: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전기 스쿨버스 도입의 필요성과 비용 부담

매일 25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등하교 때 탑승하는 스쿨버스는 95% 이상이 내연기관(디젤) 버스이다. 연간 500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배기가스는 아이들의 신체 건강 및 인지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U.S. EPA)이 2002년에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배기가스는 입자와 가스의 혼합체로 긴 시간 노출 시 폐 손상 및 폐암을 유발한다. 짧게 노출 되더라도 일시적인 피부 질환이나 염증, 천식과 호흡기 질환 등을 초래한다고 조사됐다. 뉴욕주 환경 단체(NYLCV) 또한 스쿨버스의 배기가스 배출량은 일반 승용차의 배기가스 배출량 보다 4배 이상 높다고 언급하며, 스쿨버스의 전기화가 보다 빨리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7년 이후 신규 스쿨버스는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 대상이 됐지만 여전히 25만 대의 오래된 스쿨버스들이 도로에 남아 있다. 전기 스쿨버스는 내연 기관 버스와 비교할 때 유지보수 비용을 수십만 달러 절약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초기 구입 비용은 내연기관 버스의 2~3배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전기 스쿨버스 도입 비용 지원 법안과 보급 현황

2021년 11월 초당적 기반 시설 법안이 통과되며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50억 달러의 지원금을 미국 환경 보호국(U.S. EPA)에 할당했다. 이는 기존의 오래된 스쿨버스를 깨끗하고 배기가스 배출이 없는 전기 버스로 교체하려는 EPA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었다. 전문가들은 50억 달러가 투입된다면, 약 1만 대 의 전기 스쿨버스가 보급될 것 이라고 추정했다. 2022년 10월 26일 해리스(Harris) 미국 부 대통령과 환경보호국(EPA) 레건 행정관은 “더 나은 학교 기반 시설 만들기 Biden-Harris 실행 계획”에 대한 6개월 경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처음 “클린 스쿨버스(Clean School Bus)” 프로그램을 통해 초당적 기반 시설 법안의 지원금 중 1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미국 전역 391개의 신청 기관들에 지급됐다고 언급했다. 이 지원금은 2,463대의 스쿨버스 구매에 사용될 예정이며, 이 중 95%는 전기 버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전역에 도입되거나 도입 예정인 전기 스쿨버스 수>

(단위: 대)

[자료: World Resources Institute]

비영리 환경 연구기관인 World Resources Institute(WRI)는 조사를 통해 2022년 9월 기준 38개 주에 1만2720대의 전기 스쿨버스가 도입됐거나 도입될 예정이라고 했다. 해당 숫자는 교육 구(school district) 또는 차량 운영자에게 이미 전달된 전기 버스와 운행 중인 버스를 포함하며, 구매 지원금을 받았거나 전기 버스 제조업체와 구매에 대한 공식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해당된다. 지난 3월 조사 이후 약 500대에 달하는 전기 버스가 증가했으며 2021년 8월 전기 스쿨버스 채택을 추적하기 시작한 이후 약 10배가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해당 숫자의 대부분은 2021년 12월 말 초당적 기반 시설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 발표된 계약에서 나온 것이라고 언급하며 지역·주 및 연방 차원의 자금 지원이 얼마나 전기 스쿨버스 보급에 중요한지 강조했다.

< 미국 주별로 도입되거나 도입 예정인 전기 스쿨버스 수>

[자료: World Resources Institute]

2022년 6월 기준 캘리포니아주가 1376대를 기록하며 전기 스쿨버스 “도입 또는 도입 예정”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이 중 41%가 이미 구매처에 인도돼 운행되고 있다고 한다. 메릴랜드(336대), 플로리다(218대), 버지니아(168대), 뉴욕 (118대), 일리노이 (89대) 주가 그 뒤를 따른다. WRI의 보고서에는 캘리포니아주가 2위인 메릴랜드보다 4배 이상 앞선 숫자를 기록했다고 언급하며, 이는 주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지원으로 가능했던 결과라고 강조했다.

