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정부 연간 예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 -

- 축제기간 자극받은 소비심리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 필요 -

인도인에게 축제는 단어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종교와 문화의 다양성만큼이나 축제의 종류, 형태, 의미가 다채롭다. 현재 인도에서는 연간 50개가 넘는 전국적인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지역사회나 소수민족마다 기리는 소규모 축제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가 무궁무진할 것이다. 인도인들은 축제를 기점으로 사업을 개시하거나 자동차나 주택 매매 등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단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도에서 축제는 단순히 향유의 개념이 아닌 종교·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핵심 요소이며, 이미 기업이 주목해야 할 마케팅 요소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에게 인도의 축제는 매우 낯설다.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차치하고 심지어 언제 어떤 축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인도의 주요 축제와 그 경제적 파급효과를 살펴보고 우리 기업이 이를 활용해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보자.

인도 축제 현황

인도 축제는 주로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신화적인 사건을 기리는 힌두교의 종교 행사인 경우가 많다. 신화적 사건 혹은 선의 악에 대한 승리를 기리거나 연도나 계절의 변화와 관련된 축제 등 유형이 다양하며, 각기 다른 사회적·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를 통합하고, 예술이나 공예, 음식, 춤, 음악 등의 다양한 분야와 유관한 사업을 개발하는 매체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편, 전반적인 인도의 생활 수준이 개선되고, 전국을 아우르는 유통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인도 축제는 문화를 보존하는 기존 역할에서 더 나아가 국가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도 주요 축제

자료: 현지 언론 보도 및 KOTRA 뭄바이 무역관 자료 종합

경제적 측면에서 축제의 영향

인도인의 종교적 지출은 저축의 주요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소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인도의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는 대부분의 축제들은 외부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소비 진작에 기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주요 축제의 경제적 파급력은 상당하다. 힌두교의 신 ‘가네쉬(Ganesh)’를 기리는 종교 축제인 ‘가네쉬 짜뚜르티(Ganesh Chaturthi)’는 주로 마하라슈트라나 텔랑가나 지역에서 활발히 개최되는데 이 때 두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27억 달러를 상회한다. 인도 남부의 하이데라바드에서도 6억8000만 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축제 성수기 세 달간 창출되는 고용 건수만 6만 건이 넘는다. 힌두교 두르가 여신을 숭배하는 종교 축제인 ‘두르가 푸자(Durga Puja)’도 웨스트벵갈주에서만 54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성장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는 주정부 연간 예산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이렇듯 축제의 막대한 경제적 효과에 기업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축제 시즌에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빛을 보고 있다. 글로벌 지역사회 플랫폼인 Local Circles의 연구에 따르면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식료품 및 식자재 등을 중심으로 축제 시즌 소비의 50% 이상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첸나이 지역 주민 848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축제 관련 제품을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매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40%를 상회했으며 오프라인 쇼핑몰이나 시장 등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소비자는 16%에 불과했다. 더불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 지리적 제약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2군 및 3군 도시 등의 낙후지역으로까지 소비자층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인도 주요 이커머스 기업인 플립카트(Flipkart)는 2019년 디왈리 축제가 시작된 후 10시간 만에 매출액이 8100만 달러에 이르는 등 전자상거래 기업이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도별 디왈리 축제 시즌(10.15.~21.) 전자상거래 시장 매출액

(단위: 백만 달러)

자료: Forrester·KOTRA 뭄바이 무역관 재편집

주식시장에서도 축제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인도 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최대 명절인 디왈리(Diwali) 기간 주식을 사는 것이 길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인도 회계연도의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Muhurat’이라고 불리는 상징적인 트레이딩 세션을 진행하고 증권거래소에서 종교적 공연이 개최되기도 한다. 통상 디왈리는 폭죽을 터트리고 불꽃놀이를 하는 것이 주요 행사였으나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2017년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디왈리 기간 폭죽을 터트리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기 시작했다. 이에 사람들이 폭죽을 램프나 전구로 대체하면서 전국적으로 조명기구 수요가 급증하거나 친환경 폭죽을 제작하기 위한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2019년 Harsh Vardhan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도 과학산업연구위원회(CSIR)와 협력해 환경친화적인 폭죽을 개발한 바 있다.

