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초콜릿, 코코아 없는 미래를 설계하다
- 트렌드
- 스위스
- 취리히무역관 서현진
- 2025-07-23
- 출처 : KOTRA
-
Keyword #스위스초콜릿 #프리미엄초콜릿 #초콜릿 #카카오가격폭등 #지속가능한초콜릿 #빈투바 #배양코코아 #코코아프리초콜릿 #발효초콜릿 #기후위기 #탈산림규제 #공급망리스크 #틈새시장 #스위스
스위스 국민 1인당 초콜릿 소비량은 10.6kg로 세계 1위 유지
제품가격 상승 속 소비 회복세 지속… 고부가 프리미엄 수요 여전
더 싸고 많은 ‘제품’보다 더 새롭고 깊은 ‘스토리’를 원하는 스위스 초콜릿 시장
스위스는 자국의 낙농업 강점을 바탕으로 밀크초콜릿을 산업화하며 카카오 비 생산국임에도 프리미엄 초콜릿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코코아 가격 폭등, 기후변화, EU 규제 등 구조적 리스크로 인해 산업은 대형 OEM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간 전략 차별화를 보이고 있으며, 원산지 다변화와 대체 원료 기술 개발이 급속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스위스는 배양 코코아, 해바라기씨 발효, 과육 전체 활용 등 혁신적 대체 소재와 지속가능성 인증을 기반으로 고감도 소비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K 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 공급망 위기, 환경규제 트렌드에 대응해 한국 기업도 가격 경쟁보다 차별화된 제품 기획력과 브랜드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진출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카카오 없이 초콜릿 강국이 된 나라, 스위스
스위스는 카카오 생산지가 아니다. 심지어 유럽 대륙 전체에서도 카카오는 자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프리미엄 초콜릿 생산국’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수입 가공을 넘어선 전략적 해석을 기반으로 자국의 강점을 정교하게 연결한 산업구조 설계가 있었다.
핵심은 우유다. 1819년 프랑수아 루이 까이에(François-Louis Cailler)가 스위스 최초의 초콜릿 공장을 설립하며 산업화의 포문을 열었고, 1875년에는 다니엘 피터(Daniel Peter)가 네슬레의 연유 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초의 상업용 밀크초콜릿을 탄생시켰다. 이후 루돌프 린트(Rodolphe Lindt)가 1879년 초콜릿 반죽을 장시간 동안 갈고 혼합하는 콘칭(conching) 공정을 도입하며 초콜릿의 풍미와 질감을 혁신했고, 이는 초콜릿을 고급 디저트로 재정의하는 전환점이 됐다. 이렇게 스위스는 자국의 강점인 농축산 자원인 우유를 활용해 초콜릿을 고부가가치 식품 산업의 상징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는 인구 900만 명의 작은 내수 시장에도 불구하고, 1인당 연간 초콜릿 소비량 세계 1위를 유지하는 국가다. 2024년 기준 스위스 국민 1인당 초콜릿 소비량은 10.6kg으로, 독일 약 8.9kg, 프랑스 약 3.4kg 등 주요국을 크게 웃돈다. 이는 세계적인 초콜릿 소비 트렌드에서 스위스를 단순한 생산국을 넘어 글로벌 수요 선도국으로 평가하게 하는 이유다.
<2024 유럽 국가 1인당 초콜릿 소비량>
(단위: kg)
스위스 초콜릿 산업은 전통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자랑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현재 스위스 전역에 있는 16개 초콜릿 공장에서 16개 기업이 약 4836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연간 20만 톤 이상의 초콜릿을 생산하는 국가 핵심 제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위스 초콜릿 산업 종사자 수>
(단위: 명)
코코아 톤당 1만 달러 시대, 코코아 쇼크가 초콜릿 산업을 바꾼다
2024년, 전 세계 코코아 시장은 전례 없는 가격 급등을 경험했다. 시장조사기관 Statista와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코코아 가격은 약 4배 상승했으며, 2025년 1월 기준 국제 평균 가격은 톤당 약 1만353달러에 달했다. 이는 과거 수년간 유지되던 2000~3000달러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1977년 기록된 사상 최고가인 5104달러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2023년 5월~2025년 5월 글로벌 코코아 열매 평균 가격 추이>
(단위: 톤, US$)
[자료: Statista, 2025년 7월]
원자재 가격 폭등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의 결과가 아니라, 서아프리카 주요 코코아 산지의 이상기후와 병해충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전 세계 코코아의 60% 이상을 공급하는 코트디부아르(40%)와 가나(20%)는 2023년 하반기부터 생장기인 7~10월 사이 비정상적인 고온·건조 기후에 직면했다. 기온은 평년 대비 상승하고 강수량은 급감하면서, 카카오나무의 생장 환경은 크게 악화했다. 고온·건조한 조건은 카카오나무의 면역력을 약화하고, 병해충 확산을 촉진하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었다.
