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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월스트리트, 中 기업 규제 가시화
  • 경제·무역
  • 미국
  • 워싱턴무역관 이정민
  • 2022-05-30
  • 출처 : KOTRA

미국 ‘외국기업책임법’으로 2024년 중국 기업 상장폐지 근거 마련

‘대중 경쟁법’ 중국 기업 퇴출 시한 앞당길 수도

미중 간 협상 난항 속에 금융 디커플링 우려 고조

미국은 투명한 기업 회계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월스트리트에 진출한 중국 기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 금융 당국의 회계감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중국 기업의 대거 강제 상장폐지가 현실화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 투자가와 중국 기업들은 이에 대한 양국 간 협상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 대국 간에 금융 디커플링이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외국기업책임법으로 중국 기업 상장폐지 근거 마련

 

2020년 12월 퇴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기업책임법’(HFCAA: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에 전격 서명했다. 임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의 대중 투자를 규제하는 다양한 조치를 강구해 왔다. 이 중에서 특히 HFCAA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퇴출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로 집중 조명됐다.

 

미국 정부는 월스트리트에 상장한 외국계 기업이 회계감사 시 해외 회계법인을 이용함으로써 미국 당국의 적법한 규제 감독을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루킨 커피(Luckin Coffee)는 2020년 실적 부풀리기식 회계 조작이 적발되어 거래 중단 후 상장 폐지된 바 있다. 미국 규제 당국이 중국에 있는 루킨 커피의 회계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투자가의 피해를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따라서 HFCAA는 외국계 상장기업이 3년 연속으로 당국의 회계감사를 회피할 경우, 해당 기업의 상장폐지 및 기타 증권 거래 금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법률에 따라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당국의 감독권 밖에 있다고 판단하는 해외 소재 회계법인을 지명하게 된다. 이를 근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회계정보 공개가 미흡한 외국계 상장기업 명단을 작성 후 이들 기업을 상대로 투명한 회계정보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5월 20일 기준 SEC는 회계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총 148개 중국 기업을 잠정 퇴출 대상으로 지정했다. SEC가 발표한 리스트에는 텐센트, 바이두, 웨이보, Sohu.com, 디디 글로벌 등 중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인터넷 기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기업 회계 투명성을 두고 양국 간 팽팽한 기 싸움

 

미국의 3대 증권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약 250개 사로, 전체 시가총액은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월스트리트의 중국 기업 퇴출로 금융 디커플링이 현실화한다면 양국 기업과 투자가에게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현재 양국 정부는 사태 악화를 막고자 협상을 진행 중이나 서로 간에 견해 차이가 커서 조속한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 금융 당국은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 정부의 책임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금융규제의 정치화’로 치부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대부분 정보 기반 인터넷 기업이고 이들 기업의 내밀한 회계정보를 미국 정부에 넘길 경우, 영업기밀 유출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논리다. 2015년 말 열린 협상에서 양측은 합의에 실패했다. 중국은 자국 대표기업 알리바바와 바이두의 회계 보고서에 대한 미국 당국의 감사를 끝내 거부했다.

 

2017년 재개된 협상에서도 양측은 핵심 이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장기전으로 가면 미국이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영향력 있는 친중 성향 월스트리트 자본가를 레버리지로 사용하면 미국 정부의 압력을 무마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외국기업책임법 통과에 따라 중국 기업 상장 폐지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외국기업책임법 발효 후 3년이 되는 2024년 3월까지 중국 기업은 상세 회계정보를 미국 당국에 제공할 의무가 발생한다. 중국 기업 상장폐지 우려 등의 악재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인덱스인 ‘Nasdaq Golden Dragon China Index’는 2021년 2월 최고가 대비 현재 70% 이상 급락했다.