높은 초기 비용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들

최근 미국 스쿨버스 보급률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보급된 1만2720대라는 수치는 미국 전체 스쿨버스의 겨우 2~3%에 해당된다. 미국 공익 연구그룹(U.S. Public Interest Research Group)은 2021년 2월 전기버스 전환 가속화를 위한 방안들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주 정부 및 연방 정부 차원의 정책·지원금과 더불어 전력회사들의 투자를 통한 자금 조달 전략(Pay-As-You-Save) 및 전기자동차 전력망 연계 기술(V2G)이 전기버스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Pay-As-You-Save(PAYS)는 부담스러운 초기 전기 스쿨버스 구입 비용을 전력회사들이 대신 부담하지만 일반적인 대출과는 달리 전기 버스 수명 기간 동안 에너지 사용 비용을 절약함에 따라 전력 회사에 상환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번째, 전기자동차 전력망 연계(Vehicle-to-Grid, V2G) 기술은 전기 버스의 충전 후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전력회사에 역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V2G기술을 탑재한 전기 스쿨버스>

[자료: Proterra]

V2G 기술을 탑재한 전기 스쿨버스,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전기자동차 전력망 연계(Vehicle-to-Grid, V2G)란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유휴 전력을 다시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양방향 전기 흐름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단방향 충전은 배터리가 최대 용량에 도달할 때까지 일정한 속도로 전력망에서 전기를 끌어당기는 반면, 양방향 충전은 완전히 충전된 후 에너지를 저장하고 이를 다시 전력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V2G기술이 전기 차에 탑재되면 충전 후 남은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에 역으로 전력망에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방향 전기 자동차 및 충전기 프레임워크>

[자료: Argonne National Laboratory]

자동차 제조 기업들 또한 전기 픽업 트럭이나 승용차에 양방향 충전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Nissan)은 일찍이 2012년부터 양방향 충전을 통해 전기차에 저장된 에너지를 집에서 사용 가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 닛산은 미국에서 최초로 양방향 충전 시스템을 승인받았고 미국의 Leaf 소유자들은 Fermata Energy의 FE-15 충전기를 통해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역사회는 에너지 사용 피크 시간에 전기 공급의 안정화에 도움이 되고 전기차 소유자는 비용 부담을 줄이는 윈윈(Win-Win) 게임에 선두에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Ford 또한 전력 회사, Duke Energy와 협력해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 사이의 에너지 흐름을 분석하고 양방향 충전의 전반적인 기능과 영향에 대한 연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실행을 목표로 Duke Energy Carolinas(DEC) 서비스 지역에 거주하고 F-150 Lighting을 소유한 시험군을 모집 중이며, F-150 Lighting 소유자는 집에 설치된 양방향 충전기를 통해 전력을 충전과 송전을 하게 될 예정이다. Duke Energy는 에너지 사용이 높은 시간과 계절에 실험군들로부터 전력을 역전송 받아 에너지 공급에 대한 영향력을 연구해 재생에너지 활용의 최적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Fermata Energy의 FE-15 양방향 충전기>

[자료: Nissan]

스쿨버스는 일반적으로 더 큰 배터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주로 아이들 등·하교를 위해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하루 평균 18시간 동안 주차돼 있고 긴 방학기간 동안에는 길게는 몇 개월까지도 운행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21년 토마스 빌트 버스(Thomas Built Buses)는 프로테라(Proterra)와 제휴해 두 대의 전기 스쿨버스가 약 6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인 10㎿h를 송전할 수 있다는 것을 시범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매사추세츠주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한 가구당 월 평균 소비 전력은 약 500kWh이며, 하루에 약 17kWh이다. 두 스쿨버스에서 송전된 10 ㎿h(1만 kWh)는 하루에 거의 6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 무더운 날씨로 전국적으로 에너지 사용이 급증했던 시기에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주 베벌리시의 전기 스쿨버스가 전력망으로 80시간 이상의 전력을 공급해 에너지 공급 안정화에 도움이 됐다고 알려지며, V2G기술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V2G 기술을 중심으로 전기 스쿨버스 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지금까지 V2G 기술을 장착한 전기 스쿨버스들의 미국 내 보급을 살펴보면, “협력·파트너십”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하이랜드(Highland)는 기술 파트너인 프로테라(Proterra), 토마스 빌트 버스(Thomas Built Buses), 롬버스(Rhombus) 및 시놉(Synop)과 협력해 V2G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스쿨버스를 공급하고 있다. 스쿨버스 제조 판매 회사인 블루버드(Blue Bird) 또한 누비 홀딩(Nuvve Holding)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DC 고속 충전 V2G 배터리를 장착한 스쿨버스를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누비 홀딩은 전기 공급사인 비스트라(Vistra)와의 파트너십으로 비스트라가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 학교들이 연방 및 주정부 기관에서 사용 가능한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히며 이로써 450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이 구형 디젤 스쿨버스를 교체하기 위해 사용됐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주 모레노 밸리(Moreno Valley) 교육 구 또한 전기 스쿨버스 보급을 늘리기 위해 주 정부 및 연방 정부 보조금 1100만 달러를 받았으며, 전기 자동차 충전기 회사인 인차지 에너지(InCharge Energy)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방 및 주 정부의 주도적 전기 스쿨버스 도입은 가속화 될 예정이고 초당적 기반 시설 법안의 지원금 중 40억 달러가 전기 스쿨버스 도입 사업에 더 지원이 될 예정이다. 이처럼 V2G기술을 장착한 전기 스쿨버스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협력·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보급되고 있다. 관련 기술을 갖춘 기업은 단독 진출이 아닌, 전력회사와 버스를 소유한 학군과의 협력의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특히, 해당 기술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이 없는 도입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들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시사점

