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수요 증가로 흑연, 2022 가장 주목받는 소재 중 하나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 배터리에 달려있다고 할 정도로 배터리(2차전지)는 저탄소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 서있다. 배터리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역시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수요다. 2021년 12월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의 조사에 의하면 승객용 플러그인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2022년에 96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 139GWh 수준이었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요는 2030년까지 23배 성장한 3254GWh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흑연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 소재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1개당 흑연 함유량은 20~30%에 이르는바, 가장 큰 단일 부품으로 대체품이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에너지 저장을 위해 필요한 광물 전체 수요를 100이라고 가정할 때, 이 중 흑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3.8%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리튬이온배터리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030년 흑연 수요량은 현재의 약 10.5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증가할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모든 광물 중 흑연의 생산량 증가가 절대적이라는 의미이다.

<에너지 저장을 위해 필요한 광물별 수요 비중>

[자료: IEA]

<리튬이온배터리에 사용되는 흑연 수요 전망>

[자료: Bloomberg]

흑연 공급망 중국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 문제

흑연은 천연 흑연과 인조(합성) 흑연으로 나뉜다. 천연 흑연의 경우 미국은 천연 흑연을 채굴하지 않는다. 생산량이 0에 수렴한다는 의미이다. 2021년 1월 미국 지질조사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미국에서 천연 흑연이 생산되지 않았으나 오대호와 북동부 지역, 앨라배마와 테네시 지역에 분포한 약 95개의 미국 기업이 천연 흑연 약 3만5000톤을 소비했으며 그 가치는 2100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한다.

<미국의 연도별 천연 흑연 생산·수입·수출·소비량>

(단위: 톤)

[자료: 미국 지질조사국 2021]

<2021년 1~11월 미국 정제 흑연 수입 공급망>

(단위: 톤)

[자료: S&P Global]

2021년 1~11월 미국의 정제 흑연 누적 수입량은 약 6만4396톤이었으며, 중국, 스페인, 폴란드, 일본, 스위스의 상위 5개국이 흑연 총수입량의 89%를 차지했다. 특히 가장 큰 수입 대상 국가는 중국으로 중국산 정제 흑연은 무려 73.3%에 달해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중국은 현재 기준 세계 최고의 흑연 생산국으로 전 세계 흑연 생산량의 약 62%를 생산한다(2020년 기준). 그 뿐만이 아니다. 모잠비크와 같이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흑연이 채굴되거나 제조되는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처리 및 정제를 위해 중국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흑연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중국의 흑연 생산처는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비교적 팬데믹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고 빠르게 생산량을 늘렸으며, 덕분에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보다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공급망의 다각화를 늦출 수 있었다.

<각국의 흑연 생산량>

(단위: 톤)

[자료: 미국 지질조사국 2021]

흑연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온쇼어링, 채광 프로젝트 등 중국 의존도 벗어나려는 노력 활발

S&P Global은 Wood Mackenzie의 수석 분석가이자 흑연 전문가인 Suzanne Shaw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배터리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등급의 흑연 시장이 타이트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천연 흑연(플레이크 형태)의 평균 가치는 2021년 5월에서 2021년 12월 사이에 25% 증가했다. 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는 2021년 12월 31일에 발표된 최신 가격 보고서에서 천연 흑연의 가격을 톤당 약 650달러로 평가했다. 가격 상승 현상은 현재 수요에 미루어 볼 때 2022년 초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흑연 공급망의 다각화를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기적으로 중국이 흑연 수요를 충족하고 공급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생산량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 이외의 지역의 공급망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자국 생산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흑연을 취급하는 광물 기술 기업들은 미국 수요 기업이 위치하는 국가 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는 온쇼어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흑연 생산 기업인 Syrah Resources는 2021년 12월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Vidalia 생산 시설에서 생산되는 흑연을 Tesla에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Vidalia 공장은 천연 흑연을 가공하는 미국 유일의 시설이다. Nouveau Monde Graphite의 창립자이자 CEO인 Eric Desaulniers는 "과거처럼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중국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우리는 모든 광물의 더 많은 매장지를 찾기 위해 탐사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현지에서 자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현재 흑연을 채굴하지 않지만 앞으로 흑연 공급을 현지화하기 위해 채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은 분명하다. 미 지질조사국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앨라배마와 알래스카에서 각각 하나씩 총 2개의 프로젝트가 개발 중이다. 앨라배마 지역에서는 Westwater Resources가, 알래스카에서는 Graphite One Resources가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Graphite One Resources는 2021년 1월 미국 정부가 자사의 프로젝트를 최우선 순위 기반 시설 프로젝트로 지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사점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제조하기 위해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계속 건설하고 있다. 이들 공장에서 배터리를 무사히 제조하기 위해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배터리 등급’ 기준을 충족하는 흑연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관련 업계는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기존의 흑연 공급망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봐야 한다.

ESG 와 지속가능성이 글로벌 경영의 화두로 자리함에 따라 인조 흑연에 대한 이슈도 주목해야 한다. 인조 흑연은 코크스를 결합제와 혼합해 소성 및 가열해 제조한 흑연으로, 천연 흑연에 비해 결정성이 높아 내부 구조가 균일하고 충방전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다. 인조 흑연은 기능면에서 천연 흑연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이 천연 흑연보다 다소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천연 흑연보다 가격이 2배가량 비싸고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천연 흑연과 대비해 볼 때 수요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전기자동차 제조회사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는 인터뷰에서 “인조 흑연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집약적인 생산 공정이 필요하고 석유 코크스에서 나오는 탄소를 이용해 생산되기 때문에 전기자동차 제조사들은 대부분 천연 흑연을 점점 더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IEA, Bloomberg, 미국 지질조사국, Fast Market, Investing News, Electrek,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