인도 축제의 경제적 효과 수혜자는 중국 기업?

인·중 국경분쟁을 기점으로 양국 간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도의 주요 축제 관련 품목에 있어서는 중국 의존도가 자국산에 비해 월등히 높다. 주로 축제 기간 전후로 완구·문구류나 전자·가전제품, 선물세트, 주방 기구, 가구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데이는 인도에서는 대부분 현지 중소기업이 다루는 제품군이다. 따라서, 중국으로부터 대거 유입되는 저렴한 제품과 견주어보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홀리 축제에 사용되는 염료 제품의 경우에도 중국 기업의 침투율이 비교적 높다. 전 인도상공회의소연합회(ASSOCHAM)가 암다바드, 아그라, 델리, 럭나우 등 전국 각지의 염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산 염료 제품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발생하는 실업자 수가 최대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을 기준으로 홀리(Holi) 축제에서 사용된 중국산 염료 제품만 하더라도 75%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된 중국산 액세서리나 컬러 스프레이 건, 여타 플라스틱 제품도 약 24억 4000만 달러 규모에 이르는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제품은 인도 축제의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인도 최대 명절 디왈리(Diwali)도 예외는 아니다. 디왈리 축제 기간 동안 소비되는 폭죽은 13억50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데, 이 중 40% 이상이 중국산 제품이며 이로 인해 약 25만 명의 인도 제조업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정부가 다각화된 정책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고자 하는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도 축제 대목은 중국 기업에 치우치고 있는 경향이 짙다.

2019년 제품별 축제 시즌(8.25.~10.29.) 매출 점유율

자료: Forrester·KOTRA 뭄바이 무역관 재편집

관계자 인터뷰 및 시사점

인도 민간경제연구기관 CMIE(Centre For Monitoring Indian Economy)의 Manasi Swamy 담당자(Product Head)는 KOTRA 뭄바이 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축제는 인도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다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판매나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고 연간 소비재 판매 규모 대부분이 발생할 만큼 상업적으로도 건재한 성장을 보이는 시기”라고 언급하며, 인도에서 축제가 사회 다방면에 걸쳐 함축하는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현지에 진출한 기업에는 축제의 이러한 특성이 자사 경쟁력을 제고하고 진출 거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며 최근에는 아마존, 플립카트, 스냅딜(Snapdeal) 등과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 목격되는 추세”라고 덧붙이며 기업 또한 비즈니스 관점에서 축제의 역할을 인지하고 있어야함을 강조했다.

인도인들은 축제 시즌을 기점으로 새로운 일에 투자하거나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기업이 적절한 전략을 수립해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에 알맞은 시기이다. 특히 축제 시즌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경우 최대 세 배 이상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 전략 중 하나이다. 또한, 인지도가 낮거나 이제 막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한 글로벌 기업이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에도 적합한 시기이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평소에 구매하고자 했던 제품 구매를 축제 시즌 때까지 보류했다가 한꺼번에 구매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때에 맞춰 할인이나 1회 무료 체험 제공과 같은 프로모션, 사은품 증정, 여타 서비스 등 적절한 전략을 수립해 구매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제의 경제적 효과는 내구소비재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축제 시즌에는 스마트폰이나 TV, 냉장고, 세탁기 등과 같이 지출이 큰 대형 가전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유관기업의 효율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인도에서는 선물 문화가 활성화돼 있어 축제 시즌 전후로 퍼스널케어 제품이나 양초, 소형 전자제품, 화장품 등과 같은 선물 세트에 대한 수요가 높다. 따라서, 특정 기간에 한정해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거나 선물 세트를 구성해 축제 대목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료: IBEF(인도브랜드자산재단), Primary Research, Forrester, Local Circles, 현지 언론 보도(Times of India, Economic Times, Business Standards, Livemint, Youstory.com 등) 및 KOTRA 뭄바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