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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전기차(EV), 일본 EV시장의 판도를 바꾸다
- 트렌드
- 일본
- 도쿄무역관 김소정
- 2022-07-29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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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22년 상반기 친환경 전동차 판매비중 43.7%로 늘어
EV 판매 비중 처음으로 1% 달성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 내세운 ‘경차 EV'가 인기몰이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와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1~6월) 일본의 신차 판매내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의 전동차* 판매 비중은(승용차, 등록차, 경차 합계) 전년 동기 대비 5.7% 포인트 증가한 43.7%(74만 8886대)를 기록했다.
주*: 전동차: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해 내연기관차보다 환경 부하가 적은 자동차를 말하며 하이브리드차(H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V), 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FCV) 등을 포함한다.
2022년 상반기 전동차 종류별 상반기 판매 현황
우선 전체 전동차 판매량 중 약 95.3%의 비중을 차지하는 하이브리드차(HV)의 상반기 판매량을 살펴보면, 작년 상반기보다 5.6% 감소한 71만 3414대를 기록했다. 수요 자체는 왕성하지만 반도체 및 일부 차량용 부품 수급난에 따른 공급 부족이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V)의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8.7% 늘어난 1만 7064대를 기록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PHV ‘아웃랜더 PHEV’가 판매 호조세를 보이며 PHV 전체 판매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가장 높은 판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전기차(EV)다. 2022년 상반기 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1배 늘어난 1만 7780대로, 2018년 상반기(1만 5006대) 이후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체 승용차 판매량에서 EV가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1%에 달했으며, 6월 단월로는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2.1%를 차지했다.
<2022년 상반기(1~6월) 전동차 판매대수 및 승용차 판매 내 비중(경차 포함)>
주: [ ] 안은 전년 동기 비중 대비 차이(%포인트), ▲는 마이너스[자료: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 자료 토대로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2022년 6월 전동차 판매대수 및 승용차 판매 내 비중(경차 포함)>
주*: [ ] 안은 전년 동월 비중 대비 차이(%포인트), ▲는 마이너스
[자료: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 자료 토대로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2022년 상반기 일본 EV시장 최신 동향
올해 상반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EV시장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면, 2022년 상반기(1~6월) 일본 국내 EV 승용차 판매량은 1만 7780대로 닛산 및 수입차 EV 판매량를 합산한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이다. 일본의 EV시장은 닛산이 전체 EV 판매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시장 형태를 띠며, 수입차 판매 비중이 약 30%로 닛산 다음으로 큰 비중 차지한다. 닛산의 EV 판매 호조와 테슬라를 비롯한 수입차 판매 증가, 주요 완성차 메이커의 신형 EV 출시가 상반기 EV 판매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EV시장 점유율 60%를 자랑하는 닛산은 자사의 대표 EV모델 ‘리프(LEAF)’의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8.5% 증가한 6345대를 기록해 올해 상반기 최다 판매량을 달성했다.수입차 EV 판매량도 증가했다. 미국 테슬라의 주력 EV ‘Model3’의 가격 대폭 인하에 따른 판매 확대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수입차 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4% 늘어난 5204대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국내 EV 판매량의 약 29.3%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국산차 이용률이 높은 일본이지만, EV시장만큼은 예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일본 주요 완성차 메이커의 EV 신차 출시가 잇따른 것도 EV판매 증가에 한몫했다. 특히 200만 엔대(약 200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경차 EV의 판매 호조세가 돋보였다. 지난 6월 출시된 닛산의 신형 경차 EV ‘사쿠라’가 1853대, 미쓰비시자동차의 경차 EV ‘eK크로스EV’가 426대로 출시 한 달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500~600만 엔대(약 5~6000만 원대)의 준중형 SUV(다목적 스포츠카) EV의 판매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토요타의 SUV 신형 EV ‘bZ4X’ 판매량은 83대, SUBARU(스바루)의 SUV EV ‘솔테라’는 92대에 그쳤다.
