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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핵심광물을 깨우다, 칠레 광산 찌꺼기 ‘광미’의 자원화
- 트렌드
- 칠레
- 산티아고무역관 장지호
- 2026-06-02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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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미 관리, 칠레 광업의 미래와 ESG 경영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돼
2035년 수용량 한계에 도달할 전망으로 자원화 기술의 상용화 시급
수자원 회수율을 높이는 탈수 기술, 지능형 모니터링 등이 주목받아
광미(tailings)란 광산 공정에서 부유선광(flotation) 과정을 통해 유용 광물을 회수한 후 남는 미세 암석 가루와 수분의 혼합물이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세계 3위 광미 퇴적장 보유국이기도 하다. 현재 칠레에서는 구리 1톤을 생산할 때 그 200배에 달하는 광미가 발생하는데, 이는 장기 채굴로 인한 광구 고갈로 원광의 평균 품위가 1% 미만으로 하락하면서 동일한 양의 구리를 얻기 위해 훨씬 많은 원석을 파쇄·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증하는 광미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은 칠레 광업의 핵심 경쟁력이자 ESG 경영의 주요 지표로 평가된다.
<광미 퇴적장>

[자료: 칠레 광업부, 2019]
광미 퇴적장 운영 현황
전통적으로 칠레는 지리적 특성과 경제성에 따라 두 가지 형태의 퇴적장을 운영해 왔다. 광미의 굵은 입자로 제방을 축조하는 댐 방식(tranque)과 외부 토석을 사용하는 저수지 방식(embalse)이다. 지질광업국(Sernageomin) 조사에 따르면 전국 광미 퇴적장은 총 795개로, 소규모·중규모 광산이 밀집된 코킴보(Coquimbo) 지역이 전국 최다 시설 수를 기록하고, 대형 광산이 밀집된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 지역이 전국 최대 누적 적재량을 기록하고 있다. 퇴적장은 운영 상태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 활성(en operación): 전체의 16%(128개)에 불과하며, 현재 실시간으로 광미가 유입되는 시설이다.
- 비활성(inactivos): 전체의 60%(475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운영은 종료됐으나 사후 관리가 이뤄지는 상태다.
- 방치(en situación de abandono): 전체의 22%(176개)에 해당한다. 관리 주체가 없어 붕괴·오염 사고에 가장 취약한 유형이다.
- 건설 중(en construcción): 전체의 2%(15개)에 해당하며 신규 가동을 준비 중이다.
광미 퇴적장은 한 번에 다 짓는 것이 아니라 광미가 쌓일 때마다 제방을 확장해야 하는 구조로, 이때 제방의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건설 공법이 구분된다. 칠레는 잦은 지진 등 지질학적 리스크로 인해 1970년부터 상류식 공법을 엄격히 제한해 왔으며, 현재는 하류식과 중심축식처럼 안전성이 검증된 공법만 허용된다.
<광미 퇴적장 건설 공법>
상류식
(aguas arriba)

기초 제방을 쌓은 후, 그 위에 쌓인 광미를 지지대 삼아 제방을 위쪽(저수지 안쪽)으로 점차 높여가는 방식이다. 건설 비용은 저렴하나 지진에 매우 취약하며, 칠레에서는 사용이 전면 금지되어 있다.
중심축식
(eje central)

초기 기초 제방의 중심축을 유지하며 수직으로 제방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상류식과 달리 쌓인 광미를 지지대로 쓰지 않아 안정성이 높다.
하류식
(aguas abajo)

제방을 높일 때마다 기존 제방의 바깥쪽 경사면을 지지대 삼아 아래 방향으로 확장하며 쌓는 방식이다. 광미에 의존하지 않고 제방 자체의 하중으로 버티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공법으로 평가받는다.
[자료: Teck, 2026]
모든 광미 퇴적 시설은 설계부터 폐쇄까지 물리적·화학적 안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진이나 집중호우 시 제방 붕괴·액상화로 인한 유출 위험이 있는 데다, 광미에 포함된 중금속의 지하수 침투나 미세 분진 비산으로 인한 화학적 오염까지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칠레의 광미 관리는 사후 대응을 넘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자원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광미 관리 기술
광미 관리는 기본적으로 퇴적장의 안정성 확보와 수자원 회수를 위해 광미의 수분 함량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러한 수분 처리 방식에 따라 광미는 농축, 페이스트, 여과 형태로 구분되어 관리된다.
<처리 방식에 따른 광미 형태>
농축 광미
(relaves espesados)

