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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도 고등교육 소개
  • 외부전문가 기고
  • 인도
  • 뭄바이무역관 유동길
  • 2021-12-31
  • 출처 : KOTRA

 맹현철 교수(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Bangalore)


인도에서 한국인을 만날 때 직장이 어딘지 질문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 때마다 ‘IIM 벵갈루루’라 대답을 하지만, 질문자는 내 직장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약간의 부연 설명을 한다. “IIT는 아시지요? IIT의 경영학 버전이 IIM이고 저는 그중에서 벵갈루루에 있는 IIM 벵갈루루에서 근무합니다.” 그러면 상대는 나를 ‘인도 경영학 교수’ 혹은 ‘벵갈루루 인도 경영학 교수’로 기억을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인들이 인도 대학교를 잘 모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인도라는 크고 복잡한 나라도 한국에 잘 안 알려진 부분이 많은데, 사람들이 관심을 덜 가지는 고등교육기관은 이보다 덜 알려져 있을테니.


한국에 알려진 인도 고등교육기관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를 들어본 사람은 꽤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중에서 IIT가 하나의 학교가 아니라 23개의 독립적인 서로 다른 고등교육기관임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인도에 관심을 조금 더 가진 분들은 델리대학교(University of Delhi) 혹은 네루대학교(Jawaharlal Nehru University)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델리대학교가 사실 대학원생 중심으로 이뤄진 연구중심대학이며, 델리대학교 학사학위를 받는 대부분의 졸업생은 델리대학교 부속 칼리지에 입학하여 졸업한다는 것은 모를 것이다.


우리와는 다른 교육 시스템

       

인도 고등교육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크게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인도에 고등교육기관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인도에는 대학교와 대학교수준 고등교육기관(university-level institute)이 천 개가 넘고 칼리지(college)는 4만 개가 넘는다. 독자들에게 생소한 대학교 수준 고등교육기관과 인도 고등교육에서 칼리지의 개념은 아래에 설명하였다. 두 번째 어려움은 고등교육 시스템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언급한 대학교수준 고등교육기관과 칼리지를 이해하면 인도 고등교육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다.


인도에서 학사, 석사, 박사 등 학위(degree)는 원칙적으로 대학교(university)만 수여할 수 있다. 여기에 예외가 있는데, 이 예외가 대학교 수준 고등교육기관이다. 법적으로는 국가중요고등교육기관(Institute of National Importance, 이하 INI)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인도는 독립 후에 국가 주도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다. 그리고 전문적인 기술을 지닌 엘리트들로 이 시스템을 운영하려고 했다. 인도의 고등교육은 소수의 기술 엘리트를 육성하는 목적을 지닌 소수의 기술교육기관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인도에서 기술교육은 공학, 자연과학, 경영학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가 여기에 해당한다. 공학기술 분야에 IIT, NIT(National Institute of Technology), IIIT(Indian Institute of Information Technology), 경영학 분야에 IIM(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의학 분야에 AIIMS(All Indian Institute of Medical Science)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건축학, 약학, 디자인, 자연과학, 통계학 분야의 고등교육기관이 있다. 이들 INI들은 INI 관련 법률에 따라서 학위를 수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2021년 현재 INI의 숫자는 160개가 조금 넘으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INI로 대표되는 기술교육이 인도 고등교육의 한 축이다.


고등교육의 또 다른 축은 대학교-칼리지 연계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칼리지는 보통 종합대학교의 단과대학의 영어 명칭으로 사용된다. 혹은 전문대학교의 영어 명칭으로도 사용이 된다. 예를 들어서 단과대학인 인문대학은 영어로 college of humanities를 주로 사용한다. 또한 다수의 전문대학의 영어 명칭은 college이다. 하지만 인도에서의 칼리지는 이 둘 다 아니다. 인도에서 단과대학에 해당하는 영어 용어는 보통 패컬티(faculty) 혹은 스쿨(school)이다. 또한 한국의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교와 다르게 전문학사학위 과정을 운영하지만 인도의 칼리지는 학사학위과정을 운영하며 석사학위과정을 운영하는 칼리지들도 많다. 드물게는 박사학위 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인도의 칼리지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대학교가 설립/운영하는 부속칼리지(constituent college)와 대학교와 연계가 되어서 대학교의 관리/감독을 받는 연계칼리지(affiliated college)이다.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칼리지 중 하나는 미란다하우스(Miranda House)이다. 이는 델리대학교가 설립한 칼리지로, 미란다하우스 졸업생은 델리대학교가 수여하는 학위를 받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 경영자인 펩시코의 전임 최고경영자 인드라 누이는 첸나이에 있는 마드라스 크리스찬 칼리지(Madras Christian College)를 졸업했다. 이는 마드라스대학교(University of Madras)의 연계칼리지이며 따라서 인드라 누이는 마드라스대학교가 수여하는 학사학위를 받았다.