2024년 초에는 엘니뇨 현상이 더해지며 기후 불안정성은 한층 강화됐다. 수확기인 1~3월 사이 가나 일부 지역에는 이례적인 폭우가 발생했고, 고온 다습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대표적인 병해인 ‘검은 꼬투리 병(Black Pod Disease)’이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이러한 병해 피해는 작황 악화로 이어졌고, 전 세계 재고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은 단기적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검은 꼬투리병에 걸린 카카오 열매>
[자료: 국제열대농업연구소]
이와 같은 공급 쇼크 외에도, 최근 미국의 무역 정책에 따른 관세 인상과 물류비 상승 등 이차적 비용 상승 요인들도 코코아 가격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코아는 대표적인 원자재 선물 품목 중 하나로, 생산국의 농업 안정성과 재고 흐름, 기후, 변수, 수요 구조 등 다중 요인에 따라 가격 민감도가 높다.
스위스 초콜릿 산업은 최근 코코아 원료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Statista에 따르면, 2024년 스위스 초콜릿 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2.31% 감소한 13만439톤을 기록했으며, 내수 판매는 1.7% 증가하며 견조한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수출은 전년 대비 0.2%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정체 상태를 머물렀는데 이는 수출이 전체 생산량의 72.1%를 차지하는 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초콜릿 산업 전반에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총매출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22억800만 스위스프랑(약 3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실질적인 수요 확대보다는 제품 단가 인상에 기인한 성장으로 분석된다.
<2005~2024년 스위스 초콜릿 생산량 추이>
(단위: 톤)
[자료: Statista, 2025년 7월]
고급화냐 OEM이냐… 스위스 초콜릿 산업, 원가 쇼크 속 전략 분화
스위스초콜릿협회(CHOCOSUISSE)는 2025년 이후 저가 원재료 재고가 소진됨에 따라 전 제품군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업계는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유지되는 고급 제품에 주력하며, 원산지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 등 다양한 전략을 전개 중이다. 특히, 주요 제조사들은 기존 코트디부아르·가나 외 카카오 생산국인 에콰도르, 브라질 등과의 조달 계약을 확대하고 있으며, 생산 농가와의 직접 거래 또는 가공 전환 계약 등 수직적 통제력 강화를 통한 리스크 대응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생산국별 세계 코코아 수확량>
(단위: %)
스위스 초콜릿 업계의 대표 기업들은 서로 다른 전략적 노선을 채택하며 상반된 실적 흐름을 보인다. 특히 업계 대표 기업인 린트(Lindt & Sprüngli)와 바리칼레보(Barry Callebaut)의 최근 행보는 원재료 가격 상승기에 프리미엄 전략과 대량 OEM 전략 간의 대응력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린트(Lindt & Sprüngli)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가격 전가력과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2024년 이후 두 자릿수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같은 해 말 출시한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 등 신규 고급 제품군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UBS 애널리스트는 해당 제품을 “린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신제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으며, 린트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8% 상승하며 전고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스위스 초콜릿 기업 린트의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
[자료: 린트(Lindt & Sprüngli) 홈페이지]
반면, 초콜릿 원료를 대량으로 글로벌 대기업에 공급하는 스위스 초콜릿 기업 바리칼레보(Barry Callebaut)는 대량 원료 고객사들의 주문 조정 흐름과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2025년 4월 실적 발표에서는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같은 기간 주가는 전년 대비 30% 하락해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공매도 증가와 재무 유동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스위스 초콜릿 시장은 지속가능성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고급 소비 시장에서의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공정무역(Fairtrade) 인증, BIO SUISSE(스위스 유기농 인증), 탄소 저감 인증(Climate-Neutral Certification) 등 다층적 지속가능성 인증을 확보한 고급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가격 민감도가 낮은 윤리적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브랜드 가치 중심의 시장 전략을 도모하고 있다.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스위스 최대 소매 유통 체인 미그로(MIGROS)의 초콜릿*>
* 주: 소비자 가격: CHF 4.7, (우리은행 기준 CHF 1 = KRW 1,730.77 (2025.7.10.))
