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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케냐에서 시간개념 극복하기
  • 외부전문가 기고
  • 케냐
  • 나이로비무역관 윤구
  • 2014-12-16
  • 출처 : KOTRA

 

케냐에서 시간개념 극복하기

 

유연 국제개발민간협회 케냐 코디네이터

 

 

 

□ 케냐인 시간관념이 다르다

 

케냐에서 오래 살다보면 지속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시간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 점이다. 가사 도우미, 전기나 수도 수리기사가 정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오지 않아 집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 예약해둔 택시기사가 30분 이상 늦게 나타나는 일, 직접 시간약속을 하고도 정작 그 시간에 찾아가 보면 그 공무원이 부재 중인 경우 참석자 중 절반이 오지 않아 회의를 시작할 수 없는 경우 등이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케냐에서 오래 거주한 사람을 살펴보면 약속시간 지각에 대해 그냥 그러려니 하거나 심지어는 동화되는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식 시간관념은 확실히 서구식 관념과는 다르다. 아프리카에는 ‘나이지리안 타임’이니 ‘GMT(가나표준시, Ghana Mean Time)’이니 하는 표현이 있다. 이는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 일이 진행되기보단 매 시점이 뚜렷하지 않고 막연하게 흘러가는 현지 시간 성향을 반영한다. 결국 닭이 홰를 치며 울면 하루가 시작돼 해가 저물면 마무리되는 식인 것이다. 시간에 대한 지향성(time orientation)은 사회에 따라 시간의 경과중심인 문화도 있고 사건중심인 문화도 있다. 말하자면 사건중심의 문화에 익숙한 케냐인은 누구와 만난다는 사건 자체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만나는가는 비교적 중요하지 않다.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것보다는 늦는 게 낫다(Better late than never)라는 말이 이러한 케냐인의 성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약속시간에 두어 시간이나 늦은 사람도 별로 미안해하지 않고 오래 기다린 사람도 크게 불쾌해하지 않는 것이 케냐식 약속문화인 것이다.

 

반면 한국은 ‘시간 경과중심화' 돼서인지 해야 할 과업을 계획한 시점부터 순서대로 수행하는 것에 차질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느낀다. 때문에 많은 한국인이 케냐를 처음 방문하면 대책없이 늦어지는 일정에 황당해 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회사나 조직의 시스템을 한국화시키려 하다가도 끝내 지쳐버리고 만다. 이런 실정이니 잠깐 입찰이나 사업을 위해 케냐를 방문하는 경우는 얼마나 황당하고 답답하겠는가?

 

□ 케냐인의 느긋함에도 이유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케냐에 처음 방문하면 외국인 입장에서 케냐인을 게으르거나 진지하지 못하다고 오판하기 쉽다. 하지만 현지 상황을 잘 알아가기 시작하면 점차 이들에 대한 이해의 창이 열리고 미리 대처할 여유가 생긴다. 우선 일반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마땅치가 않고 도로 상태가 불량하며 교통체증이 심각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비교적 도로가 잘 발달돼 있는 수도 나이로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구간 노선에 한해 운영되는 버스는 37개 혹은 46개 좌석이 다 찰 때까지 운행을 시작하지 않는다. 가장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승합차 버스 역시 최대인원을 채워야만 출발할 뿐만 아니라 교통사정 등의 이유로 운행경로를 마음대로 변경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는 장담이 어렵다. 택시를 타거나 직접 운전해 이동한다 해도 불량한 도로 상태나 심각한 교통체증에서 혼자만 빠져나올 수 있는 묘안은 없기 때문에 시간을 보장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케냐 현지신문 교통체증관련 기사

자료원: 현지일간지 The Daily Nation 2014.11.16. 자

 

