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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과생의 파란만장 일본 IT기업 취업 도전기
  • 외부전문가 기고
  • 일본
  • 나고야무역관 김지혜
  • 2019-05-29
  • 출처 : KOTRA

– 나이 서른에 컴퓨터공학 비전공자에서 일본 웹 개발자로 변신 성공 –
- 프로그래밍 또한 일종의 언어이므로 문과라는 이유로 겁먹을 필요 없어 -
- 지원 동기, 면접 에티켓, 기업에 대한 역질문 3박자를 갖추면 합격 확률 높아져 –




ATEAM 차정민 사원


※ ATEAM 기업 개요: 일본 나고야에서 2000년에 설립한 연 매출 377억 엔, 종업원 수 944명 규모의 IT 기업. 부동산 거래 및 자전거 판매 사이트 등 다양한 인터넷 기반 사업을 전개 중이나 모바일 게임으로 가장 유명하며, 2012년에 도쿄증권거래소 제1부에 상장하였음.


30살 비전공자, 일본 상장기업에 개발자로 취업하다


2018년 봄, 한국 나이 30살에 일본 나고야에 소재한 한 IT기업에 웹 개발자로 입사하였다. 입사 동기들과의 나이 차이는 6살. 취업난이 심각해진 한국의 경우 신입으로 입사하기에 아주 늦은 편은 아니지만, 일본의 경우 6~7년 차 경력의 매니저(중간관리자)와 나이가 같아져 버린다.


ATEAM 본사의 모습

자료: ATEAM


게다가 필자는 고등학교 때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 졸업까지 약 8년간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였다. 대학교 전공 또한 역사학으로서 일본 시장 혹은 컴퓨터공학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었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중국 관련 수요가 많은 한국 기업의 해외영업 직무에 지원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결국 대학 시절 일본어를 독학했던 것을 계기로 일본으로의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하였고, 프랜차이즈 음식점 아르바이트, 중소기업 사무보조 등의 다양한 업무를 거쳐 현재의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졸업 후 개발자로 일하기까지 약 2년간의 경력 로스(loss)가 있었던 셈이다.


입사 후 1년이 지나 2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같은 회사 선배들의 가르침과 피드백을 통해 개발 실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향상되었다. 일본 회사 근무의 장점 중 하나는 신입사원의 역량 향상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신입사원들은 입사 후 2달간 종합 연수를 받고 연수 결과를 바탕으로 각자의 성향 및 역량에 따라 부서 배치를 받게 된다. 부서 배치 이후에 개발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자 개발한 소스는 실제 서버에 통합되기 전에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데, 이를 통해서 본인의 설계의 취약점을 발견하거나 보다 나은 설계를 위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점을 지적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나하나의 피드백이 향후 개발자로서의 피와 살이 될 수 있으며, 팀원들끼리 서로 코드를 리뷰하면서 팀 전체의 코딩 수준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서로 피드백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 ATEAM


평생 굶어 죽지 않을 일 뭘까 고민하다가 프로그래밍 시작


사실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매우 단순했다.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업무 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도움이 될지 고민하던 중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조스 등 현재 세계를 이끌어가는 공룡 기업의 CEO들은 모두 IT로 창업을 했으니, 남은 생애에 IT 기술을 습득하면 굶어 죽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거대 IT 기업들


자료: GOUVERNEMENT


이러한 막연한 생각으로 무작정 프로그래밍 기본서를 구입하여 정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소한 용어들이 많이 나와서 아무리 쉽게 풀이한 책이라고 하더라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4~5개월간 약 3회 차근차근 정독하다 보니 책에 나온 내용을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사실 프로그래밍을 실제로 접하기 전까지는 문과 출신과 별개의 영역이라고 여겼었다. 이과적인 사고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여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조금 해보다가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또한 컴퓨터와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언어이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지속해 나간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이다. 물론 엔지니어로서 논리적으로 사고를 하는 습관이 중요하지만 이 또한 학습을 통하여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


개발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 – 면접


웹 개발자로 먹고살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KOTRA를 만나게 되었다. 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구인 공고 사이트인 Worldjob(www.worldjob.or.kr)에서 KOTRA가 일본에서 주최하는 취업 박람회의 공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을 해보았는데 IT 기업 5개사의 서류 전형에 합격하여 도쿄에 위치한 박람회장을 찾았다.