단 한 대의 내연기관 스쿨버스를 전기 버스로 교체하면 연간 5만4000파운드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전기 스쿨버스의 도입만으로도 환경, 건강, 및 재정적 이점이 충분하지만 양방향 충전 기술까지 탑재하면, 큰 잠재력을 갖춘 ESS로서의 기대 가치가 크다. 하이랜드(Highland)의 기술 및 플랫폼 관리 책임자인 션 리치(Sean Leach)는 "전기 스쿨버스는 V2G 애플리케이션에 이상적인 자산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V2G로 활용할 경우 충전 및 방전 횟수의 증가로 인해 발생 가능한 배터리 열화의 우려에 대해서도 큰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 스쿨버스가 그 손실율이 작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캘리포니아주 전력의 흐름을 관찰·조사하는 비영리 단체인 California Independent System Operator(CAISO)는 오리 곡선(Duck Curve)을 처음 공개하며 태양광 발전(PV)의 급속한 보급에 따른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하면서 순 전기 부하량(Net load)이 일출 후 급감했다가 일몰 후 급증해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2020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태양광 재생에너지 생산 사이클을 전기차 V2G/G2V와 함께 활용했을 때 일일 최소 순부하량과 최대 순부하량의 차이를 1.9GW에서 500kW로 줄일 뿐만 아니라 피크 부하량도 3500㎿에서 270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전력 회사들이 꾸준히 고민하던 에너지 피크량을 위해 발전기를 더 늘리지 않고도 전기 수요 대응에 대한 효과에 대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봄(Springtime) 24시간 동안 순 전기 부하량>

주: 총 에너지 수요량에서 분산 재생에너지의 공급량을 뺀 것

[자료: California Independent System Operator]

지난 9월 30일 에너지 및 천연 자원 위원회(Senate Energy and Natural Resources Committee)의 위원인 메인(Maine)주 킹 상원의원(Angus King)은 전기 스쿨버스를 장려하고 전력망 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양방향(BIDIRECTIONAL Act) 법안을 발의했다. 양방향 법은 V2G기술을 탑재한 전기 스쿨버스의 빠른 보급을 위해 이를 전담하는 에너지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기 스쿨버스 도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의지이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 또한 미국 스쿨버스의 절반만 전기화해 V2G 배터리를 탑재한다면, 미국의 거의 모든 고등학생이 한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500만 개의 학교 컴퓨터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시간주의 교육기관 관계자 A씨는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의 인터뷰에서 “클린 스쿨버스(Clean School Bus) 프로그램을 통해 전기 스쿨버스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많은 연구들이 전기 스쿨버스에 V2G 배터리 기술을 활용했을 경우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꾸준히 연구 개발하고 있다. 특히, 전기 스쿨버스 구매는 대부분 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갖춘 한국 기업들에도 기회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미국 환경 보호국(U.S. EPA), 뉴욕 주 환경 단체(NYLCV), World Resources Institute, 미국 공익 연구그룹(U.S. Public Interest Research Group), Proterra, Argonne National Laboratory, Nissan, Thomas Built Buses, Highland, California Independent System Operator(CAISO), king.senate.gov,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