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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역내 통합·공급망 회복력 강화…한·아세안 FTA 개선협상에 속도
- 경제·무역
- 필리핀
- 마닐라무역관 강병훈
- 2026-10-28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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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FTA, 2027년 말 실질 타결 목표…디지털·공급망·에너지 분야로 협력 확대
제조업 AI 전환·핵심광물 파트너십 제안…역내 통관 개선과 연계한 수출·투자 기회 주목
<제58차 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각국 관계자들,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

[자료: 아세안 필리핀 공식 페이지, 2026.09.23]
한국과 아세안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선과 산업협력 확대를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한다. 2026년 9월 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58차 아세안 경제장관회의(ASEAN Economic Ministers’ Meeting, 이하 AEM)는 역내 경제통합과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20일 개최된 제23차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서는 한·아세안 FTA(ASEAN-Korea Free Trade Agreement, 이하 AKFTA) 개선협상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협상을 진전시키기로 했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긴장과 일방적 무역조치, 중동 위기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안이 있다. 양측은 불확실성이 기업의 비용 부담과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특히 중소·영세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무역·투자 관계와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는 실질적인 협력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아세안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58차 AEM 공동성명에 따르면 아세안 경제는 2025년 4.9% 성장했으며, 2026년에는 4.5% 성장이 전망된다. 2025년 상품교역액은 전년 대비 13.7% 증가한 4조4,000억 달러, 외국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이하 FDI) 유입액은 10.1% 늘어난 2,457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아세안 FTA 개선, 2027년 말 실질 타결 목표
한·아세안 FTA 개선협상은 변화한 산업·거래 환경에 맞게 협정의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양측은 공급망 연결성, 에너지, 원자재·중간재, 지속가능발전, 녹색경제, 디지털경제 등을 새로운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제58차 AEM 공동성명은 2027년 말까지 협상을 실질적으로 타결한다는 목표를 명시했다. 이는 협상의 목표 시점이며, 개선 협정의 발효 시점을 뜻하지는 않는다.
산업통상부의 9월 21일 발표자료에 따르면, 양측은 2025년 정상회의에서 개선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 2026년 6월 서울에서 제1차 협상을 열었다. 핵심광물·공급망, 디지털, 지식재산권 등 13개 분과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9월 말 싱가포르에서 제2차 협상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이하 RCEP) 등 기존 협정보다 높은 수준의 통상규범을 도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정 개선은 양측의 확대된 교역·투자 관계를 뒷받침한다는 의미도 있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한·아세안 교역액은 한·아세안 FTA 상품무역협정이 발효된 2007년 약 718억 달러에서 2025년 2,047억 달러로 늘었다. 한국의 對아세안 직접투자액도 같은 기간 약 34억 달러에서 97억 달러로 증가했다. 공급망과 디지털 분야의 규칙이 보강되면, 기업이 부품·소재 조달과 현지 생산, 기술서비스 제공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할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제조업 AI·핵심광물 협력으로 산업협력 확대
한국은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을 향후 경제협력의 주요 동력으로 제시했다.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은 양측이 구축해 온 생산·투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과 아세안이 제조업 AI 전환의 협력 파트너로 발전하자고 제안했다.
한·아세안 핵심광물·첨단산업 공급망 파트너십(Partnership for Resilient Industrial Supply Chains and Materials, 이하 PRISM)도 한국이 제안한 협력 구상이다. 핵심광물과 제조·기술 분야에서 양측의 강점을 연결하고, 공동연구와 기술협력을 확대해 공급망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한·아세안 공동성명은 광물, 가공·첨단소재, 제조업, 자원순환을 PRISM의 주요 협력 분야로 소개하고, 세부 내용에 대한 고위경제관리 차원의 추가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업과 참여 방식은 향후 세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기존 산업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생산현장 애로기술지도사업(Technology Advice and Solutions from Korea, 이하 TASK)의 16개 프로젝트에 아세안 7개국이 참여했다. 한·아세안 표준협력네트워크를 통한 신기술·표준 협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한국기업이 현지 기업의 기술 수요를 파악하고 협력 관계를 넓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ATIGA·통관 개선으로 역내 상품 이동 촉진
아세안 내부에서는 회원국 간 상품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장관들은 아세안 상품무역협정(ASEAN Trade in Goods Agreement, 이하 ATIGA) 제2차 개정의정서의 잠정 적용에 관한 선언을 환영하고, 개정 협정의 2026년 내 조기 발효를 추진한다는 방향을 확인했다. 상품 이동을 원활하게 하고 기업이 거래 조건과 절차를 예측하기 쉽게 만들려는 조치다.
ATIGA 활용률은 2024년 51.7%에서 2025년 62.7%로 11%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2025년 수치는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9개 회원국의 제출자료를 기준으로 한다.
