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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GCC 국가들의 산업 다각화 가능성과 한계
  • 외부전문가 기고
  • 김주영
  • 2014-02-24
  • 출처 : KOTRA

 

GCC 국가들의 산업 다각화 가능성과 한계

KIET 국제개발협력실장 주동주

 

 

 

GCC는 “걸프 협력위원회”(Gulf Cooperation Council)의 약자로 중동의 아라비아반도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여섯 나라가 1981년에 결성한 정부 간 협력기구를 말한다. 이 나라들은 모두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들이고, 이 가운데 바레인과 오만을 제외한 네 나라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들로서 전 세계 석유 수출을 좌우하고 있다.

 

인구 3000만 명 수준의 사우디를 제외하면 모두 조그만 소국들로서 석유와 가스 등의 자원을 팔아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는 나라들이다. IMF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카타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만 4756달러로 룩셈부르그에 이어 세계 2위이고, UAE는 4만3774 달러, 사우디는 2만4254 달러로 나타나고 있다.

 

□ 풍요 속의 불안 - GCC의 고민

 

최근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방문한 사람들은 엄청난 규모의 건설공사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2022년 FIFA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10개의 경기장을 신설하고 각종 인프라와 숙박 시설을 확장하면서 우선 2011~2015년에만 1000억 달러(100조 원) 이상의 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기도만한 면적에 인구 200만 명 수준의 조그만 나라가 벌이는 이같은 공사는 세계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월드컵 이후의 경기 냉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인근의 도시국가인 두바이가 인공섬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추진하다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큰 충격을 겪었던 사실이 연상되기도 한다. 두바이는 아부다비 등과 함께 UAE 연방을 구성하는 도시국가이다.

 

카타르와 두바이의 사례가 상징하는 것은 이 나라들이 지금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석유, 가스가 아닌 다른 소득원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 매장량이 고갈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벌써 수십 년 동안 회자되어 왔지만, 바레인과 두바이를 제외하고는 아직 그러한 조짐이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유한한 자원에 국가 경제의 미래를 무한정 기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 나라들은 모두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그 방향을 관광 등 서비스산업으로 정한 것이 카타르와 두바이의 사례인 것이다.

 

GCC에 인접한 이웃 중동국가들에서는 최근 수년 동안 민주화 시위에 따른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튀니지를 시발로 이집트, 리비아, 예멘에서 정권이 무너졌고,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 불안이 드러난 나라들은 대체로 장기간의 독재와 경제난이 이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동국가들은 한결같이 출산율과 젊은 인구의 비율이 높은데, 급속히 늘어나는 인구에 충분한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해주지 못하면서 장기간의 독재가 이어진 나라들에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GCC의 여섯 나라는 모두 권력을 세습하는 왕정국가들이지만, 석유를 수출하여 풍요를 누리는 덕분에 인근 국가들과 달리 국민의 불만이 낮고 정치 상황도 안정적이다. 그러나 풍요에 길들여진 자국민에게 언제까지 자원을 수출하여 높은 소득을 보장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을 안고 있다. 이러한 불안을 반영하여 빠른 시간 내에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경제다각화” 또는 “산업다각화”로 불리는 이러한 노력은 사실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 이후 지속되어왔지만, 최근에는 그 속도가 빨라지면서 나라별로 방향성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산업다각화 전략과 가능성

 

여섯 나라 중 사우디와 같이 국토가 크고 상당 규모의 인구를 지닌 나라는 제조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머지 소국들은 모두 중개무역과 금융, 관광,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으로 미래 국가 경제의 큰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두바이의 인공섬,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 등은 이러한 방향 설정에 따른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나라별로 상황이 조금씩 다른 점을 감안하면서 GCC 국가들이 추진하는 산업다각화 전략의 방향을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석유 이외의 수출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고, 이 부분에서는 여섯 나라 모두 석유화학산업을 최대 전략산업으로 간주하여 집중 투자하고 있다. 나프타와 가스를 이용하여 에틸렌을 생산하고 다시 이를 가공하여 플라스틱, 합성고무, 합성섬유를 만들어내는 석유화학산업은 현대 세계의 경제생활에 필수적인 산업이다. GCC 국가들은 낮은 원료비를 무기로 구미, 일본, 한국 등이 장악해온 세계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들어가고 있다. 사우디는 에틸렌 등을 생산하던 1단계를 넘어 2단계로 플라스틱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자 투자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국민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내수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역내 건설수요에 부응해 일찍부터 시멘트, 알루미늄, 철강 등의 건설자재산업이 나라별로 육성되었고, 식품가공산업과 농공업 등이 일부 발전하였다.

 

세 번째로 제조업이 용이하지 않은 소국들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분야로서 금융, 관광, 무역업,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분야가 있다. 앞에 말한 카타르와 두바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서비스업에 IT를 접목하여 소위 “지식기반산업”(knowledge-based industries)을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산업들의 육성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노력으로서 외국인투자 유치, 인력 양성, 민간기업 육성, 그리고 국부펀드의 확대 등이 집중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이 자본 부족으로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있는 데 반해, GCC 국가들은 특히 2000년대 들어 고유가에 힘입어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고 국부펀드를 통해 이를 전 세계에 투자하고 있다. 풍부한 자본을 지닌 GCC 국가들이 적절한 정책과 인센티브로 산업다각화를 추진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이는 석유가 아닌 산업으로 국가경제의 기반을 새롭게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풍요를 지속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

 

□ 산업다각화의 제약요인과 전망

 

산업다각화를 추구하는 GCC 국가들의 노력은 석유화학산업과 도시국가들의 발전을 통해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구 수천 명에 불과한 어촌마을이었던 두바이가 반세기 만에 2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대도시로서 세계적인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로 변환한 사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도한 토목공사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충격을 겪기도 했으나, 두바이의 변화는 인근의 소국들에 새로운 발전모델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CC 국가들이 산업다각화를 실현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요소는 아직 매우 많다. 우선 산업다각화를 위한 기본 재원이 여전히 석유와 가스의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핵심 수출산업인 석유화학산업 역시 아직은 기술력이나 마케팅 등의 다른 비교우위 요인보다 석유라는 원료의 가격에 의존하고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석유 수출이 불안정해지면 산업다각화의 속도와 방향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순환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수입대체를 위해 육성하고 있는 다른 내수산업들도 자체 경쟁력보다는 정부의 지원하에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UAE와 카타르 등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서비스산업은 엄격한 종교 계율에 따른 여성 활동의 제한이나 주류 및 오락 등의 금지, 기후 여건 등으로 일정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자를 금지하는 종교 계율에 따라 무이자를 내세우는 이슬람 금융이 발전하기도 했으나, 국제 규범과의 충돌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적극적인 인력육성정책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려온 젊은 세대에게서 근로 의욕이나 학습열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미래 발전을 위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GCC 국가들이 이러한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산업다각화를 실현해나갈 수 있을는지 아직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할 때다. UAE 정부가 발표한 “비전 2021”은 2021년까지 UAE를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것은 그저 주어진 자원을 팔아 불로소득으로 풍요를 누리는 나라가 아니라 활발한 산업활동과 민주적인 정치가 함께하는 선진 복지국가를 의미한다. 각국 지도자들의 비전과 철학,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 것이다.

 

주동주 외(2012), 「중동 GCC 산업다각화 전략과 한국의 협력」, 정책자료 2012-160, 산업연구원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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