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라마단은 4월 2일부터 한 달간 시행

지난 4월 2일부터 알제리 등 이슬람 세계의 올해 라마단 성월이 시작됐다. 이 기간에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모든 식음료 섭취는 물론 이성관계, 음악과 춤 등을 금하는 금욕 생활을 한다. 라마단의 목적은 이슬람력의 9번째 달인 라마단월, 한 달 동안 신자들에게 인내와 자제력을 가르치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먹을 것을 나누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기간 중 정부 기관 및 기업에서는 금식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피로를 경감해 주기 위해 근무시간을 조정한다. 알제리의 경우 보통 오전 8시에서 오후 2~3시로 근무 시간이 단축된다. 금식으로 인한 활력 부족과 함께 단축된 근무 시간으로 인해 아무래도 근로 생산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2009년에 'Arab World Institute'는 라마단 기간 중 분야별 생산성은 약 73% 낮아진다고 발표했으며, 산업 분야별로 10%에서 50%까지 생산성 저하된다는 각종 연구기관의 보고가 있다. 

소비재 마케팅의 '핫 시즌', 라마단

금욕의 시기인 라마단은 역설적으로 다양한 소비재 제품의 수요가 폭증하는 시즌이기도 하다. 알제리에서는 식료품의 경우 라마단 기간 중 수요가 평월 대비 40~50% 이상 상승한다고 알제리 기업연합회(ANCAA; l'association nationale des commerçants et artisans algériens)에서 발표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주방용품 및 가구, 가전제품, 의류, 장난감 등 제품들도 라마단 및 라마단 종료 휴일( Eid al Fitr) 기간 중 수요가 집중된다. 특히,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떨어진 이후 '이프타르' 시간에 친지 및 이웃을 초대해 같이 식사와 차를 나누는 관습이 있어 집안 단장을 위해 식품뿐 아니라 주방용품 및 거실 가구, TV 등의 수요가 늘고 5월 2일경 Eid-Fitr 기간 가족 및 자녀에게 선물하는 풍습으로 의류 및 장난감 수요도 증가하는 이슬람의 마케팅 핫 시즌이다. 이에 따라, 각 브랜드 및 상점에서는 라마단 시즌을 대비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형 쇼핑몰에서는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등 라마단 기간 중 소비자들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라마단 기간 브랜드 마케팅 및 할인 행사> 

[자료: KOTRA 알제 무역관 직접 촬영]

알제리 최초의 야외 고급 쇼핑몰인 Garden City와 대형 쇼핑몰인 Ardis, Bab Ezzouar 등 서구식 물류기업들은 라마단 기간 중 개장 시간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자정 또는 새벽 1시까지 연장하며 소비자들의 쇼핑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알제리 쇼핑몰의 라마단 연장 개장 홍보> 

 [자료: GARDENCITY 홈페이지]

라마단 기간 생필품 가격 폭등과 알제리 정부의 정책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위기 완화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이 알제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료품 가격 폭등과 품귀 현상이 라마단 기간 전부터 크게 우려됐다. 알제리는 전체 곡물의 상당량을, 특히 밀의 경우 전체 수요의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곡물가격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알제리 통계국 ONS는 이미 지난 1월에 식료품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9% 인상됐다고 발표한 바 있고 영국의 조사기관 EIU는 2022년 알제리의 물가상승률을 3월 발간 자료에서는 11.7%로 예측했으나 4월 발간 자료에는 12.5%로 수정했다. 실제 매장에서의 밀가루 및 쌀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은 예전 대비 30%에서 70% 상당 인상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알제리 정부는 일련의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그 첫 번째는 지난 3월 테분 대통령이 라마단 기간 중 가장 수요가 높은 10개 식품 품목을 지정해 수출을 중지하는 조치를 발동한 것이다. 대상 품목은 Fresh eggs, Potatoes, Garlic, Pulses(콩류), Wheat Semolina와 Barley, Flour Wheat, Sugar, Soya Oil, Pasta, Tomato Concentrates이다. 두 번째는 현재 수입이 제한돼 있는 감자도 10만 톤의 수입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Errahma Market'이라는 직거래 시장을 알제리 전역에 1151곳에 설치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중간거래자 개입 없이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시중보다 싼 가격에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알제리 Errahma Market 전경>

 [자료: KOTRA 알제 무역관 자체 촬영]

알제리 정부의 조치와 별도로 현지 민간 대형기업들도 라마단 기간에 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알제리 최대 민간 기업인 'Cevital'은 정부의 Errahma Market 같은 직거래 시장에 식용유, 파스타, 설탕 등과 같은 자사 제조 식료품을 시중보다 낮은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유제품 생산기업인 'Numidia Dairy'는 라마단 기간 중 일일 우유 생산량을 19만 리터에서 35만 리터로 대폭 확충해 공급하고 있다. 

2022년 강화된 수입규제정책으로 소비재 물가도 상승

비단 식품뿐만 아니라 각종 공산품 소비재의 물가는 내부적인 요인으로 상승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상황 안정화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까지 치솟고 알제리의 유럽향 가스 가격 인상 요인으로 최근 몇 년간 저유가로 힘들었던 알제리 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고유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환 고갈 위협에 노출된 알제리 정부는 가급적 수입을 줄이고 현지 제조생산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초부터 강화된 수입 제한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HS code 상의 '기타' 품목 수입 금지, 임시 추가 수입관세(DAPS) 대상 확대, 수입허가 발급 대상 세분화 및 조건 강화, 재판매용 수입제품의 바코드 규정 조기 시행 등으로 수입 가능 품목이 매우 제한되다 보니 수입제품의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더군다나 작년에 폭등한 해운 운임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알제리의 중소 수입상들은 아예 수입을 포기하고 현지 대형 수입상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현지 중간거래상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알제리 중소규모 자동차 부품 수입상인 A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매년 20ft 컨테이너 2~3개 분량의 제품을 한국에서 수입했지만, 2021년 해상운임 폭증 및 현지 정부의 까다로웁 수입규제 정책 때문에 대형 수입상에서 수입한 제품을 공급받아 유통하는 편이 낫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중·소 수입상에는 직접 수입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다”라고 현지 수입 여건의 어려움을 전했다. 

시사점 

1) 라마단 수입시장 6개월 전부터 대비

라마단은 금식 등 금욕의 기간이나 오히려 소비는 확대되는 마케팅 관점에서 핫 시즌이다. 식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 제품의 수요도 동반되며 현지 바이어들은 라마단 특수를 대비해 미리 제품을 구비하며, 특히 수입상들은 반년 전부터는 라마단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또한 최근 현지 수입시장 규제 및 해상운임 상승 등으로 중·소형 바이어들의 수입업 중단 사례가 많아 가급적 대형 거래선 발굴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2) 물가상승 및 수입규제조치로 현지 제조생산 기회 발굴 필요

올해는 전 세계적인 고물가 기조가 알제리에도 영향을 미쳐 식료품 등 소비재 가격이 대폭 인상되고 있다. 알제리 국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나 알제리 정부 및 현지 기업들은 생필품의 직거래 장터를 활성화해 라마단 기간이라도 그 고통을 경감코자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알제리 정부의 다양한 수입규제 조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현지 제조와 관련된 기계설비, 부품, 원자재의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바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KOTRA 알제 무역관은 올해 연중으로 '알제리 제조산업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바, 알제리 시장에 관심 있는 기업들의 연락(이메일 swhan@kotra.or.kr)을 바란다. 

자료: ANCAA, 현지언론 종합, EIU 등 KOTRA 알제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