<Nasdaq Golden Dragon China Index 추이(최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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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Google Finance]


‘대중 경쟁법’, 중국 기업 퇴출 시한 앞당길수도

 

미국 반도체 등 미래산업 육성과 대중 경쟁력 제고를 목적하는 일명 ‘대중 경쟁법’인 혁신경쟁법(United State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통과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5월 말 현재 미국 연방 의회는 법안 중재위원회를 열고 상·하원이 각각 가결한 법안을 조율 중이다. 빠르면 7월 중에 처리가 예상되는 대중 경쟁법 안에는 외국기업책임법의 회계정보 제출 기한을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중국 당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만약 예상대로 대중 경쟁법이 연내 의회를 통과하게 되면, 중국 기업의 회계정보 제출 시한이 2024년이 아닌 당장 내년 3월로 앞당겨진다. 중국은 현 상황에서 신규 데드라인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발한다. 2022년 기업 회계 보고서가 나오는 시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 3월 전에 미국 규제 담당자의 중국 현지 감사를 마치는 데까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중국으로서는 수주일 내 미국과 합의를 성사시켜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급해진 중국증권규제위원회(CSRC)는 여러 차례 미국 측에 회계감사 협력 의사를 밝혔으며, 이번 달부터 미중 당국은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CSRC는 언론을 통해 “중국과 미국은 긴밀한 소통을 유지 중이며, 양국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협력을 위한 협상은 순조롭게 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측의 어조는 사뭇 다르다. 미국 SEC의 국제담당 디렉터 YJ 피셔는 “중국과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나 여전히 중대한 문제가 남아있고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다”라고 전했다.

 

워싱턴 소재 로펌 관계자는 “HFCAA가 상장폐지를 무기로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라면서도, “중국이 지금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상당수 중국 기업의 상장폐지가 불가피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서 파이낸셜타임스는 미중 금융 디커플링 조짐에 위기를 느낀 미국 증시 상장 중국 기업들은 피해 축소 방안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계 온라인 부동산 거래회사 KE Holdings는 만약에 대비해 최근 홍콩에서 2차 상장(secondary listing)을 완료했고 지난달 바이오 기업 BeiGene은 미국 회계정보 규정 준수를 위해 미국에 소재한 회계법인(auditor)을 이용하겠다고 결정했다.

 

중국은 월스트리트와 결별할 수 있을까?

 

미중 간 정치·무역·기술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도 지난 10여 년 동안 양국 간 금융분야 협력은 지속해서 확대했다. 로디엄그룹(Rhodium Group)은 작년 보고서에서 2020년 말 기준 미국 투자가는 중국 주식에 약 1조1000억 달러를 투자했고 반대로 중국 투자가는 미국 채권과 주식에 각각 1조4000억 달러, 700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중 간 금융 협력관계(로디엄 그룹 추정 분석)>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1fc0644d.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857pixel, 세로 990pixel

[자료: Rhodium Group]


하지만 기술 안보, 기업 투명성, 데이터 보안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월스트리트를 매개로 한 양국 간 금융 협력의 지속가능성에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중국판 우버’로 불렸던 디디 글로벌(DiDi Global)이 있다. 디디 글로벌은 작년 6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44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장 이틀 후 중국 정부는 “데이터 안보 위험을 막고 국가안보를 보호한다”라는 명목으로 모기업인 디디추싱 그룹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다. IPO 당시 주당 15.53달러를 기록했던 주식은 곤두박질 쳐 현재 1.8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결국 디디 글로벌은 이번 달 23일 주주들의 동의를 거쳐 결국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디디 글로벌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금융규제 당국 SEC도 기업공개 과정에서 위법성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월스트리트 관계자는 “이러한 미-중 당국의 움직임 속에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술기업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Walking on eggshell)”라고 전했다.

 

금융 전문가 사이에서 미국 금융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 전문 경제매체 China Money Network의 창업자 니나 시앙(Nina Xiang)은 중국은 앞으로도 월스트리트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기업이 월스트리트를 떠나면, 중국의 혁신 생태계와 미래 기술개발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금융시장을 통해 중국 기업들은 자금뿐만 아니라 국제 경영기준 및 투명한 공시제도를 통한 투자가 보호 등 선진적인 제도와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비관적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미국과 중국이 원만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룬다고 해도, 2017~2019년에 있었던 중국 기업의 '월스트리트 러시'는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미중 당국이 갈등을 현명하게 다루지 못한다면, 금융 디커플링의 서막이 열릴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우리가 미래로 가서 지금을 돌이켜 본다면, 디디 글로벌의 월스트리트 탈출을 양대 경제 슈퍼파워 간 결별이 시작된 사건이었다고 회고하게 될지 모른다”라고 전했다.

 


자료: SEC, 미국 의회조사국(CRS),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Rhodium Group, BBC, 블룸버그, Atlantic Council 및 KOTRA 워싱톤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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