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업계가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일손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식료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식품 생산공장부터 마트 진열대까지 결근 직원이 증가하면서 미국 식료품 산업 내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RI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체 1월 둘째 주 식품 재고율은 86%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델타 변이가 한창일 당시 88%보다 낮은 수치로, 공급량에 비해 많은 수요에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발 일손 부족 현상

일손 부족으로 미국 식품업계의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5월, 전미 식료품 협회(National Grocers Association, NGA)는 바이든 대통령에 마트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되찾고 기업이 올바른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정부의 장려 정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전미 식료품 협회에 따르면, 현재 많은 식료품점이 평상시 대비 50% 인력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발현 후 식료품점에서 저임금 식품산업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었으며 최근에는 오미크론으로 인해 직원들의 결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에 위치한 농산물 기업의 직원 10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병가를 냈다. 매사추세츠에서도 많은 직원이 병가를 내면서 슈퍼마켓과 식당으로 납품되는 어류 공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남동부 지역 한 식료품 체인점은 유통센터 직원 약 3분의 1이 오미크론에 감염돼, 임시 직원을 고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식료품 재고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소매업체 1월 둘째 주 식품 재고율은 86%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델타 변이가 한창일 당시 재고율 88%보다 낮은 수치이다. 품목별 재고율은 주류 89%, 냉장식품 87%, 음료 87%, 냉동식품 86%, 일반식품 84%이다. 세부 상품으로는 냉동 어류 및 육류(85%), 주류(85%), 에너지 음료(79%), 사탕(78%), 냉장 도우(61%) 등이 낮은 재고율을 기록했다.

<2022년 1월 둘째 주 미국 식품 재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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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IRI]

일손부족,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노동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식료품 가격은 2020년 10월 대비 9.3%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료품 가격 변화의 동인은 산업 전반에 걸친 구인난과 공급망 병목현상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식료품 공장은 일손 부족으로 빈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과거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자격이 요건이 미달한 근로자도 채용하고 있다. 일손 부족에 따른 상품·서비스·마케팅 비용도 증가했다.

일손 부족으로 식품 운송비도 팬데믹 이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동부 해안에서 서부 해안까지 트럭 운송비가 과거에는 약 7,000달러였으나 현재는 18,000달러에서 22,000달러까지 달한다. 설상가상 겨울 폭풍, 토네이도, 정전 등으로 고속도로 교통망이 마비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양파, 수박,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하는 한 미국의 농산물 기업은 운송료가 내려갈 때까지 소매점 채소 배송을 보류하고 있는 실정에 이르렀다.

식품산업 평균임금도 증가 추세다. 식품 제조산업 생산 및 비감독 직원의 주간 평균임금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보다 11.1% 증가했다. 식품 소매산업 내 비감독 근로자의 임금은 8.5%, 외식업체 근로자 임금은 15.5% 증가했다. 동물 도축 및 가공 종사자의 주간 임금도 19.1% 증가했다. 이민 노동자 수 감소로 인한 노동 수요와 공급 불일치도 식품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안전 문제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과 직원들의 개인 보호장비 비용 등도 문제로 남아있다.

미국 식품산업 내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식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가정식품지수(Food at Home Index)는 육류, 해산물, 유제품, 채소와 과일, 빵과 시리얼, 음료 등 미국인이 가정에서 많이 먹는 식품 가격을 반영해 지수를 산출하는데 2021년 12월 가정식품지수는 2020년 12월 대비 6.5% 증가했다. 

품목별로 소고기(18.6%), 돼지고기(15.1%), 달걀(11.1%), 기름(8.8%) 등 식탁에 올라가는 주요 식품의 가격이 폭등했다. 가격 상승 폭이 큰 육류는 소비자들의 식품 지출 중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품목이다. 현재 미국의 육류 포장공장 가동률은 팬데믹 초반과 비교할 경우 완벽히 재개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미국산 육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증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도 급등했다. 브라질 등 주요 농작물 재배 지역에 발생한 악천후와 비료, 제초제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작물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2021년 12월 미국 식료품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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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Bureau of Labor Statistics]

시사점

구직자들의 저임금 산업 기피 현상과 코로나19로 인한 결근이 빈번해지면서 미국 식료품 공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 식품산업 근로자들은 코로나19 감염으로 고통을 받는 동시에 증가하는 식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야 했다. 코로나19 발현 3년차에 접어들면서 식품산업도 이제 그 한계에 봉착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더라도 인력난으로 인한 공급망 및 운송 병목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식품 업계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식품산업은 생산부터 유통까지 상당한 시간 및 비용이 드는 만큼 공급망 문제가 단기간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올랐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해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팬데믹 초반 공장 전체를 폐쇄해야 했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당시와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해결책 강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대형 육가공 업체 타이슨푸드는 육가공공장의 전면 자동화를 위해 향후 3년간 13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사람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겠다는 의도이다. 

일부 기업은 직원고용을 위해 기본 시급 외에 코로나19 지원금, 입사 축하금, 학비 지원 등의 추가 인센티브 제공에 나서고 있다. 한 예로 월마트는 직원 74만 명에 스마트폰을 제공했다.

시카고에 위치한 컨설팅 관계자는 KOTRA 시카고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식품산업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소비자 수요를 수용하고 직원 급여 인상, 추가 초과 근무 기회 제공 및 보너스를 제공하는 등 산업 정상화에 다양한 노력 중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자격을 갖춘 직원 고용이 어렵고 식품산업 전반에 걸친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미국 식품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자료: WSJ, IRI,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USDA, CISA, Federal Reserve Economic Data, Grocerydive, LA Times, CNBC, Bloomberg, NRDC, Columbia Tribune, Supply Chain Brain, National Grocers Assocation,, KOTRA 시카고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