고등교육기관의 확장 및 국공립 중심 발전


인도 고등교육의 가장 큰 특징 중 한가지는 급격한 확장이다. 1990년대까지 인도 고등교육은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췄다. 독립 후 국가 건설 시기부터 인도 정부는 한정된 자원으로는 다수의 국민에게 양질의 고등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을 자각했다. 따라서 소수의 명문대학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고등교육 정책을 실시해왔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고등교육 받을 권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고등교육기관을 늘여 등록율(Gross Enrolment Ratio)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등록율이란 고등교육 해당 연령 인구 대비 고등교육에 등록한 사람의 비율이다. 현재 인도 고등교육 등록율은 인도 정부의 목표인 30%에 근접한 27%이다. 2020년에 인도 교육부는 새로운 국가 교육 정책을 발표하면서 등록률 목표를 50%로 상향조정했다. 이런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해서 1990년대 후반부터 고등교육기관의 숫자는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대학교 및 대학교 수준 기관은 1991년 184개였으나 2021년에는 266개, 2011년에는 400개가 넘었고 2021년에는 천 개가 넘는다. 칼리지의 경우에도 1991년 4,800여 개, 2001년 11,100여 개였던 것이 현재에는 4만 개가 넘는다.  


또 다른 특징은 국공립대학교 중심으로 고등교육을 발전시켜 온 점이다. 인도 교육부가 매년 실시하는 고등교육기관 평가에 따르면 종합 분야 상위 20개 기관 중 18개가 국공립기관이다. 1990년대 까지 국공립대학교와 국립인 INI를 중심으로 고등교육을 발전시켜 왔으며, 칼리지는 사립을 중심으로 발전이 되었다. 그리고 우수한 칼리지들이 일부 대학교의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되었다. 인도는 정부에서 대학 등록금을 규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서 다수의 사립대학교는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인도 고등교육의 문제점들


인도 고등교육의 큰 문제점은 교육의 질이 높지 않은 기관이 많다는 점이다. 급격한 확장은 교육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최근 5년간 대학교 및 대학교 수준 교육기관의 연평균 증가율을 살펴보면 주정부가 인증하는 사립대학과 INI을 제외하면 증가율이 낮다. 그런데 주정부 인증 사립대학교는 다른 유형의 대학교와 비교해 시설 및 교원 측면에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신규 INI들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해서 급하게 설립이 결정이 되서 시설, 교원, 예산 모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설립이 용이한 칼리지를 중심으로 고등교육이 확장하다 보니 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있다. 이는 칼리지뿐만 아니라 칼리지를 관리 감독하는 대학교의 업무량을 대폭 증가시켜서 대학교가 본연의 사명인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도 고등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불균형이다. 교육의 질, 교육 예산, 지역, 전공 등에 있어서 불균형이 큰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인도 교육 예산은 GDP 대비 3% 수준이며 명목금액으로는 교육 예산이 소폭 증가하고 있으나 실질금액으로 봤을 때 최근 몇 년간 감소하고 있다. 1986년부터 GDP의 6% 수준까지 교육 예산을 늘이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1980년대부터 GDP 대비 6% 지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 목표는 앞으로도 달성이 어렵다. 그리고 이 비율은 인도 전체 교육 예산이며, 고등교육 예산은 이 절반이 되지 않는다. 공적인 교육 지출은 그 절대 금액도 부족하지만, 소수의 명문 고등교육기관에 쏠리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최상위권 IIT 몇 개를 제외하면 대학들은 예산 부족에 시달리며, 이는 최상위 소수 대학과 나머지 대학의 질적 격차를 벌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번째 불균형은 전공의 불균형이다. 인도는 다른 학문에 비해서 공학이 발달해 있다. 그리고 인도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공학을 매우 선호한다. 이런 모습은 영화 ‘세 얼간이(Three Idiots)’에 잘 나타나 있다. 공학이 인기가 많은 만큼 대학교에서도 공학의 비율이 높을 것 같지만, 현실은 이와 약간 다르다. 학사학위 과정에서 공학은 12.6%를 차지하고 있다. 전공별로 살펴보면 인문학 분야가 33%, 자연과학이 16%, 상업(commerce)이 14% 순으로 비율이 높고 그 다음이 공학으로 12.6%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원인 중 하나는 학사학위 과정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칼리지가 인문학과 자연과학 중심으로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점이다. 한편 석사과정의 경우 상업 및 경영 전공이 전체의 26%, 사회과학이 19%, 자연과학이 15.4% 순으로 비율이 높았으며 공학은 4.2%에 불과하다. 박사과정에서는 공학계열 26%, 자연과학 25% 순으로 이 두 분야가 절반을 조금 넘는다. 이는 연구를 업으로 삼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 전공자들에게 큰 문제점이다.