통관 분야에서는 동티모르를 제외한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2026년 6월 30일부터 아세안 AEO 상호인정약정(ASEAN Authorised Economic Operator 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 이하 AAMRA)을 시행했다.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이하 AEO)는 세관이 법규 준수와 화물 안전관리 수준 등을 심사해 공인한 수출입 관련 업체를 말한다. 각국 세관이 상대국의 AEO 공인을 인정하고 통관 편의를 제공하도록 맺는 약정이 상호인정약정(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 이하 MRA)이며, AAMRA는 이를 아세안 회원국 간에 적용하는 약정이다. 요건을 충족한 업체는 다른 참여 회원국에서도 신속통관과 화물 우선처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회원국 간 전자 무역서류를 교환하는 아세안 단일창구(ASEAN Single Window, 이하 ASW)의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2025년 전자문서 교환량은 전년보다 12.4% 증가했으며, 한국 등 역외 파트너와의 전자문서 연계 논의도 시작됐다.
현지 생산기업은 이러한 통관 개선과 함께 ATIGA의 관세 혜택을 검토할 수 있다. ATIGA 원산지 규정에 따르면, 제품은 협정의 원산지 기준 등 적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산 제품을 아세안 국가에 단순히 반입하거나 재수출하는 것만으로 ATIGA상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생산거점 선정 단계부터 원재료 조달, 생산공정, 최종 판매시장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DEFA·표준 협력으로 디지털 거래와 시장 진출 지원
아세안은 협상이 타결된 디지털경제기본협정(Digital Economy Framework Agreement, 이하 DEFA)을 2026년 11월 제49차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 서명할 계획이다. DEFA는 국경을 넘는 디지털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중소·영세기업의 디지털경제 참여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품·기술 표준의 차이를 줄이는 ‘표준 조화’도 진전됐다. 새로 34개 표준의 조화 작업이 이뤄져 아세안 조화표준은 총 357개로 늘었다. 전기·전자장비 상호인정협정에 따라 회원국이 인정한 시험·인증기관도 2025년 24개에서 30개로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자상거래, 기업용 소프트웨어, 디지털 물류 등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의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DEFA는 아세안 내부 협정이므로, 한국기업에 미칠 효과는 최종 협정 내용과 각국의 이행제도에 따라 살펴봐야 한다. 표준·인증 협력의 혜택도 품목과 시험·인증기관의 인정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RCEP, 2027년 협정 개선 논의 준비
한·아세안 FTA 개선 논의와 함께 RCEP의 신규 회원 가입과 협정 개선을 위한 논의도 진전됐다. 9월 21일 열린 제5차 RCEP 장관회의에서는 신규 가입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작업반 설치를 승인하고, 2027년 일반검토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일반검토는 협정의 이행 상황과 개선 필요성을 살펴보는 절차다. 공동성명은 협정 개선의 검토 범위를 정리하는 공동 문서를 마련하도록 했다. 또한, 2027년 장관회의에서 이를 승인해 협정 개선 개시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국은 2027년 RCEP 비아세안 공동의장으로서 공급망·디지털·그린경제 분야의 규범 도입과 기업의 협정 활용도 제고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논의는 우리 기업이 겪는 통관·원산지·디지털 거래상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사점
이번 회의는 한국기업이 아세안에서 제품 수출과 현지 생산, 기술협력을 함께 확대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조업 AI 협력이 구체화되면 현지 공장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한국산 장비·부품·소프트웨어의 공급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기업은 현지 제조업체의 기술 수요를 파악하고, 제품 공급에 설치·운영 지원을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통관 절차 개선과 전자 무역서류 교환 확대는 아세안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주변 회원국으로 판매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생산에 한국산 부품·소재·설비 공급을 연결한다면 국내 기업의 수출 기회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공장의 조달 구조와 제품의 원산지 요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PRISM은 원료 확보와 가공·재활용 기술 협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기업은 아세안 기업과 공동연구나 기술협력을 통해 원료 조달처를 넓히고 관련 설비의 공급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아직 제안의 세부 내용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한 만큼, 실제 추진 사업과 참여 조건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력이 수출과 투자로 이어지려면 기업의 준비와 정부의 지원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기업은 현재 활용할 수 있는 FTA를 검토하면서 현지 고객과 협력사를 확보하고, 정부와 지원기관은 기업의 애로사항을 협상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협정 개선과 사업 발굴, FTA 활용 지원이 연결될 때 이번 회의의 논의가 기업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아세안 필리핀, 아세안 말레이시아, Philippine News Agency(PNA),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아세안 관련 경제장관회의 참석」, 아세안 사무국 「제58차 아세안 경제장관회의 공동성명」, 「제23차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 공동성명」, 「제5차 RCEP 장관회의 공동성명」, ATIGA 협정문 및 KOTRA 마닐라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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