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사이트맵


Book Mark
사례로 보는 이탈리아 ESG 경영의 전통과 현주소
  • 트렌드
  • 이탈리아
  • 밀라노무역관 박진석
  • 2021-08-31
  • 출처 : KOTRA

- 르네상스 시대부터 이어져온 이탈리아 경영 전통, 기업의 사회적 가치창출 -

- 협동조합의 나라 이탈리아, ESG 경영은 트렌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




ESG 경영의 전통


1. 피렌체 두오모(Santa Maria del Fiore)를 건설한 양모협동조합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석재돔으로 존재하는 피렌체 두오모는 1296년 9월 9일, 많은 피렌체 공화국인들의 열망 속에 착공됐다. 당시 피렌체 공화국은 양모 및 가죽 가공업을 통해 상파뉴에서 열리는 정기시(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시장)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피렌체의 국력이 성장하자 피렌체인들은 900년이 넘어 붕괴직전인 기존의 산타 레파라타 성당을 철거하고 밀라노나 피사, 시에나와 같은 도시에서 건설된 대형 성당처럼 자신들의 자부심을 잘 표현할 거대한 성당을 짓기를 열망했다.


양모협동조합(Arte della Lana)와 그들이 후원한 피렌체 두오모

자료: Opera di Santa Maria del Fiore


1296년 아르놀포 디 캄비오의 설계안에 따라 건축이 시작됐으나 그의 사후에 30년간 공사가 종료됐고 1331년 공사의 전권을 산업길드인 피렌체의 양모협동조합(Arte della lana)이 책임지게 돼 공사의 독점적인 후원자가 됐다. 피렌체인들의 자부심과 문화적 열망은 결국 기업인들의 사회적 책임 하에 추진됐고,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천재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석재돔인 피렌체 두오모의 돔이 1436년에 완성됐다. 이어 1439년 피렌체 두오모에서 개최된 종교·외교적 국제행사인 피렌체 공의회는 피렌체인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주었고 피렌체 공화국이 세계 경제와 문화를 주도하는 국가로 세계 무대에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500여 년 전의 피렌체 양모협동조합은 수 많은 피렌체인들이 열망하던 가치를 창출했고 이런 기업의 사회적 기회와 가치 창출의 전통은 오랜 이탈리아의 경영철학으로 자리잡아 왔다.


2. 계몽주의 시대의 이탈리아 ESG 경영, Crespi D'Adda


밀라노 인근 베르가모 아다강변에 위치한 Crespi D'Adda는 근대시대의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1875년 섬유 사업가 크리스토포로 크레스피가 시작한 기업형 마을인 Crespi D'Adda는 기업인과 노동자가 함께 거주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ESG경영의 근대적 형태이다. 창업자 크리스토포로 크레스피의 아들 실비오 크레스피는 1889년 아버지의 기업가 책임과 계몽주의적 철학을 계승해 더 구체적이고 짜임새 있는 '회사도시'를 창출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구현한 회사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Crespi D'Adda

자료: Villaggio di Crespi D'Adda


2층집으로 구성된 노동자들의 집은 작은 텃밭과 함께 공평하게 분배됐고 소비조합부터 학교, 체육시설, 극장, 병원 심지어 공동묘지까지 노동자들의 모든 필요를 충족해 실비오 크레스피가 회사도시를 완성한 이후 50년간 노동쟁의가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Crespi D'Adda의 경영철학인 회사도시는 기업이 노동자와 함께 가치를 창출하고 이상적인 사회를 구성하는데 있었으며 현재도 세계적 명품 패션기업인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도시 Trivero가 현재까지도 회사도시와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 ESG 경영 사례


1. 협동조합의 사례,  농업 협동조합 Mezzacorona와 ESG 경영


이탈리아는 협동조합의 나라로 유명하며, 세계의 수많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이탈리아를 찾아 협동조합의 성공비결을 배우고자 한다. 이탈리아 사회적 기업 및 협동조합은 2017년 기준 총 10만2000개사 정도로 종사자 수는 90만 명에 이르며 매출액은 427억 유로에 달한다. 이탈리아 협동조합은 이윤 창출을 통해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에 일자리 창출, 지역 생산품 사용으로 상생협력을 달성하며 농업 협동조합의 경우 친환경 제품 생산을 통한 환경보호까지 실천하고 있다.