[자료: 미그로(MIGROS) 홈페이지]
코코아 없는 초콜릿, 스위스가 먼저 움직였다: ‘포스트 카카오’ 시대의 기술 전환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5년 전 세계 생산량이 전년 대비 7.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재고 부족과 병충해, 기후변화 등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2025년 초 서아프리카 기후는 평균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강수량 변동성과 고온다습 기후가 반복될 경우, 가격이 2026년까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원자재 시장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스위스초콜릿협회(CHOCOSUISSE)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이후 저가 원재료 재고가 소진되면, 전 제품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에 대비해 원산지 다변화와 기술 전환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초콜릿 산업은 2025~2026년을 구조 전환의 분수령으로 보고, 일부 기업들은 전통적인 원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스위스 초콜릿 기업들은 카카오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신기술 기반의 코코아 대체 소재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폭등하는 코코아 가격, EU의 ‘탈산림’ 수입 규제, 그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아프리카산 코코아 생산량 급감이라는 복합 위기에 대응한 장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취리히호수 인근 호르겐(Horgen)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푸드브루어(Food Brewer)은 2021년부터 코코아 세포 배양 기반의 실험실 생산 기술을 개발해 왔으며, 2026년 미국 FDA의 식품 승인을 획득하고 세계 최초로 배양 코코아 기반 초콜릿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푸드브루어(Food Brewer)는 이미 스위스 대표 초콜릿 제조사 중 하나인 막스 펠클린(Max Felchlin AG)과 협력하고 있으며, 2024년 500만 스위스 프랑(약 63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 회사의 기술은 카카오 열매에서 추출한 세포를 영양 배지에서 배양한 뒤, 바이오리액터를 통해 대량 증식·건조·로스팅해 코코아 파우더를 제조하는 방식이다. 기후, 병해충, 공급망 병목 등 기존 농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성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험실에서 재배한 푸드브루어(Food Brewer)의 세포배양 코코아>
[자료: 푸드브루어(Food Brewer) 홈페이지]
코코아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코코아 프리 초콜릿(Cocoa free chocolate)’도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위스 초콜릿 제조사 스텔라 베른라인(Stella Bernrain)은 2024년 11월, 발효된 해바라기씨를 원료로 한 Choviva 초콜릿 바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외관, 질감, 맛에서 기존 초콜릿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25~2026년 본격 유통을 예고했다.
<코코아가 없는 스텔라 베른라인(Stella Bernrain) 초콜릿 상품군>
[자료: 스텔라 베른라인(Stella Bernrain) 홈페이지]
초콜릿의 재정의: 코코아 빈을 넘어 과육과 내피까지…취리히연방공대의 기술 혁신
혁신의 다음 최전선은 사회와 환경에 이로운 선제적 수단으로 초콜릿을 활용하는 것이다.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 스위스 초콜릿 스타트업 코아(Koa), 초콜릿 제조사 펠흘린(Felchlin)은 이노스위스(Innosuiss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동 연구를 통해 코코아 열매의 과육과 내피를 활용한 ‘코코아과육 초콜릿(Cocoa-fruit chocolate)’을 개발했다. 이는 기존 초콜릿 제조 공정에서 코코아 빈(씨앗)만 활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열매 전체를 활용함으로써 자원 효율을 극대화하고 농가 수익 증대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측면의 혁신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코코아 젤을 사용한 초콜릿은 기존 다크 초콜릿 대비 섬유질 함량이 약 20% 증가(100g당 15g), 포화지방은 30% 감소(23g)하며, 건강 친화적인 성분 조성이 강점이다. 또한, 과육에서 추출한 천연 당분을 활용해 설탕 사용량을 3분의 1 이상 줄이면서도 기존 초콜릿과 유사한 감미도와 질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 열매 전체를 활용하는 방법 연구>