적재 전 침전 공정을 통해 수분 함량을 일차적으로 줄인 형태다. 여전히 진흙처럼 흐르는 성질이 있으며, 지정된 구역 밖으로 쏟아지지 않도록 유출 방지 설계와 잔여 수분 회수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페이스트 광미
(relaves en pasta)

고형분 함량이 높고 미세 입자가 풍부한 혼합물(수분 10~25%)로, 농축과 여과 방식의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고농도 슬러리(slurry) 처리를 위해 고성능 농축 설비가 요구된다.
여과 광미
(relaves filtrados)

여과 공정을 거쳐 습도를 20% 미만으로 낮춘 건식 광미다. 수분 회수율이 가장 높으나, 필터링 장비와 건식 운반·적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비가 발생한다.
[자료: 칠레 광업부, 2019]
최신 탈수 기술들은 액체 상태의 광미(pulpa)를 고형물 함량이 높은 혼합물로 전환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정에 사용된 물의 상당 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게 한다. 탈수 단계 중 가장 고도화된 여과 방식은 특수 여과 장비를 통해 수분을 제거하여 광미의 함수율을 20% 미만으로 낮추며, 이 과정에서 광미 내 수분의 85% 이상을 회수해 공정에 재투입할 수 있다. 이렇게 처리된 광미는 사실상 건조 고형물에 가까운 상태가 되므로 대규모 제방 없이도 운반·적재가 가능하며, 액상화 위험도 크게 줄어든다.
또 다른 핵심 기술 분야는 지능형 모니터링 및 원격 제어로, 센서·계측기·위치확인 시스템을 통해 퇴적장의 수압, 내부 변위, 표면 변형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최근에는 레이저 펄스의 반사 시간을 측정해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LiDAR(라이다) 기술이 도입되어 정밀 지형 모델 구축과 제방의 미세한 구조적 변화 감지에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칠레 지질광업국은 2026년 1월 라 아프리카나(La Africana) 광미 퇴적장에 LiDAR 기반 3D 스캐너 시스템 엑스그리드(XGrid)를 도입했으며, 수동 휴대·차량 탑재·드론 장착 등 다양한 운용 방식을 통해 광범위한 지형과 접근이 어려운 구역의 측량이 가능해 퇴적장 안전 관리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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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칠레 지질광업국(Sernageomin), 2026]
기술 발전의 마지막 분야는 순환경제와 환경 복원이다. 대표적으로는 광미를 시멘트, 벽돌, 도로 포장재 등 건설 자재의 원료로 직접 재활용하는 방식이 있다. 광업 폐기물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신소재를 만드는 지오폴리머(geopolymer)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러한 방식들은 폐기물 총량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안이 된다. 자원으로 재활용하지 않고 현장에 그대로 두는 경우에는 식생 안정화(phytostabilization) 기술을 통해 사후 관리를 강화한다. 이는 주로 퇴적장 폐쇄 단계에서 현지 자생 식물로 광미 표면을 덮어 미세 분진 비산을 억제하고 주변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안토파가스타 미네랄스(Antofagasta Minerals)는 2024년 말부터 로스 펠람브레스(Los Pelambres) 광산 내 키야예스(Quillayes) 광미 퇴적장 제방에 12종의 자생 식물 6만 4400그루를 식재하는 작업을 시작한 바 있다.
<로스 펠람브레스 광산 퇴적장 식생 작업>