세 번째는 성별의 불균형이다. 학사학위 과정에서의 성비는 1:1에 가깝다. 큰 그림으로 보면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석사학위 과정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30% 가량 더 많다. 박사과정으로 오면 성비는 역전이 되어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20% 가량 더 많다. 이런 성별 구성의 차이는 전공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 자연과학, 상업 등 분야는 여성이 더 많고 공학, 법학, 경영학 분야는 남성이 더 많다. 특히 공학의 경우 남학생의 숫자는 여학생의 숫자의 약 2.4배이다. 따라서 인문·사회 계열의 비중이 큰 학사과정, 공학의 비중이 낮은 석사 과정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고 공학의 비중이 큰 박사과정에는 남성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지역적 불균형의 문제도 크다. 명문대학교들은 델리, 마하라슈트라주, 타밀나두주, 카르나타카주에 몰려있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학교의 수준을 떠나서 숫자만 놓고 볼 때 칼리지들은 마하라슈트라주, 카르나타카주, 안드라프라데시주, 우타르 프라데시주 등에 모여있다. 반면 비하르주와 웨스트 벵갈주에는 비교적 적은 수의 칼리지가 모여있다. 교육기관의 지역 불균형은 정치와 연관이 되어서 신규 INI 지정 및 설립에 지역 안배가 우선적으로 고려가 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특히 의학 계열인 AIIMS(All Indian Institute of Medical Sciences)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지역의 의료 발전을 위해서 지역안배를 우선으로 의료가 낙후된 주 중심으로 설립이 되었다. 또한 신규 IIT와 IIM도 마찬가지이다. 지역 안배의 문제는 대학 설립을 위한 기반시설과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안배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고등교육 설립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시사점


이상 인도 고등교육 시스템을 소개하고 간략한 분석을 통해서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자. 인도 고등교육을 아는 것이 한-인도 교류에 어떤 유익이 있을까?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에는 채용 및 보상 등 인사관리에 대학 정보가 도움이 된다. 인도인들의 이력서는 화려한 경우가 많다. 이력서를 거짓으로 꾸민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력서를 잘 쓰고 잘 꾸민다. 이런 상황에서 학력, 학점 등과 같은 객관적인 이력의 중요성은 커진다. 게다가 인도의 대학은 서열화돼 있으며 출신대학교, 전공, 대학 성적이 채용과 첫 연봉 산정에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서 이공계열 명문인 IIT 마드라스의 졸업생 초봉이 명문 대학교인 델리대학교 인문사회계열 졸업생 초봉의 두 배가 넘는 게 인도의 현실이다. 대학은 인도 내에서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시작점으로도 좋다. 대학별로 잘 조직된 동문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도 있고 인도 명문대학의 교수들과 관계를 통해서 기업 혹은 관료들과 친분을 쌓을 수도 있다. 또한 한-인도 대학 간의 교류를 통해서 파생되는 여러 기회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의 중요 역할 중 하나인 연구개발을 인도의 대학과 함께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도의 고등교육에 대해서 매우 간략하게 살펴봤다. 인도 고등교육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함으로써 인도에 진출한 기업과 기관들이 얻을 수 있는 유익이 클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측에서 인도 고등교육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한-인도 교류에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Acknowledgement: 본 칼럼은 KIST의 인도 분원인 한인도과학기술협력센터의 후원으로 필자가 수행한 ‘인도 고등교육 조사 연구’를 토대로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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