이탈리아 트렌토에 자리잡은 Mezzacorona는 ESG 경영을 오래 전부터 실천하는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904년 조직된 Mezzacorona는 트렌토 지역 소규모 농가들이 수확한 포도를 와인으로 주조하는 협동조합이었다. 트렌토는 알프스 산간지역에 위치해 포도경작지의 규모가 영세할 수 밖에 없었으며, 와인의 생산과 판매를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조직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Mezzacorona는 단순히 와인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1988년 협동조합 내 마케팅 전문 자회사인 Nosio S.p.A.를 설립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한편, 1963년 도입된 정부 와인 품질인증 보증인 DOC 등급을 조합원들을 대표해 협상했고 1971년 협동조합에서 생산하는 와인 Teroldego Rotaliano에 첫 DOC 등급을 부착해 지역 생산 와인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데 기여했다.


Samatec 공장 부지에 친환경으로 새롭게 지어진 Mezzacorona의 본사

자료: Gruppo Mezzacorona


Mezzacorona는 지역 환경문제 개선에도 적극 협력했다. 트렌토에는 Samatec이라는 실리콘 제조기업이 많은 오염물질을 방출해 지역시민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었다. 이는 친환경을 토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추진하던 Mezzacorona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기에 1993년 협동조합은 Samatec의 시설부지를 인수해 현재의 친환경 와이너리로 변모시켰다. ESG 경영이 화두가 되기 이전부터 Mezzacorona는 지역 내 오염시설 인수 및 친환경 와인생산시설로 변경해 지역사회 환경오염을 줄이고(Environment 및 Society) 지역 와인의 마케팅 확대를 통한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며(Society), 협동조합 형태의 경영을 1904년부터 지금까지 107년간 유지해 투명한 경영(Governance)으로 ESG 경영을 창업 이래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2. 대형 가족기업의 사례, 식료품 전문기업 Barilla


협동조합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대기업에서도 ESG 경영은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1887년 파르마에서 Pietro Barilla에 의해 작은 식료품 가게로 시작된 Barilla는 가족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파스타 제조사로 자리잡았다. 2020년 매출액 40억 유로를 기록한 대형기업 Barilla는 현재까지도 4대째 가족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가족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통해 기업정보를 공개하고 친환경 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식품제조기업인 만큼 지역사회의 9000여 개 협동조합과 중소기업과 협력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Barilla 그룹은 2017년 3개년 계획을 발표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ESG 경영으로 인해 변화하는 사업환경에 적극 대응하기로 결정한바 있다.


자사 개최 포럼에서 ESG 정책을 발표 중인 Guido Barilla

자료: Barilla G. e R. Fratelli S.p.A


Barilla의 ESG 경영은 제품 개발과 생산 전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절약해 안전한 먹거리를 만듦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2010년 대비 2019년 Barilla는 완성제품에 드는 CO2의 양을 30% 감축했고 제품에 필요한 공업용수 사용도 21% 감축했다. 자사의 패키징 99.7%는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제작하고 있으며 원재료의 53%를 친환경 방식을 통해 양육 또는 재배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동물실험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으며 2019년 파스타에 드는 100%의 계란을 Cage-Free 양계장에서 구매해 사용했다. 또한 전기 사용량의 67%를 신재생에너지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Barilla는 단순히 자사의 구매정책을 통해 파트너사의 환경보호를 독려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인증제도와 서비스를 고안해 더 많은 파트너사가 자사의 지속가능정책에 동참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Barilla에서 개발한 granoduro.net 및 app은 파스타에 필요한 밀의 경작과 재배까지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영양기준인 Barilla Nutritional Guidelines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원재료 구매와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3. 석유화학 대기업 ENI의 ESG 경영


세계 주요 업스트림 석유 개발 기업 중 하나이자 자원개발에서 석유화학 제품 생산까지 수행하는 ENI는 지속가능보고서와 다양한 지속가능개발 캠페인 등을 통해 ESG경영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A Just Transition이라는 이름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Join Us in a Sustainable Transition의 약어로 2050년까지 ENI의 GHG가스(온실가스)를 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NI의 ESG 경영의 핵심은 에너지기업으로서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ENI의 2021-2024 중장기 전략 발표

자료: ENI S.p.A.