<2022년 6월 전동차 판매대수 및 승용차 판매 내 비중(경차 포함)>
[자료: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 자료 토대로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일본에서 경차 EV가 인기를 끄는 두 가지 이유
위의 상반기 일본 EV 시장 동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일본에서는 경차 EV가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5월 12일 최초 공개된 닛산 ‘사쿠라’와 미쓰비시 ‘eK크로스EV’의 예약 주문량을 합치면 3주만에 약 1만 4000여 대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일본 국내 EV 연간 판매량(수입차 포함)이 2만 여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인기라고 할 수 있다. 경차 EV가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을 꼽을 수 있다.
[1] 저렴한 가격
경차 EV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혼다의 애프터마켓 브랜드 '혼다 액세스'가 시행한 2020년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의 70.5%가 차량 구매 시 가격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산과 미쓰비시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해 신형 경차 EV의 출시 가격을 200만 엔대(약 2000만 원대)로 설정했다. 닛산 '사쿠라'의 가격대는 233만 3100엔~294만 300엔, 미쓰비시 'eK크로스EV'는 239만 8000엔~293만 2600엔 수준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55만 엔)을 지원받으면 100만 엔 후반대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해진다.
주*: 2021년도 추경예산의 '클린 에너지 자동차·인프라 도입 촉진 보조금'과 2022년도 예산의 '클린 에너지 자동차 도입 촉진 보조금'의 대상이 되며, 55만 엔의 보조금을 받았을 경우 실질적으로 200만엔 미만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2] 편리성
두 번째 인기 요인은 '이용 편의성'이다. 일본의 도로 교통 환경 특성상 크기가 큰 중·대형차보다는 경차가 통행·주차에 유리하다. 일본은 도로의 약 85%가 도폭 평균 3.9m인 시정촌도(市町村道, 일본 도로법 상 시정촌 내 구역 도로)로 도로 폭이 좁다. 또한 차량 구입 시 차고지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차고지증명제'를 실시해 외부 주차장 이용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일부 구형 주차장은 크기가 작은 경차·소형차만 이용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가격뿐만 아니라 이용 편의성 측면에서도 경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일본에서 인기몰이 중인 경차 EV (왼쪽: 닛산 '사쿠라' / 오른쪽: 미쓰비시 'eK크로스EV'>
[자료: 닛산, 미쓰비시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200만 엔대' 가격을 실현 가능케 한 비결
그렇다면 닛산과 미쓰비시는 어떻게 전기차를 200만 엔대의 저렴한 가격에 출시할 수 있었을까? 경차를 EV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데, 배터리가 EV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달하므로 필연적으로 비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항속거리를 좌우하는 배터리 용량을 늘릴수록 생산비용은 그에 비례해 증가한다. 닛산과 미쓰비시는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경차의 강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항속거리를 기존 EV의 절반 이하로 과감하게 줄이고, 기존의 자동차 생산 라인을 사용하는 등 설계·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하게 원가 절감에 집중했다.
[1] 설계·개발 측면: 항속거리를 과감하게 줄이는 독자노선 선택
우선 EV의 항속거리를 중시하는 타 경쟁사와는 달리 근거리 이용을 상정해 완충 시 항속거리를 최대 180㎞로 제한했다. 배터리팩의 총 전력량을 늘리면 항속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비용도 함께 늘어나므로 200만 엔대 초반의 가격 실현이 어려워진다. 닛산과 미쓰비시는 원가 절감을 최우선시해 신형 경차 EV에 총 전력량 2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탑재했다.
