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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방기업 철수에도 러시아 소비자 타격은 제한적
  • 외부전문가 기고
  • 러시아연방
  • 모스크바무역관
  • 2022-06-28
  • 출처 : KOTRA

 최근원 러시아 금융대학 조교수(ruut.choi@gmail.com)

 


개요


소비지출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 러시아의 경우, 소비지출규모는 GDP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46~49%는 가계소비지출이다. 소비지출의 증감은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인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는 소비자의 현재 및 미래의 재정상태,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 및 소비재 구매의향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지수화한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분기마다 러시아연방통계청에서 5,000명의 대상으로 조사한다. 소비자신뢰지수는 행동 경제학의 이론적 관점에 기초를 두고 발전해 왔으며, 특히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주체의 심리적 변화를 측정하여 소비지출 및 경기동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23일에 보고된 러시아 소비자신뢰지수는 -21로 확인되었다. 코로나 19 확산 전인 2020년 1분기에 -11이 보고된 이후 지난 2년간 -30~-18포인트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비관적인 소비자형태가 2월 말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와 사태 속에 소비자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이유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 유럽연합 소비자지수 변동 추이>

[자료: Trading Economics]


위 표에는 유럽연합 회원국에서 조사한 자료와 러시아 소비자신뢰지수를 비교하였다. 유럽연합통계국에서 개발한 방법론을 사용하는 러시아와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 4월 초에 보고된 유럽연합 지수는 -23포인트로 러시아 -21포인트보다 2포인트 더 낮다. 또한, 3월 대비 4.3포인트 하락한 데이터이다. 결과적으로 러시아 소비자들은 현 상황을 지난 팬데믹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과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증가, SWIFT 결제망에서 일부 러시아 은행 퇴출과 일반 서민의 삶과 연관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I.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서방 기업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서방의 주요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연달아 철수 또는 영업을 한때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6월 기준 대대적으로 영업중단을 밝힌 서방기업은 많지 않다. 6월 기준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은 적극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언론에서 크게 보도된 맥도날드, IKEA, 스타벅스, 아디다스 등 소비자 중심 기업은 철수를 발표하지만, 실제 맥도날드의 주요 경쟁브랜드인 KFC, 버거킹은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단시간 '완전' 철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기관은 고객과의 수많은 의무사항과 계약 및 요구사항이 얽혀있다. 고객과의 의무가 해결되었어도 중앙은행에 라이선스 철회 신청을 한 후 수개월을 기다려야 마무리되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결정이다.


한 미국계 제약회사는 대대적으로 마케팅 업무를 멈추겠다고 발표한 이후 근무하는 직원 일부를 컨설팅업으로 등록된 러시아 법인에 이직시킨 후 평상 근무를 이어가는 경우도 목격된다. 그리고 '일시적 중지'를 발표한 기업을 비롯해 투자 및 마케팅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공표한 서방 기업들이 파트너사 또는 계열사에 기존 활동을 위탁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러시아계 의료기기 유통회사는 중동(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에 법인을 세운 후 화장품 및 의료기기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수입한 후 러시아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송비와 운송기간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이전과 같은 환경에서 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언론에서 조명되는 맥도날드 리브랜딩, Inditex (ZARA, Bershka, Pull and Bear 등 브랜드 운영) 영업 재개는 수만 명의 고용인과 파트너사 노동자들의 생업과 연관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러시아 맥도날드 '브쿠스노 또치카' 메뉴>

[자료: 현지 SNS]


맥도날드를 비롯해 일부 요식업 체인점 철수는 사실상 러시아 일반 소비자에게 큰 영향이 없다고 인식된다. 맥도날드 경쟁사 버거킹, KFC 외 기타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일어나고 있는 '철수 전 맥도날드 빅맥 구매', '철수 하루 전 IKEA 매장에서 의자 구매하기' 등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종에 호기심 또는 오락에 의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IKEA 철수로 경쟁사 Hoff(러시아계), Leroy Merlin(프랑스계) 수요가 늘어난 후 6월 15일 Hoff 대표이사 막심 그리샤코프가 IKEA 매장 및 공장을 인수할 의지를 밝힌 바 있고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중고거래 홈페이지 AVITO 개재된 IKEA 인형>

[자료: 관련 사이트 화면캡처]

                                          *주: IKEA 매장 운영 중단 선언 후 온라인 중고거래홈페이지 AVITO에 1,000루블 인형을 1,000배 비싸게 공시한 장면


II. 공황 구매 및 공급 부족 현황의 이면


미국 제지생산업체 International Paper는 인쇄용지 부문 분사기업 Sylvamo을 통해 러시아 스베토고르스크(Svetogorsk)에서 인쇄용지, 특수용지 제품, 포장 등 종이 제품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 러시아 경제 제재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난 3월 초 원료 부족으로 생산을 일부 중단하기로 했으며, 특히 펄프의 표백에 사용되는 염소산나트륨을 핀란드회사 Kemira에서 수입해오는데 공급이 중단됨으로써 생산 중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내부 관계자가 밝혔다. 이 때문에 언론에 발표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A4 인쇄용지 가격이 2배 가까이 상승하며 소비자들의 불안을 야기시켰다.