ENI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됐으며 미 MIT대학 및 이탈리아 국가 연구위원회(CNR)과의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등 에너지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0%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전력발전량을 2050년까지 60GW로 늘리면서 에너지 전환에 대비하고자 다양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ENI는 2021년 전략 발표회(2021 ENI Strategy Day)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0%를 위한 단계적 계획, 신재생 및 바이오 관련 사업의 확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15GW 확대 등의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ENI의 태양열(CSP) 발전소

자료: ENI S.p.A.


ENI는 2020년 총 1억5700만 유로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고, 그중 47.1%인 7400만 유로는 ESG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저감과 관련된 연구에 사용됐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중장기 계획으로 총 7억8700만 유로의 연구개발비를 책정한 가운데 그중 71%는 탄소중립과 관련된 연구에 활용될 계획이며, 2023년까지 생산과정에서 인권 착취와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유발하는 팜오일의 생산 및 사용 중단 및 탄소포집 기술 개발과 산림 조성을 통한 CO2 배출량 감축 프로젝트인 REDD+ 이니셔티브도 추진할 계획이다.


ENI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4년 대비 자원 시추 등에서 사용되는 온실가스 배출은 2020년 26%가 감축됐으며 메탄 배출양도 2014년 대비 90%가 감축됐다. 또한 2019년 대비 공업용수 재활용은 91%에 이르렀고 플라스틱 제품 제조에서도 HOOP와 Versalis Revive라는 첨단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도입해 플라스틱의 재활용과 자원 낭비를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ENI의 자회사 Versalis의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자료: ENI S.p.A.


ENI의 선도적인 ESG 경영으로 다양한 ESG 경영 평가기관에서 ENI는 좋은 점수를 획득하고 있다. 블룸버그 ES에서 발표한 ESG 경영지수에서 10점 만점에 총 6.42점을 획득해 전 세계 업스트림 석유화학 기업 중에서는 1위를 거두기도 했고 MSCI에서 책정한 ESG 경영 지수에서는 A등급(최고 AA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시사점


이탈리아의 ESG 경영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가운데 파트너사들이 협력해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되거나 이미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돼 ESG 경영이 화두가 되기 이전부터 이미 추진하고 있었던 사례로 구분지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하나의 전통이었으며, 기업은 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함께 사회적 기회(Corporate Social Opportunity)를 함께 창출해 나가고 있었다. ESG 경영은 이탈리아 기업의 DNA로 각인돼 이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들이 ESG의 핵심 철학인 환경과 사회 그리고 투명한 경영을 준수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다만,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선진국에서 추진되는 ESG 채권 내지는 회사채 발행은 적은 편으로 판단된다. 에너지 기업 ENEL이 2019년 9월 지속가능개발 채권을 발행한데 이어 ENI에서 지난 6월 최초로 CO2 감축과 5GW의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한 ESG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이탈리아 경제 구조가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어 타 선진국에 비해서 금융분야의 ESG 경영은 활발한 편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금융과 결합된 이탈리아의 ESG 경영은 점차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며 향후 금융,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과의 협력 여지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 ENI S.p.A. Eni for 2020 a just transition 보고서, Barilla G. e R. Fratelli S.p.A, Gruppo Mezzacorona 2020 연간보고서,  Villaggio di Crespi D'Adda, G. F. Young - The Medici, Opera di Santa Maria del Fiore, KOTRA 밀라노 무역관 자료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 -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KOTRA의 저작물인 (사례로 보는 이탈리아 ESG 경영의 전통과 현주소)의 경우 ‘공공누리 제4 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 이미지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뉴스를 본 사람들이 많이 본 다른 뉴스
국가별 주요산업

댓글

0
로그인 후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 입력
0 / 1000