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은 단순히 사회적 가치를 넘어서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공급업체 다양성(Supplier Diversity)’이 기업 전략의 중심축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급망 전반에서 다양성을 강화하고, 차별 없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것은 미국 기업 문화의 핵심이 됐다. 이를 위해, 소외된 커뮤니티의 경제적 기회 확대와 포용성 증진을 위해 ‘마이너리티 소유 기업(Minority Business Enterprises, MBE)’ 인증 프로그램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활용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공급업체 다양성(Supplier Diversity)’이란?

‘공급업체 다양성’이란 다양한 배경, 문화, 관점을 가진 공급업체들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통해 기업이 더 넓은 시각을 갖고 혁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소비자층에 더욱 효과적으로 접근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1년 해켓 그룹(The Hackett Group)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및 미국 소재 100대 기업의 약 75%가 이미 글로벌 공급업체 다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거나 확장할 계획이다. 이 기업들은 2025년까지 ‘마이너리티 소유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지출을 13%까지 늘려 ‘공급업체 다양성’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공급업체 다양성’의 중요성>

[자료: The Hackett Group]

뿌리 깊은 미국 '공급업체 다양성'의 역사

195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 내 ‘공급업체 다양성’의 발전은 다양한 법적 조치와 이니셔티브를 통해 이루어졌다. 초기 단계에서 소규모 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던 노력은 점차 소수 민족 소유 기업, 여성 소유 기업, 그리고 사회적 및 경제적으로 불리한 집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변화는 법률, 정책의 도입 및 전문 기관의 설립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돼, 현재는 다양한 산업에서 포괄적인 공급망 구축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공급업체 다양성’의 연도별 주요 내용>

[자료: Detroit Regional Chamber,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정리]

‘공급업체 다양성’, 순환 경제와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

‘공급업체 다양성’ 전략은 혁신 주도, 새로운 시장 확장, 공정한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필수적이며, 소외되는 커뮤니티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백만 달러 라운드테이블(Billion Dollar Roundtable, BDR)'*과 JPMorgan Chase가 함께 발표한 ‘글로벌 경제 영향 보고서’는 2021년 BDR 소속 32개 기업이 소수 및 소외계층 소유 공급업체와 거래하면서 지출한 각 1달러가 직간접적으로 약 2.10달러의 경제적 영향을 창출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공급업체 다양성이 단순한 윤리적 차원을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중요한 전략임을 시사한다.

  주*: '백만 달러 라운드테이블(Billion Dollar Roundtable, BDR)', 2001년에 설립된 비영리 조직으로,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소수 및 소외된 커뮤니티로 구성된 공급업체와의 거래에 사용하는 기업들로 구성

특히 대규모 공급망을 보유한 대기업들은 소수 및 소외계층 소유 공급업체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창출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점은 단순히 구매 및 판매의 순환을 넘어, 광범위한 경제 활성화와 함께 소수집단 및 소외계층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구매 프로그램 매니저 Chirstopher Sim씨로부터 들어보는 ‘공급업체 다양성’에 대한 인사이트

<스텔란티스의 구매팀(위)과 공급업체 다양성 개발팀(아래)>

[자료: 스텔란티스의 Chirstopher Sim 매니저 제공]

1) '공급업체 다양성'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급업체 다양성(Supplier Diversity)’은 비즈니스 전략 중 하나로, 소수 민족, 여성, 성 소수자(LGBTQ+), 재향 군인, 장애인 등이 소유한 기업들을 공급업체로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양성은 혁신을 촉진하고, 경쟁을 유도하며, 기회를 창출하고, 고객의 다양성을 반영한다.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기업 사명은 ‘세계의 흐름을 우리의 다양성이 주도한다’로, 네 가지 핵심 가치는 ‘고객 중심적 사고, 함께하는 승리 지향, 지속 가능한 혁신,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다. ‘공급업체 다양성’ 프로그램은 이러한 스텔란티스의 기업 사명뿐만 아니라 이 네 가지 핵심 가치를 잘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텔란티스의 네 가지 핵심 가치>

[자료: Stellantis,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정리]

애플(Apple), 보잉(Boeing), 구글(Google),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메타(Meta), 시티은행(Citibank),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월마트(Walmart) 등 Fortune 500에 속하는 대다수의 글로벌 기업들 또한 ‘공급업체 다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규정이나 구매 및 소싱 일반 약관에 법적으로 명시돼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중소기업이나 마이너리티 소유 기업으로부터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수주함으로써, 공급망 내에서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공급업체 다양성’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은 산업과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조정될 수 있어 각 산업과 기업은 ‘공급업체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한 맞춤형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공급업체 다양성’이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서 기업의 전략적 목표 달성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2) '공급업체 다양성', 왜 중요한가?

공급업체 다양성의 중요성은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의 원칙 아래, 소수 민족이 운영하는 기업이나 그 커뮤니티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수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텔란티스는 마이너리티 소유 중소기업 등과의 거래에 연간 70억 달러 이상을 할당한다. 이것은 전체 인구 중 약 19%를 차지하는 히스패닉과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중요한 공급업체, 협력 파트너, 그리고 고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텔란티스는 이러한 인구 통계적 사실을 인지하고, 이들과의 거래를 적극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다양한 고객층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증대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스텔란티스의 리더십 포지션 중 약 30%는 여성이 차지한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을 중시하는 기업으로서, 스텔란티스는 내부적으로는 물론 지역사회, 국가 및 직원들이 대표하는 문화에도 DEI 가치를 중시한다. 그리고 이 책임은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확장된다.

그뿐만 아니라 ‘공급업체 다양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목표의 핵심 부분으로 간주된다. 글로벌 규제 요구, 사회적 인식의 변화, 소비자 선호의 변화로 이어지는 이 경향은 기업에 사회적 책임(CSR) 규정 중 하나로 ‘공급업체 다양성’을 채택할 동기를 부여한다.

<스텔란티스의 연례 공급업체 다양성 매치메이커 트레이드쇼(MatchMaker Tradeshow)>

[자료: 스텔란티스의 Chirstopher Sim 매니저 제공]

3)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공급업체 다양성 지출 목표’

스텔란티스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OEM)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모든 1차 공급업체(Tier 1)에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지출 목표, 즉 '공급업체 다양성 지출 목표(Supplier Diversity Spend Goal)'를 설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급망 전반에 걸쳐 '공급업체 다양성' 목표를 이행할 수 있게 된다.

'공급업체 다양성' 평가는 공급업체 성과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며, 이는 스텔란티스뿐만 아니라 빅3 자동차 제조사들에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원자재 및 제품의 퀄리티 관리 (Incoming Material Quality), 제품 보증(Warranty), 납기 준수(Delivery), 비용 관리(Cost) 능력, 파트너십, 다양성 공급업체 개발(Diversity Sypplier Development, DSD),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과를 평가하는 점수표(scorecard)를 운영한다. 공급업체 다양성 점수표(DSD Scorecard)에서 불리한 평가(예: '빨간색(Red)')를 받게 되면, 해당 공급업체는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지며, 이는 향후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기준과 요구 사항을 잘 이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의 ①편에서 미국 내 '공급업체 다양성(Supplier Diversity)'의 중요성과 그 실행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다음 편인 ②에서는 ‘공급업체 다양성’ 프로그램의 혜택을 활용하기 위한 ‘마이너리티 소유 기업’ 인증과 인증 획득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 이어진다.

자료: The Hackett Group, Stellantis, Billion Dollar Roundtable, Detroit Regional Chamber,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