미쓰비시자동차 상품전략본부 담당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실제 일본의 경차·소형차 사용자의 80%는 하루 주행거리가 50km 이하다. 완충 시 120km 정도의 항속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면 이틀간 충전하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닛산 담당자도 “WLTC 모드*의 항속거리가 180km라면 하루 주행량의 94%를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WLTC(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s Test Cycle): UN의 자동차 기준 세계조화포럼(World Forum for Harmonization of Vehicle Regulations) 참가국에 의해 합의된 통일된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 방법으로 시가지, 교외지, 고속도로의 3가지 모드에서 배기가스를 측정해 종합적인 수치를 산출한다.배터리 팩의 냉각 방법도 냉각수를 사용하는 수냉식(Water Cooled Type) 대신 에어컨 냉매를 사용해 배터리팩을 냉각시키는 공랭식 냉각(Air Cooling Type) 시스템을 차용해 비용 절감을 실현했다. 수냉식 시스템의 경우 냉각수를 순환시키기 위한 부품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므로 비용이 올라간다. 에어컨 냉매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배터리팩 안에 냉각용 배관 등을 장착할 필요는 있지만, 수냉식 냉각에 필요한 부품을 장착할 필요가 없으므로 수냉식에 비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 생산 측면: 기존의 경유차 생산라인 공유
생산 측면에서는 EV 전용 생산 라인을 따로 마련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미즈시마 제작소(오카야마현 쿠라시키시)의 경차 전용 생산 라인에서 경유차와 신형 경차 EV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다. 닛산과 미쓰비시의 연간 판매계획은 닛산 사쿠라가 약 5만 대, 미쓰비시의 eK크로스EV가 약 1만 대 수준이므로 경유차와 생산라인을 공유하면서 생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 미즈시마 제작소의 경차 전용 생산 라인>
[자료: 닛케이 Automotive]
시사점
일본은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엄격한 환경규제가 시행되지 않아 EV를 비롯한 친환경 전동차 전환이 비교적 더딘 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가 2035년까지 승용차 신차 판매 100%를 친환경 전동차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EV 전환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일본 주요 완성차 메이커가 잇따라 EV 전환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도요타는 기존 전동화 전환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2030년까지 EV의 세계 판매대수를 350만 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닛산은 2030년까지 15개 모델의 EV를 포함한 23개 모델의 전동화 차량을 도입해 전 세계 판매량 중 전동차(EV・HV 등)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혼다는 2040년까지 신차 판매 100%를 EV와 FCV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처럼 일본 주요 완성차 기업의 EV시장 진입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일본 국내 EV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약 2.1배 늘어나는 등 일본 EV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닛산과 미쓰비시가 내놓은 신형 경차 EV가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기존의 일본 EV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닛산과 미쓰비시는 철저한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판매 가격을 과감하게 낮춤으로써 가격 민감도가 높은 일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긴 항속거리와 넉넉한 배터리 용량을 내세우는 타사 EV 메이커와는 전혀 다른 독자노선을 택함으로써 일본 EV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등극한 것이다. 닛산과 미쓰비시는 EV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혼다, 스즈키, 다이하츠공업 등 기존의 경차 제조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혼다는 소형 SUV EV를 300만 엔대로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토요타도 소형 EV를 같은 수준의 가격으로 출시할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일본 EV 시장 동향으로 미루어 보면, 가격대가 높은 EV가 일본에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2월, 12년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한 현대차는 준중형 EV '아이오닉5'을 내세워 일본 EV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6월 30일 일본의 택시 운영사 'MK택시'와 '아이오닉5' 50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향후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 기업이 일본 EV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나가기 위해서는 현지 소비자에게 가격 이외에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데 일본 소비자들은 차량 구입 시 고가의 첨단 기능보다는 충돌 경감 브레이크 등 안전에 직결된 옵션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점, 신차 구매 이후 차량 정비소(카센터)가 아닌 차량을 구입한 판매점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차량 검사와 정비를 의뢰한다는 점 등, 일본 소비자들이 가격 이외에 중시하는 부분을 면밀히 파악해 경쟁사가 제공하지 않는 차별화된 제품과 수준 높은 애프터 서비스로 현지 소비자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
자료: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 일간자동차신문, 닛케이신문, 닛케이 Automotive, 각 사 홈페이지 및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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