일본 기업의 채용면접을 볼 때 느낀 것은 인사 담당자들이 면접자가 긴장하지 않도록 많은 배려를 해 준다는 점이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느낌으로 농담도 해가면서 면접을 진행하기 때문에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편안한 편이다. 다만 면접 분위기가 편안하더라도 면접 준비는 철저하게 해가는 것이 좋으며 특히 해당 기업에 대한 사전조사는 필수이다.


편한 분위기의 일본 기업 채용면접

자료: KOTRA


면접의 말미에 면접관이 기업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역으로 질문해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해당 기업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입사 의지를 어필한다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일본은 기본적으로 예의범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단정한 복장과 제스처, 인사 자세 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단정한 리크루트 슈트(면접 복장)의 예시
 
자료: AOYAMA TRADING


1차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총체적인 면을 두루 살펴보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성장 배경은 어떠한지, 대학교에서 어떤 부서 활동을 하였는지 등 지금까지의 경험 위주로 질문을 받았다. 또한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갈등이 있었던 적은 있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등 지원자의 기본 성향을 파악하여 회사의 분위기에 잘 맞을지 평가한다.


또한 지원 동기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비전공 출신으로 개발 경력이나 관련 자격증이 없는 상태였기에 더더욱 인사 담당자에게 개발에 대한 열정을 말로 전달해야만 했다. 필자는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인 IT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포부를 이야기했는데, 이가 마침 ATEAM의 경영 이념과 맞물렸기 때문에 ATEAM에 꼭 맞는 적합한 인재라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나 개발자로서 필요로 하는 역량은 상이하다. 최종적으로 합격한 회사는 프로그래밍 시험이 있기는 했으나 기본적인 수준이었고, 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지 여부보다는 앞으로의 성장가능성과 도전정신을 많이 사주었던 것 같다. 반면에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을 채용하고자 하는 다른 기업의 경우 2차 기술면접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비자 취득과 직장 생활에서의 주의점


한편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취업비자였다. 많은 일본의 기업들이 취업비자 취득을 위해서 지원자들에게 업무 관련 자격증을 요구한다. 비전공자이더라도 정보처리기사 등 관련 자격증이 있다면 기술 비자를 받는 데에 문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한시름 놓고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가 있다.


필자는 자격증을 미처 따지 못한 상태였으나, 합격한 회사가 도쿄증권시장 상장회사여서 비자 발급에 있어서 까다로운 기준이 부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사히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종합직으로 합격한 경우 업무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자격증 유무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서 비자 발급이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비자를 받고 입사를 한 이후에도 일본 직장 생활에 대한 적응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일본인 동료들과 일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그들이 굉장히 치밀하고 꼼꼼하다는 점이다. 단계를 밟아간다는 의미인 ‘단도리(段取り)’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기업에서는 일의 방도와 절차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스피드감에 익숙해져 있다면 한국과는 정반대의 업무 스타일로 인해 당황스러울 수 있다.


반면에 한국인의 입장에서 일본인 동료들이 말하는 방식은 핵심을 찌르지 않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것은 2년 차가 된 지금도 어렵게 느껴진다. 불만이 있더라도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것이 일본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한국 스타일’대로 단도직입적으로 의견을 표시할 경우 일본인 동료들이 곤혹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직장 동료들이 모여 대화하는 모습

자료: ATEAM


늦은 나이에 개발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


일본은 현재 젊은 층 인구의 감소와 IT 분야의 일손 부족으로 인해 한국, 베트남 등 주변 국가 출신의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꽁꽁 얼어붙은 한국 취업시장을 생각해본다면 일본에서 개발자로 취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문과 출신으로서 개발자의 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본 기업은 좋은 디딤돌이 될 수가 있다.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 개발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프로그래밍에 뜻이 없으나 단순히 취업을 위한 스펙 중의 하나로서 코딩을 공부한 사람의 경우 적성이 맞지 않아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본인을 돌아보며 자기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세계는 이미 글로벌화되어 있고 시야를 넓혀서 한국 밖의 세상을 바라본다면 적을 둘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 이룰 수 있는 꿈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실력을 정진한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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