설상가상으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거나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은 단 1~2㎞를 움직이는 데 두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달리 말하자면 자기가 늦고 싶어서 늦는 게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아무리 약속시간에 정확한 한국인이더라도 케냐에서 지각을 한 번도 안 하고 1년 정도 보내기는 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외에도 예상할 수 있는 문제점이 많다. 신호등이 있으나 아무도 신호를 지키지 않는 덕에 주요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경찰이 직접 서서 수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도 교통흐름을 딱히 원활하게 하지 못한다. 또한 경찰이 불시에 운전면허 검사 또는 사소한 실수를 빌미로 차를 세우거나 문제 삼을 사안이 없는데도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시간을 끌며 난처하게 할 때도 있다. 형편이 이러하니 케냐에 오래 살수록 차라리 시간 계획에 대해 느긋하고 너그러운 태도를 익혀가게 되는 것이다.

 

□ 타협점을 찾는 노력도 필요

 

이렇듯 케냐에서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이란 마치 복권추첨처럼 그 시간이 돼야만 결과를 알게 되는 노릇이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지 직원 시간 관리에 대해 여러 기관의 노력 여부를 알아보니 어느 학교에서는 교사의 지각문제 때문에 교무회의에 지각하면 5분마다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어느 소규모 회사는 지각한 시간만큼 초과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었다. 또 어떤 기관은 주요 미팅시간을 케냐인에게 아예 실제시간보다 30분쯤 앞당겨 공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중 출근시각을 날마다 기록하는 것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선 정해진 시간보다 얼마나 늦는지 자각하게 할 수 있고 일정기간 기록된 경과는 추후에 권고, 징계, 포상 등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출근 시 펀치카드를 찍거나 사원증으로 출근시각이 자동 입력되도록 한 직장에서는 실제로 지각이 적다고 한다. 지각하는 직원에게 벌칙을 주면 제시간에 와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의욕을 꺾는 일이 되지만 정시출근자에게 연말 인센티브를 제공한 경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팀으로 일하는 경우나 집합교육 같은 행사에서는 시간을 잘 지킨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보상하면 다른 사람의 의식을 개선하는 것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한 기업에서는 교통수단이나 도로 사정 등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고질적으로 지각이 계속되는 경우라면 출근용 셔틀을 운영한다든가 일터 근처에서 숙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 결론적으로

 

케냐에 잠시 방문하는 경우는 케냐인의 기본 시간 개념을 먼저 이해하는 게 좋고 미팅 시나 정부기관에 방문할 경우 1시간 정도는 여유 있게 기다릴 마음의 무장을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물론, 약속 자체를 1시간 정도 여유있게 잡는 것이 예방책이 겠다.

 

케냐에서 창업하거나 장기간 체류를 준비하는 경우는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는 현지인과 시간관념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지속적이고 충분한 대화 및 상호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현지 교민이 가장 화가 난다고 하는 점은 지각한 순간을 모면하려고 현지인이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라고 입을 모은다. 휴대폰으로 ‘근처’라거나 ‘거의 다 왔다’고 하고도 한 시간씩 이상 늦거나 전화로 ‘5분 후면 도착한다.’고 말해놓고 사실은 5분 후에 ‘집에서 출발하는 경우’ 등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에 발이 묶였든 갑자기 배가 아파서 꼼짝 못하게 됐든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때에는 솔직하게 보고하고 실제 상황을 사실대로 설명하도록 상호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개인 사정과 공적 업무의 우선순위를 잘 인지하고 시행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업무 수행을 위해 외근하는 중간에 사적으로 처리할 일이 생각나 우체국에 들른다거나 갑자기 찾아온 친구와 수다를 떠는 행동 등 이 케냐 사람끼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차분하고 여유 넘치는 태도는 케냐인의 강점이기도 하다. 한국은 예기치 못하게 상황이 바뀌면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부터 내길 잘하지만 케냐인은 급하게 판단하거나 격앙되지 않고 차분히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하다. 성질 급한 한국인 입장에서는 배울 점이기도 하다. 서로 간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서로의 강점을 살려서 팀웍을 형성한다면 상당히 효과적이고 유능한 글로벌 비즈니스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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