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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풍요 속의 빈곤한 나라
  • 외부전문가 기고
  • 브라질
  • 상파울루무역관 최선욱
  • 2014-12-01
  • 출처 : KOTRA

 

풍요 속의 빈곤한 나라

 

손정수 Golffeine do Brasil

 

 

 

신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에 여러 땅에 태풍, 지진, 화산 등 갖가지 재앙을 한 가지씩은 남겨두어 인간이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 그런데 브라질이라는 땅에는 아무런 재앙을 남겨두지 않은 것처럼 모든 것이 풍요롭다. 넓은 대지와 엄청난 자원으로 사람이 굶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땅, 브라질은 축복받은 땅이 확실하다. 전국 어디에서나 1년 동안 따뜻한 날씨와 햇볕으로 3모작은 물론 세계에서 손꼽히는 곡창지대를 보유하고 있다. 바다에서 잡히는 각종 수산물은 일부러 멀리 나갈 필요도 없이 해변에서조차 쉽게 잡히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 물론 사람이 씨앗을 뿌리고 개간한 것이 더 많지만 어디서나 바나나는 물론 각종 과일이 널려 있어 아무나 쉽게 따 먹을 수도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한국과 비교해서 아직 엄청난 동·식물이 널려있기 때문에 욕심부리지 않는 한 먹고살기에는 충분하다.

 

이론상으로는 먹을게 넘쳐야 하는 데 이와 반대로 아프리카의 오지와 같은 극빈층이 전국적으로 1000만 명을 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그 숫자가 4000만 명을 넘었었는데 정부의 빈민구제 프로그램으로 이제는 1000만 명으로 줄었다. 일부에서는 빈민 문제는 더운 날씨로 나태해져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있다고 하지만 북동부는 개발이 덜 돼 사람이 살기에 척박한 곳이어서 교육·인프라 문제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정부의 혼란스러운 정책과 사회의 무관심도 큰 이유이다. 현재 브라질에서 음식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은 연간 2700만 톤이다. 이는 전 국민에게 각각 131㎏의 음식을 나눠 줄 수 있는 양이다. 반대로 연간 400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 음식쓰레기는 가공된 음식뿐만 아니라 농장에서 시장까지 운반하다 흠이나 상품가치가 떨어져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것도 포함돼 있는데, 그 이유는 열악한 운송수단 인프라와 규격화되지 않은 포장 때문이다. 운송 인프라가 얼마나 안 좋으냐 하면 농장에서 100상자의 과일을 시중까지 운반하다 보면 최후에는 70상자만이 정상적인 제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깨지고 상해서 쓸 수 없다는 통계도 있다. 또한 포장규격이 일률적으로 같다면 사용도 편하고 관리도 쉬운데 전국적으로 규격이 모두 달라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많이 상하기도 한다.

 

또 브라질 전국에 산재한 뷔페식 식당은 점심시간에 내온 음식물을 저녁에는 다시 팔지 않고 버린다. 숟가락 한 번도 가지 않았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저녁에 다시 내놓아도 문제가 없는데 그냥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남이 먹던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는 문화도 그렇지만 그걸 먹고 탈을 일으키면 책임져야 하는 법률 때문에 멀쩡한 음식이 배고픈 이웃에게 나뉘지 못하고 모두 버려진다. 지금은 집 가까운 곳에 슈퍼마켓이 다 있고 물품도 좋지만 브라질에서는 워낙 7일장 또는 훼이라(시장)에서 식품을 사들이는 풍습이 있다. 7일장이란 7일에 한 번씩,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집 근처의 길을 막고 여기에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대체로 이곳에 나오는 물품은 농수산물이며 이외에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식칼, 가스통, 수리공구 등등이 있으며 아침 6시부터 판매를 시작해 점심때부터는 물건을 정리해 오후 2시쯤이면 말끔히 청소한다. 사람이 많이 찾는 이유는 일반 슈퍼마켓과 비교해서 가격이 싸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싱싱하다는 것이다.

 

훼이라에 종사하는 사람은 대부분 소작농으로서 매일 새벽마다 농수산물을 가득 싣고 시내에서 열리는 훼이라에 가서 직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 그렇다고 아무나 훼이라에 물품을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두 시청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가판대도 크기와 위치가 설정돼 있다. 허가도 만만찮게 비싸서 아무나 신청할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새벽에 일찍 가면 싱싱한 물건을 살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늦게 가면 갈수록 가격이 싸지는 반대로 질은 떨어진다. 그래도 점심시간쯤에 가면 떨이로 많이 깎아주는 흥정도 재미라면 재미이다.

 

하여간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훼이라에서 배추 파는 사람이 가판을 정리하다 배추가 땅에 떨어지면 그냥 버리곤 해서 이를 주워서 먹고 살았다는 이민 선조의 증언이 있다. 워낙 물자가 풍족해서인지 아니면 땅에 떨어지면 불결해서인지는 몰라도 예로부터 먹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같이 물가도 비싸고 굶는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사회의 무관심인 것이다. 풍요 속의 빈곤한 나라, 브라질의 빈곤 퇴치를 위해 잡은 물고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유대인의 지혜가 브라질에도 하루빨리 뿌리내리길 기대해 본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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