[자료: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 홈페이지]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특허를 출원했으며, 현재 상용화를 위한 생산 인프라 구축 및 공급망 조정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농가 측면에서는 코코아 빈뿐 아니라 과육과 내피까지 건조 및 분말화해 판매할 수 있어, 단일 작물에서 세 가지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 흐름은 단순히 원가 절감이나 공급 안정성 차원을 넘어, 윤리적 소비와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프리미엄을 겨냥한 전략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향후 스위스 초콜릿 산업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체 원료 기반 신제품을 양축으로 해 기후·규제 리스크 대응력과 혁신성을 동시에 갖춘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작지만 강한 프리미엄 브랜드: 지역성과 정체성을 무기로 한 빈투바 브랜드의 성장 전략
스위스 초콜릿 산업은 대형 제조사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는 한편, 카카오 원두를 볶는 과정부터 초콜릿 바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빈투바(Bean-to-bar)’ 기반의 프리미엄 소형 브랜드가 독립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산업이 다극화되고 있다. 대형 OEM 기반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윤리성과 지속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운 라플로어(Laflor), 가르소아(Garçoa), 타우헬리(Taucherli)와 같은 브랜드들은 제품의 철학과 생산의 투명성을 핵심 자산으로 삼아 고급 소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스위스 온라인 매거진 쯔뉘니(Z’Nüni)에 따르면, 스위스 각 지역에 이와 같은 소규모 프리미엄 초콜릿 생산자들이 있으며, 이러한 브랜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싱글 오리진 원료, 유기농 설탕, 공정무역 인증 등 고품질·고윤리 조달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초콜릿을 단순 식품이 아닌 ‘감각적 경험’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BIO SUISSE, Demeter, CO2-neutral 등 다층적 지속가능성 인증을 기반으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고급 호텔, 공항 면세점 등 제한된 유통 채널에 집중적으로 입점하며 브랜드 희소성을 자산화하고 있다.
라플로어(Laflor)는 스위스 취리히 빈투바(Bean-to-Bar)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브랜드로, 정제된 미학과 고도화된 장인정신을 바탕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은 연간 8톤 내외로 제한적이지만, 고 카카오 비율과 무첨가 원칙, 투어 가능한 소규모 공장 등으로 프리미엄 고객층의 높은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가르소아(Garçoa)는 ‘초콜릿을 와인처럼 음미한다’라는 브랜드 철학으로 감각 중심의 미식 경험을 제안하며, 유기농 설탕과 고 카카오 원두만을 활용한 6톤 규모의 장인 초콜릿을 생산 중이다.
타우헬리(Taucherli)는 팝핑 캔디, 시트러스 등 독창적인 재료 조합과 재치 있는 디자인을 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팬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연간 40톤 규모의 생산량과 비교적 접근성 높은 가격대로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공통으로 이들 브랜드는 소량 생산과 고부가가치 전략, ‘스토리 기반 소비’에 최적화된 구조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실한 고정 수요층의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스위스 내 초콜릿 소비 트렌드가 ‘저가 다량’에서 ‘윤리적 가치소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상품의 외형이나 원가 경쟁력이 아닌, 스토리와 철학, 기술이 결합한 브랜드 전략의 전환이 유효하다는 의미다.
