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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잘나가는 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은 왜 보이콧의 대상이 되었나
  • 트렌드
  • 미국
  • 뉴욕무역관 김동그라미
  • 2022-07-29
  • 출처 : KOTRA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 팬데믹 계기로 단숨에 업계 1위 우뚝

거꾸로 가는 ESG 경영으로 한편에서는 불매운동도 전개

“쉬인 샌프란시스코 팝업 매장에 가지 마세요”


지난 6월 말, 중고 의류 판매 기업인 스레드업(ThreadUp)은 중국의 온라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의 샌프란시스코 팝업 매장 오픈에 맞춰 인근 지역 고객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앱 푸시(app push) 알림을 보냈다. 쉬인이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해 엄청난 양의 의류 쓰레기를 배출한다며 스레드업이 자사 고객들에게 쉬인 팝업 매장 보이콧 동참을 호소한 것이다. 패션업계에서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상대로 이처럼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잽’을 날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스레드업의 에린 월랜스 통합 마케팅 VP는 패스트 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스레드업이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우리가 진정으로 쉬인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준 일이었다”고 말했다.

 

<쉬인의 팝업 스토어 보이콧 동참을 알리는 스레드업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자료: Instragram(@ThreadUp)]

 

2008년 중국에서 탄생한 쉬인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소셜미디어에 큰 영향을 받는 Z세대를 집중 공략해 10여년 만에 업계 기업가치 1000억 달러를 달성하며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환경오염 유발, 강제 노동 등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에 역행하는 행보가 미디어를 통해 조명되고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 등에 휘말리면서 일부 소비자를 중심으로 보이콧 캠페인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쉬인의 성장을 견인한 미국 시장에서 쉬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과 ESG 원칙에 반하는 경영 등을 짚어보고 이를 통한 수출 기업에 시사하는 점도 함께 살펴본다.

 

<주요 패스트 패션 기업의 기업가치>

(단위: US$ 십억)

주: 1) 기업가치는 7월 11일 주식시장 거래 마감 기준

2) 쉬인은 Private market valuation 기준    

[자료: Bloomberg]

 

미국 6500만 Z세대를 사로잡은 쉬인

 

경제지 포춘은 쉬인이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비자 수요 파악과 중국 내 6000개 이상의 공급업체를 통한 신속한 수요 대응을 미국 패스트 패션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요인으로 분석했다. 기존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능가하는 신제품 출시 속도와 저가 공세, 소셜미디어를 통한 바이럴까지 삼박자를 갖춘 쉬인은 주머니 얇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10~20대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했다.

 

쉬인이 단기간 내에 미국 패스트 패션 업계를 장악한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의 폐쇄로 디지털 스토어의 의존도가 크게 증가하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쉬인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앱토피아에 따르면 2019년 6700만 건이었던 쉬인 앱 다운로드 횟수는 2021년 1억9300만 건으로 급증했다. 앱토피아는 쇼핑 앱 가운데 쉬인 앱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 쉬인의 연매출은 전년대비 250% 성장한 10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1년에는 60% 늘어난 160억 달러였다. 증가세가 팬데믹 초기에 비해 다소 둔화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쉬인의 매출액이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의 기업별 점유율>

: 각 기업의 웹사이트와 매장 판매 기록 기준

[자료: Bloomberg Second Measure]

 

자라와 H&M으로 대표되는 패스트 패션 업계에서 쉬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속도와 가격이다. 자라와 H&M이 하이패션 트렌드를 활용해 디자인에 수 주를 소요할 때 쉬인은 비주얼 서치 엔진 기반의 딥러닝 AI를 활용한 자체 소프트웨어로 디자인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쉬인이 이러한 방식으로 24시간마다 업데이트하는 신상품 개수는 6000여 개에 달한다. 코어사이트 리서치의 소매 자문 선임 애널리스트인 에린 슈미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업데이트되는 수천 가지의 신상품이 소비자들을 재방문으로 이끄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쉬인은 신상품은 아이템 별로 100개 정도 생산하며, 각각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집계해 시장의 반응을 살핀 후 필요할 경우 공급업체에 추가 주문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투자를 최소화한다. 자라가 아이템당 500개를 생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온라인 기반 운영과 직배송 방식은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온라인 판매로 매장 운영 비용이 없고 중국에서 미국으로 고객에게 직접 배송해 관세를 피했다. 중국은 대중 무역갈등 심화로 지난 2018년부터 중국에서 미국으로 직배송하는 제품에 수출 관세를 면제해주고 있으며, 미국은 800달러 이하 국제 우편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점을 잘 활용했다. 이렇게 유통되는 쉬인의 옷 가격은 비슷한 디자인의 자라 제품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소셜미디어 상에서 자라와 쉬인의 옷을 비교하는 콘텐츠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zaravsshein, #zaradupes 같은 해쉬태그은 틱톡에서만 각각 4000만 뷰를 기록했으며, @zara.vs.shein 같은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는 5만3600명에 달한다. 이밖에 배송 받은 쉬인의 제품을 열어보고 착용해보는 이른바 하울 영상의 인기도 쉬인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쉬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자라와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소개한 인스타그램 게시물>

[자료: 인스타그램(@dupeshein.zara)]

 