제지 부족 현상을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으며, 러시아 정부는 2014 '크림반도 합병' 이후 수입대체품목으로 정해 러시아 현지 공장설립과 장비 수입 지원에 나선 바 있다. 러시아 목재수출협회 안드레이 프롤로프 부회장의 말에 따르면, 부족한 원료는 우즈베키스탄, 남아공에서 유럽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고 있으며, 기타 원료는 중국이나 인도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가격이 다시 정상화되었다. 일부 인쇄소에 따르면, 고급지에 대한 부족현상이 수일 동안 이어졌으나 최근 중국에서 수입선를 개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공황 구매 및 공급 부족 현상을 보면 종목은 담배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에게 제일 크게 와 닿는 제품은 역시 담배이다. 러시아 통계국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약 4분의 1이 애연가이다. 주요 담배회사는 러시아에 공장을 설립해 직접 담배를 제조 및 유통하고 있다. 세계 1위 담배회사 Philip Morris(미국계)는 2014년 대규모 경제제재가 발표되었을 때에도 철수하지 않은 기업으로 현지에 알려졌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다만 신제품 출시 제한과 일부 브랜드를 생산하지 않기로 밝힘에 따라 실질적으로 '완전' 철수는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개된 내용 이면에는 판매가 저조한 브랜드 상품 판매를 줄여서 명분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일본 Japan Tobacco International도 생산을 중단하지 않고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담배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에 공장을 운영하는 대부분 기업이 유사한 현상을 보이고 있고, 우리에게 친숙한 PepsiCo 경우는 일부 투자를 계획한 일정만 지연시켰으며, 유제품 생산기업 Wimm-Bill-Dann Foods는 암암리에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Coca-Cola Company는 예외적으로 공급 중단 및 생산 중단을 발표함으로써 향후 시장유통이 안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산업은 자동차산업으로 알려져 있고, 독일 제조사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가 러시아 시장을 떠났다. 특히 생산조립에 필요한 필수 부품이 제재로 공급이 막히게 된 요인이 제일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현지화된 르노가 철수를 결정함으로써 러시아 지분을 모스크바시와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에 각각 헐값에 매각한 사건은 다소 충격적인 상황이다. 르노는 6년 안에 현지 공장과 브랜드를 재인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상황은 언제든지 변동 가능하다.


완성차에 이어 자동차부품 시장도 다소 난항을 겪고 있다. 러시아 보험사 Ingosstah에 따르면 운송비 상승으로 자동차 부품 가격이 2월 이후 평균 32%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러시아 부품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Bosch, Denso, 555, Brembo, Koyo 등 제조사들이 철수를 결정함으로 약 70% 카센터에서 부품 부족을 호소 중이다. 언론사 RBK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64%는 엔진부품, 엔진오일 47%, 필터류 42%, 전자기기 부품 40%, 브레이크 관련 부품 38%, 서스펜션 38%, 벨트 24% 등 부족현상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앞으로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사점


사실 외국계 기업이 러시아를 철수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연민 또는 동정만이 아닌 것 같다. 러시아는 인구 1억5천만 명 중 15~60세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며 비교적 젊다고 평가받고 있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전체 인구 1억7천만 명 가까이 되는 시장을 그 누구도 감정적으로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결정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 담겨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의 높은 애호도를 보이는 시장 선도적 상표를 보유한 다국적 기업들에는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 사업을 이어간다면 상표 가치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대금결제, 자재공급, 운송, 수요 축소 등 철수하는 이유가 정치적인 이유만은 아니라고 판단되며, 이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서방 전문가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최근 상황을 이용해 중국 기업에는 큰 호재로 반전되었다. Great Wall Motor는 이미 2019년에 툴라(Tula)에 공장을 준공하여 Haval 브랜드로 SUV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Geely, Chery, Changan, Lifan 등 다양한 중국 브랜드가 러시아에 진출해 있다. 따라서 부품 수급이 수월한 중국산, 대체 부품으로 교체 가능한 기타 브랜드로 많은 소비자가 눈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병행 수입과 수입대체품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산업통산부는 96가지 병행수입대상 품목을 발표했다. 이 중 의약품, 의류, 자동차, 자동차 부품, 타이어, 천연고무, 엔진오일, 컴퓨터 부품, 가전제품, 콘솔 게임기 등이 포함되었다. 러시아에서 병행 수입이란 상표권을 가진 제조사의 동의 없이 수입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반도체나 정밀하고 특수한 기술을 요구하는 제품을 수입대체품으로 지정해 단기간 러시아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또한, 생산공장에 사용되는 장비는 대부분 수입품이기에 제약이 많다. 하지만 러시아와 연대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 중립을 지키는 인도와 중동 국가를 통해 이러한 제약을 헤쳐 나갈 여지는 많아 보인다.

따라서 서방 제재에 대해 러시아 외부에서 보는 시각보다는 러시아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수준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료: 국제보건기구(WHO), 러시아 통계국(ROSSTAT), 현지언론사R BK, VC.RU, Finmarket, 보험사 Ingosstrah, Trading Economics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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