[자료: Antofagasta Minerals, 2025]
규제 및 관련 기관
칠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광미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지진이 빈번한 지질적 특성으로 인해 퇴적장의 설계, 운영, 폐쇄 전 과정에 매우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며, 이에 따라 관련 법 체계는 지속 가능성과 리스크 예방, 그리고 장기적 책임을 강조하는 통합 관리 모델로 진화해 여러 기관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 지질광업국(Sernageomin): 주무 기술 당국으로 프로젝트 평가·승인·감독을 총괄하며, 국립 광미 퇴적장 등록부(Catastro)를 운영한다.
- 광업부(Ministerio de Minería): 부문별 전략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광미 아젠다(Agenda de Relaves) 2025-2026' 등 현대화 계획을 주도한다.
- 수자원국(DGA): 대규모 수리 시설에 해당하는 프로젝트의 기술 평가를 담당한다.
- 환경감독청(SMA) 및 환경평가청(SEA): 환경영향평가제도(SEIA)를 통해 광미 퇴적장 인근 수질 등 주요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환경 기준 준수 여부를 심사한다.
현행 규제 프레임워크는 퇴적장 생애 주기의 각 단계를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2007년 공포된 대통령령 제248호는 퇴적장의 설계, 건설, 운영 및 폐쇄에 관한 기술 조항을 설정하며, 2011년 공포된 법률 제20551호는 운영 초기부터 폐쇄 계획을 수립하고 승인받을 것을 의무화해 퇴적장의 장기적인 물리적·화학적 안정성을 보장한다. 특히 월 채굴량 1만 톤을 초과하는 프로젝트 등에는 폐쇄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재무 보증을 요구하며, 소규모 광산에는 간소화된 절차가 적용된다.
최근 칠레 광업계는 글로벌 광미 관리 표준(GISTM)을 도입하며 관리 체계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GISTM은 2020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광업금속협의회(ICMM)가 공동 제정한 국제 표준으로, 퇴적장 관리의 안전성·투명성·사회적 책임을 명문화한다. 칠레는 이미 강력한 국가 규제를 통해 퇴적장의 물리적·공학적 안정성을 확보해 왔으나, 운영 단계의 거버넌스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GISTM을 적극 수용하는 추세다. 특히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기술 검토위원회 수립과 기록 담당 엔지니어(EoR) 선임을 의무화함으로써, 기존의 기술적 우수성에 실무적 투명성을 결합해 글로벌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 인터뷰
KOTRA 산티아고 무역관은 지속 가능한 광업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는 JRI 지속가능광업연구소(Centro de Investigación en Minería Sustentable JRI)의 왈도 아라세나 연구본부장과 인터뷰를 통해 칠레 광미 관리의 주요 과제와 혁신 기회에 대해 논의했다.
아라세나 본부장은 먼저 광미 퇴적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지목했다. 지진·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구조적 결함 가능성과 여과수 유출에 따른 토양·지하수 오염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규제 강화와 맞물려 신규 퇴적장 승인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칠레 내 광미 수용량은 2035년까지 한계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리스크 완화 측면에서 모니터링 기술의 발전과 데이터 확보가 퇴적장 관리 수준을 유의미하게 향상시켰다고 평가했으나, 퇴적장 수용량 부족 문제는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으로, 광미 부피 저감 및 재활용 기술이 검토되고 있음에도 단기적으로는 광미 발생량이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순환경제 및 광미 재처리 분야에서는 두 가지 주요 장벽을 제시했다. 첫째, 규제 측면에서 광미가 여전히 폐기물로 분류되어 있어 자원으로 재평가하고 제품화하는 데 제도적 제약이 따른다. 비활성 또는 방치 상태의 광미 퇴적장은 소유 관계마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유지·보수는 물론 자원화 시도 자체가 어려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둘째, 인센티브 부재로 광업계는 불확실성이 따르는 자원화 투자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최근 광미 활용 기술 도입에 대한 업계의 수용적 태도가 감지되고 있으나,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기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아라세나 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광미 관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근본적인 전환을 맞이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광미 자원화에 적절한 인센티브가 마련된다면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새로운 협력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규제 체계 정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아라세나 본부장은 한국의 기술 혁신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의 가치를 강조했다. 칠레가 대규모 광미 관리 과제에 직면해 있는 만큼, 첨단 모니터링 및 재처리 분야에서의 공동 솔루션 개발 기회가 크다고 분석했으며, 현장 기술 실증 가능성과 칠레 내 높은 수요를 감안할 때 한국과의 협력 시나리오는 단·중장기적으로 모두 유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마무리
칠레 광미 관리의 미래는 기술적 대응을 넘어 제도적·전략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퇴적장 수용량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강화된 환경 표준에 부응하기 위해 광미를 자원으로 재조명하려는 움직임과 자원 순환을 위한 국제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광미 내 핵심광물 회수나 건설 자재화 등 구체적인 수익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IoT·AI 기반 모니터링 솔루션을 비롯해 기술적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솔루션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라면 칠레 광미 관리 시장에서 유의미한 차별화 요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칠레 광업부(Ministerio de Minería), 국제경제관계차관실 (SUBREI), 지질광업국(Sernageomin), 칠레광업협회(SONAMI) 칠레구리위원회(Cochilco),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지질조사국(USGS), 현지 언론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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