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파트너를 찾는 스페인

국방부 해외정보부 스페인 국방무관 최용근

이곳 마드리드에 온 지 1년 6개월여가 지났다. 2001년 교육차 1년 여 생활한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와서 달라진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으며, 그 달라진 위상이 이루어지기까지 외교,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노력이 다 중요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세계 제일을 목표로 불철주야 노력하면서 나라의 곳간을 튼실히 채워 온 우리 기업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경제력이 커지면서 국민의 자부심이나 국가의 정치적, 외교적, 문화적 위상도 자연스럽게 격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우리 기업인들의 노력에 감사를 드린다.

당면 경제난 회복 기대

우리의 경제력과 정치·외교력 등 국가 역량은 크게 성장하는 반면에 스페인은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난으로 인한 긴축 재정, 세금 인상, 복지 축소 등과 관련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분간은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불가피 할 듯 보이지만, 그러나 현재 전반적인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이런 기대심리로 인해 경제 회복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된다. 단지 각종 경제 지표들에서 나타나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여기에 와서 1년 넘게 생활하면서 스페인 사람들, 특히 기업가들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들을 보면서 조만간 그들의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역시 큰 것이 사실이다.

스페인의 방산 능력

현재 한국과 스페인 사이에는 의약품, 휴대전화, 자동차, 건설, 윤활유, 에너지, 운수업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방위산업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교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방산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스페인으로부터 군용 수송기를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고, 스페인이 지분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과는 우주, 헬기 사업 등에서 많은 교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업무 특성상 주로 방위산업 분야의 업체들을 접촉하는데 회사측의 요청에 의하거나, 한국 국방부나 기업의 자료 수집 요청 또는 자료 수집을 위해 방문한 대표단과 동행하여 회사를 방문하기도 하고 회사 측에서 면담을 요청하여 회사 소개를 받기도 하는 등 업무를 수행하면서 스페인 방산 분야 기업의 수준과 역량이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앞서있다는 점을 새삼 인식하고 있다. 스페인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EADS(CASSIDIAN), NAVANTIA, ITP 등의 회사와 같이 오랜 역사를 가진 항공, 조선 분야 뿐만 아니라 레이다 등 감시장비, 선박 및 항공기의 지휘통제시스템, 시뮬레이션 등에서도 세계 최첨단의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유럽은 물론 미국,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최근에 아시아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많은 역량을 아시아로 투입하는데 이런 점에서 앞서 언급한 기업가들의 경제난 극복 노력을 특히 인정하고 싶다.

스페인과의 협력 필요성

스페인은 경제난으로 인해 2008년 이후 약 30%의 국방 예산을 감축하는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작년부터 아시아 10여 개국의 장군급 장교와 국방분야에서 근무하는 고위 공무원단 20여 명을 매년 초청해 스페인 국방부 및 방산분야 고위급 간부들과 함께 교육하는 과정을 개설해 자국의 국방 및 방산 능력을 소개하고, 아시아 각국의 관심사, 능력 등을 파악하면서 인적 교류도 지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스페인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과 스페인에 대해 알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언급하였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으로 서로의 장점, 즉 한국의 첨단 IT 분야 기술력과 정전 체제하에서 유지하고 있는 군사 대비태세 및 이와 관련된 실용적인 방산 능력,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은 브랜드 가치 등을 활용하고, 스페인은 앞서 언급한 방산분야의 축적된 기술력과 중남미 및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과 유지하고 있는 협력관계 등을 잘 활용하면서 서로 협력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협력 파트너를 찾다

스페인은 이 점을 인식하고 당면 경제난 극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특히 한국 기업과의 교류 협력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곳의 어느 기업도 우리 대표단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은 바 없었고, 대표단이나 무관의 자료 수집을 위한 방문에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때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자기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피력하였다. 지방에 있는 한 중견그룹 간부는 마드리드 본사에 회의 차 방문한 기회를 이용하여 휴대한 노트북에 회사 소개 자료를 담아 와서 설명을 하기도 하였고, 한 대기업의 간부는 면담을 위한 시간 약속이 여의치 않자 대사관 앞에서 잠깐 만나자고 한 후 택시를 타고 와서 회사 소개 자료를 건네주고 가기도 하였다. 지방에 있는 한 소규모 업체는 국내 기업의 자료 수집 요청에 대한 답변을 구하기 위해 방문을 하였을 때 회사의 규모는 작지만 뛰어난 기술력으로 국방부와 독점 공급 체계를 유지하였으나 자국의 국방예산 감소로 회사의 경영이 어려움에 처했다며 우리 기업과의 협력을 간곡히 요청하기도 하였다. 이곳의 대기업들은 다국적 기업이나 컨소시엄을 통해 소비 시장을 창출하고 그를 통해 외국으로 진출하는 등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에 결정적인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독창적이고 첨단 수준의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관심있고 역량있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이들과 협력한다면 서로의 기술을 보완하여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상된 능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중남미로 서로의 장점을 살려 함께 진출하는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우리의 도전 정신과 개척 정신이 오늘의 우리나라를 만들었듯 아직은 잘 모르고 있지만 분명히 스페인은 우리와 협력의 여지가 있고 도전해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되기에 여러분의 진지한 도전을 응원해 본다.

마드리드 지점 실무자의 역할

군사외교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한 지 1년여,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제부터는 우리 대한민국, 특히 우리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노력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 볼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스페인의 능력에 대해서 아는 바도 부족했고 또 우리의 능력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해서 아쉬운 시간과 기회를 흘려버린 적이 없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KOTRA의 도움을 받아 이곳의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길도 알려주고, 또 한국과 스페인의 방산기업 간에 서로 정보 공유가 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할 생각이다. 군사외교관의 역할과 함께 한국 기업들의 마드리드 지점 실무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새해의 결심이다. 대기업은 대부분 자체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사람의 노력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이라면 좀 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앞으로 국내 기업에서 마드리드 지점을 많이 활용해 주실 것을 이 자리를 빌어 감히 제안해 본다. 어떤 일이든 필요한 곳,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 일이 나의 일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앞으로 마드리드 지점을 많이 이용해 주신다면 ‘여러분의 진지한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