ESG 역행, 마구잡이 베끼기로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 도마 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시대에 환경오염과 강제노동 등 쉬인의 역행하는 ESG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초저가의 옷을 단시간 내에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쉬인의 의류 제조 공장의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위스 시민단체인 퍼블릭 아이는 지난해 11월 중국에 조사관을 고용해 쉬인의 하청업체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보고서로 발표했다. 광저우 소재 총 17개의 파트너사를 조사한 결과, 일부 제조업체들은 주거용 건물에 임시로 공장을 차려 영업 중이었고 또다른 제조업체들은 작업 공간에 창문과 비상구가 없었다. 노동시간 역시 문제였다. 광저우 봉제 공장 노동자들은 인터뷰에서 하루 12시간씩 일주일 동안 75시간을 일하고 한달에 단 하루를 쉰다고 밝혔다. 포산에 위치한 쉬인 포장 처리 시설 근로자는 하루 12~14시간 일하고 한 달 동안 최대 28일 출근한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노동법은 노동자의 근무시간이 일주일에 40시간을 넘기지 않고 시간외 근무는 한달에 36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쉬인이 패션 업계의 지속 가능한 패션 트렌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의류 기업들이 탄소 배출 저감, 윤리적인 소싱, 재활용 가능한 소재 채택, 근로자의 인권 향상 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쉬인은 초저가와 빠른 제품 출시에만 초점을 맞춘 경영으로 지속 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사이트인 굿온유에 따르면 쉬인의 지속 가능성 점수는 5점 만점에 1점으로 ‘피해야할 브랜드(We avoid)’ 등급을 받았다. 굿온유는 쉬인의 환경 정책과 근로자 인권 평가에 각각 1점씩을 부여했다. 쉬인이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유해 화학물질과 탄소, 미세플라스틱 배출 줄이기에 의미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며, 쉬인의 공급망 중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근로 기준 충족 인증을 받은 곳이 단 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 경영과 공급망에서 다양성과 포괄성 장려에 대한 부분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굿온유의 쉬인 브랜드 평가>

 [자료: goodonyou.eco]

 

대상을 가리지 않는 지식재산권 침해 논란도 소비자의 반감을 키운 요인이 됐다. 월스트릿저널은 지난 7월 3일 최근 3년 동안 미 연방법원에 쉬인이나 쉬인의 모기업인 조탑 비즈니스(Zoetop Business)를 상대로 제기된 상표권과 저작권 침해 소송은 최소 50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랄프로렌, 오클리 같은 대기업 브랜드부터 집에서 소규모로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예술가까지 쉬인의 불법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제소했다. 쉬인은 대부분 합의를 통해 소송을 마무리하고 있으나 간혹 위조품을 공급한 하청 공급업체에 법적 책임 전가를 시도하기도 했다. 신문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지식재산권 침해로 피소되는 사건은 업계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나 쉬인의 경우 피소 건수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9년 이후로 쉬인을 상대로 한 상표권과 저작권 침해 소송 건수는 경쟁기업인 H&M의 10배에 달한다. 포덤 로스쿨의 패션 법률 연구소 설립자인 수잔 스카피디 교수는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쉬인은 디자인 불법 도용의 ‘유력한 용의자’인 초고속 패션 소매업체 중 하나”라며 “이러한 기업들은 소송 위험을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드는 비용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시사점

 

쉬인은 팬데믹 상황을 기회 삼아 트렌드 세터인 Z세대의 입맛에 맞는 유통, 마케팅, 가격 전략을 시의적절하게 수행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원하는 Z세대의 욕구를 잘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동시에 수많은 안티-쉬인 움직임을 양산했다. 한 번 입고 버리는 저가제품의 대량 유통으로 엄청난 양의 의류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의류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강제노동 등의 ESG 역행 경영, 타인의 지식재산을 무단으로 도용하고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경영 행태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요인들은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쉬인의 보이콧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미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변화 리스크와 그 영향에 대한 상장기업의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쉬인의 이 같은 경영 관행이 2024년 목표하고 있는 뉴욕 증시 상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단기간 내에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쉬인과 같이 미국 Z세대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하겠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ESG 가치에 크게 반하는 사업 방식으로는 장기적으로 견고한 성장을 꾀하기 힘들다는 점을 쉬인의 사례를 통해 유념해야 한다.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 역시 피소당하는 쉬인의 입장에서 막대한 소송비 지출과 시간을 투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위조품 생산자로 낙인찍힐 경우 브랜드의 명성 자산을 크게 해칠 수 있다. 


KOTRA 뉴욕 IP-DESK의 박다미 변호사는 매년 6000~7000건의 상표권 및 저작권 침해 소송이 미국 법원에 제기되고 있고 3만 달러 이하의 보상을 청구하는 개인 및 소규모 저작권자들은 올해 신설된 저작권청구위원회(CCB)를 통해 쉬인 같은 침해자를 대상으로 법적 제재를 가하기가 보다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업 간 지식재산 패권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기업들은 미국 진출 시 자사의 상품·서비스의 타사 지재권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고 자사의 핵심 무형자산을 권리화하는 조치도 적극 취해야 한다.

 

 

자료: Fortune, Wall Street Journal, Sourcing Journal, Bloomberg, Good on you, Apptopia, Public Eye, Instagram 및 KOTRA 뉴욕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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