<빈투바(Bean-to-Bar) 기반의 프리미엄 소형 스위스 브랜드>
laflor 빈투바 초콜릿
Garçoa 빈투바 초콜릿
Taucherli 초콜릿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구조 전환기 스위스 초콜릿 산업, K-푸드의 전략적 진입 시점
스위스 초콜릿 산업이 본격적인 구조 전환기에 돌입한 현시점은,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진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유럽 내 최대 프리미엄 시장 중 하나인 스위스는 대량 생산 중심의 OEM 방식보다는 차별화된 제품 기획력과 브랜드 스토리를 요구하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 범용 제품보다 틈새를 공략한 프리미엄 포지셔닝 전략이 오히려 시장 진입에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가격 전략의 전환이 아니라, 소재, 기술, 가치 소비 트렌드 전반에 걸친 산업 패러다임의 이동을 의미한다. 스위스 초콜릿 산업은 코코아 가격 폭등, 유럽의 탈 산림 수입 규제, 기후변화에 따른 원산지 리스크 확대 등의 삼중 구조적 압력에 직면해 원산지 다변화, 제조 공정 혁신, 지속가능성 인증 확보 등 다층적 전환 전략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속 가능한 초콜릿 개발의 혁신이 단순한 원료 대체 수준을 넘어, ‘발효’와 같은 전통 기술의 현대적 응용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초콜릿의 정의 자체가 변화할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의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코코아, 설탕, 팜유 등 기존 핵심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풍미와 기능성을 구현하는 고부가가치 대체 기술들이 부상하면서,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은 단순한 식품이 아닌 기후 대응형 고감도 소비재로 재정의될 것이다.
시사점
스위스 초콜릿 시장은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기술적 조건만으로 공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현지 소비자는 “왜 이 초콜릿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과 미학을 함께 요구한다. 따라서 기업이 기술이나 소재에서 강점이 있더라도, 그것이 현지 문화와 정서에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스토리텔링과 제품 경험으로 풀어내야 한다.
현지 초콜릿 기업 T 사의 프로덕트 총괄 책임자 R 씨는 KOTRA 취리히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스위스 소비자들은 이제 초콜릿을 단순한 간식이 아닌 브랜드의 세계관과 철학을 경험하는 매개로 보고 있으며, 작은 기업이라도 확실한 세계관과 명확한 철학을 담아낸다면 시장에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스위스 소비자는 발효 원료에 개방적이며, 건강과 윤리적 생산을 강조하는 아시아 제품에 관심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스위스 소비자는 기능성과 감각성, 지속가능성과 예술성이 결합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단순한 식재료 조합보다는, 그것이 어떤 기후적·문화적 맥락에서 탄생했는지에 대한 ‘내러티브 번역’이 필요하다. 한국의 발효 기술이 경쟁력이 되려면, 그것이 단지 건강한 재료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후와 문화 속에서 축적된 경험’임을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스위스 초콜릿 시장은 ‘더 싸고 많은’ 제품보다 ‘더 새롭고 깊은’ 스토리를 원한다. 한국의 고유 식재료와 푸드테크 기술력, 그리고 발효 문화에 내재한 건강성과 미학적 서사를 어떻게 서구 소비자 언어로 번역하고 설계하느냐가 진입의 핵심이 될 것이다.
자료: Statista, ICCO, CHOCOSUISSE, ETH Zurich, Innosuisse, UBS, S&P Global, Barry Callebaut, Lindt & Sprüngli, Max Felchlin, Food Brewer, Koa, Stella Bernrain, BIO SUISSE, Demeter, Laflor, Garçoa, Taucherli, KOTRA 취리히 무역관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KOTRA의 저작물인 (스위스 초콜릿, 코코아 없는 미래를 설계하다)의 경우 ‘공공누리 제4 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 이미지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1
맥주의 나라 독일에 부는 무알코올 맥주 열풍
독일 2025-07-23
-
2
일본 바이어, 한국으로 송금은 이렇게 한다
일본 2025-07-21
-
3
딥테크 국가 전략이 바꾼 풍경...스위스, 재해를 예측하다
스위스 2025-07-24
-
4
한국 식품 업계가 눈여겨봐야 할 미국의 말차 열풍
미국 2025-07-25
-
5
‘쑤차오(苏超) 리그’의 선풍적 흥행으로 들여다 보는 중국 문화산업 진출 기회
중국 2025-07-23
-
6
디지털로 태어나 팬덤을 만들다, 미국 신생 브랜드의 성공 전략
미국 2025-07-24
-
1
2024년 스위스 반도체산업 정보
스위스 2024-08-27
-
2
2021년 스위스 시계 산업 정보
스위스 2021-12-29
-
3
2021년 스위스 소비재 유통 산업 정보
스위스 2021-12-28
-
4
2021년 스위스 국별 산업 개관
스위스 2021-12-14
-
5
2021년 스위스 화장품 산업 정보
스위스 2021-12-13
-
6
2021년 스위스 기계 산업 정보
스위스 2021-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